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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45

 

 

“할아버지, 담뱃불 좀 있으면 빌려주세요.”
우리나라 이대로 안 된다며 입을 모았다.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주제는 권선징악이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불과 수세기 만에 동방예의지국에서 동방개판지국으로 전락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교육에 있었다.

 

 

 가르치는 사람을 왜 선생이라 하는가. 선생이란 먼저 태어난 사람이란 뜻이다. 그 만큼 경험과 지혜가 앞선 사람이기 때문에 선생이라고 하는 것이다. 단순한 지식전달자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인성교육으로 부터의 출발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가르친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어른이면 누구나가 가르칠 수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 내용은 눈에 보이는 것과 귀에 들리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었다.

 

 

 굳이 교육을 시킬 장소가 따로 정해놓을 필요는 없었다. 어른이 지나가면 담배를 피우다가도 숨겨야하고 노인이 옆에 서있으면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교육의 힘이었다. 밥상머리 교육에서부터 길거리 교육에까지 이 땅의 어른 된 자가 가르쳐야 할 몫이었다.

 

 

 언젠가 마을에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시골노인이 도시에 사는 아들네 집에 갔다가 하도 무료하여 실비 집을 찾았다. 혼자서 소주 한 병을 앞에 놓고 살아온 인생을 회고하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어깨를 툭툭 치더라는 것이다.

 

 

 설마 이곳에서 나를 아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고개를 돌려보니 글쎄 학생으로 보이는 딸아이가 손가락 사이에 길쭉한 담배를 끼우고는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할아버지, 담뱃불 좀 있으면 빌려주세요.”

 

 

 그래도 시골에서 풍월깨나 읊으며 소시 적에는 공자 왈 정도는 하였는데 귀때기가 새파란, 그것도 아직 분 냄새가 마르지 않은 딸애가 담뱃불을 빌려 달라고 했으니 눈에 불이 튈 지경이었다.

 

 

  “이년이…….”

 

 

 노인은 용수철같이 일어나 손바닥으로 딸애의 등짝을 후려갈겼다. 그러자 그 아이가 일어서며 하는 말이 더 가관이었다.

 

 

  “이 영감이 험한 꼴을 못 봤나.”

 

 

 그 아이는 느긋하게 112에 전화를 했고 그 노인은 순찰차에 실려 파출소에서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어르신, 때리긴 왜 때립니까? 때리면 죄가 성립된다 말입니다.”
  “노인에게 담배 불 빌려 달라는 것은 죄가 안 된단 말이오?”
  “안 빌려주면 될 것 아닙니까?”

 

 

 다행히 원만하게 해결이 되어 노인이 나오기는 했지만 그는 세상 꼴이 이게 뭐냐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고 비상도는 그 말에 어떤 식으로든 응수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왜 등짝을 때렸습니까? 두 손으로 담뱃불을 붙여 드려야죠.”

 

 

 그 말끝에 모두 웃은 적이 있었다. 사람들은 흔히 하는 말로 우리나라가 이대로는 안 된다며 입을 모았다. 시쳇말로 ‘개판’이라는 것이다.

 

 

 남을 밟고서라도 제 자식만은 출세하기를 가르치는 가정교육과 인성이야 어찌 되었던 돈을 최고의 덕목으로 가르치는 학교 교육이 동맹을 맺어 정의를 말하면 어리석고 양심을 지키면 손해 본다는 가치가 전도된 세상으로 바꿔놓았다.

 

 

 ‘말세’라는 말을 들은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지만 누구 한 사람 예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있었던가. 입만 열면 지식인이요 지성인이며 지도자인데 왜 모두들 경제에만 열을 올리는가. 사회질서는 바닥세를 보이는데 주가만 오르면 그만인 것인가.

 

 

 이 땅에 도덕이 실종되었음은 우리 모두의 탓이기도 하지만 그 중에서 가진 자와 지도자와 가르치는 자의 책임이 모두 같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들의 사회적인 책임은 막중하기 때문이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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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14

 

 

“나를 찾아오려면 한 달 치 양식은 가져와야 할 게야.”
용화도 어느덧 소년의 티를 벗고 있었다!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고 있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사실 조서를 꾸미는 일은 부하직원들이 맡아 하는 일이었다. 굳이 천 경장이 이 일을 맡고 나선 것은 나이트클럽 종업원들에게 들은 그의 무술실력 때문에 호기심이 발동한 까닭이었다.

 

 

  “이름도 못 쓸 것 같으니 내가 적는 게 빠르겠어.”

 

 

 그는 종이를 당겨 상도(常道)라고 적었다. 그리고는 주먹들을 향해 물었다.

