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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36

 

 

“얼마나 걱정했었는데요.”…“신세 좀 져야겠습니다.”

스님의 출현을 크게 반기는 바람에 그들의 눈에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권선징악이 주제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경찰들이 짝을 지어 옆을 지나쳤지만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는 밖으로 나와 성 여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스님, 그 자리에 가만히 계십시오. 제가 지금 그곳으로 차를 가지고 가겠습니다.”

 

 

 그녀도 방송을 보고 궁금해 있던 참이었다. 전후 사정도 듣지 않고 자신의 말을 끝내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비상도는 다시 용화에게 전화를 했다.


 
  “별일 없었느냐?”
  “그런데 스승님, 어제 스승님을 아신다는 분이 두어 차례 다녀갔습니다. 그분이 주고 간  명함에 천승욱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 사람의 전화번호를 내게 불러 주겠느냐?”
  “스승님, 무슨 일이라도?”


  “곧 알게 될 것이니라. 대범해야 한다.”

 

 

 그는 용화에게 천 경장의 폰 번호를 받아 적으며 걱정이 많았을 아이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내가 당분간은 집에 못 들어갈듯 하니 무슨 소리를 들어도 흔들려서는 안 되느니라. 그리고 끼니를 거르지 마라.”
  “제 걱정은 마십시오.”

 

 

 용화의 말에 새로운 용기가 생겨나는 것 같았다.

 

 지난번 산으로 성 여사가 찾아왔을 때 그녀는 휴대폰 가게로 가자고 졸랐다. 여러모로 편리하게 쓰일 것 이라는 게 그녀의 말이었다. 그것도 그녀의 명의로 해 주겠다는 것이었고 용화에게도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용화는 내심 따라 나섰으면 하는 눈치였으나 비상도는 그것이 되레 구속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그 같은 제의를 뿌리쳤다. 그런데 지금 이 같은 경우를 당하고 보니 그것이 꽤 쓸모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 여사가 기사를 데리고 나타난 것은 채 30분이 걸리지 않은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그의 변장한 모습을 보고는 그냥 지나쳤다가 비상도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서야 그를 반가이 맞았다.

 

 

  “스님, 얼마나 걱정했었는데요.”
  “신세를 좀 져야겠습니다.”

 

 

 성 여사는 비상도를 호텔로 모셨다.

 

 

  “진작에 말썽을 피울 걸 그랬습니다.”
  “참 스님도, 남 놀래 키는 재주는 타고나신 듯합니다.”


  “걱정을 끼쳐 송구합니다.”
  “그런데 조천수 회장님과는 어떻게?”


  “제 스승님과의 악연이죠.”

 

 

 비상도는 자신이 어떻게 해서 조폭의 무리들과 싸움을 하게 되었으며 조회장을 찾아가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가 거의 끝났을 쯤 방으로 식사가 배달되었다.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생각해서 성 여사가 방으로 식사를 가져오도록 주문을 해둔 것 같았다.

 

 

  “당분간 스님께서는 여기 계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일이 예상외로 크게 보도가 되기도 했지만 일반 시민들이 스님의 출현을 크게 반기는 바람에 그들의 눈에 더 가시로 보이는 모양이에요.”

  “용화가 걱정이 되어 오래 있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용화에겐 따로 사람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영웅의 출현에 대한 보답이에요.”

 

 

 성 여사는 두어 시간을 그곳에서 머물다가 돌아갔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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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35

 

 

“많은 사람들이 선생님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회장의 부친이 일제강점기 고등계형사였다는 사실에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고 있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택시기사가 속도를 낮추며 말을 걸었다.

 

 

  “그 비상도라는 사람 정말 대단하죠. 혼자서 조폭 쉰 명을 무릎 꿇게 했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저도 신문에서 보긴 했습니다만.”
  “그런 분들이 좀 많이 나와서 못된 놈들 혼쭐을 내주었으면 속이 후련할 텐데…. 홍길동 같이 동에서 번쩍 서에서 번쩍하면서 말이죠.”

 

 

 그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무척 신이나 있었다. 

 

 

  “누굴 혼내고 싶은데요?”
  “어디 한두 놈이라야 말이죠. 공적자금 받아서 성과금인가 뭔가로 돈 타작하는 놈들도 도저히 말로 해서는 안 되는 인간들이죠.”


