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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49

 

 

능유제강(能柔制强), 부드러움이 강함을 제압한다!
자세를 낮추면 두려울 것이 없느니라….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주제는 권선징악이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날 밤을 산에서 묵은 그는 다음날 용화를 데리고 아침 일찍 그곳을 빠져 나왔다. 그곳에 더 있는 다는 것은 무리였다. 다행히 노인으로 변장한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모여 자신의 이야기를 화제꺼리로 삼고 있었다.

 

 

  “자네도 뉴스 보았어?”
  “그럼. 그 비상권법이라는 무예 정말 대단해.”


  “혹시 방송에서 과대 포장하는 것은 아닐까?”
  “지난번에 조폭 오십 명을 상대로 싸워 무릎 꿇린 사실을 보면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아.”


  “하긴…….”
  “무예도 그렇지만 그분의 생각이 더 훌륭한 것 같지 않아?”


  “그러게, 누군가는 꼭 했어야 할 일이지. 이놈의 정치판들이 각성을 좀 해야 할 텐데. 생각 같아서는 그놈들부터 족쳤으면 속이 후련하겠어.”

 

 

 용화는 막상 스승님을 따라나서긴 했으나 기쁨과 걱정이 반반이었다.

 

 

  “용화야, 낯선 곳이 두려우냐?”
  “네, 조금은요.”
  “내가 너보다 어린 시절에 산길에서 아주 큰 수놈 멧돼지와 맞닥뜨린 일이 있었느니라.”

 

 

 용화가 바짝 긴장을 하며 관심을 보였다.

 

 

  “둘은 서로 상대방을 쏘아보며 한참동안을 겨루었지. 먼저 등을 보인다는 것은 치명적인 실수가 될 수 있었던 게야. 그런데 서로가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비켜갈 수 있는 방법이 있었어.”
  “그게 어떤 방법입니까?”


  “한참동안 눈싸움을 하며 빈틈을 보이지 않았지.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불리했어. 왜냐하면 두 다리로 버티는 사람이 네 다리로 안정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동물을 이길 수가 없는 법이었거든. 그래서 내가 생각 해 낸 것이 부드러움이었어.  
 언젠가 스승님께서 가르쳐주신 말씀이 생각난 게야. 능유제강(能柔制强), 즉 부드러움이 강한 것을 제압한다는 말이 하필 그때 머리를 스친 것이야. 내가 얼굴에 웃음을 띠며 눈을 깜빡이자 그 멧돼지도 나와 똑같이 눈을 깜빡였어. 몇 번을 그렇게 하던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지나쳐 가던 길을 갈 수 있었어.”
  “재미있습니다. 스승님.”


  “낯선 곳에 가면 사람이 두려울 수 있단다. 그럴 땐 네가 먼저 부드럽게 다가서야 한다. 낯선 환경 또한 마찬가지니라. 자세를 낮추면 두려울 것이 없느니라. 어린 새싹이 꽁꽁 언 땅을 뚫고 나오는 것은 부드러움이기에 가능한 것이야. 나그네의 두꺼운 옷을 벗기는 것은 강한 바람이 아니라 아지랑이 같은 부드러운 봄 햇살임을 명심해야 하느니라.”
  “네, 스승님 새기겠습니다.”

 

 

 터미널에 내리자 성 여사가 차를 가지고 마중을 나와 있었다.

 

 

  “사부님, 어제 큰 사고 치셨죠?”

 

 

 어제의 일을 방송을 통해 본 보양이었다.

 

 

  “오늘은 더 큰 사고를 쳤습니다. 용화를 데리고 왔거든요.”

 

 

 성 여사가 용화를 안았다.

 

 

  “용화야, 이렇게 와주어 정말 고마워.”
  “저도 뵙게 되어 기쁩니다.”

 

 

 세 사람은 호텔로 향했다. 기사 옆에 비상도가 앉고 뒷자리에 성 여사와 용화가 나란히 앉았다. 그녀는 진실로 용화가 온 것이 고마운 모양이었다. 그녀는 가는 내내 용화의 손을 놓지 않았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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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48

 

“저 분의 허리띠를 풀어보면 알게 될 것이오!” 

이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인데...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주제는 권선징악이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고맙소이다!”

 

 

 비상도가 바위에서 내려가려던 참이었다. 이번에는 기자들의 질문공세가 이어졌다.