 

 

  “어이 젊은이들, 내가 너희들을 때리던가?”
  “그건 아니고… 아무튼… 그냥… 나도 모르게 주저앉아…….”
  “이봐 경찰, 저들이 맞은 게 아니라잖아. 내가 여기 있을 이유가 없지?”

 

 

 천 경장이 그들에게 물었다.

 

 

  “그럼 당신들이 아저씨를 폭행한 거요?”
  “그것도 아니고, 그게 좀 이상하긴 한데…….”


  “그럼 쌍방이 고소할 의사가 없는 겁니까?”
  “네.”

 

 

 젊은이들이 이구동성으로 합창했다.
 그들이 나가고 난 뒤 천 경장이 커피 한 잔을 뽑아와 비상도 앞에 놓았다.

 

 

  “선생님, 운동하셨어요?”
  “왜 배우고 싶어?”


  “그게 아니라 아무튼 대단하십니다. 그런데 혹시 사시는 곳이?”
  “가야산 골짜기에 집이 있긴 하지만 잘 붙어 있질 않아. 아마 와도 만나기 힘들 거야.”

 

 

 비상도가 일어났고 천 경장이 문을 열었다. 그가 돌아서며 천 경장을 불렀다.

 

 

  “이봐, 혹시 나를 찾아오려면 한 달 치 양식은 가져와야 할 게야.”

 

 

 천 경장은 초면에 웬 반말이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왠지 모를 그의 당당함 앞에 주눅이 들었다.

 

 

  “예, 알겠습니다.”

 

 

 그가 나가고 난 뒤 천 경장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비상도, 비상도라…….”

 

 

 지금까지 자신이 보아온 무술인 중 단연 으뜸이었다. 물론 젊은이들을 제압하는 과정을 보지는 못했지만 상대를 상처 하나 입히지 않고 무릎 꿇게 한다는 것은 영화에서나 봄직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상대는 건달 세계에 몸담은 싸움을 밥 먹듯이 하는 몸집이 큰 장정 여섯이었다.

 

 

 경찰관인 자신도 무술깨나 한다는 유단자인데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다. 그는 언제고 가야산으로 꼭 그를 찾아가리라 생각했다.

 

 

 비상도가 산으로 돌아온 시간은 밤이 이슥해서였다. 용화가 아직까지 자지 않고 있다가 문을 열었다.

 

 

  “스승님, 다녀오십니까?”
  “그래 자지 않고선.”

 

 

 용화도 어느덧 소년의 티를 벗고 있었다. 


 비상도가 용화를 처음 만난 곳은 서울 용산역에서였다. 첫눈에 보아도 그가 가출한 아이임을 알 수 있었지만 그를 눈 여겨 보지 않았다. 다만 진주로 내려오는 기차 시간을 맞추고 있었다.

 

 

 그가 한쪽 의자에서 누군가가 읽다 버려둔 신문을 주워들고 보고 있을 때였다. 불량배로 보이는 아이들 세 명이 가출소년을 에워싸고 어디로 데려가려는 듯 보였고 그 아이는 끌려가지 않으려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하지만 혼자서 자신보다 큰 아이들 셋을 감당 할 수가 없었던지 밖으로 끌려 나갔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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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13

 

 

오늘은 왜 이리 아저씨 파리들이 귀찮게 구실까?
"입은 겸손한 말이 나올 때 아름다운 것"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고 있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형님, 이젠 됐습니다. 그만 들어가시죠.”
  “그래 수고했다.”

 

 

 그들이 막 발길을 돌리려던 순간이었다.

 

 

  “나도 좀 들어갑시다.”

 

 

  비상도였다.

 

 

  “오늘은 왜 이리 아저씨 파리들이 귀찮게 구실까?”

 


 그들은 투덜대며 비상도를 향해 마주섰다.

 

 

  “아저씬 또 뭐요?”
  “젊었을 적에 못 가본 곳이라 구경이나 할까 싶네만.”


  “아저씬 카바레 같은 곳엘 가야지.”
  “카바레라…. 그런 곳도 있었는가?”


  “이봐요 아저씨. 말장난하기 싫으니 빨리 꺼지는 게 어때?”

 

 

 그들의 저지에도 비상도가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니, 이 아저씨가…”

 

 

 주먹 두 명이 그를 내쫒을 심산으로 달려들었다. 그 순간 비상도의 눈이 매섭게 빛났다.

 

 

  “허윽!”

 

 

 동시에 두 놈이 달려들던 그 자세로 꼼짝없이 서 있었고 극심한 고통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다만 비상도의 양손 끝이 그들의 인중과 염천에 꽂혀 있을 뿐이었다.