  “그 사람에게 부탁이라도 해보지 그러세요?”
  “만날 수만 있다면 당연히 그래야죠.”


  “제가 바로 비상돕니다.”

 

 

 그가 화들짝 놀라면서 연신 백미러를 훔쳐보았다.

 

 

  “아이고 이거 영광입니다. 선생님께서 제 차를 타시다니…. 대신 택시비는 받지 않겠습니다.”
  “아닙니다. 택시비는 드려야죠.”


  “그런 말씀 마십시오. 제 작은 성의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계속해서 뉴스시간에라도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는 택시에서 내리는 비상도를 향해 부탁의 말을 던졌다.

 

 

  “많은 사람들이 선생님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힘내십시오.”

 

 

 그는 복잡한 심경을 안고 고속터미널 안으로 들어섰다. TV화면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비상도는 슬쩍 그들 틈에 섞여 화면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조천수 회장, 자택에서 비상도에게 린치 당해! 조천수 회장의 부친이 일제 강점기 친일형사로 밝혀져…, 독립투사였던 비상도 스승의 부친을 잡아 고문 옥사케 한 사실을 두고 사과를 받으러 간 것으로 알려져……. 』

 

 

 TV를 시청하던 사람들은 일성그룹의 조천수 회장의 부친이 일제강점기 고등계형사였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특히 그가 독립투사를 고문하고 옥사시켰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저럴 수가…….”
  “늘 말로만 과거사 정리를 했지 행동으로 보이는 사람이 없더니 속이 시원해.”
  “글쎄 말이야. 끝까지 사과 한 마디 없었다고 하니 그건 또 무슨 똥고집이야.”

 

 

 비상도는 그곳에서 살짝 빠져나와 화장실로 들어갔다. 경찰에서는 그가 서울을 빠져나갈 것을 대비해 사복경찰까지 동원하여 역이나 터미널을 중심으로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였다.

 

 

 그렇다면 이 상태로 여기를 빠져나간다는 것은 위험한 노릇이었다.  CCTV에 자신의 모습이 노출됐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얼마 후 턱수염이 하얀 노인 한 분이 화장실에서 나왔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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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26

 

 

일제 강점기 독립투사를 잡아 고문하던 친일형사
다른 반민족행위의 차단을 위해서라도….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권선징악이 주제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가 서울에 도착한 것은 정오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곧장 지하철로 몸을 숨겼다. 예전 자신에게 가르침을 청했던 사람들이 이곳에 있어 더러 온 적은 있었지만 서울이란 곳은 늘 불편한 곳이었다.

 

 

 비상도는 지하철에서 내려 간단한 요기를 하고 곧장 조천수의 집을 찾아갔다. 지난번 스승님의 편지 이후 두어 번 서신왕래를 하며 그의 집을 약도로 그려 왔기 때문에 그 곳을 찾아가는 데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큰길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조천수라는 문패가 달린 3층 저택이 웅장한 위용을 자랑이라도 하듯 떡 버티고 서 있었다. 담장 곳곳에는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주위를 살폈다.

 

 

 일제 강점기 독립투사를 잡아 고문하던 친일형사에서 해방 후 애국자로 둔갑하여 권세를 누렸던 자의 아들이 사는 집이었다.

 

 

 그의 아들 조천수는 현재 일성그룹 총수에 올라 족벌체제를 구축하며 이 나라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친일의 부를 세습한 그가 이 호화주택의 주인이라 생각하니 말 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독립투사의 아드님은 변방을 떠돌거늘…….”

 

 

 눈물을 머금고 돌아섰을 스승님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비상도는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세요?”

 

 

 여자의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조천수 회장님을 만나러 온 사람입니다.”
  “지금 안 계시는데요. 누구시라고 전해드릴까요?”


  “회장님의 선친에 관한 일로 한번 만나 뵈었으면 합니다.”
  “회장님 오시면 말씀 드릴게요.”


  “그럼 내일 이 시간쯤에 다시 오겠습니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저쪽에서 일방적으로 수화기를 내려놓은 소리가 들렸다. 예상이야 했지만 역시 만나기가 어려운 사람이었다.

 

 

 그의 사무실을 찾아간다 하여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이 분명했다. 왜냐하면 자신의 가문에 대한 치부가 드러날 것이 두려워 만나는 것을 피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내일까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

 

 

 비상도는 일찌감치 근처에서 숙소를 정하고 내일 있을 그 사람과의 만남을 떠올렸다. 어쩌면 그와의 만남이 내일이 될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상황에 따라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그는 따뜻한 물에 몸을 담갔다.

