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수입이 얼만데 그걸 없애겠어요?”
민족의 영산 지리산 등이 욕먹고 있다!

지리산을 오가는 사람들. 이들이 문화재관람료를 내기 위해 찾았을까? 단풍 때문일 것이다.
“단풍 보러 산에 와서 절에는 들르지도 않았는데 문화재관람료를 내다니. 나 참 열 받아서…. 생각할수록 기분 엿 같네.”
우리 강산을 울긋불긋 물들인 단풍.
자연이 빚어낸 절정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단풍.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단풍.
이 단풍을 놓칠 수가 없다는 듯 주말이면 관광객이 넘쳐나고 있다. 지난 9일, 핏빛 단풍을 자랑하는 지리산으로 향했다.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등산객의 표정은 밝다. 덩달아 옷도 산듯하다. 단풍 보며 쌓인 피로를 날려 버려야겠다는 듯 머리에 수건을 질끈 둘러맨 단풍객도 보인다. 산악자전거 패달을 밟는 사람도, 아이를 들쳐 업은 아버지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자연 풍광을 보며 걷고 있다.
늦은 산행 길, 발걸음을 재촉해 정상에 오르면 좋으련만 느긋하게 걷는 가족을 본다. 정상에 오르긴 글렀다. 하기야 기분 내면 되지 굳이 정상에 올라야 할 당위성은 없다. 느림의 미학을 따르는 것도 좋으리라!

핏빛 단풍이 날 오라하네.
문화재관람료, “기분 잡치네. 꼭 뜯기는 기분!”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된 지 언젠데 아직도 문화재관람료를 받나?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어!”
“그 수입이 얼만데 그걸 없애겠어요? 꽤 짭짤할 걸요. 나라에서 문화재 보수도 해주고 등산객한테 관람료도 받고 일석이조잖아요. 당신 같으면 그걸 포기하겠어요?”
“몇 천원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기분 좋게 나섰다가 이거 기분 잡치네. 꼭 뜯기는 기분이야!”
등산 중 여기저기서 투덜대는 대화가 들린다. 말없이 걷기에 그 소리가 더욱 크게 들린다. 마주쳐 엇갈리던 이, 자기네들끼리 지나가며 한 마디 거든다.
“문화재관람료 안 내려고 다른 쪽으로 올라왔지. 저 사람들은 그걸 몰라서 문화재관람료를 냈을 걸? 하하하~”

아, 지리산이여!
“그거 주차료 아니었어?”…지리산 등 명산 욕먹다!
세상은 역시 요령이 있어야 하는 걸까? 그런 수가 있었네? 참, 세상은 간혹 돌아가는 법도 알고는 있어야지? 요령을 기억하려 애쓴다.
“여보! 우리도 문화재관람료 냈어?”
“육천 원 냈어요. 어른 셋, 아이들 넷인데 어른들만 받더라고요. 양심은 있어서….”
“에이~. 그거 주차료 아니었어?”
“주차료는 무슨. 여기 영수증에 문화재 구역 입장료라고, ○○○ 주지라고 써 있어요.”
영수증을 건네받아 살핀다. 그렇게 써 있다. 01292 번호까지 박혀 있다. 1292명이 들어온 걸까? 단체를 빼면…. 똥 밟은 기분이다. 지리산 단풍은 사람 바보 만드는데 선수나 보다. 괜히 아무 죄도 없는 민족의 영산 지리산 등이 욕을 먹는다.
그래도 단풍은 욕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가슴에 담고 왔으니….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