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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의 동물'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3.11.27 ‘와불’과 ‘칠성바위’에 녹아 있는 미륵불 출현은?

‘조작’, 씻기지 않은 죄 언젠가 명확히 드러날 것

완성되지 못하고 가만히 누워 있는 ‘와불’의 전설
“당신을 닮은 불상도, 나를 닮은 불상까지 있네!”
아내와 함께 전남 화순 운주사 천불천탑에 빠지다!

 

 

 

 

 

 

 

깊은 가을이 겨울로 바뀌려는 찰나여서 일까.

 

전남 화순 운주사는 을씨년스러웠습니다. 관광객마저 뜸했습니다. 어디나 미어터지는 유명 절집의 모습이 아니어선지, 소탈한 서민풍이 품어져 나왔습니다.

 

나그네 보다 한 발 앞서 걷던 아내가 뒤를 보며 말했습니다.

 

 

“운주사에 온 건 아이들이 유치원 다닐 때니까, 한 10년 된 거 같아. 조금 변해선지, 그 분위기가 안 나네.”

 

 

시간의 흐름 속에 변하지 않는 게 어디 있겠습니까.

매 순간순간 조금씩 변하는 삼라만상을 의식하지 않은 탓입니다. 그 자리에 서 있는 자신마저 은연 중 변한다는 걸 인식하지 못하고 과거에 함몰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간을 망각의 동물로 칭하는 것이겠지요.

 

 

 

 

 

 

 

 

‘와불’과 ‘칠성바위’에 녹아 있는 미륵불 출현은?

 

 

<동국여지승람>에 돌로 된 석불과 석탑이 각각 1천구씩 있었다는 천불천탑의 운주사.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건 ‘와불’‘칠성바위’에 녹아있는 미륵불의 출현입니다.

 

 

현재는 석불 93구와 석탑 21기만 남아 있습니다.

수십 미터에서 수십센티미터의 다양한 크기의 불상과 탑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모양도 가지각색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민중이 다 같은 모습일까.

 

 

“여보, 저기 저 탑보고 우리 딸이 뭐라 했는지 기억나?”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참 무심한 아빠였습니다.

엄마는 아이들 키우는 동안 아이들 움직임 하나하나가 추억으로 남아 있는데, 아빠는 아니었습니다. 나그네가 침묵에 잠겨 있자, 아내가 알아서 답했습니다.

 

 

“저걸 보고 호떡으로 공들여 쌓은 탑 같다고 했잖아. 보물인 원형다층석탑을 보고 호떡으로 표현할 사람이 또 있을까? 우리 딸 정말 기발했는데….”

 

 

미륵사상이 녹아 있는 운주사에선 가능한 상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호떡으로 쌓은 탑 같다는 원형다층석탑...

 

 

 

‘조작’, 씻기지 않은 죄 언젠가 명백히 드러날 것

 

 

운주사는 소설 <장길산>에 등장한 순간, 민중의 미륵성지로 떠올랐습니다.

운주사 일주문은 그래서 더욱 해탈로 들어가는 관문인 듯합니다.

 

잠시, 운문사 해우소에서 발견했던 명기환 님의 시(詩) ‘해탈문’ 한 수 읊지요.

 

 

    해 탈 문

 

                 명기환

 

  디디고 나도
  더 디디고 나도
  내 죄는 씻기지 않는
  정염(情炎)

 

 

 

 

 

씻기지 않은 죄가 어디 명기환 님의 ‘정염’뿐이겠습니까. 4ㆍ19, 5ㆍ18, 6월 항쟁 등은 역사가 심판했지요.

 

하지만 규모가 작은 많은 외침은 까마득히 역사 속에 묻혔습니다. ‘조작’이란 이름으로. 하지만 씻기지 않은 죄는 언젠가는 명백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마음이 싱숭생숭.

원인은 돌아가는 세상에 대한 한탄. 천지개벽(天地開闢)으로 만들어진 세상. 사람들은 이 세상이 썩어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을 때 후천개벽(後天開闢)을 바란다고 합니다.

 

말세가 되면 찾는다는 메시아의 강림, 미륵불의 출현 등…. 여전히 마음이 혼란스러웠습니다.

 

 

 

 

 

미륵세상, 칠성바위와 북두칠성이 같아지는 날에 온다?

 

 

운주사. 마음 다잡기로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그러니까, 운주사를 찾은 근본 이유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전주교구에서 열었던 ‘불법 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 때문이었습니다.

 

운주사에서 꼭 살펴보고 싶은 게 있었으니….

 

 

“닭이 울면 누워 있던 불상이 일어난다!”

 

 

전설이 내려오는 운주사.

누워 있는 부처가 일어날 조짐이 있는지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일어나진 않더라도 일어나려고 고개를 약간 들거나, 발을 살짝 움직였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

 

 

 

 

 

 

불상은 그 자리에 그대로 누운 채 자신만의 삼매경(三昧境)에 빠져 있을 뿐, 까닥하지 않았습니다. ‘혹시나’가 ‘역시나’였습니다.

