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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게 바람맞은 부부, 기어코 승부수를 던지다!
신혼 아닌 부부, 섬에 같이 가면 무슨 흥이 날까?
꽃섬 숲속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전투, 누가 이길까?
꽃섬 상화도, 관광 전략상 ‘찔레꽃’으로 특화 필요





웃꽃섬에서 보는 여수 바다 경관이 압권입니다.



돌담에 지붕을 고정하는 줄까지, 섬 답습니다.



웃꽃섬 상화도 마을입니다.





“당신 낼 뭐해?”



아내의 물음. 뜸을 들였습니다. 같이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는 깊은 바람 앞에. 아내는 연구대상입니다. 올해 결혼 19년차인 남편이랑 아직도 같이 하고픈 게 있을까?


안 그러더니 갑자기 부쩍 같이 뭘 하려고 안달입니다. 대체, 뭐가 찔리는 걸까. 하여튼, 아내가 고맙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백야도 선착장에 차와 사람이 뒤엉켰습니다.



웃꽃섬 상화도 산책로 걷기 두 말하면 잔소립니다다.






섬에게 바람맞은 부부, 기어코 승부수를 던지다!



“지난주에 우리 섬에게 바람 맞았잖아. 낼 만나러 갈까?”



섬에게 바람 맞았다니, 참 멋진 표현입니다. 이렇게 멋스런 여인의 제안을 어찌 마다하리오! 밀당 자체가 필요 없지요. 실은 섬이 아닌 배에게 바람 맞았지요. 배표가 없어 승선 자체를 못했으니.


임호상 시인의 신작 시집 『조금새끼로 운다』에 실린 ‘섬’ 한 수 읊지요.



          섬
                       임호상


    조물주가 실수로 깨트린
    파편 같은 것
    우연히 이곳에 박힌 거야


    아니, 파도처럼 뛰는 당신의 심장에
    승부수를 던진 거야
    한번 허락하면
    평생을 그렇게
    발목 잡혀 살 줄 알면서
    내 모든 걸 단단하게 다짐하고 던진 거야



임호상 시인의 시어(詩語) ‘실수’, ‘우연히’, ‘허락’에 주목합니다. 이걸 ‘운명’으로 읽습니다. 그래선지, 섬은 마음의 고향입니다. 어머니 같이 보듬어 주는 포근한 곳입니다.


또한 내게 ‘발목 잡힌’ 아내처럼 아낌없이 몸을 내어주는 성(性)스런 곳이기도 합니다. 지난 5일, 아내와 함께 간 곳이 여수 화정면 상화도, 일명 ‘꽃섬’입니다.




괭이밥입니다.



봄이 나무에 내려 앉았습니다.





신혼 아닌 부부, 섬에 같이 가면 무슨 흥이 날까?



오전 8시, 여수시 화정면 백야도. 선착장에는 사람과 차가 뒤죽박죽. 이곳은 돌산 신기항과 마찬가지로 대형 주차장 마련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주말과 연휴에는 언제나 붐비기 때문입니다.



이는 금오도 방면과 하화도, 사도 등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이지요. 이를 뻔히 알면서도 늦장을 부렸더니 표는 벌써 마감. 에구 에구, 배는 이미 저만치 가고 있습니다.



하화도 가는 배는 30분 간격으로 있어 괜찮습니다. 하지만 제도, 개도, 상화도, 사도, 낭도 등에 가려면 3시간 30분을 기다려야 합니다. 섬 여행은 배 놓치면 젬병입니다.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고, 시간 때우는 최상의 방법이 있지요.


그것은 화정면 백야도 등대 일대 산책과 함께 화양면 장등 부근 ‘장수만’에서 푸짐하고 맛있는 ‘바지락 칼국수’를 먹는 겁니다. 아점이지요.




철부선입니다.





11시 30분, 철부선에 올랐습니다. 배에 오르니 기분 째집니다. 신혼도 아닌 볼 장 다 본 부부가 섬에 같이 가면 무슨 흥이 나냐고요? 뭘 모르는 말씀. 남자든 여자든 삶은 마음먹기 나름.


여행갈 땐 호랑이 같은 아내가 아니라, 애교 넘치는 애인이거니 생각하면 최고지요. 아내인들 다 늙은 남편과 같이 움직이는 게 좋겠습니까! 같이 움직여 주는 각시라도 감지덕지지요.



