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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본래 그렇게 철이 없어요?”

 

‘결혼은 축복이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해 한 결혼.
이 축복을 제대로 누리기까지 많은 고비들이 있는 것 같다.

이 고비를 슬기롭게 이겨야 천생연분이 되는 것.

“남자들은 본래 그렇게 철이 없어요?”
“그리 생각하면 마음 편해. 결혼생활은 남자들 철들게 하는 과정이야.”

아내에게 걸려온 전화. 뜬금없는 대화가 오간다.
아내 입에서 이런 소리가 나올 줄 몰랐다.
철 없는 남편이랑 살다 보니 도인이 된 거였다.

그렇다면 나는 아내에게 어느 정도 철이 없었던 걸까?

“대체 이런 남자와 살아야 돼요. 말아야 해요?”
“앞으로도 그런 과정과 고비가 더 쌓여야 비로써 부부가 되는 거야.”

뜨끔했다. 맞는 소리라 슬쩍 웃음이 흘렀다.
오랫동안 통화를 끝낸 아내가 전한 자초지종은 이랬다.

 

“운전하다 처음으로 접촉사고가 생겨 신랑에게 도움을 청했다.
신랑은 나 몰라라. 친구 댕기풀이 중이라 갈 수가 없다.”


보험회사 불러 알아서 해결하라는 거다.
그래서 무척 열 받아 씩씩대고 아내에게 전화 하소연을 했다는 거였다.
특히 아내의 도움 요청을 거부하는 남편의 배려 부족에 기가 차다는 것.

이유는 자기 일만 중요하다는 거다.
게다가 남편에게 잔소리 좀 하면 듣기 싫다고 나가서 들어오지 않는단다.

어디서 뭐 하느냐?

“PC방 가서 자기 좋아하는 오락 밤새도록 하다 눈이 시뻘개 들어온다.”

배려하지 않는 남편.
집에 못 들어오게 문 걸어 잠그고 싶어도 PC방 갈 게 뻔해 문을 잠글 수 없다는 것.
이러한 지인의 신혼생활 불똥은 결국 나에게 튀고 말았다. 

“신혼 때 당신 술 먹고 늦게 들어오면 내가 어쨌는지 알아?”

“왜 나까지 걸고넘어져. 이제 어지간히 우려먹어.” 

아내가 두고두고 지금까지 우려먹는 이야기 전말은 이랬다.
연년생 아이 보기에 벅찬데도 남편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질 않았다.
하루는 남편의 늦은 귀가에 화가 잔뜩 난 아내가 내게 복수를 꿈꿨다. 

두 아이 들쳐 업고, 싫어하던 불가마로 피신한 것.
밤새도록 가족을 애타게 찾아 봐야 집에서 남편 기다리는 아내 속을 알겠지 하고.
그러다 이쯤이면 집에 왔겠지 여기며 집에 돌아 왔단다.

그런데 웬 걸.
남편은 자기가 집에 돌아온 뒤에도 몇 시간이나 더 있다가 들어왔다는 거다.
이후로 복수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아내.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 남편은 너무 좋아졌다나.
어쨌거나 부부생활은 고비들이 쌓여야 안정적인 생활로 접어드는 건 확실한 것 같다.

부부로 살아보니 철없는 남편 길들이는 아내들 정말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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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www.meincupcake.de BlogIcon ㅋㅋ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다 그렇게 산다는게 우습죠..

    2011.09.10 06:37


부부?
천생연분에서 원수까지 다양합니다.

나도 지금은 부부?
아주 호적수인 ‘선수끼리 만난다’는 생각입니다.

허락한 외박 후 아내의 모습 때문입니다. 어제 아침, 아내에게 부글부글 끓었지요. 

그 사연 한 번 들어보세요.


아내가 며칠 전부터 그러더군요.

“아가씨 때 친했던 사람이 남편과 서울서 와요. 부부끼리 보재.”

나도 몇 번 봤다는데 기억이 가물가물.
필요한 말만 골라 듣는 묘한 재주(?)가 있어 한쪽 귀로 흘렸지요.
그랬는데, 아내의 지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요지는 집 근처 리조트에 자리를 잡았다며 불가마에서 땀 빼며 밤새 이야기하자는 거더군요.

망설이던 아내에게 외박을 흔쾌히 허락했습니다.

왜냐면 때론 아내에게도 일탈과 함께 스트레스와 숨 쉴 자유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는 주의거든요.