 

 

  “저 선생님께서 조폭들을 상대로 겨루셨다고 들었는데 선생님의 무예는 뭔가요?”
  “비상권법이란 무예올시다. 원래 우리 고려국의 무예였소.”


  “그렇다면 그 권법이 지금도 전해져오고 있습니까?”
  “아니오. 완전히 맥이 끊어졌소. 불행히도 중국왕가로 비밀리에 전해져오던 것을 다행히 스승님께서 전수 받을 수 있었던 것이오.”

 

  “그 스승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이역만리 용정에서 독립운동을 하셨던 독립투사의 아드님이신 김.대.한이 그분의 함자외다.”


  “중국으로 다시 돌아가셨다던데요.”
  “독립신문에서 보신 그대로입니다.”


  “그렇다면 스승님의 일과 관계된 일이 아닙니까?”
  “처음은 그러했지만 지금은 아니올시다.”


  “앞으로 이 일을 계속 하실 생각이십니까?”
  “물론이오.”


  “많은 사람들이 선생님의 무예를 실제로 보고 싶어 하는데요. 지금 이 자리에서 조금이라도 보여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허허, 그런 것도 해야 하는 것이오. 원한다면 보여드리리다. 대신 내가 여기에 있는 한 사람을 공격할 것이오.”

 

 

 말을 마친 그가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열 걸음 앞에 서 있던 누군가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찔렀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마치 피할 틈도 주지 않은 순간이동이었다. 그는 뒤늦게 알고 뒤로 물러섰지만 이미 비상도의 공격이 끝난 뒤였다.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재빨리 다가간 것인지 놀랄 뿐이었다. 마치 먹이를 노리고 잔뜩 움츠렸다 도약하는 표범의 날렵함이었다. 비상도에게 공격을 받은 사람은 거의 사색이 되어 있었고 그 모습을 본 그가 큰소리로 웃었다.

 

 

  “저 분의 허리띠를 풀어보면 알게 될 것이오.”

 

 

 그가 허리띠를 풀자 새로 생긴 구멍 하나가 뚫려 있었다.
 대단한 내공이었다. 가죽벨트를 그렇게 한다는 것은 무협소설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었고 더 놀라운 일은 정확히 그곳에만 구멍이 뚫렸다는 사실이었다.
 


 힘을 조금 덜 주었다면 완전한 구멍이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고 조금만 더 깊이 찔렀다면 살에 구멍을 내고도 남을 힘이었다. 멀리서 정확하게 그곳을 공격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공격한 타이밍과 힘의 강약조절을 그 짧은 시간에 자유자재로 구사했다는 사실이 눈으로 보고서도 믿기지 않았다.

 

 

  “이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인데요.”

 

 

 사람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였고 더욱이 무술 꽤나 했다는 형사들조차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내 눈엔 매국노들의 후손들이 사과 한마디 않는 것이 더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올시다.”

 

 

 산을 내려오며 형사들은 한마디씩 내뱉었다.

 

 

  “그를 잡는 것보다 호랑이를 잡는 게 수월하겠어.”
  “글쎄 말이야. 오늘 만약 체포하려고 덤볐다면 몸에 구멍깨나 날 뻔 했지.”


  “구멍뿐일까, 뼈까지 으스러졌겠지.”
  “아무튼 대단해. 저런 무예가 지금껏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아.”

  “그런데 말이야, 왠지 존경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영웅이란 말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아.”

 

 

 오늘 산에서 벌어졌던 모든 상황은 영상으로 담겨져 각 언론사와 방송국으로 전송되었고 그날 저녁 뉴스시간에는 비상도의 특집이라고 할 만큼 그를 비중 있게 다루었다.

 한 가지 특이한 사항은 두루마기를 입고 흰 복면을 한 그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묘한 신비감을 느꼈다는 사실이었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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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16

 

 

 

이 길로 곧장 가면 절이 있습니까?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고 있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두 사람은 가벼운 목례를 하며 지나쳤고 열 걸음 정도를 더 걸었을 때 여인이 걸음을 멈추었다.

 

 

  “저, 스님…….”

 

 

 비상도가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섰다.

 

 

  “이 길로 곧장 가면 절이 있습니까?”
  “그렇긴 합니다만 다시 내려오려면 길이 어두울 텐데요.”

 

 

 여인의 얼굴에 장난기 어린 미소가 잠시 스치고 지나가는 듯 했다.

 

 

  “그런데 혹시 비상도 스님이 아니신지?”
  “그렇긴 합니다만 저를 아시는지요?”
  “글쎄요. 스님께서 저를 모른다 하시면 저도 스님을 알 수가 없죠.”