배는 제도, 개도, 하화도, 상화도, 사도를 거쳐 낭도에 닿습니다. 목적지인 상화도는 관광객이 몰리는 하화도, 사도와 달리 아주 한산합니다.


실제로 이날 하화도 등은 사람이 무더기로 내리는데 반해 상화도는 8명이 내렸습니다. 그만큼 여유롭습니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산책로가 나옵니다. 어디부터 돌까? 마음 가는대로 움직입니다.




바다와 어울린 집...



바다와 조화 이룬 생활 도구들...





꽃다운 19세에 꽃섬으로 시집 온 이유, 척 알겠네!



상화도는 “지형이 소 머리 같이 생겼다” 하여, 한 때 ‘소섬’으로 불렀답니다. 지금은 ‘꽃섬’이라 부릅니다. 꽃섬은 두 개입니다.


상화도가 ‘웃꽃섬’. 하화도가 ‘아래 꽃섬’이지요. 꽃섬으로 부른 이유는 “동백꽃과 섬모초, 진달래꽃이 섬 전체에 만발했기 때문”이랍니다.


그래 설까, 온통 들꽃 천지입니다. 별꽃, 괭이밥, 염주괴불주머니, 고들빼기, 쥐오줌풀, 보리딸기 등 봄꽃이 만발합니다.



처음부터 섬을 빙 돌면 재미없을 것 같습니다. 하여, 동네를 가로질러 절반씩 팔자 형태로 돌기로 합니다. 동네로 들어서자 돌담이 눈에 확 띱니다. 찔레와 아카시나무의 은은한 꽃향기가 섬을 휘감습니다.


꽃과 바다, 돌담과 바다, 섬과 바다, 집과 섬, 보이는 모든 것이 그림입니다. 아내, “눈이 즐겁다”“원 없이 안구 정화한다!”고 반깁니다. 역시 여인은 여인입니다.



해풍쑥을 캐는 정경엽 할머니입니다.



“팔라고 쑥 캐요. 멍허니 집에 있느니 몸을 놀리는 게 건강에 좋아요.”



정경엽(87) 할머니께서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시며 건강 탓을 합니다. 변명하는 모습에서 자식들이 힘든데 일 그만하시라고 많이 잡았음을 봅니다. 정 할머니는 “19살에 개도에서 웃꽃섬으로 시집”왔답니다.


대개 섬사람들은 육지로의 탈출을 꿈꾸기에 섬으로의 이동을 꺼립니다. 그럼에도 웃꽃섬으로 시집오신 걸 보면 젊은 날 남편 분이 꽤나 멋졌나 봅니다. ‘사랑’은 뭐든 눈멀게 하지요.


그랬는데 “남편이 6년 전, 딸 셋과 아들 둘을 남기고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할머니께서 밭일에 열심인 것은 아마 기댈 남편이 없는 쓸쓸함이 한 몫 거드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쑥이 많네요.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해풍 쑥‘입니다. 웃꽃섬은 ’쑥‘, 아래 꽃섬은 ‘부추’로 특화되어 있습니다.




꽃섬에서의 이런 모습은 자연스런 풍경입니다.



나무를 오르는 덩쿨식물, 이 모습의 연속입니다.





꽃섬 숲속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전투, 누가 이길까?



마을 언덕에서 야영장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흙길을 따라 걷습니다. 덩굴식물들이 소나무 등의 나무를 타고 오르고 있습니다. 그 풍경에서 우거진 여름 속 녹음을 떠올렸습니다. 새소리가 귀를 간질거립니다.


숲 속의 신선한 공기와 은은한 향이 몸에 찌든 스트레스를 앗아갑니다. 어느 새 데크 길이 나옵니다. 우거진 숲 속 낭떠러지 길을 걷기 위한 호구지책입니다.



무심코 걸었는데, 놀라운 풍경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장난 아닙니다. 목숨을 건, 소리 없는 치열한 전쟁 중입니다. 숲 속에서 벌어지는 생각지 못했던 싸움에 어안이 벙벙합니다.


왜? 숲은 상생의 현장이어야만 한다고 여겼을까, 싶었습니다. 정신 차려야 했습니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살폈습니다. 승패는 이미 기울었습니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덩쿨식물 천지입니다. 이건 소리없는 전쟁입니다.



덩쿨식물과 나무의 싸움 끝에 덩쿨식물이 이겼습니다! 그러나 같이 죽어가더군요.



눈으로 보기에는 예쁘기만 한데 속으로는 치열한 전투 중, 자연 학습장입니다.