또 나 역시 마침 약속으로 나가야 했으니까. 지인과 한참 이야기 중 전화가 울렸습니다.

 

아내 “아이들 자는 거 확인하고 나왔어요. 정말 밤새고 와도 돼요?”
남편 “말했잖아. 지인들 하고 회포 풀고 당신 출근 지장 없게만 와.”
아내 “역시, 우리 남편 쿨하다. 알았어요. 고마워요. 그럼 다녀와요.”

 

새벽 한 시쯤 들어와 침대에 누웠습니다. 아내의 빈자리를 보며 ‘아이들 학교 가기 전에는 들어오겠지’ 했지요. 아이들 엄마니까.


아침 7시.
아내는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전화했더니 막 잠에서 깬 목소리였습니다.

 

 남편 “뭐해? 빨리 일어나서 와.”
아내 “알았어요. 아이들 일어났어요?”
남편 “이제 깨우려고. 빨리 챙겨 들어나 오셔~.”

 

5분 거리인 리조트에서 올 시간이 지났는데 아내는 무소식이었습니다.

 

 딸ㆍ아들 “엄마가 없네. 엄마 어디 갔어요?”
아빠 “엉. 어제 밤에 엄마 리조트에서 자고 온다 그랬잖아.”
딸ㆍ아들 “그래도 아침 일찍 들어와야 하는 거 아냐?”

 

내 말이~^^. 아이들 학교 갈 때까지도 아내는 집에 오지 않았습니다.
속이 부글부글 끓더군요. 속 타는 마음을 알았는지 8시 경 전화가 왔대요. 

 

아내 “아이들 학교 갔어요?”
남편 “그래, 갔어. 당신 집에 안 오고, 왜 전화질이야.”

 

독 오른 독사마냥 독기를 한방에 내 품고 전화를 냅다 끊었습니다.
‘괜히 자고 오라 했나?’ 후회 막급이대요. 부글부글 끓는 마음 진정하려고 애썼습니다.
반성도 되더군요. 지난 날 신혼시절에 대한 자업자득 아닐까?  

 

오랜 총각시절,
술 먹고 불가마에서 자던 버릇이 결혼 후에도 한동안 이어졌거든요.

당시, 임신한 아내는 오지 않는 신랑 기다리며,

“이 사람과 계속 살아야 돼? 말아야 돼?”

밤새도록 속상했다더군요. 그런 남편이 이제와 무슨 할 말 있겠어요.
뒤늦게 아내에게 피장파장, 보기 좋게 당한 셈이지요.
그래도 나는 새벽같이 들어갔는데….

 

8시 20분. 드디어 아내가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마음을 진정시켰습니다.

 

아내 “저 들어왔어요.”
남편 “어서 와. 지금이 몇 시야?”

아내 “그 가족이 당신하고 같이 해장국 먹자는데, 서슬 파란 당신한테 전화로 말도 못 꺼냈잖아요.”
남편 “무슨 전화가 필요해. 집에 오면 그만이지. 해장국 좋아하시네. 해장국이 넘어가~ ㅠㅠ”

 

그제야 늦은 이유를 알겠더군요.
아무리 그렇더라도 한 집안의 아내와, 주부를 아침 늦게까지 붙잡은 그 부부, 둘 다 이해 안 되대요.

참, 속편한 사람들이다 했지요. 경우가 아니라서요.  


여우같은 마누라가 보낸 이메일입니다.

 

 

눈도장만 찍고 후다닥 출근한 아내가 이메일을 보냈더군요.

 

“역시 예전 같지 않음…. 늙어가고 있는 증거(?)
캠프 다닐 때는 날밤 다 까도 아무렇지도 않더만….
날도 뜨건디… 즐건 하루되삼요. - 각시 보냄”


날밤 깐 각시도 나이 들어가는 걸 느끼나 봅니다. 늙어가는 서글픔이겠죠?

어쨌든, 아내가 병 주고 약주대요.
곰 같은 마누라 보다 여우같은 마누라가 낫다더니, 이메일을 본 후, 부글부글 끓었던 마음이 조금씩 풀리더군요. 
그래서 부부는 선수끼리 만난다고 하나 봐요. 

어젯밤, 아내의 날밤 까기를 두고 가족회의가 있었습니다.
의견은 남녀로 갈렸습니다.

 

“아빠가 허락한 외박이라 괜찮다. 엄마도 자격 충분하고 권리 있다.”
아들 “엄마는 외박하면 안 된다. 왜냐면 아들 옆에 항상 있어야 하니까.”

