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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8.14 갈치조림 맛처럼 그 인생 찐하게 스며들었다!

갈치조림 맛처럼 그 인생 찐하게 스며들었다!
홍가만의 매력, 손님이 쟁반 들고 서빙하기
맨 먼저 뼈 발라낸 갈치 살은 아내 몫으로!
[여수맛집] 갈치조림 최고봉 - 봉산동 ‘홍가’











폭염 특보. 열대야. 푹푹 찝니다. 낮뿐 아니라 밤에도 시달립니다. 제대로 잠 잘 수 없습니다. 이러다 진짜 사람 잡겠습니다. 시원한 소나기라도 내리면 좋으련만 감감무소식. 이런 날 움직이기 두렵습니다. 허나, 어쩌겠어요. 목구멍이 포도청. 맛있는 거 먹고 힘내야지요. 지난 일요일, 아내에게 묻습니다.



“여보, 점심 먹자는데 뭐 먹고 잡은가?”
“우리 갈치조림 먹을까?”



아내, ‘먹고 싶다’는 말을 ‘의견 구함’으로 묘하게 비틉니다. 선택권 없는 ‘먹자’보다 “먹을까?”가 훨씬 낫습니다. 이견 없습니다. 예약을 맡깁니다. 아내, 번호 눌러 핸드폰을 제 귀에 대고 말합니다.





“홍가에요. 당신이 예약해요.”



여수 봉산동 ‘홍가’. 갈치조림으론 여수 시내에서 최고. 아내, 주인장이 거절할까봐 제게 미룬 겁니다. 주인은 최소 갈치조림 3인분 이상, 한 시간 전 예약을 원합니다. 그래야 갈치조림 양이 푸짐하고 맛나게 조려지기 때문입니다. 이 조건에 맞는데도 아내가 전화 미룬 건 손님이 많아 더 이상 받지 못할 걸 염려해서지요. 억지 써서라도 자리 구하라는 특명. 오죽했으면 ‘홍가~’ 시(詩)까지 있을까. 말 나온 김에 시부터 읊지요.





“진한 조림 맛처럼 그 인생 찐하게 스며들었다!”



     홍가 갈치조림 전문점


                                  임호상


  배부를 수밖에 없다
  바쁜디 왔다고 욕 얻어먹고
  예약 늦게 했다고 욕 얻어먹고
  2인분 시켰다고 욕 얻어먹고
  오랜만에 왔다고 욕 얻어먹고
  손맛 믿고 손님들 깔보는 저 자신감
  그냥 그 말들은 와서 좋다는 말
  주방에서 기름 톡톡 튀듯
  쉼 없이, 정이 욕으로 투덜투덜 튄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주방 앞에 서서
  서빙은 셀프라며 스스로 쟁반을 든다
  밑반찬 어느 것을 먹어도
  막걸리 한 사발 절로 넘어간다
  냄비 한 가득 넘쳐나는 당신의 손맛
  진한 조림 맛처럼 그 인생 찐하게 스며들었다




홍가에 와 본 사람들은 이 시를 보고 “어쩜 이렇게 잘 표현했냐?” 합니다.


일전에 임호상 시인과 술 한 잔 하러 홍가에 갔었습니다. 홍어 삼합 앞에 두고, 누님과 맥주 잔 나누며 세설 떨었습니다. 그러다 임 시인이 ‘홍가~’ 시가 수록된 시집 <조금새끼로 운다>까지 기념 삼아 드렸습니다. 누님, 즉석에서 시를 읽더니 “다 욕이네. 근데 마지막이 해피 앤딩이라 좋다”며 호탕하게 웃으시데요.



 



홍가만의 매력, 손님이 쟁반 들고 서빙하기



서비스라며 갈치조림을 내놓았습니다. 그 맛에 또 껌뻑 갔습니다. 실제로 홍가에서 서빙 하는 사람은 다 손님입니다. 시킨 것도 아닌데 신통방통 서울, 수원 등 외지 사람들까지 알아서 척척 쟁반 들고 반찬 나릅니다. 이게 홍가만의 독특한 매력이지요. 그렇지만 누님과 술 같이 마시면서 취중 진담 건넸습니다.



“(짐짓 강압조로) 사람 한 명 써요. 손님도 살리고 경제도 살리게.”
“(진심으로) 나도 힘이 부쳐 한 명 쓸라 하네. 나도 종업원한테 얼마나 잘한다고.”


“(부탁조로) 손님한테 욕 좀 그만 하쇼.”
“(해명조로) 내가 언제 욕을 해. 그냥 혼자 말이지. 나는 우리 집에 와서 음식 먹는 손님한테 조금이라도 더 맛있는 음식 내고 싶은 마음뿐이야. 찾아오는 손님들이 고맙지.”


“(계속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홍가는 언제까지 하실 거요?”
“(아쉬운 표정으로) 나도 천지가 아파. 남편이 진 빚 다 갚았으니, 앞으로 이년만 할라고.”
“(임 시인 욕심내며) 2년이라~. 제가 여기서 일할까요? 하하”











맨 먼저 뼈 발라낸 갈치 살은 아내 몫으로 돌리길!



12:30 3명 예약. 홍가에 도착했습니다. 서완석 통장어탕집 동백꽃 식당 사장, 갈치조림 먹고 있습니다. 먼저 온 옆 테이블 손님이 쟁반 들고 와 우리 탁자에 밑반찬을 놓습니다. 밑반찬은 양념게장, 고록(꼴뚜기) 젓, 마른갈치무침, 청각무침, 꼬막무침, 가지나물, 죽순나물, 배추겉절이 등. 물과 물수건은 우리가 직접 챙깁니다. 하여튼, 밑반찬 만드는 것도 일. 새벽 1시까지 만들다 들어갈 때도 있답니다.



여기 음식은 저희 어머니 손맛과 거의 흡사합니다. 달달한 것까지 비슷합니다. 특히 고록 젓과 마른갈치무침은 엄마 손맛을 빼다 박았습니다. 하지만 청각과 가지는 사양입니다. 시각 상 느글거려 먹지 않습니다. 어머니는 요거 때매 “내가 낳았지만, 뭔 이런 주둥이가 있을까!”라며 지금껏 타박하십니다.





가만 있자. 누가 갈치조림 냄비를 내왔나? 알쏭달쏭합니다. 아마, 또 손님일 거라는. 그건 중요치 않습니다. 갈치조림이 엄청 푸짐하다는 게 중요합니다. 양파 엄청납니다. 그러니 단맛이 강할 밖에. 감자부터 맛봅니다. 아주 잘 조려졌습니다. 푸짐과 잘 조려짐이 홍가 맛의 비결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 때문에 3인 이상, 1시간 전 예약을 강조하는 겁니다.



앞 접시에 적당히 뜹니다. 갈치 뼈 바르느라 초 집중. 귀찮긴 한데 조린 맛보려면 어쩔 수 없습니다. 여기서 잠깐! 맨 먼저 뼈 발라낸 갈치 살은 아내 몫으로 돌리시길. 효과? 걱정 마시라. 엄청납니다. 나이 먹은 남자들은 요런 걸 잘해야 대접 받습니다. 밥에 갈치를 올려 한 입 크게 넣습니다. 갈치조림이 입안에서 태풍처럼 움직입니다. 참을 수 없는 가벼움. 기어이 갈치조림 국물에 밥을 말았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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