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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은 석류를 좋아해', 아내와 딸 중 미인은 누구?

“우리가 믿을 건 <빽> 밖에 없어. 그치?”
삼섬의 기운 제대로 받으려면 이렇게 하세요!
향기를 간직한 벗과 여수 갯가길을 걸으면서…

 

 

여수 갯가길 굴전의 갯가입니다.

깊은 가을이 앉았습니다. 

 

 

 

“차 두고, 버스 타고 가세.”

 

벗과 함께 길을 걸었습니다. 이름 하여, 여수 갯가길. 이 길은 갯가 길과 갯가 산길의 연속입니다. 어떤 길이 이어질까, 궁금한 곳입니다.

 

여수 돌산 굴전에서부터 월전포까지 걸었습니다. 지난 번과 달리, 도로 위를 걸어 위험했던 구간 밑 갯가길로 나섰습니다.

 

 

“갯가길이라 그런지, 처음인데도 참~ 정겹네!”

 

 

이심전심. 대학시절, 밤 열차를 타고 집에 오던 길에 갯냄새가 코를 스치면 잠결에서도 ‘여수에 다 왔구나!’하고, 눈 뜨게 했던 추억을 공유하기 때문일까.

 

두 말할 것 없이, 갯내음은 여수 사람들에게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나는 고향의 향기입니다. 이 내음에 정겹지 않을 여수 사람 없지요.

 

 

여수 갯가길은  갯가 길과 갯 산길이 거의 반반입니다.

여수 갯가길을 걷는 갯가꾼이 많이 늘었더군요.

 

 

 

“딸 진경이는 수능 후, 잘 쉬고 계시는가?”
“퍼져 자네. 이때처럼 맛있는 잠이 또 있을까.”
“푹 쉬어야지…. 자네 곁님도 고생 많이 했네, 그려!”

“수능과 대학이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불과 몇 퍼센트라고. 세상을 넓게 볼 줄 알아야 한다고 했는데….”

 

 

주저리주저리, 벗과의 수다는 즐거움이었습니다. 마상포 용암 암반 지대에 이르러 어부의 해학이 웃음 짓게 했습니다. 구멍 뚫린 바위에 뱃줄을 묶었더군요. 자연과 어부가 서로 공존하는 모습이었죠.

 

벗이 구멍에 손을 넣고 한바탕 웃었습니다. 해학 속에 질펀하게 엉덩이를 깔고 앉았습니다. 용암 바위에서 점심을 먹기 위함이었습니다.

 

 

자연과 어부의 해학이 뱃줄에 있었습니다.

 

 

 

“뭘 그리 많이 가져왔어?”
“자네랑 둘이 걷는다 했더니, 각시가 이것저것 싸 주대.”
“나는 자연 속에서 먹어야 제 맛 나는 히든카드 가져왔네.”

 

 

친구가 주섬주섬 배낭에서 꺼낸 것은 물김치와 배추, 그리고 젓갈이었습니다. 젓갈에 배추쌈은 야외 점심으로 끝판왕이지요. 요걸 보고 얼굴에 웃음이 실실 맺혔습니다.

 

무슨 말이 필요하리오. 나그네는 김밥, 감, 밤, 석류, 과자 등을 펼쳤습니다. 마음 통하는 벗이라 서로 기막히게 보완하고 있었습니다. 바위 위에 차려진 밥상에 흐뭇했습니다.

 

 

 바위 위 한상 차림입니다. 석류도 보입니다.

배추에 김밥을 놓고... 

깅밥 위에 젓갈을 얹었습니다. 

 

 

“대박! 젓갈과 배추는 생각도 안했는데….”
“배추와 젓갈 먹는 맛에 길을 걷잖아. 이게 빠지면 맛없어.”

 

 

아쉬운 건, 사가지고 온 김밥입니다. 중년 남자가 어찌 곁님에게 ‘나 김밥 좀 싸 주시게’ 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 대안으로 김밥 싸는 거 엄청 좋아하는 아내를 둔 친구를 호출했습니다. 선약이 있던 친구의 동참이 불발이 되면서 어쩔 수 없었지요.

 

 

‘김밥 좀 싸 주시게’

 

 

이 말을 꺼내지 못하고, 배려랍시고 김밥 사갈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팔푼이를 자초한 꼴입니다. 다음에는 나그네도 간 큰 남편이 되어 볼까,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충분히 싸 주고 남은 곁님이라 여기면서…. 설령, “사 가면 안 돼?”라는 말이 나올망정.