 

 

손끝으로 건드려 보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습니다.

 

꾹 참았습니다. 때가 되면 스스로 일어나 세상을 바꾸거나, 깨어있는 자들에 의해 세상이 바뀔 것이므로. 하지만 와불이 원망스러웠습니다. 꿈쩍이라도 했으면 싶었습니다.

 

나그네는 미륵불의 현신만 기다리는 아둔한 중생이었습니다.

 

 

미륵세상을 꿈꾸는 또 다른 설화가 녹아 있는 운주사.

그건, 칠성 바위입니다. 칠성바위는 제각각 다른 7개의 타원형 돌로 북두칠성을 상징합니다.

 

 

“이 칠성바위의 위치각과 북두칠성의 위치 각도와 같아지는 날, 미륵세상이 온다.”

 

 

고 합니다. 여기에 의지할 수 없는 노릇. 현실 속에서 꿋꿋하게 삶을 이겨야 존재 의미가 더욱 클 것이기에.

 

 

 

  

 

 

 

 

완성되지 못하고 가만히 누워 있는 ‘와불’의 전설

 

 

“예전 운주사는 불상과 석탑이 많은 자연 속의 야외 조각공원에서 보물찾기하던 느낌이었다. 지금은 잘 가꾼 탓에 인위적으로 빚은 조각공원에 온 느낌이다. 보물찾기는 어렵겠다.”

 

 

다시 찾은 운주사에 대한 아내의 평입니다.

운주사가 자연스럽긴 하지만 인위적 냄새가 많이 풍기는 건 사실입니다. 그렇더라도 유명 사찰 중 한가롭고 여유로움이 여전히 넘쳐나는 곳입니다.

 

운주사에서 세상의 희망 끈을 찾고 싶었습니다. 미래를 꿈꾸고 싶었습니다.

 

 

 

 

 

다른 곳이라면 대리석으로 천불천탑을 곱게 다듬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운주사의 천불천탑은 이곳의 울퉁불퉁 멋스럽지 않으나, 운치 있는 자연석으로 만들어 더욱 가치로웠습니다.

 

 

특히 천불천탑은 누가, 언제, 어떻게 만들었는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분명하지 않다는 게 매력입니다. 이로 인해 많은 이야기들이 전해 내려오고 있지요.

 

운주사 천불천탑과 관련한 도선 국사의 전설을 소개합니다.

 

 

“도선국사가 하루에 천불천탑을 세워 새로운 세상을 열어 보고자 했다.

 

그러나 공사가 끝나갈 무렵 일하기 싫어한 동자승이 ‘꼬끼오’하고 닭 울음소리를 내는 통에 석수장이들이 모두 날이 샌 줄 알고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하여, 결국 완성되지 못하고 누워 있는 ‘와불’로 남게 되었다.”

 

 

그래서 세상에서의 도전은 아름답나 봅니다.

 

 

 

 

 

 

 

“당신을 닮은 불상도, 나를 닮은 불상까지 있네!”

 

 

가을이 마지막 순간까지 중생에게 ‘단풍’이란 단어로 아름다움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같은 붉음 가운데서도 붉음이 유독 진한 단풍잎이 보였습니다.

 

‘초록은 동색이다’란 말처럼 비록 동색일지언정, 가슴에 품은 열정은 완전 달랐습니다. 이 ‘다름’ 때문에 세상 읽는 눈에 차이가 있는 것….

 

 

 

 

 

운주사를 한 바퀴 돌아 나오면서 불상들을 보았습니다.

갖가지 모양과 모습을 한, 너부러져 있는 듯한, 그러나 규칙적이며, 뭔가 전달하고자 하는 불상들이었습니다. 해학 속에서 친근함을 느꼈습니다.

 

아내도 같은 느낌이었을까, 입을 열었습니다.

 

 

“당신을 닮은 불상도 있네. 어~, 나를 닮은 불상까지 있네!”

 

 

그렇게 나그네와 자신을 투영하고 싶었을까.

많은 불상 가운데 나그네와 자신을 찾다니, 대단했습니다. 누가, 언제,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더니, 정말 그렇더군요.

 

아내 말을 듣고 다시 불상들을 보았습니다. 영락없이 닮아 있었습니다. 마음먹기 나름.

 

 

아내에 의하면, "나그네를 닮은 불상은 세로로 누워 있는 불상"이었습니다. 또 "아내를 닮은 불상은 단발머리 형태로 가슴에 손을 나란히 얹은 불상"이었습니다.

 

아내는 굳이 왜 이 불상들을 지목했을까? 나그네가 살면서 깨달아야 할 숙제였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등을 떠밀었습니다.

새로운 세상의 발원지라는 운주사는 그대로였습니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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