 

 

 마흔 중반쯤의 기품 있어 보이는 얼굴이었다. 한참을 생각하던 비상도가 그제야 생각난 듯 웃음을 지어보였다.

 

 몇 해 전 여름이었다. 비상도의 스승이신 스님께서 옛날 산 아래 마을에서 있었던 황소 제압사건을 두고 그날의 일이 입을 통하여 퍼져나가 서울의 어느 무술인 단체에서 자신을 초청한 적이 있었다.

 

 

 스승님께서 참석할 자리였으나 그때는 이미 스승님께서 행방을 감춘 뒤라 그날은 특별히 제자인 자신이 스님의 자격으로 그 자리에 나갔던 것이다.

 

 

 그는 여러 무술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비교적 가벼운 시범을 보였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가끔 자신에게 무예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 서울 나들이를 하곤 했다.

 

 

 하지만 비상도는 자신이 가진 기량을 숨겼다. 그 같은 경지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무예를 잘못 쓰면 사회악이 될 수 있음을 염려한 까닭이었다. 또한 그것은 학교교육이 아닌 인간교육의 완성을 뜻하는 것이었으며 그 같은 교육 방식은 옛날 자신이 가르침을 받았던 그런 수업과 수련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라 믿었다.

 

 

  “성 사장님이시죠?”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시범을 보였던 장소가 백제호텔이었고 비상도를 위해 굳이 사장인 그녀가 저녁식사를 접대 하겠다고 하여 같은 자리에서 꽤 오랜 시간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스님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그녀가 다시 한 번 허리를 숙였다.

 

 

  “그런데 늦은 이 시간에 어떻게…….”
  “몇 번이나 오고 싶었으나 시간이 나질 않아 늘 생각만 하다가 산사의 냄새가 너무 간  절하여 모두 놓고 달려 왔습니다. 서울에서 오다 보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요.”

 

 

 비상도도 농으로 받았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마중을 나오고 싶었나 봅니다.”
  “그냥 지나치시던데요?”
  “워낙 미인이시라 누가 쫒아오지 않나 살피려던 참이었죠.”

 

 

 성 사장은 웃으면서도 그 말이 그리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런데 어딜 가시는 길이세요?”
  “술 생각이 나서 도둑걸음을 놓던 중이었습니다.”
  “어머, 그러세요? 저도 저녁을 놓쳐 시장하던 참이었는데…….”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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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13

 

 

오늘은 왜 이리 아저씨 파리들이 귀찮게 구실까?
"입은 겸손한 말이 나올 때 아름다운 것"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고 있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형님, 이젠 됐습니다. 그만 들어가시죠.”
  “그래 수고했다.”

 

 

 그들이 막 발길을 돌리려던 순간이었다.

 

 

  “나도 좀 들어갑시다.”

 

 

  비상도였다.

 

 

  “오늘은 왜 이리 아저씨 파리들이 귀찮게 구실까?”

 


 그들은 투덜대며 비상도를 향해 마주섰다.

 

 

  “아저씬 또 뭐요?”
  “젊었을 적에 못 가본 곳이라 구경이나 할까 싶네만.”


  “아저씬 카바레 같은 곳엘 가야지.”
  “카바레라…. 그런 곳도 있었는가?”


  “이봐요 아저씨. 말장난하기 싫으니 빨리 꺼지는 게 어때?”

 

 

 그들의 저지에도 비상도가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니, 이 아저씨가…”

 

 

 주먹 두 명이 그를 내쫒을 심산으로 달려들었다. 그 순간 비상도의 눈이 매섭게 빛났다.

 

 

  “허윽!”

 

 

 동시에 두 놈이 달려들던 그 자세로 꼼짝없이 서 있었고 극심한 고통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다만 비상도의 양손 끝이 그들의 인중과 염천에 꽂혀 있을 뿐이었다.

 

 그때 다시 세 명이 비상도를 향해 동시에 뛰어들며 힘껏 그를 들어 공중으로 던졌다. 그런데 멀리 날아갔어야 할 비상도를 안고 그대로 맥없이 주저앉았다.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 그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주먹 다섯 명이 힘 한 번 제대로 써 보지도 못하고 땅바닥에 널브러졌다.

 

 눈치 빠른 나머지 한 녀석이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첫눈에 대적 할 수 없는 고수임을 알아본 것이다. 구경꾼들은 일제히 박수를 보내면서도 자신들이 본 사실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서로 얼굴을 마주 볼 뿐이었다.

