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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관광지 내에 버젓이 묘지가 있는 이유
화장으로 변하는 추세, 조촐한 가족묘 아쉬워


롯데와 한화그룹 가족묘 도굴에 이어 태광그룹 창업자 묘까지 도굴한 기사가 떴습니다.  거액을 노려 대기업 가족묘를 도굴했다는데, 씁쓸합니다. 짐승만도 못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겠습니다.

이로 인해 떠오르는 장묘 문화가 있습니다. ‘산담’입니다. 산담은 산소의 ‘산’과 산을 둘러친 ‘담’의 합성어로 삶과 죽음의 경계인 돌담입니다. 제주에서 볼 수 있는 장묘 문화입니다.

산담 구조는 간단합니다. 봉분과 비석으로 이뤄진 다른 지역 무덤과 달리, 봉문 주위로 사각 혹은 원형으로 담을 쌓아올린 것입니다. 이는 “짐승의 침입을 막고, 산불이 났을 때 불을 차단하기 위함이다”고 합니다.

대기업 가족묘 도굴 소식을 접하니, 제주의 산담처럼 짐승(도굴꾼)을 막기 위한 돌담을 쳐야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인가? 하는 자괴감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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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 가운데에 자리한 산담.


제주 관광지 내에 버젓이 묘지가 있는 이유

제주를 다니면 자연스레 밭과 오름, 산 등지에서 묘를 보게 됩니다. 유심히 보니 개인 소유의 관광지 내에서도 심심찮게 산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왜 개인 땅에, 그것도 관광지 내에 버젓이 묘지가 있을까?

제주 토박이 양경만 씨는 “제주에서 묘 자리가 한 번 서면 연고가 있든 없던 누구도 건드리지 않는 관습이 있다”면서 “예외가 있긴 한데 관공서에서 개발할 때 이장(移葬) 공고 후 일정기간이 지나야 이장 하는 것 뿐이다”고 설명하더군요.

육지 같으면 분묘 물권이 없으면 바로 이장 조치하거나, 보상 후 옮길 텐데 제주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제야 관광지 내에 있는 묘지가 이해되더군요. 이렇듯 시설물을 설치 시, 묘를 비껴 구조물을 설치하는 아량에서 제주다운 여유와 넉넉한 그들의 문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살아서는 모진 삶이었지만 죽은 후에는 편히 살기를 바라는 제주 사람 마음에서 섬 공동체의 훈훈한 인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어우러진 모습에서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철학으로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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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 내에 자리잡은 산담을 그대로 두고 시설물을 설치했습니다.


화장으로 변하는 추세, 조촐한 가족묘 아쉬워

묘 자리 보는 지관에 대해 양경만 씨는 “마을별로 있던 지관은 세습이었는데 요즘 이를 물려받을 후손이 어디 있냐?”면서 “연로하신 지관들이 돌아가시면 누가 대신할지 걱정이다”고 하더군요. 육지나 섬이나 발복을 찾는 건 마찬가지나 봅니다.

그나저나 제주 장묘 문화도 바뀌고 있습니다. 밭과 오름 등에 산담을 두룬 무덤이 조성되면서 토지 잠식 등이 사회문제가 됨에 따라 매장에서 화장으로 변하는 추세입니다.

 “제주지역 화장률이 2004년 30%를 돌파한 후 2007년 41%, 2008년 43% 등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바람직한 일입니다.

매장에서 화장으로 바뀌는 추세이고 수목장도 관심 받는 시대에 위세를 자랑하는 묘는 사라져야겠습니다. 생각건대, 대기업 가족묘도 조촐하게 조성됐다면 아마 도굴꾼 표적이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검소한 매장 문화가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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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minjine.kr/story BlogIcon 뽀글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제주에는 넉넉하고 후한 문화가있군요.. 도굴꾼들.. 정말 어찌그런나쁜일은하는지..에휴..
    알수가 없네요..

    2010.01.29 12:07

“별 일 없으면 고사리 끊으러 가시죠?”
개진달래의 화사함에 취한 아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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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한 고사리.


“여보, 자네 좋아하는 고사리 끊으러 갈까?”

아내에게 선심 쓰듯 던지니 OK 사인이 바로 떨어집니다. 지인에게 전화를 겁니다. 이 부부는 고사리를 즐기는 만큼, 고사리 끊기도 즐깁니다. 그리고 고사리가 어느 곳에 많은지도 꿰차고 있습니다. 헛걸음 안하려면 이게 장땡입니다.