 

 

 자신은 스승님처럼 쉽게 물러나지 않을 생각이었다. 어떻게 하던 그의 선친이 저지른 죄상에 대한 사과의 말을 꼭 들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모양새는 지나간 과거사에 대한 정리를 위해서도 아니면 미래에 있을 또 다른 반민족행위의 차단을 위해서라도 신문지상을 통해 사과문을 싣도록 하는 것이었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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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21

 

“고생해 나라 찾아 놓으니 저런 자들이 날뛰는구먼.”

“남자란 모름지기 큰 가슴을 품어야 하지 않겠느냐?”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고 있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언젠가 남재 형이 자신의 할머님께 들었다며 조부님에 관한 일화를 들려준 적이 있었다.

 

 독립투사였던 그의 조부님은 해방이 되어 부산의 어느 군중집회에 친구 분과 함께 참석하게 되었고 그때 군중들 틈에서 서민들의 지갑을 꺼내는 소매치기를 보게 되었다.

 

 

  “우리들이 죽을 고생해서 나라 찾아 놓으니 저런 자들이 날뛰는구먼.”

 

 

 조부님의 친구 분께서 득달같이 일어나 그자를 잡으려고 하는 것을 형의 조부님께서 말리셨다.

 

 

  “그 돈이야 흘러가봐야 우리나라 안에서 돌고 돌 테니 못 본 척 그냥 두시게.”

 

 

 그 이야기를 마친 형이 어린 자신의 어깨를 토닥이며 한 말은 이것이었다.

 

 

  “남자란 모름지기 그런 큰 가슴을 품어야 하지 않겠느냐?”

 

 

 자신 또한 그렇게 큰 가슴으로 살고자 아니하는 바는 아니었으나 갈수록 방향을 잃고 엉뚱한 방향으로 죽을힘을 다해 달려가는 사회를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그것은 외적의 침입보다도 무서운 것일 수도 있었다. 무릇 역사에서 보듯 국난은 언제나 안으로부터 곪아 터진 결과물이지 않았던가.

 

 비상도는 달을 바라보며 매월당의 시구를 나직이 읊었다.

 

 

  “칼을 빼 물을 베어도 물은 다시 흐르고 잔 들어 시름 지우려하나 시름은 자꾸만 쌓여가네.”

 

 

 다음날 아침 비상도가 성 여사의 방문을 두드렸을 때 그녀는 벌써 치장을 끝낸 상태였다.

 

 

  “다행히 오늘은 바깥 날씨가 많이 풀렸습니다.”
  “저 때문에 스님께서 고생을 하시네요.”


  “덕분에 아침운동을 했습니다. 스승님 계실 땐 수도 없이 오르내렸던 길인데.”
  “참, 스승님은?”


  “오래 전에 떠나셨습니다.”
  “어떤 분이셨는지 듣고 싶어요?”


  “감히 따를 수 없는 분이셨죠.”

 

 

 두 사람은 산길로 접어들었고 말을 할 때마다 입에서 하얀 김이 뿜어져 나왔다.

 

 

  “스님, 산에 살면 뭐가 좋나요?”
  “삶이 번잡하지가 않지요.”


  “그 말씀은?”
  “자연을 닮아간다는 것이죠.”


  “얻는 게 무엇인가요?”
  “지금처럼 한 움큼 햇살이 호주머니로 들어오지 않습니까.”

 

 

 아침 햇살 사이로 새소리가 마구 떨어지고 있었다. 상쾌하게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한참동안 산길을 오른 후에야 산속의 아담한 기와집이 모습을 드러냈다. 집 밖으로 용화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어젯밤 미리 귀띔을 해 놓았고 마침 일요일이라 용화가 집에 있었던 것이다.

 

 

  “저 아이가 용화입니다.”

 

 

 성 여사는 용화 손을 잡고 한참이나 말을 나누었다. 비상도는 특별한 손님을 위해 상을 차렸다.

 

 

  “사내들만 사는 곳이라 시장 끼로 드셔야 할 겁니다.”
  “스님 음식솜씨가 놀라운데요.”
  “겨울이라 묵혀 둔 음식들뿐이죠.”