 

 

  “입은 음식이 들어가는 곳이기도 하지만 겸손한 말이 나올 때 아름다운 것이야!”

 

 

 그가 막 손을 털며 발걸음을 돌리려던 순간이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세 명의 경찰이 비상도를 막아섰다. 누군가가 신고를 한 모양이었다. 경찰은 종업원들의 상황설명을 듣고서도 믿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잠시 후 파출소 안에 천 경장과 비상도가 탁자를 마주하고 앉았다.

 

 

  “선생님, 주민등록증 줘 보세요.”
  “없어.”

 

 

 비상도의 분노는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그는 처음 본 경찰에게 말을 낮추었다.

 

 

  “안 가지고 계신 거예요?”
  “예전에는 있었는데 거추장스러워 강물에 띄워 보냈어.”


  “그럼 성함은요?”
  “성은 비씨고 이름은 상도야.”


  “예? 비씨라는 성은 처음 듣는데요?”
  “아닐 비(非)를 쓰지. 내가 시조야.”


  “…….”
  “국가의 녹을 먹는 사람이 무식하다는 소리를 들으면 되겠어?”

 

 

 그는 직접 한자를 써 보였다. 천 경장은 아무래도 그런 성은 없을 것 같았지만 또 한 번 무식하다는 소릴 들을까 봐 그대로 적었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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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10

 

 

 친일형사가 독립투사 가족에게 가한 모진 고문
 반성하는 자가 없는 비양심에 대한 분노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김홍신의 <인간시장>을 이은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가 방문을 열어젖혔다.

 

 

  “맨발을 드러내 놓고 시장바닥에서 피리를 불고 있던 날씨가 흐린 어느 봄날이었을 거야. 그때 지렁이 한 마리가 내 발을 타고 기어올랐고 그때 난 감촉을 느끼며 비로소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 그 뒤로 내가 맡은 바람결에 스승님과 동생 냄새가 희미하게 실려 왔었지. 그래서 내가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인지도 모르지만.”

 

  “형을 만날 수 있게 돼서 정말 고마워. 사부님께서 떠나실 때 형을 찾으라는 말을 남기셨어.”

 

  “내가 죽지 못하고 살 수 있었던 건 어느 마음씨 고운 아가씨의 한 마디 말 때문이었지. ‘힘들지만 용기를 내세요!’ 제과점 빵을 사서 내 손에 쥐어주고 간 그 아가씨의 말이 지금도 난 잊히지 않아. 내가 읽었던 수많은 책의 가르침보다도 내 마음을 울린 건 ‘힘내세요!’라는 그 짧은 말 한 마디였어.”

 

 

 이상하게 대화가 겉돌고 있었다.


 말을 마친 형은 피곤한 모습으로 자신의 낡은 가방 속을 뒤져 종이뭉치 하나를 꺼냈다.

 

 

  “동생, 이 속에는 스님께서 찾아가신 그 사람의 이름자가 적혀 있을 거야.”

 

 

 비상도는 가방 속에서 얼른 종이를 꺼냈다. 「조운태」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형은 언젠가 스님 방을 청소하다가 우연히 그것을 보게 되었고 그의 죄상에 대해 기록해 둔 것을 혹시 모를 뒷날을 위해 스님 몰래 필사를 해두었던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조부가 스님의 부친과 마찬가지로 독립 운동가였던 점과 무관하지 않았다.

 

 

 조운태는 일제 강점기 고등계 친일형사로 독립투사였던 스님의 부친을 검거하기 위해 당신의 자당이셨던 이 씨를 잡아가 욕 뵈었으며 온가족을 핍박하여 행방을 알아냈다.

 

 

 그 일로 인해 스님의 어머님께서는 자결을 하셨고 그 소식을 들은 당신의 선친께서 제 발로 주재소를 찾아들었다. 조운태는 그에게 모진 고문을 가했다. 손발톱을 다 뽑고 성기에 심지를 말아 넣는 등의 지독한 고문을 자행한 끝에 결국 그를 옥사시켰다.

 

 

 일본이 패망하고 해방이 되었다. 희비가 분명하게 갈렸다. 이제는 친일파들을 단죄하리라 모두들 잔뜩 기대를 하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지만 모든 것이 흐지부지 되기 시작했다.

