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무섭다. 남자가 겁은 많아가지고….”
“피우려면 예의 지켜 조심히 피워라.”

 

 

버스에서 여자들 이야기 소리가 들렸다.

“골목에서 학생들이 담배 피는 거라.
그런 꼴 내가 못 보지. 직장 동료에게 혼좀 내라고 말했더니 뭐라는 줄 알아?”

“뭐라 그랬는데?”

“‘괜히 잘못 나섰다간 나만 얻어터진다. 요즘엔 중딩이 제일 무섭다.’는 거라. 남자가 겁은 많아가지고….”

“ㅋㅋㅋㅋ~, 다들 내 일 아니라고 피하네.”


이 소리가 나를 멍 때리게 했다. 내게 이런 일이 닥친다면 어떻게 할까?


현실로 다가왔다. 어제 오후 담배를 피며 아파트 내 놀이터로 향했다.
입구 한적한 곳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무슨 일일까?

학생 세 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녀석들도 깜짝 놀랐는지 담배를 가리고 몸을 움츠렸다. 그렇지만 외면할 수 없었다.

“야, 너희들 몇 학년이야?”

“고등학교 2학년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였다.

 

 

내가 고등학교 다닐 적 생각이 났다.
친구들은 쉬는 시간이면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워댔다. 어느 날 선생님이 화장실을 덮쳤다.

뒤늦게 낌새를 알아차린 친구들, 담배를 감추는 등 혼비백산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 선생님이 다가와 한 줄로 세웠다.

 

“너 담배 피웠어, 안 피웠어?”
“(입안의 담배 연기를 들이마시며) 안 피웠습니다.”


담배 연기를 머금고 있는 걸 눈치 챈 선생님이 주먹으로 그 친구 배를 툭 쳤다.
그러자 재밌는 광경이 펼쳐졌다.

“(연기를 내뱉으며) 핐습니다~”

친구는 화장실 청소를 해야 했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쓴 웃음이 나온다. 

 

각설하고, 금연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내 자식 아니라고 담배 피우는 학생들을 모른 체 하는 건 도리가 아니었다.
학생들을 불러 세웠다. 한 학생은 약간 삐딱한 자세였고, 두 학생은 순응적이었다.

 

“언제부터 담배 피웠어?”
“좀 됐습니다.”

“뼈 삭아, 담배 끊거나 줄여. 아무데서나 버젓이 피지 말고 조심하고.”
“예. 알겠습니다.”

 

상황은 긍정적으로 마무리 됐다. 그렇지만 아쉬움이 많았다.
학교에서 체계적인 금연 교육을 한다면 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도 스무 살 즈음부터 담배를 피웠으니 30여년을 피운 셈이다.
멋있어 보여 배운 담배였다. 하지만 경험상 담배는 백해무익하다.
그러나 아직껏 끊지 못하고 있다. 

‘내가 왜 쓸데없이 담배를 배웠을까?’

어느 시점이 되면 나도 담배를 끊을 생각이다.
이런 뒤늦은 후회 전에 어린 학생들이 담배를 배우지 않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담배 피우는 학생들과 대면하며 배운 교훈이 있다.
아이들 훈계도 역시 자기가 떳떳해야 자신 있게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면 난, 부끄러운 어른인 것 같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아빠 진심으로 죄송해염. 바로 들어갈게요.”
무엇을 잘못했는지 본인이 더 잘 알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딸이 보낸 문자.

“빨리 와서 수학 배우러 가야지….”
“예. 알았어요.”

지난 월요일, 저녁 수학 과외 시간에 늦은 초등학교 6학년 딸아이와 통화했다.

친구들과 놀다가도 시간에 맞춰야 하는데 이를 잊은 탓이었다. 순순히 알았다는 표현에 집에 곧바로 들어 올 줄 알았다.

그런데 8시가 넘어도 들어오지 않았다. 학원도 빼먹은 채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러던 중,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아빠가 무서워 집에 못 들어가고 놀이터에 있대요.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

딸아이는 9시가 넘어도 오질 않았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걱정되기 시작했다.

“아빠 진심으로 죄송해염. 바로 들어갈게요.”

“여보, 유빈이내가 놀이터에서 데려왔어요. 제가 잘 타일러 볼게요. ○○○ 선생님 댁에 왔어요.”

저녁 9시 34분, 아내가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아이를 데리고 집에 들어오지 않고 지인 집에 가다니 황당했다. 그리고 4분 후 딸에게 문자가 왔다.

“아빠 진심으로 죄송해염. 엄마랑 문구에서 학습 준비물 사고 바로 들어갈게요.”

딸이 보낸 문자를 보니 뉘우치는 것 같기는 했다. 물론 학원에는 안 갈 수도 있다. 그렇다고 나무랄 게 무서워 집에 들어오질 않다니…. 너무 고지식한 아빠인가 싶기도 했다.

최근 딸아이는 단짝 친구가 학원을 그만 둔 후로 농땡이가 잦아졌다. 땡땡이도 곧잘 쳤다. 하여, 싫다면 그만 보낼 작정이었는데 그 시기를 놓치고 있었다.


지인이 보낸 문자.

무엇을 잘못했는지 본인이 더 잘 알고 있다?

모녀는 10시를 넘기고도 집에 오지 않았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러나 마음속 울화를 누그러트려야 했다. 그러던 차에 10시 31분, 또 다른 문자가 왔다.

“잠자지 않으면 댁 앞에서 맥주 한 잔 합시다. 지금 학굔데…”

인근에 사는 지인 메시지였다. 딸아이 얼굴 보고 화내느니 모른 채 넘어가는 게 좋을 듯 했다. 자리를 피했다. 지인에게 자초지종을 말했더니, 잘 피했다며 딸들 키우다 보면 그럴 때가 있다는 조언이 돌아왔다.

지인과 맥주를 마시고 들어왔더니 딸아이는 자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부안, 남원, 전주 등 전북 여행 때문에 1박 2일 동안 집을 떠나야 했다. 하여, 아직 딸과 이야기를 못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본인이 더 잘 알고 있더라. 그러니 계속 모른 채 하는 게 좋겠다.”

모녀가 들렀던 어느 선생님의 전화 조언도 귀에 쟁쟁하다.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선 때론 알면서도 모른 척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딸아이 키우기 힘들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BLOG main image
임현철의 알콩달콩 섬 이야기
각자의 인생사가 다 '섬'의 삶일 것입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알콩달콩 풀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때론 진짜 섬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요.
by 임현철

공지사항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587)
알콩달콩 섬 이야기 (141)
아름다운 여수 즐기기 (112)
알콩달콩 여행 이야기 (162)
알콩달콩 세상 이야기 (422)
알콩달콩 가족 이야기 (476)
알콩달콩 문화 이야기 (205)
장편소설 연재 (68)

달력

«   2019/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922,572
  • 23 57

임현철의 알콩달콩 섬 이야기

임현철 '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NM Media
Copyright by 임현철. All rights reserved.

Textcube TNM Media
임현철's Blog is powered by Tistory. Designed by Qwer999. Supported by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