김지어 콩란까지 나무를 기어오르더군요...





한 눈에 봐도 마삭 줄, 담쟁이, 겨우살이 등 덩굴식물들 승리였습니다. 먹이를 낚아 챈 뱀이 먹잇감을 칭칭 감아 질식사 시키듯 나무를 타고 기어오른 덩굴식물들이 소나무를 뚤뚤 말아 꼼짝 못하게 합니다.


죽음을 피하기 위해 살아 보겠다고 작은 키를 크게 키웠는데도 덩달아 덩치를 키운 덩굴나무가 더욱 의기양양합니다. 점령군이 따로 없습니다. 콩란까지 점령군에 가세한 모양새입니다.



어떤 소나무는 이미 말라 비틀어졌습니다. 더 이상 버디지 못하고 아예 죽은 겁니다. 그런데 소나무를 감쌌던 덩굴식물까지 함께 죽었습니다. 나무 수액을 빼먹고 사는 만큼, 본 나무를 살렸어야 하는데, 혼자 살려다보니 자기도 몰래 같이 죽은 겁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광경입니다. 혼자 돈 벌겠다고 환경을 파괴하는 아둔한 중생을 보는 느낌이랄까.



숲의 생성 및 소멸과 연관된, 나무 사이의 싸움은 한편으로 사람에겐 이익입니다. 나무끼리 싸움에서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서로 내뿜는 항균 독가스가 우리네 인간에겐 ‘피톤치드’이기 때문입니다.


나무들의 전쟁에서 소나무가 일방적으로 지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나 봅니다. 야영장을 돌아 나오면서 소나무에 패한 덩굴식물을 보고 쾌재를 불렀지요. 웃꽃섬, 상화도는 완전 자연학습 체험장이었습니다.




소나무가 이겼습니다. 쾌재를 불렀지요...



싱그러움이 넘쳐납니다.



소나무도 한창 꽃을 피우는 중입니다.






꽃섬 상화도, 관광 전략상 ‘찔레꽃’으로 특화 필요



슬슬 허기가 집니다. 백야도에서 사온 손 두부와 어울릴 막걸리를 얻을 속셈에 가게를 찾았습니다. 어라~, 가게가 없다네. 가게가 없는 건 “부부끼리 하는 고기잡이 벌이가 넉넉하기에 다른 걸 엄두내지 못하기 때문”이랍니다.


필요한 물건은 개인적으로 배타고 육지로 나가 사온답니다. 어쨌든, 다음에는 여수 막걸리를 꼭 사와야겠다는 생각을 위안 삼아 두부만 꾸역꾸역 씹어 삼킵니다. 그 헛헛함이란….



또 걷습니다. 이번에는 선착장~정강산 정상~마을 언덕~마을을 돌아 나오는 산책길입니다. 막걸리 마셨으면 술김에, 파고라~미로공원~약수터를 끼고 걸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사실, 조만간 또 올 생각에 미뤘지요. 정강산 오르는 길 풍광은 아주 빼어납니다.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화양면은 물론이고, 백야도, 제도, 개도, 하화도, 사도, 하계도, 추도, 낭도 등을 한 눈에 다 볼 수 있습니다.




왜 꽃섬이라 하는지 이곳에 오르니 확실히 알겠더군요.



정자와 철쭉, 그리고 섬과 바다...



가만 앉아 있으면 섬의 동화가 흘러 나옵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섬은 마음의 고향입니다.




뿐만 아니라 조망이 여수 화양면과 고흥 적금리를 잇는 다리 공사 진척 상황까지 파악할 수 있을 만큼 어마어마합니다. 십여 년 전 동네만 들렀을 때하곤 완전 다릅니다.


요즘 대세인 ‘섬 관광’에 대비해 새롭게 조망권을 강조한 덕분입니다. 정강산 정상에 흐드러지게 핀 철쭉은 왜 ‘꽃섬’이라 하는지 증명하고 남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손정금(83)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나 고향은 저기 앞에 뵈는 화양면 세포여. 내 나이 열 야덜에 나보다 한 살 더 무근 열아홉 남편과 결혼했어. 남편은 2년 전 저 세상으로 갔어.. 아들만 내리 야섯(6)을 났어. 지금 아덜은 다 부산서 살어. 부산 와서 살어라는디 깝깝허고, 동무도 업고 못 살아. 소일거리로 이 밭만 갈아묵는 재미로 살어.”