 

 

 권력을 꿰어 찬 사람이 다름 아닌 친일인사였던 것이다. 그들은 눈치 빠르게 애국자의 탈을 갈아 썼다. 반민특위가 순조롭게 진행 될 리가 없었다.

 

 

 조운태 또한 마찬가지였다. 애국자로 둔갑한 그는 경찰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재산을 불렸다. 그의 외아들인 조천수는 아비의 후광으로 차관까지 지냈고 독립 유공자의 후손들이 가난을 대물림하며 살 때에도 그는 부를 대물림 받으며 권력과 부를 누렸다.

 

 

 스님은 조운태가 죽고 없는 지금 어떻게든 그의 아들인 조천수를 만나 부친의 일을 사과 받고 싶었다.
 
 그것은 이름 석 자 남기지 못하고 이름 모를 산하에서 숨져간 수많은 애국지사들의 한이기도 했지만 멀리 이역만리 만주벌판에서 오로지 조국의 광복을 위해 가족까지 내팽개치며 혼을 불태운 그들의 후손들이 해방 된지 반세기가 훌쩍 넘은 지금도 자신들을 홀대하고 있는 조국에 대한 반항이요 외침이었으며 누구 한 사람 자신의 지난 허물에 대해 반성하는 자가 없는 비양심에 대한 분노였다.(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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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8

 

 스님의 글 앞에 무릎 꿇고 큰절을 올렸다, 왜?

『이제부터 너의 이름은 비상도니라!』

 

 

<비상도 줄거리>

 

 독립투사였던 할아버지로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그는 상해임시정부의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으로 그는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이제 너도 장부가 되었으니 내가 너에게 해 줄 말이 있느니라.”
  “……”

 

  “비상권법은 우리 고려국의 무예였느니라.”
  “예?”

 

  “조선이 개국하고 새 왕조가 득세할 때 비상권법의 대가들은 모두 죽음을 당했어. 왜냐하면 비상권의 고수들은 모두 고려 왕가의 후예들이었고 고려부흥을 꾀할 위험인물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던 것이야.”
  “그런데 어떻게……”

 

  “고려 왕족으로 세상을 떠돌던 왕백산이란 도인이 계셨어. 다행히 그분은 화를 피했으나 더 이상 조선에서 몸을 숨기는 것이 어렵게 되자 중국으로 도피를 하셨고, 뒷날 청나라를 세운 여진족 추장이었던 누르하치의 눈에 띄어 그곳 왕실에서 비상권법의 비법을 전수하였느니라.”
  “그렇다면 그들이 고려국의 무예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숨긴 것입니까?”

 

  “세월이 많이 흐른 탓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그 권법의 맥이 끊어졌으니 우리 것이라고 내세울 수가 없게 된 것이야.”
  “스승님 제가 그 맥을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스님은 잠시 뜸을 들인 뒤 다음 말을 이어갔다.

 

 

  “내가 누군지는 알고 있느냐?”
  “예, 형에게서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동안 내가 너에게 비상권법을 전수해 주었으니 누군가에게 받은 은혜는 물려준 셈이다만 왜 마음 한구석이 이리도 편치 않은지……. 이제는 내가 한 사람을 찾아가 사과를 받아 낼 일이 남았구나.”
  “어딜 다녀오시겠습니까?”  


  “세월이 참 빠르기도 하구나.”

 

 

 스님께서는 동해의 물음에 대답을 피하시고 형 방에서 한참을 그렇게 머물렀다.

 다음날 동해는 어느 때처럼 새벽운동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와 폭포수 아래로 갔으나 어쩐지 예감이 이상했다.

 

 

 얼른 뛰어와 스님이 계신 방문을 열었다. 하지만 방안은 텅 비어 있었고 방 한가운데 하얀 봉투가 놓여 있었다. 그는 얼른 봉투를 열었다.

 

 

 『이제부터 너의 이름은 비상도니라!』

 

 

 짧은 스승님의 글씨였다. 비상도(非常道)라는 말은 도덕경(道德經) 제1장에 나오는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 도로서 도라고 하는 것은 참 도가 아니다.」라는 글귀에서 따온 말로 비상권법 또한 동일한 것이었으며 그 권법이 도가(道家)에서 비롯되었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했다.

 

 

  “스님…….”

 

 

 그분은 스님이기 이전에 자신을 키워준 아버지 같은 존재였고 오늘의 자신을 만들어준 큰 스승이었다.

 

 

 동해는 스님의 글 앞에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렸다. 자신을 수제자로 인정해 주신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자 그동안 자신을 가르쳐준데 데 대한 감사의 인사였다.