 

 

어쨌든,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바닷가 바위 위에서, 배추에 김밥 놓고, 그 위에 젓갈을 얹어 한 입 베어 무는 맛을 무엇으로 표현하리오!

 

하여간,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황제의 밥상이었습니다. 나그네는 여수 갯가길 바위에서 맛에 관한 한 이렇게 황제가 되었습니다.

 

 

배추에 젓갈이면 야외 점심의 끝판왕입니다. 

배추와 젓갈만 먹어도 행복이지요...

갯가길은 어머니들이 갯일 할 때 다니던 바다 길을 말합니다.

 

 

 

꿀맛 같은 점심을 먹고 배낭을 챙겼습니다. 벗, 은근슬쩍 배추쌈 남은 걸 집어넣으면서 석류도 함께 넣었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

 

 

“석류는 우리 집 여자들 줄라네.”
“그러시게. 석류가 시큼하지 않고 달달하니 맛있대.”


“미인은 석류를 좋아한다는데 딸과 아내 중 누가 석류 먹을지 궁금하네. 누가 미인일까?”
“고거 재밌겠네. 집에 가거들랑 누가 먹었는지 문자 넣게나.”

 

 

아내와 딸 중 누가 미인인 줄 판가름 내고 말겠다는 듯 자기 집 여인들을 시험하는 간 큰 친구 얼굴에 장난기 섞인 호기심이 잔뜩 묻어났습니다.

 

아무래도 둘 다 서로 더 ‘예쁘다’고 다투나 봅니다. 나그네가 알기론 둘 다 미인입니다. 친구 집에서 한 바탕 웃음소리가 피어날 상상을 하니, 행복이 그려졌습니다.

 

 

 아름다운 갯가입니다.

이정표가 방향을 일러줍니다.

 

 

 

돌산 우두리 상하동 삼거리 방향으로 걸었습니다. 부부, 직장 동료, 가족, 지인 등 갯가꾼들이 제법 있더군요. 부부가 같이 점심 먹는 모습을 보니 부럽더군요.

 

이 구간도 갯산길과 갯가길이 어우러져 절로 흥이 솟았습니다. 멋진 경치 덕분에 이야기가 술술 풀려 나왔습니다.

 

 

“지금도 곁님 아닌, 아들과 같이 주무시는가?”
“중학교 가기 전까지 상겸이랑 자려고. 각시랑은 언제든 같이 잘 수 있지만 아들은 머리 크면 징그럽다고 마다하지 않는가. 아빠가 아들에게 할 수 있는 건 이런 추억뿐이지 싶네.”

 

 

그렇습니다. <아빠 어디가~>의 여파일까. 아빠들도 예전 권위적이고 위압적인 모습과 많이 달라진 모습입니다.

 

나름, 아이들에게 추억을 남겨주기 위해 몸부림치며 노력하는 중입니다. 부모 자식 간에 친구 같은 아버지와 아들이 어디 있을까 마는, 친구 되려고 애쓰는 게지요.

 

 

 

 

 

 

돌산 우두리 상하동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이곳은 돌산 갓으로 유명합니다. 재래시장에 들고 나가 상하동 갓이라 하면 거뜬히 1천원은 더 받을 정도로 상품가치가 있는 곳입니다.

 

여기저기 돌산 갓 밭에선 김장철 배추 속에 넣을 양념으로 사용할 갓 수확에 바빴습니다. 이 돌산 갓으로 담은 김치는 여수 10미(味) 중 9미랍니다.

 

여수 갯가길은 혼자 걷기에도 안성마춤입니다.

 

 

 

 

“우리가 믿을 건 <빽> 밖에 없어. 그치?”

 

 

이건 또 뭥미. 빽 밖에 믿을 게 없다니…. 이런 말 할 벗이 아니었으므로 그의 입에서 나온 말에 놀라 자빠질 뻔했습니다. 왜 이런 말을 할까. 자초지종이 필요했습니다. 물어보려는 순간 벗이 먼저 말을 이었습니다.

 

 

“서민들이 믿을 건 ‘빽’ 뿐. 내일이면 잘 된다는 믿음 속 <내일>이 우리의 든든한 ‘빽’이지. 안 그런가?”

