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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38

 

상선약수, 가장 으뜸가는 선은 물과 같으며 물은…
“그럼 사부님이라 할게요. 가르침을 주셨으니…….”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고 있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성 여사가 예상치 못한 질문을 던졌다.

 

 

  “‘천하의 지유(至柔)는 천하의 지견(至堅)을 마음대로 구사한다’ 하였는데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아 네, 도덕경 43장에 나오는 구절이죠.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것, 즉 물은 이 세상에서 가장 굳은 것, 이를테면 금석까지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말이죠.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과도 상통하는 말입니다. 가장 으뜸가는 선은 물과 같으며 물은 모든 것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아니하고 뭇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처하는 까닭에 도에 가깝다 하였습니다. 노자의 ⌜약⌟은 단순한 유약함이 아니라 ⌜강⌟을 손바닥 위에 놀릴 수 있는 유약이라는 말입니다.”


  “그런 뜻이었군요.”
  “그런데 성 여사님께서 어떻게……”


  “스님과 대화라도 하려면 공부를 해야겠기에 책을 한 권 샀어요.”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은데요. 절더러 너무 강하게 나가지 말라는 주문 같습니다.”


  “전 스님께서 별다른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에요.”

 

 

 성 여사가 창문을 내렸다. 짠 바다냄새가 차 안으로 밀려들었다. 차가 도착한 곳은 인천의 어느 바닷가였다. 자리에 앉기가 바쁘게 음식들이 상에 가득 놓였다. 아마 전화로 미리 예약을 해 둔 모양이었다.

 

 

  “일부러 사람이 없는 아침을 택했습니다.”
  “바쁘실 텐데, 저 때문에…….”
  "제겐 스님을 모시는 일이 제일 큰일이죠. “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창이 넓은 이층집이었다.

 

 

  “참 제게 다른 호칭을 써야겠습니다. 스님이라고 하니 남의 이목도 있고 또 땡중도 이런 땡중이 없으니 사실 스님은 격에 맞지가 않죠.”
  “그럼 어떻게 부르는 것이… 그냥 오빠라고 하면 어떨까요?”

 

 

 성 여사도 자신의 말이 우스웠던지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그러면 사부님이라 할게요. 조금 전에도 가르침을 주셨으니…….”
  “그런가요?”

 

 

 두 사람의 웃음소리에 주인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두 분이 참 좋아 보이십니다.”
  “그 말씀이 고마워 다시 와야겠네요.”

 

 

 성 여사의 말이었다.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돌아오는 길에 우체국에 들렀다. 성 여사가 비상도의 편지를 가지고 우체국으로 들어갔다. 봉투에는 조동해라 적혀있었다. 남의 이목도 신경 쓰였지만 스승님께 비상도라고 쓰는 것은 예가 아니었다.

 

 

 성 여사가 돌아오자 비상도는 차에서 내려 공중전화 박스로 들어가 용화가 불러준 전화번호를 눌렀다.

 

 

  “나 비상도라는 사람일세.”
  “아니 선생님, 그러지 않아도 그곳으로 찾아 갔었는데, 지금 어디십니까?” 


  “내 말을 듣기만 하게. 오후쯤에 한 번 만났으면 하는데,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고 혼자 나온다고 약속 할 수 있는가? 아니야 기자 한 사람은 있어야겠어.”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어디가 좋은가?”
  “응. 알았네. 그럼 그때 보세.”

 

 

 비상도는 시간에 맞춰 호텔을 빠져나갔다. 꽁꽁 언 날씨 탓인지 사람들의 통행이 뜸한 편이었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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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4

 

“스님께서 혹 땡중이 아니신지?”

황소와 스님과 관련한 놀라운 일화

 

 


 다시 형이 나섰다.

 

 

 “스님께서는 중국 분이신데 어떻게 한국말을 그렇게 잘 하실 수 있습니까?”

 

 

 스님은 한참 생각에 잠기시고는 북쪽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내 선인께서는 한국인이셨으니…….”
  “예? 그런데 왜 그곳에서…….”
  “그분은, 그분은 독립투사였느니라.”

 

 

 동해가 거들었다.

 

 

  “그렇다면 남재 형의 조부님과 같은…….”
  “조선과 만주에서 싸웠다는 것만 다를 뿐 그 정신은 같았을 것이야.”

