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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섬으로의 여행은 설렘, 해금강과 외도
해금강 안 가고, 외도 가는 이유, 그런가 보다
해금강을 앞마당으로 둔 ‘서자암’, 대단한 안목
여행, 올려다보는 것과 내려다보는 것의 차이
[섬에서 함께 놀자] 거제도 해금강, 외도, 우제봉













거제도 하면 떠오르는 관광지는 ‘해금강’과 ‘외도’입니다. 그러니까 이곳은 18년 전에 왔습니다. 신혼 초, 아내와 함께였지요. 당시, 저 덕분에 결혼했던 부부의 초청으로 얼떨결에 나선 여행길에 우여곡절 많았습니다. 아! 글쎄, 고속도로를 타고 가던 중 차 본 네트가 일어나 식겁했지 뭡니까. 덕분에 아내에게 무지막지한 타박을 받아야 했습니다.



“차 점검도 안하고, 어떻게 아내를 태우고 장거리 운전을 할 수가 있어?”



티격태격 한바탕 부부싸움까지 벌어졌지요. 지금 생각하면 신혼 초의 사랑 놀음인 부부싸움이 그립기도 합니다. 하여간, 철사 등으로 고정한 후 비상등을 켠 채 천신만고 끝에 겨우 당도했던 거제. 똥차에 대한 씁쓸한 기억이 아름다운 거제도 추억이 될 줄 예전엔 미처 몰랐네요.









해금강은 안 가고, 외도만 가는 이유, 그런가 보다




“교수님, 해금강하고 외도 가요.”
“난 외도는 안 갈란다. 너무 자주 갔다. 니 혼자 갔다 오라마.”



이번 거제 여행의 최대 목적인 해금강과 외도 중 하나가 사라질 판이었습니다. 딸랑 둘이 움직이는 여행에서 안 간다는 사람 붙잡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삐져봐야 자기만 손해. 이 일을 어이 할꼬? 거제 토박이들은 일하느라 바쁜 상황. 하여튼 해금강이라도 갈 요량으로 바람의 언덕 밑 선착장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해금강은 안 가고, 외도만 갑니다.”



난감하대요. 유람선이 해금강 안 간다는 생각 전혀 못했습니다. 어떻게 거제도에서 가장 빼어난 절경이라는 해금강, 수억 년간 파도와 바람에 씻기며 만들어진 그 자체가 아름다운 조각품이라는 해금강을 안 갈 수 있을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저 파도가 세 “그런가 보다” 했지요. 기필코 가고야 말겠다는 집념이 갈개마을로 이끌었습니다.



“해금강은 안갑니다.”



크게 실망하며 나왔습니다. 사정을 들은 지인 “코스는 갈낀데?” 합니다. 코스별로 출항기준이 있대요. 그걸 모르고 해금강만 고집했던 겁니다. 외도는 안 간다던 지인, 실망한 저를 보며 “2코스로 가자”며 달래더군요. 알고 보니 “기본 2코스 해금강 주변~ 외도 상륙 포함 2시간 10여분”이 걸리더군요. 감지덕지, 승선권을 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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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섬으로의 여행은 설렘, 해금강과 외도



섬에서 또 다른 섬으로의 여행은 ‘설렘’이란 색다름이 있습니다. 거제 ‘해금강’과 ‘외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람선이 출렁입니다.



“갈곶리 갈개마을 남쪽 약 500m 해상에 위치한 바위섬을 해금강이라 부른다. 두 개 섬이 맞닿은 해금강은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하며, 1971년 명승 제2호로 지정되었다. 칡뿌리가 뻗어 내린 형상이라 붙여진 ‘갈도(갈곶도)’보다 바다의 금강산을 뜻하는 해금강으로 더 불린다. 십자동굴을 비롯해, 사자바위, 부처바위, 촛대바위 등 기이한 암석이 많다.”



어째 이런 일이. 유람선이 섬을 한 바퀴 핑 돌고 맙니다. 해금강의 백미인 십자동물 속을 구경조차 못하다니. 절로 한숨이 푹푹 나옵니다. 왜냐하면 명승 제1호인 백도를 지난달에 돌아 본 터라 비교감에 실망이 더 큽니다. 어쩌겠어요. 또 “그런가 보다” 했지요. 유람선은 그길로 외도로 내뺐습니다.