보고 싶은 자식들과도 떨어져 옴싹달싹 못하고 섬에 눌러 사시는 손정금 할머니. 이 할머니가 마치 임호상 시인의 시집 『조금새끼로 운다』 에 실린 ‘섬 2’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을 안 쉼터...



선창에는 젊은 부부들이 그물을 손질하고...



바닷가에 팬지 등을 심었더군요.

상화도에 많은 철쭉, 고들빼기, 여수 돌산갓 등을 심으면 좋겠습니다.




        섬 2
                 임호상


    바다에 갇혀 사네
    아니, 바다의 사랑 다 받고 사네
    때로는 은빛 굴레에 속아
    어머니처럼 누이처럼
    마음 다 받아주는 여자
    그냥 그렇게 묻어두고
    못 이기는 척
    알면서도 그냥 그렇게 사네



선창에 서서 바다를 봅니다. 네 쌍의 부부들이 그물 손질 중입니다. 바닷가에 인위적으로 심은 팬지며, 철쭉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왕 심을 거면 찔레나 해당화 등을 심었으면 좋으련만.


웃꽃섬 상화도는 관광 전략상 고들빼기와 찔레꽃이 많은 만큼 바닷가에 고들빼기찔레 및 여수 특산품인 돌산갓을 집중적으로 심어 특화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럼, 해당화는? 뭐든 심사숙고하는 깊은 생각이 필요합니다.





그냥 그립입니다.



문을 재밌게 달았더군요. 자물쇠 대신 숟가락을 달았대요...



아, 꽃섬에 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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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즐기기] 여수 돌산 ‘갯가길’과 보리딸기

 

 

여수 돌산에서 만난 보리딸기입니다.

 

 

“너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느냐?”

 

 

길이 나그네에게 묻습니다.

 

“….”

 

대답이 없습니다. 침묵이 금. 굳이 물음이 필요 없습니다. 나안의 나를 만나면 그만이니까.

 

 

 돌산 갯가길에서 본 오동도와 오동도등대입니다.

"다 어디갔어?"

바다에 떠 있는 상선과 뒤로 보이는 경남 남해까지 그림입니다. 

유혹하는 보리딸기. 

시원한 바다. 

아직 안 따먹었네... 

 길은 나그네의 동반자입니다.

 다 따먹었네?

 바다와 오동도

돌산 달박금이의 용월사입니다. 

 하나라도 먹을래?

바다를 향한 용월사는 해돋이 명소입니다. 

색이 곱습니다. 

바닷길에도 보리딸기가 있습니다. 

 한 손 가득 땄습니다.

무더위에 바다가 그립습니다. 

느리게 걸으니 천하가 보입니다. 

상선들이 쉬고 있습니다. 

보리딸기 한아름 먹었더니 이제 물립니다. 

갯가길에서 본 해안 풍경 

 강한 유혹입니다.

하동 마을 

먹을래? 

갯가길의 해안 풍경은 휴식입니다. 

 아 맛있겠당~^^

 갯벌이 드러났습니다.

친구,  보리딸기 먹느라 정신 없습니다.

 더 먹어?

달박금이(월전포)에서 본 바다와 섬의 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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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의 남자들과 ‘보리딸기’

인생이, 사랑이 대롱대롱 담겼더이다.
[초보자의 야생화 따라잡기 8] 보리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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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했던 시절, 보리 고개를 넘을 때 요긴하게 배를 채웠던 ‘보리딸기’. 그래 설까, 열매를 딴 후 빨간 흔적만 남은 보리딸기는 왠지 허전하더이다. 왠지 삶의 생채기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더이다.

우리네는 보리딸기라 불렀는데 보통 산딸기, 멍석딸기라 부르더이다. 보리 고개가 우리 에만 닥칠 건 아닐진대 왜 그랬을까? 궁금하더이다. 검색해도 딱히 이유라 꼽을 만한 게 없더이다. 유추하건대, 보리 씹는 것 같이 입안이 까칠해 그런 게 아닐까 여겨지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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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와 벽계수의 농처럼 느껴지던 ‘산딸기’

산행 길에 산딸기가 한창이더이다. 열매를 머금은 것부터 푸른빛을 지나 빨간색까지 다양하게 물이 올랐더이다. 어떤 것은 손으로 살짝 튕기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농염하게 익었더이다.

산딸기가 새색시 같은 자태로 눈길을 부여잡더니 이내 발길을 잡아끌더이다. 그 자태가 황진이와 벽계수의 쉬어가라는 농처럼 느껴지더이다.