“사모님, 오늘 무슨 스케줄 있나요? 별 일 없으면 고사리 끊으러 가시죠?”
“가만있어 봐요. 바꿔 줄게요.”

가고 싶으니 남편 설득하라는 의미로 전화를 바꿨을 게다. 웃음 가득한 목소리로 봐서. 아니나 다를까, 다른 부부와 같이 점심식사 후 가자는 의견이 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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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사리 산에서 나가시오!

여수시 소라면의 고사리가 많다는 어느 산으로 향합니다. 먼저 고사리를 끊어 내려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방 가득 들었습니다. 저들이 먼저 훑었으니 남아날까, 싶습니다.

나무숲을 헤치고 고사리를 살피니 드문드문 보입니다. 아직 때가 이른 것 같습니다. 비 한 번 오면 금방 솟아날 것인데. 이거 날 샌 건 아닐까? 미심쩍은 마음으로 자리를 옮겨 다닙니다.

전혀 엉뚱한 쪽에서 써늘하고 차가운 목소리가 귓가에 스칩니다. 다른 이들도 고사리를 끊고 있음을 확인합니다.

“여기는 우리 고사리 산이요. 고사리 농사짓는 산이란 말이요. 어여, 나가시오. 끊은 건 다 놔두고 가시오.”

한 마디에 일행들 썰렁한 기운이 감돕니다. 참 인심 한 번 야박합니다. 목소리가 새어 나왔던 쪽에서 도란도란 소리가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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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진달래.

어째 이상했다니깐…

“어서 나가라니까.”
“…. 아저씨, 장난이지요?”
“…하하하. 장난이요. 하하하하”

싸늘했던 분위기가 일순간 확 펴집니다. 숨죽이던 일행, 그제야 “어째 이상했다니깐. 무슨 고사리 농사를 지어요. 그런 말 듣도 보도 못했소. 난 끊은 고사리 뺏길까봐 얼릉 가방에 넣었잖아요.”하며 숨통이 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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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가 어디 있나?

고 아저씨 정말 웃기는 아저씨죠? 그들과도 친해집니다. “여기는 우리가 훑었으니 다른 쪽으로 가보시오.”라며 훈수도 듭니다. 제비꽃, 양지꽃, 개불알풀, 진달래, 개진달래, 철쭉, 각시붓꽃 등이 지천으로 널렸습니다.

고사리를 끊다 말고 개진달래의 화려함에 반했는지 향을 맡는 아낙도 생깁니다. “제 사진 올릴 때 개진달래에 취한 아낙이라 이름 지어 주세요.”합니다. 역시 봄은 여인을 꿈틀거리게 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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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진달래 자태에 취한 아낙.

“야, 너 거기가 어딘 줄 알고 들어갔어?”

아들 녀석 어느 틈에 일행을 놀래 킬 심산으로 이장하고 구멍만 남은 묘 안에 들어가 있다가 갑작스레 “까쿵” 합니다. 동심(童心)은 동심인가 봅니다. 그대로 당할 어른들이 아니죠.

“야, 너 거기가 어딘 줄 알고 들어갔어?”
“여기가 어딘데요?”

아들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며 의기양양하게 서 있다가 무슨 일 있냐는 듯한 표정으로 당당히 물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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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는 죽은 할머니 할아버지들 시체를 모셨던 묘지여. 니 거기가 얼마나 무서운 줄도 모르고 들어갔어? 아아, 니 할머니 따라 다니면 어쩌려고 그래? 오늘 밤에 죽은 할머니가 꿈에 나올라. 얼른 나와.”

아들, 화들짝 기겁을 하고 잽싸게 나옵니다. “하하하하” 웃음이 터집니다. 제 엄마 놀래 키려다 오히려 아들이 기겁을 합니다. 아들, 이후로 내내 엄마 옆에 바짝 붙어 다닙니다.

봄은 아지랑이, 야생화, 꽃 등만이 맛은 아닙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 오순도순 정겨움을 나누는 맛도 있습니다. 이 봄은 남녘에서 타올라 윗녘으로 오르겠지요. 사람 정까지 윗녘으로 올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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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진, 신상건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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