‘외도’. 아시다시피 일 년 내내 꽃이 지지 않는 섬, 희귀 아열대 식물이 어우러진 이국적 풍광을 자랑하는 섬, 부부가 열정을 받쳐 나무를 가꾼 이야기로 유명합니다. 노사연이 부른 ‘바램’이란 노래 가사 중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것이다”란 부분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외도, 18년 전과 다른 점은 자연이 풋풋한 게 아니라 좀 더 깊어졌다는 느낌입니다. 익어가는 사람으로서 깊어진 섬에서 차 한 잔의 여유,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해금강을 앞마당으로 둔 ‘서자암’, 대단한 안목




“해금강과 외도를 돌았는데 뭔가 2% 부족해요. 왜 그러죠, 교수님?”
“용호 형이 해금강과 외도 본 후 꼭 우제봉 갔다 와라 캤다. 우제봉 가자.”



유람선에서 내려 우제봉으로 향했습니다. 100m쯤 갔을까. 내려오는 일행이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정상이 여기서 먼가요?”
“저희는 가다가 되돌아오는 중입니다.”


“왜, 무슨 일 있으세요?”
“올라가는 사람도 없고, 딸 신발이 시원찮아 돌아오는 겁니다.”



숲길 포근합니다. 땅 참 기름집니다. 땅기운 따뜻합니다. 아늑합니다. 인적 없어 더 상쾌합니다. 암자까지 있습니다. 암자 입구에 의자 두 개 놓였습니다. 해금강이 코앞입니다. 해금강을 앞마당으로 둔 암자 ‘서자암’. 대단한 안목입니다. 법당 부처님께 삼배 올리면 뭐든 다 들어 줄 것 같은 풍광이랄까. 법당 가는 길목에 만난 인기척. 저녁 공양 중입니다. 넉살좋게 스님께 탁발 혹은 차 한 잔하고 싶으나 갈 길 멀어 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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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올려다보는 것과 내려다보는 것의 차이와 2%



좋은 땅 기운에 힘 받았을까. 계단을 두 개씩 오릅니다. 그래도 힘이 팍팍 솟습니다. 우제봉엔 진시황의 불로초를 찾아 천하를 헤맨 서불 전설까지 스며있습니다. 어느 덧 정상. 왼쪽으로 해금강과 외도. 오른쪽으로 대·소병대도 등을 낀 풍경이 그윽합니다. 뭔가 부족했던 2%를 찾았습니다. 이래서 우제봉에 꼭 오르길 권했구나, 싶습니다. 올려다보는 것과 내려다보는 것의 차이지요.



그랬지요. 아내도 거제 여행길 동행을 원했습니다. 그러나 업무 과다로 포기했습니다. 하여, 아내를 위해 뭔가를 해야 하는 상황. 우제봉의 감흥을 사진으로 보냈습니다. 헉, 아내 “목 좋은 자리에서 장범준 콘서트를 봤다고 짱”이라며, 아이들 표현을 빌리자면 ‘개 무시’입니다. 그래, 해금강과 외도 사진 한 장씩 더 보냈더니, 그제야 “헐~”이라는 반응입니다. 이쯤이면 속마음 내비춰야 합니다.



“우리 다음에 거제 추억 여행 꼭 같이 하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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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노무현, 그와 이야기하며 오솔길 걷다
노무현, DJ와 정토원에서 다정한 친구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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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노무현을 만나러 사저가 있는 김해 봉하 마을에 갔었습니다. 봉하에 도착한 다음, 마음 속 문을 열어 가슴에 간직했던 그를 내려놓았습니다. 그제야 배시시 웃더군요. 생전에 보여줬던 그 웃음이었습니다.

그 바보 노무현과 함께 그가 거닐었던 오솔길을 걸었습니다. 그가 묻더군요.

‘요즘 살기 어때요?’

바보 노무현다운 물음에 당황되더군요. 잠시 망설였습니다. 그의 서거 1주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금, 진솔한 대답이 그의 넋을 위로할 것 같더군요.

‘사는 게 다 그렇지 않은가. 혼돈의 시대다. 당신 영정이 광화문에 뒹굴었던 건 봐서 알 테고. DJ는 만났을 테고. 군함이 침몰해 당신의 소중한 백성이 죽었는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고. 겁 없이 당신에게 대들었던 검사들은 한 기업가의 이실직고로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이고…. 서민들은 당신의 백성으로 있을 때보다 빡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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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 바위.


‘움켜쥐지 않고 버리면 홀가분해 진다’

그의 기습 질문(?) 덕분에 저도 그에게 궁금했던 점을 물을 수 있었습니다. 하여, 그와 함께 걸으면서 마음속으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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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원 입구.