 

 

 그것이 스님과의 이별이었고 이후로는 다시 그분을 뵙지 못했다. 그리고 3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다음날 비상도는 용화가 보았다던 곳으로 형을 찾아 읍내로 나섰다. 형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긴장이 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때의 일도 잊었거니 하였다.

 

 

 고아 아닌 고아가 되어 산으로 들어와 형제보다도 더 진한 우정으로 살갗을 맞대며 의지한 긴 시간이었다.

 

 

 어린 나이에 집을 잃은 동해를 형은 늘 가슴 아파하며 훗날 그의 부모를 꼭 찾아 주리라 마음먹었고, 동해는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잃은 형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 적이 있었다.(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허락 없이 불법으로 인용하거나 사용하는 것은 불허하며 고발 조치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출판 의뢰 및 드라마, 영화에 관심 있는 분들의 연락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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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7

 

“스승님, 아무리 그래도 그건…….”
“그놈을 찾지 못하면 잃는 것이 너무 많으니라.”

 

 

 

 동해는 무서우리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하였고 그것이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는 그가 무예에 타고난 천부적인 소질이 크게 한몫했다.

 

 

 비상권법은 결코 사람을 상하게 하지는 않았다. 물론 사람을 단숨에 절명시킬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공격은 인체에 두루 흩어져 있는 급소를 노려 상대를 일시에 무력화 시키는데 있었다.

 

 

 흔히 혈(穴) 또는 경혈(經穴)이라고 하는 곳으로 인체에는 700여 곳이 넘는 급소가 있었으나 일반적으론 공격 대상이 되는 곳은 70여 곳이었다.

 

 10여년의 세월이 훌쩍 지난 어느 날 스님은 동해를 데리고 뒷산으로 올라갔다.

 

 

  “이 나무들이 무슨 나무인지 아느냐?”
  “자작나무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
  “오늘부터 이 나무 네 그루를 네가 죽이 거라.”

 

  “네?”
  “너의 열 손가락과 두 발로 이 나무들이 낙엽을 떨구기 전까지 모두 죽여야 하느니라.”

 

 

 아름드리나무이기도 했지만 한창 물이 오를 데로 오른 질기기로 소문난 나무였다.

 

 

  “스승님, 아무리 그래도 그건…….”
  “나는 진백목(秦白木)으로 하였느니라.”

 

 

 진백목은 흔히 물푸레나무라고도 하는 것으로 나무가 질기고 단단하여 옛날에는 도리깨를 만들어 썼으며 지금도 야구방망이와 스키를 만들어 쓰는 주재료였다.

 

 동해가 나무 네 그루를 죽였을 쯤에는 그의 몸놀림은 전광석화와도 같았다. 

 


 눈을 뜨고 가만히 보고 있어도 보이지 않을 만큼 찰나에 급소 두서너 군데를 찍어 눌렀고 그 힘은 손가락 끝으로 생나무를 찔러 구멍을 내는 무서운 내공을 가지게 되었다.

 

 

  “문(文) 없는 무(武)는 생각 없는 승냥이와 같으니라.”

 

 

 스님의 이 말씀은 동해를 꾸준히 책상머리에 앉게 만들었다. 이제는 남재 형에 관한 일도 그의 뇌리에서 서서히 잊혀져갔다.

 

 

 스님께서 외출 하시는 날이 부쩍 잦아지던 어느 날 수련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형 방문 앞에 스님의 신발이 놓여 있었다.

 

 

 잠시 후 방안에서 피리소리가 들렸다. 형의 피리를 스님께서 불고 계셨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 때 스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들어오너라.”

 

 

 요즘 들어 스님 방에서 술병이 보이는 날이 잦았다. 오늘도 스님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남재를 찾아야 한다. 그놈을 찾지 못하면 잃는 것이 너무 많으니라.”

 

 

 순간 동해는 방망이에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껏 그를 잊고 있었던 송구함에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스님께서는 아직까지도 형을 잊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형의 고모님께서 당부하신 말씀을 지키지 못한 자책이기도 했지만 독립투사의 손자를 그렇게 놓아 보낸 이 나라에 대한 섭섭함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허락 없이 불법으로 인용하거나 사용하는 것은 불허하며 고발 조치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출판 의뢰 및 드라마, 영화에 관심 있는 분들의 연락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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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6

 

 

“내일부터 비상권법을 배워라.”
최고는 한 사람으로 족해, 두 사람이면 다퉈

 

 


 스님의 부친은 독립 운동가로 상해임시정부의 요원이었으며 당시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사살 이후 한껏 기세가 올라 있던 임정의 노력으로 중국 왕가는 비상권법을 특별히 조선인인 그에게 전수 받을 수 있도록 배려를 하였다. 다만 그의 본명 대신 ‘호야’라는 중국식 이름을 갖게 한 것은 그들만의 자존심이었다.