 

 그때 다시 세 명이 비상도를 향해 동시에 뛰어들며 힘껏 그를 들어 공중으로 던졌다. 그런데 멀리 날아갔어야 할 비상도를 안고 그대로 맥없이 주저앉았다.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 그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주먹 다섯 명이 힘 한 번 제대로 써 보지도 못하고 땅바닥에 널브러졌다.

 

 눈치 빠른 나머지 한 녀석이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첫눈에 대적 할 수 없는 고수임을 알아본 것이다. 구경꾼들은 일제히 박수를 보내면서도 자신들이 본 사실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서로 얼굴을 마주 볼 뿐이었다.

 

 

  “입은 음식이 들어가는 곳이기도 하지만 겸손한 말이 나올 때 아름다운 것이야!”

 

 

 그가 막 손을 털며 발걸음을 돌리려던 순간이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세 명의 경찰이 비상도를 막아섰다. 누군가가 신고를 한 모양이었다. 경찰은 종업원들의 상황설명을 듣고서도 믿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잠시 후 파출소 안에 천 경장과 비상도가 탁자를 마주하고 앉았다.

 

 

  “선생님, 주민등록증 줘 보세요.”
  “없어.”

 

 

 비상도의 분노는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그는 처음 본 경찰에게 말을 낮추었다.

 

 

  “안 가지고 계신 거예요?”
  “예전에는 있었는데 거추장스러워 강물에 띄워 보냈어.”


  “그럼 성함은요?”
  “성은 비씨고 이름은 상도야.”


  “예? 비씨라는 성은 처음 듣는데요?”
  “아닐 비(非)를 쓰지. 내가 시조야.”


  “…….”
  “국가의 녹을 먹는 사람이 무식하다는 소리를 들으면 되겠어?”

 

 

 그는 직접 한자를 써 보였다. 천 경장은 아무래도 그런 성은 없을 것 같았지만 또 한 번 무식하다는 소릴 들을까 봐 그대로 적었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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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12

 

 알았다는 것인가? 모르겠다는 것인가?

 “너 같은 놈을 보니 선생님들의 고충을 알겠어.”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비상도가 다가서서 차문을 두드렸다.

 

 

  “왜요?”

 

 

 창문을 내린 젊은이가 무슨 일이라도 있었느냐는 듯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내가 손으로 불빛을 가리는 게 보였을 텐데…….”

 

 

 그냥 지나치고도 남을 일을 그의 마음속에 든 분노가 그를 멈추게 만들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불빛으로 남의 얼굴을 비추는 것은 실례가 아닌가? 달리는 차도 아니고 정차를 했으면 전조등은 껐어야지. 더구나 앞에서 사람이 강한 불빛을 받으며 걸어오고 있었어.”


  “참 재수 없으려니…….”

 

 

 젊은이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창문을 올렸다. 다시 비상도가 문을 두드렸다.

 

 

  “아니, 왜요?”


  “알았다는 것인가? 모르겠다는 것인가?”

 

  “내 차 가지고 내 맘대로 하겠다는 데 참 기가 막혀서…….”


  “자신의 몸도 자기 뜻대로 하기 어렵거늘 네 것이라고 마음대로 한다? 그럼 내 손은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말로 들리는데?”


  “왜요, 한 대 치시게요?”

 

 

 걸음을 멈추고 구경하던 어른들이 혀를 찼다.

 

 

  “참, 어른에게 하는 말버릇하고는…….”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뭐라고 했다가는 몰매 맞는 세상이 아닌가?”


  “맞아. 젊은 놈이 상전이지. 눈 귀 막고 입 꿰매고 있는 것이 차라리 속 편해.”

 

 

 차에서 내린 젊은이는 호주머니에 손을 찌른 체 건들거리며 슬슬 웃기까지 했다.

 

 

  “너 같은 놈을 보니 선생님들의 고충을 알겠어. 체벌은 꼭 있어야겠다는 생각이야. 방금 네 놈이 나더러 치겠느냐고 물었지. 물론 그럴 생각이야. 네놈은 두 대를 맞아야겠어. 한 대는 네놈에게 내리는 벌이고 또 한 대는 자식을 잘못 가르친 너의 부모가 맞아야 할 매인 것이야.”

 

 

 말을 마친 비상도가 손을 뻗어 그의 열결과 수삼리를 가볍게 눌렀다. 열결은 손목 바로 위의 급소였고 수삼리는 팔꿈치와 손목의 중간에 위치한 곳이었다. 당장 숨이 넘어갈만한 치명적인 곳은 아니었으나 무거운 통증이 오래 지속되는 자리였다.