 

역시, 화성남자, 금성 여자였습니다. 하여튼, 내가 내린 결론은 이거였습니다.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생각대로 살아야 한다!!!’

 

덧붙임
이 글은 사생활 침해 운운하는 아내와 협의를 거친 글입니다.
이로 인해 가족이 함께 부부간 외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역시 블로그는 소통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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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1.08 18:10

“아들 둘을 씻기려면 초죽음이죠. 그래도…”
목욕 후 아이와 손잡고 집에 가는 기분, 상쾌


“목욕탕 갈까?”
“아니요. 저 컴퓨터 할래요.”

일요일, 싫다는 아이를 구슬려 목욕탕에 갔습니다. 오전이라 한산했습니다. 탕은 한 부자가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때 밀기 어른 1만원, 아이 8천원. 맡기면 편하지만 부자지간 끈끈한 정을 포기하는 것 같아 직접 미는 게 최고지요. 머리 감고 탕 속으로 풍덩.  

“어서 들어 와.”

어릴 때 탕 물은 왜 그리 뜨거웠는지. 세월이 흐른 뒤 ‘뜨거움=시원함’을 알았습니다. 하여, 아이의 매번 같은 질문에 똑같은 답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뜨거워요?”
“아니.”
“엇 뜨거. 아빠는 뜨거운데 꼭 아니라고 해요.”

아이와 노닥거린 후 불가마에서 땀도 빼고, 냉온수를 오가는 사이 한 아버지가 때 수건으로 아이 등을 밀고 있었습니다. 그는 때 미는 방법이 저와 다르더군요. 아이 때 밀려면 힘 빠지기 전에 먼저 자신의 몸을 미는 게 상책인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나저나 등밀이 기계에서 등을 밀고 난 후 대강 씻고 아들을 불렀습니다. 아이가 때 수건으로 밀면 아프다며 손으로 밀것을 강력 주문해 꼼짝없이 손을 밀어야 합니다.

“워~매, 때 좀 봐. 까마귀가 친구먹자 그러겠다.”
“때도 없는데, 아빠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동네 목욕탕.


“아들 둘을 씻기려면 초죽음이죠. 그래도…”

등과 팔 다리를 밀고 가슴과 배를 밀려는데 간지럽다며 난립니다. 간지럼은 왜 그리 타는지 손도 못 대게 합니다.

“저 아저씨처럼 때 수건으로 민다? 손으로 밀려면 얼마나 힘든 줄 알아?”

때를 미는 사이, 연거푸 두 명의 아빠가 두 아들을 데리고 탕으로 들어섰습니다. 하나도 힘든데 두 명씩이나 씻길 그들을 생각하면 걱정스럽습니다.

아이에게 해방(?)된 후 불가마에서 몸을 풀었습니다. 두 아이의 아빠가 들어왔습니다. 그에게 말을 시켰습니다.

“아들 둘 씻기려면 힘들겠어요?”
“아들 딸 하나씩 낳아 사이좋게 나눠 씻으면 좋을 텐데, 엄마 따라 여탕에 갈 나이가 지났으니…. 아들 둘을 씻기려면 초죽음이죠. 그래도 내 아인 걸 어쩌겠어요.”

그를 보면서 1남 1녀를 둔 아빠로 행복(?)을 느낍니다. 그래서 요즘 “2녀 1남은 금메달, 1녀 1남은 은메달, 2녀는 동메달, 2남은 목메달”이라 하는지 모르겠네요.

목욕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려는데 그 아빠 아이 등을 밀고 있습니다. 어찌나 정성인지 애틋한 마음이 녹아 있습니다.

후다닥 옷을 입은 아들, 먼저 가겠다고 성화입니다. 먼저 가면 아빠가 사 주는 먹거리를 포기해야 하니 저만 손해지요. 과자를 손에 쥔 아이 입이 벌어졌습니다. 목욕 후 아이와 손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기분처럼 상쾌할 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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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ㅎ다정히 걸어나오는 모습보면 저도 행복해지던걸요.
    노을인 딸 아들이라 하나씩 나눠서.....ㅋㅋㅋ

    잘 보고 가요.

    2010.01.26 09:53 신고

말없이 진행된 아내 외박에 부글부글…
[부부이야기 36] 외박

부창부수라고 아내와 전 몸살감기로 끙끙 앓고 있습니다. 토요일(27일), 아내는 주말 단식에 돌입하며 잠만 잤습니다.

