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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의 남자들과 ‘보리딸기’

인생이, 사랑이 대롱대롱 담겼더이다.
[초보자의 야생화 따라잡기 8] 보리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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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했던 시절, 보리 고개를 넘을 때 요긴하게 배를 채웠던 ‘보리딸기’. 그래 설까, 열매를 딴 후 빨간 흔적만 남은 보리딸기는 왠지 허전하더이다. 왠지 삶의 생채기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더이다.

우리네는 보리딸기라 불렀는데 보통 산딸기, 멍석딸기라 부르더이다. 보리 고개가 우리 에만 닥칠 건 아닐진대 왜 그랬을까? 궁금하더이다. 검색해도 딱히 이유라 꼽을 만한 게 없더이다. 유추하건대, 보리 씹는 것 같이 입안이 까칠해 그런 게 아닐까 여겨지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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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와 벽계수의 농처럼 느껴지던 ‘산딸기’

산행 길에 산딸기가 한창이더이다. 열매를 머금은 것부터 푸른빛을 지나 빨간색까지 다양하게 물이 올랐더이다. 어떤 것은 손으로 살짝 튕기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농염하게 익었더이다.

산딸기가 새색시 같은 자태로 눈길을 부여잡더니 이내 발길을 잡아끌더이다. 그 자태가 황진이와 벽계수의 쉬어가라는 농처럼 느껴지더이다.

청산리(靑山裏) 벽계수(碧溪水)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창해(一到蒼海)하면 돌아오기 어려우니
명월(明月)이 만공산(滿空山)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뉘가 따먹었는지, 혹은 익어 스스로 떨어졌는지 모를, 열매를 떨어낸 자국마저 분홍빛 은근함으로 남아 유혹하더이다. 저 색은 누가 물들였을까? 자연 빛의 아름다움에 감탄사 절로 터지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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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의 환생처럼 다가오던 ‘산딸기’

한 발짝 내닫으니 함부로 접근 마라는 듯, 아무나 접근할 수 없다는 경고처럼 움푹움푹 들어가는 골을 만들어 자신을 보호하더이다. 그리고는 장미과의 나무답게 가시를 곧추세워 마지막 경계를 늦추지 않더이다.

장미도 가시가 있어야 예쁘다더니 쉬 꺾이는 게 싫은 게지요. 산딸기가 마치 황진이의 환생처럼 다가오더이다.

이만하면 정성을 들인 셈. 산딸기도 마음이 동했는지 드디어 마음 문을 열더이다. 손에 느껴지는 감촉이 벽계수(碧溪水) 같더이다. 이렇게 산딸기, 아니 황진이와 인연이 닿았더이다.

손으로 애무 하듯 열매의 감촉을 느끼다, 드디어 하나를 꺾었더이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길에 반했는지 농익은 산딸기가 사르르 손으로 올라앉더이다. 여인의 휘날리는 머릿결에 흩어지는 연한 향처럼 여린 자연 향이 화~아 퍼지더니 코를 간질거리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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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덕 마음의 ‘시(詩)’와 땡초 지족선사

황진이도 무너뜨리지 못했다는 서경덕처럼 산딸기를 입에 넣지 않으련다 했더이다. 서화담처럼 훗날 아쉬움에 몸을 떠는 시를 읊더라도 말이외다. 이즈음에서 황진이를 품지 못한 후회(?)에 몸을 떠는 서화담의 시 한수 들어보실래요?

마음이 어린 후이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마음이 어리석으니 하는 일이 다 어리석다)
만중운산(萬重雲山)에 어느 님 오리마난(만겹구름 둘러싸인 산에 어느 님이 올까마는?)
지난 잎 부는 바람에 행여 긘 하노라
(바람에 떨어진 낙엽소리에 행여 그인가 하노라.)

산딸기 농염한 자태에 결국 참지 못하고, 애써 벌떡이던 가슴 진정시키며 입안에 쏙 넣었더이다. 감촉을 느끼며 혀로 굴렸더이다. 살짝살짝 애무하듯 이빨로 굴리다 단박에 꽉 깨물었더이다. 태양 아래 영글긴 영글었나 보더이다.