 

 

그럼, 그렇지…. 맞습니다. 서민들이 믿을 건 ‘내일’이란 뿐. ‘내일’은 가진 자들이 권력과 경제력을 사적 이익을 위해 더럽게 휘둘러도 하나도 부럽지 않은 든든한 배경입니다.

 

물론 ‘내일’ 속에는 ‘후세’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빽’ 때문에 서민들이 오늘을 꿋꿋이 지탱하며 사는 게지요. 역시, 자신의 향기를 간직한 벗이었습니다.

 

 

삼섬입니다.

 

 

 

돌산 월전포(달박구미-달의 밭)에 다다랐습니다. 마지막 종착지는 너럭바위. 삼섬(내치도, 외치도, 죽도, 혈도 등 본래 4개의 섬이지만 죽도와 혈도가 하나로 보인다 해서 ‘삼섬’이라 칭합니다)에서 뿜어져 나온 엄청난 기운을 받기 위함이었습니다.

 

이 기운은 앞으로 세계 경제를 이끌어 갈 경제 대통령을 탄생시킨다니 오죽하겠습니까.

 

 

이곳에서 기(氣) 받으려면 신발을 벗고 발바닥과 손바닥을 바위에 대야 온전히 받을 수 있습니다. 저번에 이곳에서 받은 기가 2주나 지속되더군요. 5일 째 되던 날, 결국 나그네 입술이 터졌습니다.

 

그냥 무턱대고 기운 받았다간 탈납니다. 덜 정화 된 자연의 기운도 중화제가 필요합니다. 녹차 마실 때, 사이사이 다과(茶菓)를 먹는 것처럼. 

 

 

과일과 과자 등을 먹으면서 기 받기를 권합니다. 넓은 너럭바위 인근은 한정된 사람들을 초청해 야외 연주회 등의 동네 축제를 하면 좋을 장소입니다.

 

그러면 지역 주민도 좋고, 참석자들은 기를 마음껏 받으니 일석이조의 효과가 날 겁니다. 다음에 월전포 사람들과 함께 시도해 볼 참입니다.

 

 

기를 받고 있습니다. 신발 벗어야 하는디...

 

 

 

각설하고, 3시간 여 동안 걷기를 마치고 버스를 탔습니다. 갯가꾼들이 중간 중간 차에 올랐습니다. 몸 상태에 맞게 걷다가 버스를 타는 게지요.

 

버스 기사님 하시는 말씀, “여수 갯가길이 생긴 후 손님이 많이 늘었다”고 합니다. 이래저래 좋은 일입니다.

 

 

월전포는 종점이라 버스 타기가 수월합니다. 

 

 

벗이 보낸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미인은 석류를 좋아해?”의 결론이었습니다.

 

 

“우리 집에도 미인이 살고 있었어…. 우리 딸이 석류를 먼저 먹고 싶어 하더구만…. 아쉽게 난 내 마누라가 먹기를 바랬는데…. 옛날에는 분명 미인이었는데….”

 

 

미인이 있어 완전 다행이라는. 그런데 지금은 곁님이 미인 아니란 소리? 이 친구 큰 일 나겠네….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ㅋㅋㅋ~^^

미인이 석류를 좋아한다고? 금시초문...

바다에도 삶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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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간다 생각하니, 전어 밤젓이 생각나대.”
내가 본 맛의 최고봉, 배추쌈과 전어 밤젓

 

 

 

 

 

 

‘저 배낭에는 뭐가 들었을까?’

 

산행에서의 궁금증입니다. 앞 사람 뒤를 따라가면 보이는 배낭 속 내용은 사실 알고 보면 간단합니다. 옷과 먹을거리가 다입니다. 먹을거리도 커피, 과일, 과자, 사탕, 물, 김밥 등 아주 간단합니다. 그렇지만 먹을거리를 입에 넣는 즐거움은 최고입니다.

 

 

그래선지 ‘염불에는 관심 없고, 잿밥에만 관심 있다’고 하나 봅니다. 그만큼 산행은 먹기 위해 덤으로 하는 것이란 웃긴 소리까지 들릴 정돕니다. 이처럼 산행의 즐거움은 뭐니 뭐니 해도 먹을거리라는 겁니다.

 

 

“나, 오늘 하나 빼고 암 것도 안 가져왔어.”

 

 

지난 주말, 여수 금오도 비렁길 순례에서 친구는 ‘별거 없다’를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특별한 걸 가져왔다’를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친구의 뒤에서 배낭을 보며 걷던 중 무얼 담아 왔을까? 궁금증이 일 무렵, 그가 귓뜸하였습니다.