 

 

 뒷날 공산당이 들어서고 비상권의 대가들은 위험인물로 낙인 찍혀 뿔뿔이 흩어지고 대부분 정부의 인권유린에 항거하다 처형을 당했거나 몸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심한 고문을 당해 그 무예는 세상에서 서서히 사라져 갔다.

 

 

 스님 또한 정치범으로 또 한 때는 단순한 난동주모자로 잡혀 여러 차례 고문을 당한 후 신변의 위협을 느껴 하는 수 없이 밀항선을 탔다. 하지만 스님께서 모국인 대한민국을 택한 진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그가 처음으로 터를 잡은 곳이 이곳 가야산이었다. 비교적 남의 이목에서 자유로울 수가 있었고 심신을 가꾸기에도 더 할 나위 없는 적당한 장소였다. 그러던 중 남재를 만났고 동해까지 거두게 되었던 것이다.

 

 

 하루는 남재 형이 손자병법을 읽고 있을 때였다. 스님께서 지나가시며 슬쩍 말을 흘렸다.

 

 

  “그것은 동해에게 주고 너는 시경(詩經)을 읽어라.”

 

 

 지금 생각 해 보면 각자의 자질과 취미에 맞춘 교육방식으로 학문보다는 뜀박질에 더 관심이 많았던 동해에게는 무예를 염두에 두고 계셨던 것이 분명했다.

 

 

  “최고는 한 사람으로 족하니 두 사람이 되면 다투게 되느니라.”

 

 

 스님의 그 말씀으로도 그것을 충분히 짐작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처음 형의 병실을 다녀오던 날 밤 스님은 동해를 불렀다.

 

 

  “내일부터 비상권법을 배워라.”
  “예.”

 

 

 오래 전부터 바라던 일이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혹독 하느니라.”
  “견뎌내겠습니다.”

 

  “외롭느니라.”
  “하겠습니다.”

 

  “이십년이 걸릴 수도 있음이야.”
  “삼십년이 걸려도 좋습니다.”

 

 

 수련은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주로 폭포수 아래에서 이루어졌다.
 하루에도 몇 차례 모래주머니를 차고 산꼭대기를 오르내렸고 어깨에 굳은살이 박이도록 통나무를 매고 절벽을 기어올랐다.

 

 

  “새가 날개 짓을 하지 못하면 날 수가 없느니라.”

 

 

 사시사철 눈과 비를 개의치 않았으며 하루도 쉬는 날이 없었다. 땡볕에 껍질이 벗겨지고 혹한에 살갗이 터졌다. 발에 굳은살이 박이기를 수백수천을 거듭하였다. 

 

 

 점차 그의 눈은 매의 날카로움을 닮아갔다. 날렵하기로는 표범의 순발력을 갖추었고 부드러움은 물고기의 움직임을 닮아 있었다. 서 있는 나무 위를 단숨에 예닐곱 걸음 뛰어 올랐으며 웬만한 높이의 나뭇가지 위로 소리 없이 도약해 앉았다.

 

 

 서너 해가 지났을 땐 뛰고 나는 행동 하나에도 발자국 소리는커녕 옷깃 스치는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 모습은 마치 올빼미가 소리 없이 날아와 먹이를 낚아채는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스님은 폭포수 아래의 작은 연못으로 동해를 데리고 갔다. 맑은 물속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쳐 다녔다.

 

 

 연못 한가운데에서 가만히 선 채로 한동안 물속을 응시하던 스님은 갑자기 물속에 손을 찔러 넣었다. 잠시 뒤 손을 빼내었을 땐 두 손가락 사이에 낀 물고기가 파닥거리고 있었다.

 

 

  “네 자신이 물고기가 되지 않으면 어려우니라.”

 

 

 상대방의 마음속으로 동화되어 자신을 잊을 수 있어야만 가능한 수련방법이었다. 몇 개월이 걸려 그것을 완성했을 때 스님은 흙탕물 속에서 물고기를 잡아채도록 했다.