 

 

 긴 겨울이 가고 산과 들이 초록의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스님은 종종 마을의 일이 바쁠 때면 두 아이를 데리고 그곳으로 내려가 농사일을 거들었다.

 

 

 마을사람들은 그런 스님을 좋아했으며 그가 비록 절간에 살기는 하였으나 승복 대신 일상복을 입고 있을 때가 더 많았던 탓에 그들은 가끔 산으로 찾아와 스스럼없이 일을 부탁하곤 했다. 그러다보니 스님을 부르는 호칭도 스님부터 시작해 선사님, 처사님, 도사님까지 실로 다양했다.

 

 

 “스님께서 불경 읽는 소리를 통 듣지 못했으니 혹 땡중이 아니신지?”

 

 

 마을사람들이 장난으로 농을 할 때면 스님도 웃으시며 곧잘 응수했다.

 

 

  “산새가 나를 대신해 아침저녁으로 불경을 읽는데 혹 그 소릴 못 들으셨소?”

 

 

 그제야 그들도 허리를 펴며 큰소리로 웃었다.

 

 

  “저 도사님, 오늘 우리 집에 고구마 순을 심어야 하는데…….”
  “곧 가리다. 대신에 뒷날 수확 철에는 부처님께 고구마 공양이나 올리시오.”

 

 

 나이는 동네 사람들이 스님보다 대부분 연배였으나 왠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위엄이 있었던 탓에 그들은 말 놓기가 꺼림칙하여 공대를 하거나 말끝을 흐리기 일쑤였다.

 특히 스님께서 상대방을 부를 때 쓰는 ‘사형’이라는 말에 사람들은 주눅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 말의 뜻이 한 스승 아래서 가르침을 받은 무림의 제자들이 상대방을 높여 부를 때 쓰는 호칭임을 알고는 더욱 그랬고 그들이 결정적으로 스님을 예사로 볼 수 없었던 일은 마을에서 일어난 한 사건을 겪고 난 이후였다.

 

 

 종자파종으로 한창 분주하던 어느 봄날 오후였다.
 마을에서 키우던 큰 황소 한 마리가 마구간을 부수고 뛰쳐나온 일이 있었다. 눈을 뒤집고 입에 흰 거품을 문 황소는 거의 미친 것처럼 날뛰었다. 논밭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새파랗게 질렸다.

 

 

 모두가 공포에 떨며 논밭의 언덕배기에 숨거나 나무가 있으면 그곳으로 기어올랐다. 심지어 리어카를 뒤집어 급한 데로 아이들은 그곳에 숨겼다. 비명소리를 들은 영감들은 미처 피할 새도 없이 밭고랑에 바짝 엎드려 무사히 이 일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들판 한가운데 서 있던 황소가 공격대상을 찾아 씩씩거리고 있을 때였다. 그때 마침 밭에서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던 여든이 넘은 할머니 한 분이 사람들 눈에 띄었다.

 

 

 숨어서 그것을 본 사람들은 입을 모아 밭고랑에라도 엎드리라며 고함을 질러댔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할머니는 귀가 들리지 않았다. 황소가 할머니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돌진했다.

 

 

 바로 그때였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스님이 그 사이를 가로막고 나섰다. 황소는 흙먼지를 일으키며 스님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광경을 본 사람들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감았다. 틀림없이 소의 뿔에 받혀 내장이 튀어나왔거나 발굽에 짓밟혀 갈비뼈가 살점을 뚫었을 거라 믿었다.

 

 

 그때 눈을 감은 사람들이 어렴풋이 들은 것은 아주 날카로운 기합소리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모두가 눈을 떴을 때 스님이 아닌 황소가 벌러덩 나자빠져 있었다. 그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손을 털며 잠시 후에 소가 깨어날 것이라 했고 그 말은 적중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어떤 사람들은 스님이 소의 불알을 찼다고도 했고 소의 눈을 찔렀다고도 했지만 추측만 무성할 뿐 그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허락 없이 불법으로 인용하거나 사용하는 것은 불허하며 고발 조치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출판 의뢰 및 드라마, 영화에 관심 있는 분들의 연락 환영합니다.

 

 

고 변재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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