 

 

“젓갈 하나 가져왔어. 거기에다 배추까지.”

 

 

금오도 비렁길 5코스에서 본 풍경입니다.

 저 배낭엔 뭐가 들었을까?

친구들과 전망대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산행 간다 생각하니, 전어 밤젓이 생각나대.”

 

 

산행에서 대개 먹을거리는 거기서 거기입니다. 그런데 아주 신선하게 젓갈에다 배추를 가져왔다는 겁니다. 친구의 말을 듣자마자 갑자기 입안에서 군침이 확 돌았습니다. 그가 가져 온 젓갈은 그냥 젓갈이 아니었습니다.

 

 

“친구가 예전부터 전어 밤젓 담았다고 가져다 먹어라 하데. 그냥 흘려듣고 말았는데, 산행 간다고 생각하니, 그냥~ 전어 밤젓이 생각나대. 그래 친구에게 전어 밤젓 한통 얻어 왔어.”

 

 

친구가 ‘전어 밤젓’을 가져온 사연입니다. 젓갈은 멸치젓, 갈치속젓, 명란 젓 등 다양합니다. 하지만 전어 밤젓은 여수 맛의 명품 중 하나로 꼽힐 만큼 기찹니다. 친구의 사연이 여기서 끝나면 ‘그런가 보다’ 할 텐데,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전어 밤젓을 가져다가 내가 직접 양념했어.”
“네 각시가 양념 한 게 아니라, 정말 네가 직접?”
“밤젓에다 깨, 마늘, 고추, 고춧가루 등을 넣고 휘휘 저어 가져 왔어. 이건 맛의 종결자야.”

 

 

대체 어떤 맛이라고, 맛의 종결자로 규정하는 걸까? 속으로 ‘먹어보고 아니면 넌 죽었어’ 했습니다. 드디어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전어 밤젓입니다.

 사실, 이거 하나면 끝입니다.

친구가 직접 했다는 전어 밤젓 양념도 일품이었습니다.

 

 

내가 먹어 본 맛의 최고봉, 배추쌈과 전어 밤젓

 

전망대에 자리를 깔았습니다. 먹을거리를 챙겼던 그가 실실 웃으며 배낭에서 김밥이며, 배추를 꺼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친구가 숨겨두었던 전어 밤젓까지 나왔습니다.

 

 

“야, 이 젓갈 먹어 봐.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를 맛일 테니.”

 

 

두 말하면 잔소리. 먹어 봐야 맛을 알죠. 배추 속 하나를 손에 올린 후, 그 위에 김밥을 얹고, 밤젓과 고추를 올렸습니다. 입을 크게 벌려 배추쌈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우걱우걱 씹었습니다. '아~, 그 맛이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습니다.

  

 

지금까지 산행에서 먹어 왔던 맛이란 맛에 대한 기억들은 모조리 사라졌습니다. 배추쌈에 먹은 전어 밤젓은 맛의 초고봉이었습니다. 경치고 뭐고, 볼 틈이 없었습니다. 염치 볼 것 없이 허겁지겁 먹어댔습니다. 그러면서 친구에게 연신 엄지손가락을 펼쳐보였습니다.

 

 

어떻게 전어 밤젓과 배추를 가져 올 생각을 했는지…. 그를 업어주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 맛이란…. 아직까지 금오도 비렁길에서 먹었던 배추와 전어 밤젓이 뚜렷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산행 길, 배추에 전어 밤젓 한 번 가져가 보세요.

 

 

전어 밤젓을 가져 온 친구(좌). 업어주고 싶었습니다.

금오도 비렁길 5코스에서 본 안도대교입니다.

김밥에 전어 밤젓과 고추를 얹었습니다. 아, 그 맛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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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hansfood.tistory.com BlogIcon 한스~   수정/삭제   댓글쓰기

    모니터에서만 봐도 그 냄새와 감칠맛이 느껴집니다..^^ 오이랑 같이 먹어도 맛나겠어요..

    2013.01.19 12:10 신고
  2. 침질질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외국 사는데 먹고 싶은 한국 음식 거의 못먹고 사는데 정말 이런 젓갈은 흑흑 눈물이 날지경이네요 저금해서 한국으로 날아가야겠슴다

    2013.01.21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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