일요일(28일) 아침, 눈을 뜨니 아내가 없었습니다. 운동 갔겠지 여겼습니다. 점심 무렵 통화하니 불가마에 있다더군요. 그런데 저녁에도 오지 않았습니다. 슬슬 화가 나더군요. 밤에 몸살 약 먹은 후 자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그러더군요.

“아빠, 엄마 오늘 자고 오신대요. 몸이 너무 아파 운전을 할 수가 없대요.”
“허허~. 네 엄마가 간이 부어도 단단히 부었군.”

‘말은 그리 했어도 설마 자고 들어오겠어?’ 싶었지요. 한 밤 중에 일어났습니다. 여전히 아내는 귀가 전이었습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아내의 부재는 정신이 확 들게 만들더군요. 아내의 전화기는 꺼져 있었습니다. 걱정되면서도 속이 부글부글 끓었습니다.

부부는 늦으면 늦는다 연락받을 권리가 있다!

아내의 귀가를 기다리는 것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저도 종종 새벽까지 술 마시다, 술 깨기 위해 들렀던 불가마에서 잠이 들어 아침에야 집에 들어간 적이 있기에 반성도 하였습니다. 그럴 때면 아내는 이렇게 항변하곤 했습니다.

“나는 당신 아내다. 부부는 늦으면 늦는다 연락받을 권리가 있다. 자고 들어오는 것 누가 뭐라 하느냐. 아내로 여긴다면 연락이라도 해라.”
“깜빡 잠들었다. 술 마시다 정신이 간 상태에서 어떻게 연락을 하느냐. 신랑이 바람필 위인도 아닌데 믿고 자면 되지, 뭐 하러 기다리느냐.”
“잠은 집에서 자야지, 집 뒀다 뭐하려고 불가마에서 자느냐? 이해 할 수 없다.”

한번은 늦게 들어오는 남편이 싫어 “사람 기다리는 게 어떤 건지 맛 좀 봐라”며 자정께 어린 아이들을 들쳐 업고 불가마로 갔다 합니다. 자려 해도 시끄러워 도저히 잠들 수가 없었던 아내는 “이제 왔겠지 싶어” 두어 시간 후 아이들과 다시 집으로 왔다 합니다. 그런데 웬걸, 남편은 아직 귀가 전. “내가 왜 그랬지.”하고 말았다는군요.

그랬다는데 제가 아내의 귀가를 손꼽아 기다리는 처지가 되니, 그 심정 이해하겠더군요. 아, 이래서 잠을 못 자는구나? 하여간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말없이 결행한 외박 사유에 대한 해명 필요!”

월요일(29일) 오전 8시30분경, 전화가 왔습니다. “바로 출근하겠다.”는 통고였습니다. 헐! 그날 밤에 서로 말을 섞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머릿속은 계산에 바빴습니다. 어떻게 추궁해야 할까? 그럼 아내는 뭐라 답할까?

화요일(30일), 메일을 보냈습니다. “아무런 말없이 결행한 외박 사유에 대한 해명 필요!” 다른 용건 말미에 외박 건을 슬쩍 끼워 넣은 것입니다. 답신이 없었습니다. 쿨한 남편이 되려했던 생각이 싹 사라졌습니다. 저녁, 식탁에 둘러 앉아 말문을 꺼냈습니다.

“너희들 엄마의 예고 없는 외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아빠도 그러잖아요. 아빠도 말없이 외박하면서 엄마만 뭐라 하세요.”

아빠 편이 되어줄 거라 믿었던 아이들이었는데, 완전히 망가지고 말았습니다. 잘못인 줄 알면서도 엄마 편을 들었던 게지요. 여기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허허~’ 너털웃음을 흘리는 것뿐이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야 했습니다.

“당신 뭐 하느라 외박한 거야?”

“당신 뭐 하느라 외박한 거야?”
“무주에서 외부모 가정 아이들 스키캠프가 있었거든요. 몸이 아파 안 가려고 말 안했는데 안갈 수가 있어야죠. 아침에 일어나니 다들 자고 있어 조용히 나갔어요. 그런데 저도 장난기가 발동하더라고요.”

그럼 그렇지. 따질 근거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렇다고 한 마디 안할 수야 있나요.

“살아봐서 알잖아. 일요일 낮에 통화했을 때 불가마란 말 안하고 캠프다 했으면 기다리지도 않잖아. 다음부턴 그러지 마소.”