 

 

  “헉!”

 

 

 짧은 신음소리와 함께 그가 두 팔을 길게 늘어뜨렸다.

 

 

  “병원에 가도 맞았다는 아무런 단서도 찾아내지 못할 게야. 한 사나흘 운전대를 놓고 생각해 봐. 내가 네 놈에게 어른 앞에서 고개를 숙이라는 교훈을 준 것이야.”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를 뒤로하고 그는 발걸음을 옮겼다. 시내버스 정류소를 네 정거장 가량 걸었을 때 한쪽에서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어느 나이트클럽 앞이었다. 술에 취한 쉰 줄의 남자 세 사람이 출입을 막는 그곳의 종업원들과 한창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왜 못 들어간다는 거야?”


  “글쎄, 아저씨들은 안 된다니까요.”

 

  “이유가 뭐야?”


  “주제를 아셔야지, 물 흐린단 말이에요.”


  “그놈의 물 얼마나 맑은지 나도 구경이나 좀 하자.”

 

 

 실랑이가 거친 몸싸움으로 번지고 있었다. 구경꾼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그때 주먹으로 보이는 여섯 명의 청년들이 큰 체구를 흔들어대며 모습을 드러냈다.

 

 

  “뭔 일이야!?”


  “형님, 어서 오십시오. 글쎄 이 아저씨들이 아무리 말려도 막무가내로 들어가려고 하는지라…….”


  “그래?”

 

 

 그들은 종업원더러 비켜나라는 손짓을 하고는 아저씨들 앞으로 튀어나온 배를 들이댔다.

 

 

  “시끄럽게 하지 말고 좋은 말 할 때 그냥 가시죠.”


  “왜들 이러는 거야. 누군 들어가고 누군 안 되는 그런 법이 어디 있어?”

 

 

 아저씨들도 술이 되긴 한 모양이었다.

 

 

  “법으로 미성년자 출입금지가 있는가 하면 여기는 아저씨들 출입금지란 말입니다. 왜 말귀를 못 알아들으실까?”

 

 

 막무가내로 들어가겠다는 그들을 주먹들이 힘으로 밀어붙였다. 한참 밀려난 그들은 그제 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던지 슬슬 꽁무니를 뺐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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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11

 

 저는 스승님과 함께 주무시는 줄 알았습니다!

 하늘의 도가 과연 옳은 것이냐, 그른 것이냐?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두 사람은 밤이 늦도록 마주앉아 있었다. 주로 남재가 이야기를 하였고 비상도는 듣는 입장이었다. 나중에는 어떻게 잠들었는지조차도 모를 정도로 취하였다.

 

 비상도는 해가 산마루 위를 두어 뼘 가량 올라서야 잠에서 깨어났다. 그런데 곁에 있어야 할 형이 보이지 않았다. 얼른 밖으로 나갔다. 마침 용화가 마당을 쓸고 있었다.

 

 

  “큰 스승님을 보지 못하였느냐?”
  “예, 저는 스승님과 함께 주무시는 줄 알았습니다.”

 

 

 언뜻 불안한 생각이 엄습하였다. 마당을 가로질러 스승님 방문을 열었을 때 방 한가운데 급하게 접은 것으로 보이는 쪽지가 놓여 있었다. 비상도는 단숨에 그것을 읽어 내려갔다.

 

 잠시 읽어 내려가던 그가 몸서리를 치며 힘없이 두 팔을 동시에 늘어뜨렸다. 그는 쪽지를 호주머니에 쑤셔 넣고 폭포수를 향해 내달렸다.

 

 

 하지만 형은 이미 그곳에서 몸을 던진 후였다. 그의 몸은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다. 마른 나뭇잎 사이로 강한 아침 햇살이 마치 조명을 쏘아대듯 두 사람을 비추었다.

 

 

  “으아아악…….”

 

 

 비상도는 산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형의 시신을 부둥켜안고 범의 소리로 통곡했다. 마치 자신의 몸뚱아리가 빠개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산을 붙들고 흔들었다.

 

 그는 형을 차가운 땅에 묻고 며칠 동안 방안에 꼼짝도 않고 있었다. 마치 넋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우두커니 앉아 형이 남긴 유서를 다시 꺼내 읽었다.

 

 

 형은 지뢰를 밟은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야외훈련 도중 불만을 품은 신참병이 행정막사에 수류탄을 던졌고 형이 그것을 몸으로 막으려 했던 것을 군 당국에서 사건이 확대되는 것을 염려하여 단순사고로 몰아 간 것이었다.