 

 

 누구보다 용화가 싱글벙글하며 낯선 손님의 방문이 마냥 즐거운 표정이었다.


 아직은 산중생활이 외로운 나이였다. 아니 어쩌면 꿈에도 그렸을 어머니 냄새를 맡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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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13

 

 

오늘은 왜 이리 아저씨 파리들이 귀찮게 구실까?
"입은 겸손한 말이 나올 때 아름다운 것"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고 있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형님, 이젠 됐습니다. 그만 들어가시죠.”
  “그래 수고했다.”

 

 

 그들이 막 발길을 돌리려던 순간이었다.

 

 

  “나도 좀 들어갑시다.”

 

 

  비상도였다.

 

 

  “오늘은 왜 이리 아저씨 파리들이 귀찮게 구실까?”

 


 그들은 투덜대며 비상도를 향해 마주섰다.

 

 

  “아저씬 또 뭐요?”
  “젊었을 적에 못 가본 곳이라 구경이나 할까 싶네만.”


  “아저씬 카바레 같은 곳엘 가야지.”
  “카바레라…. 그런 곳도 있었는가?”


  “이봐요 아저씨. 말장난하기 싫으니 빨리 꺼지는 게 어때?”

 

 

 그들의 저지에도 비상도가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니, 이 아저씨가…”

 

 

 주먹 두 명이 그를 내쫒을 심산으로 달려들었다. 그 순간 비상도의 눈이 매섭게 빛났다.

 

 

  “허윽!”

 

 

 동시에 두 놈이 달려들던 그 자세로 꼼짝없이 서 있었고 극심한 고통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다만 비상도의 양손 끝이 그들의 인중과 염천에 꽂혀 있을 뿐이었다.

 

 그때 다시 세 명이 비상도를 향해 동시에 뛰어들며 힘껏 그를 들어 공중으로 던졌다. 그런데 멀리 날아갔어야 할 비상도를 안고 그대로 맥없이 주저앉았다.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 그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주먹 다섯 명이 힘 한 번 제대로 써 보지도 못하고 땅바닥에 널브러졌다.

 

 눈치 빠른 나머지 한 녀석이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첫눈에 대적 할 수 없는 고수임을 알아본 것이다. 구경꾼들은 일제히 박수를 보내면서도 자신들이 본 사실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서로 얼굴을 마주 볼 뿐이었다.

 

 

  “입은 음식이 들어가는 곳이기도 하지만 겸손한 말이 나올 때 아름다운 것이야!”

 

 

 그가 막 손을 털며 발걸음을 돌리려던 순간이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세 명의 경찰이 비상도를 막아섰다. 누군가가 신고를 한 모양이었다. 경찰은 종업원들의 상황설명을 듣고서도 믿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잠시 후 파출소 안에 천 경장과 비상도가 탁자를 마주하고 앉았다.

 

 

  “선생님, 주민등록증 줘 보세요.”
  “없어.”

 

 

 비상도의 분노는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그는 처음 본 경찰에게 말을 낮추었다.

 

 

  “안 가지고 계신 거예요?”
  “예전에는 있었는데 거추장스러워 강물에 띄워 보냈어.”


  “그럼 성함은요?”
  “성은 비씨고 이름은 상도야.”


  “예? 비씨라는 성은 처음 듣는데요?”
  “아닐 비(非)를 쓰지. 내가 시조야.”


  “…….”
  “국가의 녹을 먹는 사람이 무식하다는 소리를 들으면 되겠어?”

 

 

 그는 직접 한자를 써 보였다. 천 경장은 아무래도 그런 성은 없을 것 같았지만 또 한 번 무식하다는 소릴 들을까 봐 그대로 적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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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11

 

 저는 스승님과 함께 주무시는 줄 알았습니다!

 하늘의 도가 과연 옳은 것이냐, 그른 것이냐?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두 사람은 밤이 늦도록 마주앉아 있었다. 주로 남재가 이야기를 하였고 비상도는 듣는 입장이었다. 나중에는 어떻게 잠들었는지조차도 모를 정도로 취하였다.

 

 비상도는 해가 산마루 위를 두어 뼘 가량 올라서야 잠에서 깨어났다. 그런데 곁에 있어야 할 형이 보이지 않았다. 얼른 밖으로 나갔다. 마침 용화가 마당을 쓸고 있었다.

