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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09 “여자가 어디서 밖에서 잔다고 그래!”

“잠은 자기 집에서 자야지. 안 그래?”
[아버지의 자화상 37] 잠

“아빠, 아빠. 이야기 좀 들어 보세요.”

숨이 꼴가닥 넘어가는 폼입니다. 대체 왜 그러지, 싶습니다. 그러나 별 관심 없는 듯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아빠, 제 이야기 좀 들어 보시라니깐요.”

시큰둥한 표정입니다. 여기서 좀 더 장난치려 했다간 자식 일에 관심 없는 아버지로 찍힐까봐 한 발 물러섭니다.

“뭔데. 그래 어디 한 번 들어보자.”
“글쎄, 친구가요~ 시험 잘 보면 우리 집에서 하루 밤 자기로 했다지 뭐예요.”

“그게 무슨 소리야?”
“저번에 시험 봤잖아요. 근데 그 시험 잘 보면 우리 집에서 하루 밤 자는 걸, 친구 부모님이 허락하기로 약속했대요.”

아이들입니다. 시험 잘 본 댓가로 같이 자는 걸 꼽을 만치 그렇게 같이 자고 싶을까?


“아빠, 허락한다 못한다 말씀을 하셔야죠!”

사연인즉, 자주 놀러오는 딸아이 친구는 지난 여름, 하룻밤 저희 집에서 잔 적이 있습니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또 자고 싶었나 봅니다. 그런데 그 부모가 저희와 상의도 없이 덥석 시험 잘 본 댓가를 저희 집에서 자는 걸 허락하고 만 것입니다.

보통 아이가 시험 잘 보면 ‘뭐 사주겠다’는 약속은 해도, 친구 집에서 하룻밤 자는 약속이라니 참 재미납니다. 하여, 빙그레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렇지만 꾹 참고 모른 체 했습니다.

“그런데 시험은 잘 봤대?”
“잘 봤대요.”

그리고 관심 없는 척 지나쳤습니다. 아빠가 아무 소리 없으니 속이 타나봅니다. 안절부절입니다. 아이의 입에서 기어이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아빠, 허락한다 못한다 말씀을 하셔야죠!”
“아빠가 한 약속이 아니라, 그 집 부모가 한 약속인데 아빠가 하락하고 말고가 어디 있어? 잠은 자기 집에서 자야지. 안 그래?”

녀석 표정이 영 아닙니다. 머리를 굴리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울면 아빠가 허락하실까?’, ‘아니면 애교로…?’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일단 오금을 박았습니다.

“내일까지 생각해 보고 결정하기로 하자. 너 하는 것 봐서 말이야!”

아내는 찬성이었습니다. 그러나 결정은 제 몫으로 남겨두었습니다.

“어디서 여자가 밖에서 잔다고 그래!”

아시다시피 어릴 적, 친구 집에서 한 번 자려면 무척 힘이 들었습니다. 남자인 저도 그러는데 여자들은 두말하면 잔소리였습죠. 울고불고 난리가 나도 허락이 떨어지질 않았죠. 대신 불호령이 떨어졌습죠.

“어디 여자가 밖에서 자고 들어 오냐. 돼 먹지 않게? 자고만 들어와 봐, 그땐 다리몽둥이 뿔라지는 줄 알어, 알았어!”

그랬는데…. 이를 어기고 몰래 자고 오던 날, 아버지가 뿌린 물바가지를 뒤집어 쓴 누이는 두 번 다시 자고 들어오는 날이 없었습죠. 특히 1박 2일 대학 MT 때나 친구들과 캠핑 갈 때, 이로 인해 애 많이 먹었습죠.

사실 아이의 친구 아버지는 제 고교 동창입니다. 저번에 저희 집에서 잔다고 했을 때, 그 친구 왈 “여자가 어디서 밖에서 잔다고 그래!” 호통을 쳤다 합니다. 제 딸이 “아빠, 친구 아빠는 너무 고지식해요. 아빠가 전화해서 설득 좀 해주세요. 녜?” 했었습니다.

오늘 밤 허락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번엔 제가 애를 좀 먹일 참입니다. ㅠㅠ~. 이게 아버지들의 마음 아닐까요?

한 아이가 성인으로 자라기까지 한 가정에서만 공이 드는 게 아니라, 가정ㆍ학교ㆍ지역사회 등 많은 손길이 스며 있다 합니다.

하여, 이번엔 무슨 이벤트를 만들어 환영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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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철의 알콩달콩 섬 이야기
각자의 인생사가 다 '섬'의 삶일 것입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알콩달콩 풀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때론 진짜 섬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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