 

 마침 그때는 모든 병사들이 행군을 나간 뒤였고 그곳에는 행정 일을 맡아오던 그를 포함한 세 사람이 있었으나 이미 그때는 그가 의식이 전혀 없었던 상태라 입막음이 가능했던 것이다.

 

 군에서는 한 때 형을 유공자로 처리하고자 하였으나 그는 주체 할 수 없는 분노로 더러운 혜택을 거부했다. 비상도는 분노로 몸을 떨었다. 심장이 터져 나갈 것처럼 온몸의 피가 역류하고 있었다.

 

 형은 수도 없이 죽음을 생각했을 것이다. 아니 죽음과 현실 사이에서 숱한 갈등을 하며 이 쪽지 하나를 남기기 위해 모진 목숨을 이어왔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떠든다고 누가 귀를 기울여 주기라도 할 것인가. 아니 온전한 상태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천번만번 그 일을 까발렸을 것이다.

 

 

 아무것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그는 스님과 동생에게 만이라도 짓밟힌 자신의 명예에 대해 죽음으로서 진실을 말하려 한 것이었다.

 

 뒤바뀐 현실, 그것은 스님의 부친을 죽인 조운태의 그것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다만 그 가치와 양심이 뒤바뀐 것뿐이었다.

 

 피눈물을 쏟으며 ‘하늘의 도가 과연 옳은 것이냐. 그른 것이냐!’ 하고  외쳤던 저 사마천의 분노가 비상도의 마음속에 깊이 박히고 있었다. 그는 경련을 일으키듯 부르르 떨며 힘껏 주먹을 쥐었다.

 

 

 비상도는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무작정 산을 내려갔다. 뚜렷한 목적지도 없이 버스에 몸을 실었다. 어디든 떠나야 마음이 진정될 것만 같았고 술기운이라도 빌어야 내일을 맞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가 버스에서 내렸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누구를 향한 분노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었다. 그저 그렇게 돌아가는 세상이 미울 뿐이었다. 그가 한참 걸어가고 있을 때 길 옆에 세워둔 승용차에서 유난히 밝은 전조등의 불빛이 자신을 쏘아대고 있었다.

 

 

 비상도는 심하게 눈을 찡그렸다. 자신의 속을 꿰뚫어 보는 것 같은 불빛이 눈에 거슬렸다. 가까이 갈수록 눈이 더 부셔 한 손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자동차의 불빛은 자신을 향해 계속 비웃고 있었다.

 

 형에게서 일어난 분노가 불빛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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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10

 

 

 친일형사가 독립투사 가족에게 가한 모진 고문
 반성하는 자가 없는 비양심에 대한 분노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김홍신의 <인간시장>을 이은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가 방문을 열어젖혔다.

 

 

  “맨발을 드러내 놓고 시장바닥에서 피리를 불고 있던 날씨가 흐린 어느 봄날이었을 거야. 그때 지렁이 한 마리가 내 발을 타고 기어올랐고 그때 난 감촉을 느끼며 비로소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 그 뒤로 내가 맡은 바람결에 스승님과 동생 냄새가 희미하게 실려 왔었지. 그래서 내가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인지도 모르지만.”

 

  “형을 만날 수 있게 돼서 정말 고마워. 사부님께서 떠나실 때 형을 찾으라는 말을 남기셨어.”

 

  “내가 죽지 못하고 살 수 있었던 건 어느 마음씨 고운 아가씨의 한 마디 말 때문이었지. ‘힘들지만 용기를 내세요!’ 제과점 빵을 사서 내 손에 쥐어주고 간 그 아가씨의 말이 지금도 난 잊히지 않아. 내가 읽었던 수많은 책의 가르침보다도 내 마음을 울린 건 ‘힘내세요!’라는 그 짧은 말 한 마디였어.”

 

 

 이상하게 대화가 겉돌고 있었다.


 말을 마친 형은 피곤한 모습으로 자신의 낡은 가방 속을 뒤져 종이뭉치 하나를 꺼냈다.

 

 

  “동생, 이 속에는 스님께서 찾아가신 그 사람의 이름자가 적혀 있을 거야.”

 

 

 비상도는 가방 속에서 얼른 종이를 꺼냈다. 「조운태」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형은 언젠가 스님 방을 청소하다가 우연히 그것을 보게 되었고 그의 죄상에 대해 기록해 둔 것을 혹시 모를 뒷날을 위해 스님 몰래 필사를 해두었던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조부가 스님의 부친과 마찬가지로 독립 운동가였던 점과 무관하지 않았다.