아~! 농익은 산딸기의 톡 터지는 향과 과즙을 감당할 길이 없더이다. 하룻밤에 면벽수행의 고행을 모두 잃었다던 땡초 지족선사가 떠오르더이다. 그 이유를 알겠더이다. 그래선지, 산딸기는 씹으면 씹을수록 스멀스멀 단맛은 사라지고 쓴맛 혹은 신맛이 샘솟더이다. 나중에는 떱떠름한 까칠한 맛까지 나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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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딸기에 인생이 대롱대롱 달렸더이다!

이렇게 보리 고개 시절, 허기진 배를 채웠더이다. 그런데 채웠더니 다시 허기가 지더이다. 추억 속의 배는 채웠을망정 다른 허기는 채워지지 않았나 보더이다. 역시 꽃은 꺾지 않고 감상하는 것이 제일인 것 같더이다. 그건 황진이가 평생토록 사랑했다던 소세양 때문인지도 모르겠나이다.

꿈길 밖에 길이 없어 꿈 따라가니
내 님은 나를 찾아 길 떠나셨네
그 뒤엘랑 날마다 어긋나는 꿈

산다는 것은 꿈을 꾸는 것이겠지요. 아름다운 꿈을. 꿈을 꾼다는 건 희망이 있음이지요. 참 인생의 멋을 아는 희망. 우리는 인생에서 어떤 멋을 남길런지….

보리딸기에도 이렇게 인생이, 사랑이 대롱대롱 담겼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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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운영.


자줏빛 자태를 자랑하는 ‘자운영’
[초보자의 야생화 따라잡기 2] 자운영

집안에 있으면 나른한 지난 주말 오후 길을 나섰습니다. 화창한 날, 여수시 호명동 논두렁에 자줏빛 야생화가 화사하게 피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저게 뭔 꽃이에요?”
“먼 꽃이 아니라 가까운 꽃이에요. 아니, 아직 저걸 몰랐단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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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 개그에 질타(?)가 돌아옵니다. 소 시적엔 이름과 전화번호 외우는 기계였는데 점차 이를 기억하는데 젬병이 되어가는 까닭에 애를 먹습니다. 핑계라도 대야 할 판입니다.

“그게 아니라~. 옆에 식물박사들이 많아 궁금하면 묻기만 하면 돼 굳이 이름 기억할 필요가 없어서 또 물어보는 거예요.”
“자운영(紫雲英)이에요.”

차타고 가다 자줏빛 꽃을 보았는데 자운영을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입니다.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에서 볼 때의 색깔이 확연히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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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비료로 각광받는 ‘자운영’

“옛날에는 가을 추수가 끝나면 자운영 씨를 뿌려 다음 해 봄에 꽃이 피고 난 후 논을 갈아엎고 모를 냅니다. 바로 거름으로 사용되는 겁니다. 뿌리혹박테리아가 있는 콩과 식물은 거름으로 사용되는 작물입니다.”

아하! 화학비료를 대체하는 녹색 비료 작물이라. 설명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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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운영 뿌리.

“자운영은 화학비료와는 달리 자연과 사람에게 이로운 산소를 배출하고, 물을 오염 시키지 않고, 땅을 건강하게 합니다. 그래서 유기농 농사를 짓기 전 자운영을 심어 땅을 거름지게 한 다음 본격적인 유기농법으로 들어갑니다. 한 번 파종하면 매년 파종할 필요 없이 영구적입니다.”

대개 야생화가 그렇듯 자운영 꽃도 단색이 아니라 자줏색과 흰색이 겹쳐 있습니다. 콩과의 두해살이풀로 잎은 어긋나고 9~11개로 된 깃 모양 겹잎입니다. 배고프던 시절 보릿고개를 넘을 때에는 나물로도 사랑받던 풀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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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운영 씨앗.

콩 부채 같은 자운영 씨앗

최상모 선생님이 자운영 씨앗을 들고 왔습니다. 콩과 식물이라더니 콩 부채 같습니다. 덕분에 꽃도 보고 씨앗까지 봅니다. 아는 게 힘이겠지요.

야생화는 이름만 들어도 마치 꽃을 본 듯합니다. ‘자운영’은 자줏빛을 머금은 구름이란 의미라 합니다. 이런 이름을 붙인 옛사람의 지혜가 감탄스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세상은 살수록 맛이 난다더니 정말이지 맛이 나네요. 무엇이든 알아간다는 것 흐뭇하네요.

야생화, 한 번 알아보시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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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인생사가 다 '섬'의 삶일 것입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알콩달콩 풀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때론 진짜 섬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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