말은 이리 했어도 별의별 상상을 다했던 터라 겸연쩍었지요. 이를 통해 부부 관계에서도 역지사지가 필요하단 걸 절실히 느껴야 했습니다. 그렇더라도 다음에 또 예고 없는 외박이 결행된다면 용납할 순 없습니다.

그러니 부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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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사람이 어디 갈 데가 있어야지”
밋밋하던 탕 속 물, 점점 뜨거워지고!

동네 목욕탕의 남탕. 평일 오후라 썰렁하다. 아무도 없다. 혼자 전세 낸 느낌이다. 다른 때에도 그러나?

탕 안의 물은 뜨겁지 않고 밋밋하다. 탕 안에 앉으려다 샤워기로 간다. 면도를 하고, 머리를 감는다. 불가마에서 땀을 뺀다. 유리 사이로 벌거숭이 한 사람이 들어온다. 그가 반갑다. 뜨거운 물 틀기가 미안했었다.

그가 먼저 뜨거운 물을 받고 톼리를 튼다. 땀을 씻어낸 후 탕 속에 앉았다. 좀 더 뜨거웠으면 싶다. 먼저 앉은 그도 콸콸 쏟아지는 물 받기가 미안했나 보다. 한 사람이 더 들어온다. 이제 안심이 되는지 그가 뜨거운 물을 더 받는다.

“어, 시원하다!”

그의 소리가 목욕탕 천장에 부딪쳤다 떨어진다. 천정에 붙은 물방울과 함께. 어릴 때 그랬었다. “뜨거워 죽겠는데, 왜 어른들은 시원하다 하지?” 지금은 뜨거움의 시원함을 안다. 그 시원함이 정겨울 나이다.

동네 목욕탕.


“노는 사람이 어디 갈 데가 있어야지!”

때밀이 기계로 다가간다. 언제나처럼 뜨거운 물을 끼얹은 다음 의자에 걸터앉는다. 머리로는 ‘저번에 너무 빡빡 밀어 쓰라렸지? 이번에는 살짝 밀어야지’ 생각한다. 그러나 막상 앉고 나면 빡빡 밀어야 개운하다. 그렇지 않으면 안한 것 같은 느낌이다.

두 사람은 무신경한 표정이다. 동네 목욕탕은 이래서 좋다. 어떤 자세로 때를 밀든 상관하지 않으니까. 덕분에 등과 몸통에 낀 때를 한꺼번에 빡빡 민다.

샤워기 앞에서 비누칠을 하는데 한 사람이 더 들어온다. 그가 옆에서 비누 거품을 씻어내는 사람을 살핀다. 아는 사람인가 보다. 아무런 낌새가 없자 반대편으로 향한다. 목욕탕 기사 하나 건지려면 말들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생전 모르는 사람에게 뻘쭘하게 다가가 이것저것 물을 만큼 넉살이 좋은 것도 아니다. 기사거릴 포기한다.

비누 거품을 씻어낸 사람, 불가마 쪽으로 가다 말고 “왔어?” 말을 건넨다. 옳다 커니 싶다. 기사거리로 다시 회생하는지, 기대 반 우려 반.

“평일 날, 왜 목욕탕에 있대. 일 안하고?”
“일이 없어 놀아. 노는 사람이 어디 갈 데가 있어야지. 목욕탕이라도 와야지 안 그러면 심심해 못살아. 목욕탕은 시간 보내기도 좋거든.”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쾌재를 부른다. 낚시대를 드리운 것도 아닌데 ‘제대로 물었다’는 생각. 이제 기사거리로 낚아채기만 하면 된다.

“노는 사람이 늘어 손님이 좀 더 늘었지?”

옷을 입는다. 이제 계산대에서 평소 손님이 어느 정도인지만 물으면 기사 하나는 건져 올리는 셈이다.

“요즘 손님 많아요?”
“오전에는 별론데 오후에는 좀 있어. 게다가 겨울이잖아.”

“겨울에는 손님이 많은가 보죠?”
“여름에는 시원해 집에서 샤워하고 마는데, 겨울에는 안 씻을 재간이 없거든.”

“요즘 경기하곤 상관없나요?”
“동네 목욕탕이라 별 영향은 없어. 가만 있자 노는 사람이 늘어 손님이 좀 더 늘었지?”

그러고 보니, 그동안 찡그리던 주인장 얼굴이 조금 펴졌다. 아무리 경기가 어렵다 해도 덕 보는 데가 꼭 있다더니 그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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