청산리(靑山裏) 벽계수(碧溪水)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창해(一到蒼海)하면 돌아오기 어려우니
명월(明月)이 만공산(滿空山)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뉘가 따먹었는지, 혹은 익어 스스로 떨어졌는지 모를, 열매를 떨어낸 자국마저 분홍빛 은근함으로 남아 유혹하더이다. 저 색은 누가 물들였을까? 자연 빛의 아름다움에 감탄사 절로 터지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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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의 환생처럼 다가오던 ‘산딸기’

한 발짝 내닫으니 함부로 접근 마라는 듯, 아무나 접근할 수 없다는 경고처럼 움푹움푹 들어가는 골을 만들어 자신을 보호하더이다. 그리고는 장미과의 나무답게 가시를 곧추세워 마지막 경계를 늦추지 않더이다.

장미도 가시가 있어야 예쁘다더니 쉬 꺾이는 게 싫은 게지요. 산딸기가 마치 황진이의 환생처럼 다가오더이다.

이만하면 정성을 들인 셈. 산딸기도 마음이 동했는지 드디어 마음 문을 열더이다. 손에 느껴지는 감촉이 벽계수(碧溪水) 같더이다. 이렇게 산딸기, 아니 황진이와 인연이 닿았더이다.

손으로 애무 하듯 열매의 감촉을 느끼다, 드디어 하나를 꺾었더이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길에 반했는지 농익은 산딸기가 사르르 손으로 올라앉더이다. 여인의 휘날리는 머릿결에 흩어지는 연한 향처럼 여린 자연 향이 화~아 퍼지더니 코를 간질거리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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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덕 마음의 ‘시(詩)’와 땡초 지족선사

황진이도 무너뜨리지 못했다는 서경덕처럼 산딸기를 입에 넣지 않으련다 했더이다. 서화담처럼 훗날 아쉬움에 몸을 떠는 시를 읊더라도 말이외다. 이즈음에서 황진이를 품지 못한 후회(?)에 몸을 떠는 서화담의 시 한수 들어보실래요?

마음이 어린 후이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마음이 어리석으니 하는 일이 다 어리석다)
만중운산(萬重雲山)에 어느 님 오리마난(만겹구름 둘러싸인 산에 어느 님이 올까마는?)
지난 잎 부는 바람에 행여 긘 하노라
(바람에 떨어진 낙엽소리에 행여 그인가 하노라.)

산딸기 농염한 자태에 결국 참지 못하고, 애써 벌떡이던 가슴 진정시키며 입안에 쏙 넣었더이다. 감촉을 느끼며 혀로 굴렸더이다. 살짝살짝 애무하듯 이빨로 굴리다 단박에 꽉 깨물었더이다. 태양 아래 영글긴 영글었나 보더이다.

아~! 농익은 산딸기의 톡 터지는 향과 과즙을 감당할 길이 없더이다. 하룻밤에 면벽수행의 고행을 모두 잃었다던 땡초 지족선사가 떠오르더이다. 그 이유를 알겠더이다. 그래선지, 산딸기는 씹으면 씹을수록 스멀스멀 단맛은 사라지고 쓴맛 혹은 신맛이 샘솟더이다. 나중에는 떱떠름한 까칠한 맛까지 나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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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딸기에 인생이 대롱대롱 달렸더이다!

이렇게 보리 고개 시절, 허기진 배를 채웠더이다. 그런데 채웠더니 다시 허기가 지더이다. 추억 속의 배는 채웠을망정 다른 허기는 채워지지 않았나 보더이다. 역시 꽃은 꺾지 않고 감상하는 것이 제일인 것 같더이다. 그건 황진이가 평생토록 사랑했다던 소세양 때문인지도 모르겠나이다.

꿈길 밖에 길이 없어 꿈 따라가니
내 님은 나를 찾아 길 떠나셨네
그 뒤엘랑 날마다 어긋나는 꿈

산다는 것은 꿈을 꾸는 것이겠지요. 아름다운 꿈을. 꿈을 꾼다는 건 희망이 있음이지요. 참 인생의 멋을 아는 희망. 우리는 인생에서 어떤 멋을 남길런지….

보리딸기에도 이렇게 인생이, 사랑이 대롱대롱 담겼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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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철의 알콩달콩 섬 이야기
각자의 인생사가 다 '섬'의 삶일 것입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알콩달콩 풀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때론 진짜 섬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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