 

 

 조운태는 일제 강점기 고등계 친일형사로 독립투사였던 스님의 부친을 검거하기 위해 당신의 자당이셨던 이 씨를 잡아가 욕 뵈었으며 온가족을 핍박하여 행방을 알아냈다.

 

 

 그 일로 인해 스님의 어머님께서는 자결을 하셨고 그 소식을 들은 당신의 선친께서 제 발로 주재소를 찾아들었다. 조운태는 그에게 모진 고문을 가했다. 손발톱을 다 뽑고 성기에 심지를 말아 넣는 등의 지독한 고문을 자행한 끝에 결국 그를 옥사시켰다.

 

 

 일본이 패망하고 해방이 되었다. 희비가 분명하게 갈렸다. 이제는 친일파들을 단죄하리라 모두들 잔뜩 기대를 하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지만 모든 것이 흐지부지 되기 시작했다.

 

 

 권력을 꿰어 찬 사람이 다름 아닌 친일인사였던 것이다. 그들은 눈치 빠르게 애국자의 탈을 갈아 썼다. 반민특위가 순조롭게 진행 될 리가 없었다.

 

 

 조운태 또한 마찬가지였다. 애국자로 둔갑한 그는 경찰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재산을 불렸다. 그의 외아들인 조천수는 아비의 후광으로 차관까지 지냈고 독립 유공자의 후손들이 가난을 대물림하며 살 때에도 그는 부를 대물림 받으며 권력과 부를 누렸다.

 

 

 스님은 조운태가 죽고 없는 지금 어떻게든 그의 아들인 조천수를 만나 부친의 일을 사과 받고 싶었다.
 
 그것은 이름 석 자 남기지 못하고 이름 모를 산하에서 숨져간 수많은 애국지사들의 한이기도 했지만 멀리 이역만리 만주벌판에서 오로지 조국의 광복을 위해 가족까지 내팽개치며 혼을 불태운 그들의 후손들이 해방 된지 반세기가 훌쩍 넘은 지금도 자신들을 홀대하고 있는 조국에 대한 반항이요 외침이었으며 누구 한 사람 자신의 지난 허물에 대해 반성하는 자가 없는 비양심에 대한 분노였다.(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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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8

 

 스님의 글 앞에 무릎 꿇고 큰절을 올렸다, 왜?

『이제부터 너의 이름은 비상도니라!』

 

 

<비상도 줄거리>

 

 독립투사였던 할아버지로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그는 상해임시정부의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으로 그는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이제 너도 장부가 되었으니 내가 너에게 해 줄 말이 있느니라.”
  “……”

 

  “비상권법은 우리 고려국의 무예였느니라.”
  “예?”

 

  “조선이 개국하고 새 왕조가 득세할 때 비상권법의 대가들은 모두 죽음을 당했어. 왜냐하면 비상권의 고수들은 모두 고려 왕가의 후예들이었고 고려부흥을 꾀할 위험인물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던 것이야.”
  “그런데 어떻게……”

 

  “고려 왕족으로 세상을 떠돌던 왕백산이란 도인이 계셨어. 다행히 그분은 화를 피했으나 더 이상 조선에서 몸을 숨기는 것이 어렵게 되자 중국으로 도피를 하셨고, 뒷날 청나라를 세운 여진족 추장이었던 누르하치의 눈에 띄어 그곳 왕실에서 비상권법의 비법을 전수하였느니라.”
  “그렇다면 그들이 고려국의 무예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숨긴 것입니까?”

 

  “세월이 많이 흐른 탓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그 권법의 맥이 끊어졌으니 우리 것이라고 내세울 수가 없게 된 것이야.”
  “스승님 제가 그 맥을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스님은 잠시 뜸을 들인 뒤 다음 말을 이어갔다.

 

 

  “내가 누군지는 알고 있느냐?”
  “예, 형에게서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동안 내가 너에게 비상권법을 전수해 주었으니 누군가에게 받은 은혜는 물려준 셈이다만 왜 마음 한구석이 이리도 편치 않은지……. 이제는 내가 한 사람을 찾아가 사과를 받아 낼 일이 남았구나.”
  “어딜 다녀오시겠습니까?”  


  “세월이 참 빠르기도 하구나.”

 

 

 스님께서는 동해의 물음에 대답을 피하시고 형 방에서 한참을 그렇게 머물렀다.

 다음날 동해는 어느 때처럼 새벽운동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와 폭포수 아래로 갔으나 어쩐지 예감이 이상했다.

