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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0.23 “나도 저랬구나!” 나를 일깨워준 술 문화 관찰 (1)

이를 어째? 지인들과의 곤혹스런 번개팅 ‘유혹’
“술꾼이 술 안마시고 앉아 있으려니 죽을 맛이지?”
좋은 사람과 술자리를 통해 비로소 나 자신을 보다!
치아 치료 중 술자리를 통해 얻은 엉뚱한 깨달음

[여수 맛집] 여수시 신기동 '미담마차' 계절음식

 

 

 

미담마차의 선어회. 병어는 벌써 다 먹고...

 

 

 

세상살이에 대한 깨달음은 때와 장소를 떠나 어떤 순간에도 오나 봅니다. 최근 술 마실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애써 외면했습니다. 이빨이 시원찮았기 때문입니다. 잇몸이 붓고 염증이 생겼지 뭡니까. 최악이었습니다. 20여 년간 주치의였던 오창주 대표원장을 찾아 여수 모아 치과 병원에 갔습니다.

 

 

“잇몸 뼈가 녹아 이 두개는 빼야겠는데. 그리고 두 개는 임플란트 해야겠어.”

 

 

염증만 걱정했는데 잇몸 뼈가 녹았답니다. 치료를 미룰 수 없는 상황. 세 시간여를 치료받고 나니, 입안이 얼얼하대요. 완전 중노동이었습니다. 다음 번 진료 날짜를 잡고, 주의사항 듣고 나가려는데 최후통첩이 이어졌습니다.

 

 

“술과 담배는 일주일 간 참으세요.”

 

 

뭐라? 담배는 안 피운지 일 년 하고도 십 개월째니 접어두죠. 문제는 술이었습니다. 인류 최대 발명품인 ‘술’을, 그것도 장장 일주일씩이나 마시지 말라니 이게 말이 됩니까. 그래도 어쩌겠어요. 고생 안하려면 작심하고 일주일은 참아야했습니다. 안 그랬다간 저만 손해지요. 유혹이 없으면 견딜 수 있습니다.

 

 

 

 

이를 어째? 지인들과의 곤혹스런 번개팅 ‘유혹’

 

 

“OO이가 오늘 저녁 6시에 번개팅 하자는디?”

 

 

망설였습니다. 야속했습니다. 꼭 일이 있으면 더 성화입니다. 만나는 것 자체만으로 좋은 기운을 받는 일행들의 유혹을 어찌해야 할까? 머리로는 “안 돼”를 외쳤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이미 '참석 중'이었습니다. “이러면 안 돼”하며, 다시 마음 다잡았습니다.

 

 

“저는 오늘 안 돼요.”
“와?”


“이빨 치료 때매 술 못 마셔요.”
“아, 맞다. 이 치료 한다 캤제. 그냥 가만 앉아 있어라.”

 

 

끝까지 망설였습니다. 술꾼이 그 좋아하는 술 마시지 않고, 꿔다 논 보리자루 같이 앉아 있는 것도 영 아니라는 생각. 그렇지만 형님들 얼굴만이라도 보자 싶었습니다. 결국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단골 선술집인 여수시 신기동의 ‘미담마차’로 향했습니다. 다들 벌써 와 계시대요.

 

 

이를 어째. 상차림이 무척이나 걸었습니다. 밑반찬이 왕새우, 소라, 양념게장, 꽃게탕 등 다른 때보다 더 푸짐했습니다. 안주는 삼치와 병어 및 통 갑오징어였습니다. 푸짐한 상 앞에서 곤혹스럽기는 또 난생 처음이었습니다. 치아를 해 넣기 전, 임시 치아를 낀 지 이틀밖에 안 된 덕분에 씹기가 엄청 불편한 탓이었습니다.

 

 

 

임시로 끼게 된 임시 치아입니다.

 

 

 

 

“술꾼이 술 안마시고 앉아 있으려니 죽을 맛이지?”

 

 

“오늘 임 작가는 술 못 묵는다!”
“우리 아우님이 와?”


“하하~. 이빨 치료 중이란다. ㅋㅋ~.”
“사장님, 우리 아우님은 술 대신 밥 주세요.”

 

 

나 원 참. 저도 이런 날이 올 줄 몰랐습니다. “한 잔만 하지”라는 유혹에도 꿋꿋이 술 대신 잔에 물을 채워 건배했습니다. 어느 덧 두 병으로 출발한 여수 막걸리가 열병으로 늘었습니다. 역시나 술 앞에 장사 없대요. 지인들 차츰 얼굴이 붉어지고, 목소리가 커지고, 웃음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그 중에도 놀려댔습니다.

 

 

“술꾼이 술 안마시고 있으려니 죽을 맛이지?”

 

 

놀림에도 꿈쩍 않고 두 손 모아 방실방실 웃기만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니 물 마시는 것과 음식 먹는 것조차 어색하대요. 후회막급, ‘괜히 왔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어쩌겠어요. 맑은 날이 있으면 흐린 날도 있는 법. 마음 고쳐먹었습니다. 현 상황을 느끼고 즐기는 게 최선이라 여겼습니다.

 

 

반성되데요. 그동안 저는 일방적으로 술 마시는 사람 편이었습니다. 입장 바꿔 생각한다는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알겠대요. 술 안 마시는 사람들이 술자리 지키는 곤욕을 이해하겠더라고요. 건배와 술잔 돌리기 등 술 마시기 싫다는 사람에게 억지로 술 마시게 강권하는 문화의 폐해를 느끼겠대요. 이 보다 더 곤혹스러웠던 건 따로 있었습니다.

 

 

 

 

 

“나도 저랬구나!” 나를 일깨워준 술 문화 관찰

 

 

지인들, 술이 거나해지자 했던 말이 반복되었습니다. 또한 재미없는 말이 길어졌습니다. 이걸, 술 마실 때마다 당해야 하는 사람 입장에선 죽을 맛이겠더군요. 또 목소리는 얼마나 큰지. 그러다 의외 반응이 나왔습니다. 지인이 손을 지긋이 잡고 하는 말이 우스웠습니다.

 

 

“우리 아우님이 말도 없이 방긋방긋 웃기만 하니까 너무 재밌다. 새색시처럼 다소곳하게 두 손 모아 앉아 있는 게 어색하고 색다르다. 임 작가한테도 이렇게 다소곳한 면이 있었네. 이 모습 적응 안 되면서 좋다.”

 

 

대꾸하지 않았습니다. 정신 말짱하게 앉아있는 나조차 적응 되지 않는 현실이었으니까. 그냥 웃었습니다. 술 취한 사람에게 대꾸해서 통할 일이 아니었으니까. 보기만 해도 좋은, 서로 만나 술 한 잔 나누면 더 즐겁고 맛난 자리는 세 시간여 만에 마무리 되었습니다. 한 가지 다행이었던 건, 지인들이 기분 좋게 취해 스트레스를 확 날려버렸다는 점입니다.

 

 

'술 한 잔 더 보다, 술 적당히 마시는 인내와 지혜가 필요하다!'

 

 

치아 치료 중, 번개 술자리를 통해 얻은 깨달음입니다. 걸음걸이마저 반듯하게 걷다가 일순간 비틀거리는 현실. 어찌됐건, 술자리를 통해 그동안 몰랐던, 알고 싶지 않았던, 술 취하는 과정에 대한 썩 유쾌하지 않은 관찰이었습니다. 세 시간 동안 멍하니 멀뚱멀뚱 앉아 있으면서 얻은 반성은 이겁니다.

 

 

“나도 저랬구나!”

 

 

 

 

푸짐한 한상 차림이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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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10.2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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