 

 

  “큰 스승님을 보지 못하였느냐?”
  “예, 저는 스승님과 함께 주무시는 줄 알았습니다.”

 

 

 언뜻 불안한 생각이 엄습하였다. 마당을 가로질러 스승님 방문을 열었을 때 방 한가운데 급하게 접은 것으로 보이는 쪽지가 놓여 있었다. 비상도는 단숨에 그것을 읽어 내려갔다.

 

 잠시 읽어 내려가던 그가 몸서리를 치며 힘없이 두 팔을 동시에 늘어뜨렸다. 그는 쪽지를 호주머니에 쑤셔 넣고 폭포수를 향해 내달렸다.

 

 

 하지만 형은 이미 그곳에서 몸을 던진 후였다. 그의 몸은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다. 마른 나뭇잎 사이로 강한 아침 햇살이 마치 조명을 쏘아대듯 두 사람을 비추었다.

 

 

  “으아아악…….”

 

 

 비상도는 산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형의 시신을 부둥켜안고 범의 소리로 통곡했다. 마치 자신의 몸뚱아리가 빠개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산을 붙들고 흔들었다.

 

 그는 형을 차가운 땅에 묻고 며칠 동안 방안에 꼼짝도 않고 있었다. 마치 넋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우두커니 앉아 형이 남긴 유서를 다시 꺼내 읽었다.

 

 

 형은 지뢰를 밟은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야외훈련 도중 불만을 품은 신참병이 행정막사에 수류탄을 던졌고 형이 그것을 몸으로 막으려 했던 것을 군 당국에서 사건이 확대되는 것을 염려하여 단순사고로 몰아 간 것이었다.

 

 마침 그때는 모든 병사들이 행군을 나간 뒤였고 그곳에는 행정 일을 맡아오던 그를 포함한 세 사람이 있었으나 이미 그때는 그가 의식이 전혀 없었던 상태라 입막음이 가능했던 것이다.

 

 군에서는 한 때 형을 유공자로 처리하고자 하였으나 그는 주체 할 수 없는 분노로 더러운 혜택을 거부했다. 비상도는 분노로 몸을 떨었다. 심장이 터져 나갈 것처럼 온몸의 피가 역류하고 있었다.

 

 형은 수도 없이 죽음을 생각했을 것이다. 아니 죽음과 현실 사이에서 숱한 갈등을 하며 이 쪽지 하나를 남기기 위해 모진 목숨을 이어왔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떠든다고 누가 귀를 기울여 주기라도 할 것인가. 아니 온전한 상태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천번만번 그 일을 까발렸을 것이다.

 

 

 아무것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그는 스님과 동생에게 만이라도 짓밟힌 자신의 명예에 대해 죽음으로서 진실을 말하려 한 것이었다.

 

 뒤바뀐 현실, 그것은 스님의 부친을 죽인 조운태의 그것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다만 그 가치와 양심이 뒤바뀐 것뿐이었다.

 

 피눈물을 쏟으며 ‘하늘의 도가 과연 옳은 것이냐. 그른 것이냐!’ 하고  외쳤던 저 사마천의 분노가 비상도의 마음속에 깊이 박히고 있었다. 그는 경련을 일으키듯 부르르 떨며 힘껏 주먹을 쥐었다.

 

 

 비상도는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무작정 산을 내려갔다. 뚜렷한 목적지도 없이 버스에 몸을 실었다. 어디든 떠나야 마음이 진정될 것만 같았고 술기운이라도 빌어야 내일을 맞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가 버스에서 내렸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누구를 향한 분노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었다. 그저 그렇게 돌아가는 세상이 미울 뿐이었다. 그가 한참 걸어가고 있을 때 길 옆에 세워둔 승용차에서 유난히 밝은 전조등의 불빛이 자신을 쏘아대고 있었다.

 

 

 비상도는 심하게 눈을 찡그렸다. 자신의 속을 꿰뚫어 보는 것 같은 불빛이 눈에 거슬렸다. 가까이 갈수록 눈이 더 부셔 한 손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자동차의 불빛은 자신을 향해 계속 비웃고 있었다.

 

 형에게서 일어난 분노가 불빛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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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8

 

 스님의 글 앞에 무릎 꿇고 큰절을 올렸다, 왜?