 

 

 얼른 뛰어와 스님이 계신 방문을 열었다. 하지만 방안은 텅 비어 있었고 방 한가운데 하얀 봉투가 놓여 있었다. 그는 얼른 봉투를 열었다.

 

 

 『이제부터 너의 이름은 비상도니라!』

 

 

 짧은 스승님의 글씨였다. 비상도(非常道)라는 말은 도덕경(道德經) 제1장에 나오는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 도로서 도라고 하는 것은 참 도가 아니다.」라는 글귀에서 따온 말로 비상권법 또한 동일한 것이었으며 그 권법이 도가(道家)에서 비롯되었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했다.

 

 

  “스님…….”

 

 

 그분은 스님이기 이전에 자신을 키워준 아버지 같은 존재였고 오늘의 자신을 만들어준 큰 스승이었다.

 

 

 동해는 스님의 글 앞에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렸다. 자신을 수제자로 인정해 주신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자 그동안 자신을 가르쳐준데 데 대한 감사의 인사였다.

 

 

 그것이 스님과의 이별이었고 이후로는 다시 그분을 뵙지 못했다. 그리고 3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다음날 비상도는 용화가 보았다던 곳으로 형을 찾아 읍내로 나섰다. 형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긴장이 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때의 일도 잊었거니 하였다.

 

 

 고아 아닌 고아가 되어 산으로 들어와 형제보다도 더 진한 우정으로 살갗을 맞대며 의지한 긴 시간이었다.

 

 

 어린 나이에 집을 잃은 동해를 형은 늘 가슴 아파하며 훗날 그의 부모를 꼭 찾아 주리라 마음먹었고, 동해는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잃은 형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 적이 있었다.(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허락 없이 불법으로 인용하거나 사용하는 것은 불허하며 고발 조치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출판 의뢰 및 드라마, 영화에 관심 있는 분들의 연락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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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7

 

“스승님, 아무리 그래도 그건…….”
“그놈을 찾지 못하면 잃는 것이 너무 많으니라.”

 

 

 

 동해는 무서우리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하였고 그것이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는 그가 무예에 타고난 천부적인 소질이 크게 한몫했다.

 

 

 비상권법은 결코 사람을 상하게 하지는 않았다. 물론 사람을 단숨에 절명시킬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공격은 인체에 두루 흩어져 있는 급소를 노려 상대를 일시에 무력화 시키는데 있었다.

 

 

 흔히 혈(穴) 또는 경혈(經穴)이라고 하는 곳으로 인체에는 700여 곳이 넘는 급소가 있었으나 일반적으론 공격 대상이 되는 곳은 70여 곳이었다.

 

 10여년의 세월이 훌쩍 지난 어느 날 스님은 동해를 데리고 뒷산으로 올라갔다.

 

 

  “이 나무들이 무슨 나무인지 아느냐?”
  “자작나무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
  “오늘부터 이 나무 네 그루를 네가 죽이 거라.”

 

  “네?”
  “너의 열 손가락과 두 발로 이 나무들이 낙엽을 떨구기 전까지 모두 죽여야 하느니라.”

 

 

 아름드리나무이기도 했지만 한창 물이 오를 데로 오른 질기기로 소문난 나무였다.

 

 

  “스승님, 아무리 그래도 그건…….”
  “나는 진백목(秦白木)으로 하였느니라.”

 

 

 진백목은 흔히 물푸레나무라고도 하는 것으로 나무가 질기고 단단하여 옛날에는 도리깨를 만들어 썼으며 지금도 야구방망이와 스키를 만들어 쓰는 주재료였다.

 

 동해가 나무 네 그루를 죽였을 쯤에는 그의 몸놀림은 전광석화와도 같았다. 

 


 눈을 뜨고 가만히 보고 있어도 보이지 않을 만큼 찰나에 급소 두서너 군데를 찍어 눌렀고 그 힘은 손가락 끝으로 생나무를 찔러 구멍을 내는 무서운 내공을 가지게 되었다.

 

 

  “문(文) 없는 무(武)는 생각 없는 승냥이와 같으니라.”

 

 

 스님의 이 말씀은 동해를 꾸준히 책상머리에 앉게 만들었다. 이제는 남재 형에 관한 일도 그의 뇌리에서 서서히 잊혀져갔다.

 

 

 스님께서 외출 하시는 날이 부쩍 잦아지던 어느 날 수련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형 방문 앞에 스님의 신발이 놓여 있었다.

 

 

 잠시 후 방안에서 피리소리가 들렸다. 형의 피리를 스님께서 불고 계셨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 때 스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들어오너라.”