 

 

 그것은 인간이 가진 모든 감각기관을 이용해야 하는 최고난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것으로 마치 눈이 퇴화된 동굴 박쥐가 주파수를 이용해 장애물을 피하며 먹이를 채 가는 방법과 흡사했다.(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허락 없이 불법으로 인용하거나 사용하는 것은 불허하며 고발 조치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출판 의뢰 및 드라마, 영화에 관심 있는 분들의 연락 환영합니다.

 

 

고 변재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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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5

 

 

“스님, 무예를 배우고 싶습니다.”
비밀리에 전해져온 비상권법의 대가, 김대한

 

 


 스님에 대한 억척이 난무했다.

 무림의 고수였을 것이라는 말도 있었고 심지어는 교도소를 탈옥한 사람일 거라는 소문도 들렸다.

 

 하지만 그것을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못했고 그런 사람이 마을의 뒷산에 살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를 든든하게 여겼다.

 

 그날 집으로 돌아온 남재와 동해는 스님을 졸랐다.

 

 

  “스님, 무예를 배우고 싶습니다.”

 

 

 하지만 스님은 그들에게「맹자」라는 책을 던져주었다.

 

 

  “천하의 넓은 집에 살며 천하의 바른 자리에 서며 천하의 바른 도를 행하며…. 대장부라는 말이 거기에서 나왔느니라.”

 

 

 동해도 점차 공부에 흥미가 붙었다.

 알아가는 재미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았다. 특히 남재는 학문에 뛰어나 하나를 들으면 열을 깨우칠 정도였다. 스님께서도 그를 생이지자(生而知者:나면서부터 아는 사람)라 할 정도였다.

 

 그는 벌써「도덕경」을 끝내고「장자」를 읽고 있었으며 동해가 감히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스님께 던지곤 했다.

 

 

  “스님의 도는 공맹과 노장 중 어느 것입니까?”
  “나는 공맹으로 걸으며 노장으로 숨을 쉬느니라.”

 

  “노장으로 걷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뒤로 걷는 것과 같으니라.”

 

 

 공맹과 노장의 도가 서로 상반되는 것을 암시적으로 말하는 것이었지만 동해는 눈만 껌뻑일 뿐이었다.

 

 그러던 중 형이 영장을 받고 군에 입대를 하였다.

 

 

  “나라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는 좋은 기회니라.”

 

 

 큰절을 하는 형에게 스님께서 하신 말씀이었다.

 그런데 전방에서 근무하던 중 지뢰를 밟아 중상을 입었다는 놀라운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당분간 오지 말라는 병원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동해는 몇 번이나 병원문 밖에서 서성거렸다.

 

 

  “혼자 있고 싶다!”

 

 

 어쩌다 얼굴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형은 충격 때문이었는지 고개를 돌린 채 똑같은 말만 되풀이 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형이 좋아하는 참외를 사들고 찾아갔을 때 그는 이미 행방을 감춘 뒤였고 스님과 동해가 백방으로 그를 찾아 나섰지만 허사였다.

 

 

 그가 모두에게서 잊혀져갈 쯤이었다. 김천 어디를 다녀오시던 스님께서 시장바닥에서 피리를 불고 있던 그를 보았고 다가가서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는 일어나 큰절을 올리고는 시야에서 멀어졌다.

 

 

 억지로 데려가 봐야 다시 떠나갈 것을 안 스님께서 그를 더 이상 붙잡지 않았다. 자존심이 강한 그가 누군가의 짐이 되지 않기 위해 그렇게 했을 것이라 짐작은 했지만 동해는 형의 그런 모습을 마음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 뜻밖에도 용화가 읍내에서 남재 형을 본 모양이었다. 당장이라도 뛰어가 형을 끌어안고 싶었지만 다시 멀리 사라져버릴까 두려웠다.

 

 

 그는 밖으로 나와 바위에 걸터앉아 있었지만 좀처럼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발걸음을 옮겨 집에서 조금 떨어진 폭포수로 향했다.

 

 

 형이 그렇게 사라진 뒤로 매일같이 스님께 무예를 배우던 곳이었다. 그는 차가운 물속에 몸을 담갔다. 가을 날씨라고는 하지만 산중의 기온은 이미 초겨울로 들어서 있었다.

 언젠가 형이 스님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있었다.

 

 

 스님께서는 중국 궁중으로만 비밀리에 전해져오던 비상권법의 대가로 그의 본명은 김대한이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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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변재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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