『이제부터 너의 이름은 비상도니라!』

 

 

<비상도 줄거리>

 

 독립투사였던 할아버지로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그는 상해임시정부의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으로 그는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이제 너도 장부가 되었으니 내가 너에게 해 줄 말이 있느니라.”
  “……”

 

  “비상권법은 우리 고려국의 무예였느니라.”
  “예?”

 

  “조선이 개국하고 새 왕조가 득세할 때 비상권법의 대가들은 모두 죽음을 당했어. 왜냐하면 비상권의 고수들은 모두 고려 왕가의 후예들이었고 고려부흥을 꾀할 위험인물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던 것이야.”
  “그런데 어떻게……”

 

  “고려 왕족으로 세상을 떠돌던 왕백산이란 도인이 계셨어. 다행히 그분은 화를 피했으나 더 이상 조선에서 몸을 숨기는 것이 어렵게 되자 중국으로 도피를 하셨고, 뒷날 청나라를 세운 여진족 추장이었던 누르하치의 눈에 띄어 그곳 왕실에서 비상권법의 비법을 전수하였느니라.”
  “그렇다면 그들이 고려국의 무예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숨긴 것입니까?”

 

  “세월이 많이 흐른 탓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그 권법의 맥이 끊어졌으니 우리 것이라고 내세울 수가 없게 된 것이야.”
  “스승님 제가 그 맥을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스님은 잠시 뜸을 들인 뒤 다음 말을 이어갔다.

 

 

  “내가 누군지는 알고 있느냐?”
  “예, 형에게서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동안 내가 너에게 비상권법을 전수해 주었으니 누군가에게 받은 은혜는 물려준 셈이다만 왜 마음 한구석이 이리도 편치 않은지……. 이제는 내가 한 사람을 찾아가 사과를 받아 낼 일이 남았구나.”
  “어딜 다녀오시겠습니까?”  


  “세월이 참 빠르기도 하구나.”

 

 

 스님께서는 동해의 물음에 대답을 피하시고 형 방에서 한참을 그렇게 머물렀다.

 다음날 동해는 어느 때처럼 새벽운동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와 폭포수 아래로 갔으나 어쩐지 예감이 이상했다.

 

 

 얼른 뛰어와 스님이 계신 방문을 열었다. 하지만 방안은 텅 비어 있었고 방 한가운데 하얀 봉투가 놓여 있었다. 그는 얼른 봉투를 열었다.

 

 

 『이제부터 너의 이름은 비상도니라!』

 

 

 짧은 스승님의 글씨였다. 비상도(非常道)라는 말은 도덕경(道德經) 제1장에 나오는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 도로서 도라고 하는 것은 참 도가 아니다.」라는 글귀에서 따온 말로 비상권법 또한 동일한 것이었으며 그 권법이 도가(道家)에서 비롯되었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했다.

 

 

  “스님…….”

 

 

 그분은 스님이기 이전에 자신을 키워준 아버지 같은 존재였고 오늘의 자신을 만들어준 큰 스승이었다.

 

 

 동해는 스님의 글 앞에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렸다. 자신을 수제자로 인정해 주신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자 그동안 자신을 가르쳐준데 데 대한 감사의 인사였다.

 

 

 그것이 스님과의 이별이었고 이후로는 다시 그분을 뵙지 못했다. 그리고 3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다음날 비상도는 용화가 보았다던 곳으로 형을 찾아 읍내로 나섰다. 형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긴장이 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때의 일도 잊었거니 하였다.

 

 

 고아 아닌 고아가 되어 산으로 들어와 형제보다도 더 진한 우정으로 살갗을 맞대며 의지한 긴 시간이었다.

 

 

 어린 나이에 집을 잃은 동해를 형은 늘 가슴 아파하며 훗날 그의 부모를 꼭 찾아 주리라 마음먹었고, 동해는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잃은 형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 적이 있었다.(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허락 없이 불법으로 인용하거나 사용하는 것은 불허하며 고발 조치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출판 의뢰 및 드라마, 영화에 관심 있는 분들의 연락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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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4

 

“스님께서 혹 땡중이 아니신지?”

황소와 스님과 관련한 놀라운 일화

 

 


 다시 형이 나섰다.

 

 

 “스님께서는 중국 분이신데 어떻게 한국말을 그렇게 잘 하실 수 있습니까?”