‘이승의 짐을 벗고 난 기분은 어떤가?’
‘기분은 그 사람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향한다. 움켜쥐지 않고 하나하나 버리면 오히려 홀가분하다.’

‘저 세상에서도 대한민국 대통령 예우를 해주던가?’
‘부자가 천당 가기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하지 않던가. 여기는 내가 그토록 바랐던 평등세상이라 예우 같은 건 없다. 예우는 짐일 뿐이다.’

‘저 세상과 이 세상 중 어디가 더 좋던가?’
‘처한 환경과 여건이 달라 어디가 좋다고 말할 수 없다. 삶은 ‘공수레 공수거’. 다만, 척지지 말고 남에게 해코지하지 말라. 자기가 뿌린 만큼 거두는 게 천지간의 이치. 욕심 부리지 말고, 매사에 최선을 다해 내 몫까지 살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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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와 바보 노무현이 친구되어 법당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 마음속에서 살아있는 것만으로 넉넉하다’

‘불교 경전에 환생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다시 환생할 생각은 있는가?’
‘살아생전 그토록 노력했건만 덕이 많이 부족하다. 어떻게 욕심 부리겠는가. 그래도 언감생심이다. 사람들 마음속에서 살아있는 것만으로 넉넉하다. 그 자체가 환생 아닐까?’

‘당신은 이 산책로가 마음에 들었는가?’
‘당시 나는 가슴을 까 보일 수도 없었고, 나를 안아줄 도량도 없었다. 그래선지 이 산책로는 내 가슴의 답답함을 벗어던질 유일한 친구였고 탈출구였다. 역시 자연은 모든 걸 보듬어주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다.’

어느 덧 부엉이 바위에 당도했습니다. 그날따라, 부엉이가 구슬피 울었다지요? 정토원 법당에는 바보 노무현과 DJ가 나란히 자리 잡고 앉아 있었습니다. 현세에서 대통령의 길을 걸었던 그들은 정토원에서 다정한 친구가 되어 있었습니다.

‘당신과 DJ 영정이 같이 있는 걸 보니 어떤 생각이 드는가?’
‘내가 좀 더 잘생기지 않았나? DJ와 함께 있는 자체가 내겐 영광이다. 사실 정치를 그에게 배웠다. 야합을 하지 말라는 가르침이 컸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것. 그게 최선의 삶인 것 같다. 그러나 사람들은 귀가 얇아 행동이 경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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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노무현이 걸었던 그 길에는 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아마 지난해 그도 봤을 것입니다.


‘진시황 만나면 아방궁 비유 기분 물어볼 생각’

‘몇몇 언론이 당신 사저를 아방궁이라 하던데 혹 여기에 대해 할 말 없는가?’
‘그건 그들 자유다. 그들 배움이 짧아 그렇게 표현한 걸 내가 뭐라 하겠는가. 아직 못 만나 못 물어봤는데 진시황 만나면 ‘내 집을 당신의 아방궁에 비유했던데 기분이 어떤가?’ 물어볼 생각이다. 고거 재밌을 것 같지 않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색만큼 좋은 게 없다. 또 내가 산책하던 길들은 대리석으로 깔 생각 말고, 자연 그대로 두라. 그게 나를 위하는 길이요, 자연과 함께하는 길이다. 모두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내려오는 길에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그게 부엉이 울음인지 사자 울음인지 따지지 않았습니다. 그저 들리는 소리가 좋았습니다. 그러면서 혹, ‘바보 노무현’이 웃는 소리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만 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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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즐겨 걸었을 사색의 숲에는 고요와 정적만이 맴돌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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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을이두 얼마 전 다녀왔습니다.
    갈수록 생각나는 분입니다.

    2010.04.28 09:42 신고
  2. 그린레이크   수정/삭제   댓글쓰기

    꼭한번 다녀 오고싶은곳이 이곳이랍니다...
    이분영정에 꽃한송이 받치는게 제 또 하나의 바램인데 쉽지않네요..

    2010.04.28 10:14
  3. Favicon of https://flypo.tistory.com BlogIcon 날아라뽀   수정/삭제   댓글쓰기

    벌써 1주기 군요.. 저도 꼭 한번 다녀오고 싶네요.

    2010.04.28 12:1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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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철의 알콩달콩 섬 이야기
각자의 인생사가 다 '섬'의 삶일 것입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알콩달콩 풀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때론 진짜 섬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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