 

 

 요즘 들어 스님 방에서 술병이 보이는 날이 잦았다. 오늘도 스님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남재를 찾아야 한다. 그놈을 찾지 못하면 잃는 것이 너무 많으니라.”

 

 

 순간 동해는 방망이에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껏 그를 잊고 있었던 송구함에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스님께서는 아직까지도 형을 잊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형의 고모님께서 당부하신 말씀을 지키지 못한 자책이기도 했지만 독립투사의 손자를 그렇게 놓아 보낸 이 나라에 대한 섭섭함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허락 없이 불법으로 인용하거나 사용하는 것은 불허하며 고발 조치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출판 의뢰 및 드라마, 영화에 관심 있는 분들의 연락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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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5

 

 

“스님, 무예를 배우고 싶습니다.”
비밀리에 전해져온 비상권법의 대가, 김대한

 

 


 스님에 대한 억척이 난무했다.

 무림의 고수였을 것이라는 말도 있었고 심지어는 교도소를 탈옥한 사람일 거라는 소문도 들렸다.

 

 하지만 그것을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못했고 그런 사람이 마을의 뒷산에 살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를 든든하게 여겼다.

 

 그날 집으로 돌아온 남재와 동해는 스님을 졸랐다.

 

 

  “스님, 무예를 배우고 싶습니다.”

 

 

 하지만 스님은 그들에게「맹자」라는 책을 던져주었다.

 

 

  “천하의 넓은 집에 살며 천하의 바른 자리에 서며 천하의 바른 도를 행하며…. 대장부라는 말이 거기에서 나왔느니라.”

 

 

 동해도 점차 공부에 흥미가 붙었다.

 알아가는 재미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았다. 특히 남재는 학문에 뛰어나 하나를 들으면 열을 깨우칠 정도였다. 스님께서도 그를 생이지자(生而知者:나면서부터 아는 사람)라 할 정도였다.

 

 그는 벌써「도덕경」을 끝내고「장자」를 읽고 있었으며 동해가 감히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스님께 던지곤 했다.

 

 

  “스님의 도는 공맹과 노장 중 어느 것입니까?”
  “나는 공맹으로 걸으며 노장으로 숨을 쉬느니라.”

 

  “노장으로 걷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뒤로 걷는 것과 같으니라.”

 

 

 공맹과 노장의 도가 서로 상반되는 것을 암시적으로 말하는 것이었지만 동해는 눈만 껌뻑일 뿐이었다.

 

 그러던 중 형이 영장을 받고 군에 입대를 하였다.

 

 

  “나라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는 좋은 기회니라.”

 

 

 큰절을 하는 형에게 스님께서 하신 말씀이었다.

 그런데 전방에서 근무하던 중 지뢰를 밟아 중상을 입었다는 놀라운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당분간 오지 말라는 병원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동해는 몇 번이나 병원문 밖에서 서성거렸다.

 

 

  “혼자 있고 싶다!”

 

 

 어쩌다 얼굴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형은 충격 때문이었는지 고개를 돌린 채 똑같은 말만 되풀이 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형이 좋아하는 참외를 사들고 찾아갔을 때 그는 이미 행방을 감춘 뒤였고 스님과 동해가 백방으로 그를 찾아 나섰지만 허사였다.

 

 

 그가 모두에게서 잊혀져갈 쯤이었다. 김천 어디를 다녀오시던 스님께서 시장바닥에서 피리를 불고 있던 그를 보았고 다가가서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는 일어나 큰절을 올리고는 시야에서 멀어졌다.

 

 

 억지로 데려가 봐야 다시 떠나갈 것을 안 스님께서 그를 더 이상 붙잡지 않았다. 자존심이 강한 그가 누군가의 짐이 되지 않기 위해 그렇게 했을 것이라 짐작은 했지만 동해는 형의 그런 모습을 마음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 뜻밖에도 용화가 읍내에서 남재 형을 본 모양이었다. 당장이라도 뛰어가 형을 끌어안고 싶었지만 다시 멀리 사라져버릴까 두려웠다.

 

 

 그는 밖으로 나와 바위에 걸터앉아 있었지만 좀처럼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발걸음을 옮겨 집에서 조금 떨어진 폭포수로 향했다.

 

 

 형이 그렇게 사라진 뒤로 매일같이 스님께 무예를 배우던 곳이었다. 그는 차가운 물속에 몸을 담갔다. 가을 날씨라고는 하지만 산중의 기온은 이미 초겨울로 들어서 있었다.

 언젠가 형이 스님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있었다.

 

 

 스님께서는 중국 궁중으로만 비밀리에 전해져오던 비상권법의 대가로 그의 본명은 김대한이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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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변재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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