 

 

 스님은 한참 생각에 잠기시고는 북쪽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내 선인께서는 한국인이셨으니…….”
  “예? 그런데 왜 그곳에서…….”
  “그분은, 그분은 독립투사였느니라.”

 

 

 동해가 거들었다.

 

 

  “그렇다면 남재 형의 조부님과 같은…….”
  “조선과 만주에서 싸웠다는 것만 다를 뿐 그 정신은 같았을 것이야.”

 

 

 긴 겨울이 가고 산과 들이 초록의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스님은 종종 마을의 일이 바쁠 때면 두 아이를 데리고 그곳으로 내려가 농사일을 거들었다.

 

 

 마을사람들은 그런 스님을 좋아했으며 그가 비록 절간에 살기는 하였으나 승복 대신 일상복을 입고 있을 때가 더 많았던 탓에 그들은 가끔 산으로 찾아와 스스럼없이 일을 부탁하곤 했다. 그러다보니 스님을 부르는 호칭도 스님부터 시작해 선사님, 처사님, 도사님까지 실로 다양했다.

 

 

 “스님께서 불경 읽는 소리를 통 듣지 못했으니 혹 땡중이 아니신지?”

 

 

 마을사람들이 장난으로 농을 할 때면 스님도 웃으시며 곧잘 응수했다.

 

 

  “산새가 나를 대신해 아침저녁으로 불경을 읽는데 혹 그 소릴 못 들으셨소?”

 

 

 그제야 그들도 허리를 펴며 큰소리로 웃었다.

 

 

  “저 도사님, 오늘 우리 집에 고구마 순을 심어야 하는데…….”
  “곧 가리다. 대신에 뒷날 수확 철에는 부처님께 고구마 공양이나 올리시오.”

 

 

 나이는 동네 사람들이 스님보다 대부분 연배였으나 왠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위엄이 있었던 탓에 그들은 말 놓기가 꺼림칙하여 공대를 하거나 말끝을 흐리기 일쑤였다.

 특히 스님께서 상대방을 부를 때 쓰는 ‘사형’이라는 말에 사람들은 주눅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 말의 뜻이 한 스승 아래서 가르침을 받은 무림의 제자들이 상대방을 높여 부를 때 쓰는 호칭임을 알고는 더욱 그랬고 그들이 결정적으로 스님을 예사로 볼 수 없었던 일은 마을에서 일어난 한 사건을 겪고 난 이후였다.

 

 

 종자파종으로 한창 분주하던 어느 봄날 오후였다.
 마을에서 키우던 큰 황소 한 마리가 마구간을 부수고 뛰쳐나온 일이 있었다. 눈을 뒤집고 입에 흰 거품을 문 황소는 거의 미친 것처럼 날뛰었다. 논밭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새파랗게 질렸다.

 

 

 모두가 공포에 떨며 논밭의 언덕배기에 숨거나 나무가 있으면 그곳으로 기어올랐다. 심지어 리어카를 뒤집어 급한 데로 아이들은 그곳에 숨겼다. 비명소리를 들은 영감들은 미처 피할 새도 없이 밭고랑에 바짝 엎드려 무사히 이 일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들판 한가운데 서 있던 황소가 공격대상을 찾아 씩씩거리고 있을 때였다. 그때 마침 밭에서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던 여든이 넘은 할머니 한 분이 사람들 눈에 띄었다.

 

 

 숨어서 그것을 본 사람들은 입을 모아 밭고랑에라도 엎드리라며 고함을 질러댔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할머니는 귀가 들리지 않았다. 황소가 할머니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돌진했다.

 

 

 바로 그때였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스님이 그 사이를 가로막고 나섰다. 황소는 흙먼지를 일으키며 스님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광경을 본 사람들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감았다. 틀림없이 소의 뿔에 받혀 내장이 튀어나왔거나 발굽에 짓밟혀 갈비뼈가 살점을 뚫었을 거라 믿었다.

 

 

 그때 눈을 감은 사람들이 어렴풋이 들은 것은 아주 날카로운 기합소리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모두가 눈을 떴을 때 스님이 아닌 황소가 벌러덩 나자빠져 있었다. 그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손을 털며 잠시 후에 소가 깨어날 것이라 했고 그 말은 적중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어떤 사람들은 스님이 소의 불알을 찼다고도 했고 소의 눈을 찔렀다고도 했지만 추측만 무성할 뿐 그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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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변재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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