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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39

 

 

“어째 서울 사람들은 웃는 얼굴이 없을까?”
여성의 손처럼 부드러워 놀란 모양이었다.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고 있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여전히 서울이란 곳은 그에게서 낯선 곳이었고 이방인이었다. 문명이란 놈에게 길들여지지 않은 탓도 있었지만 무수히 지나치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늘 그늘을 보아온 까닭이기도 했다.

 

 

  “어째 서울 사람들은 웃는 얼굴이 없을까?”

 

 

 처음 서울을 다녀오던 날 그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의문이었다. 선진국으로 간다는 것은 그만큼 정신과 육체적인 강요가 뒤따르는 법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모르고 반기기만 하는 모양이었다.

 

 

 무표정한 사람들, 그것은 쉼 없이 돌아가는 기계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생각할 여유를 가지지 못하고 한 방울의 기름을 얻고서 낮 밤 없이 돌아가며 그것을 살아있는 징표로 여기는 것이 현대인들이었다.

 

 비상도가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천 경장이 기자 한 사람을 데리고 나와 있었다.

 

 

  “선생님, 이쪽은 독립신문의 정 기잡니다.”
  “반갑소.”

 

 

 비상도가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하던 그가 깜짝 놀랐다.

 

 

  “아니, 손이…….”

 

 

 무예를 한다는 비상도의 손이 마치 여성의 손처럼 부드러워 놀란 모양이었다. 천 경장이 물었다.

 

 

  “선생님, 요즘 어디에 계십니까?”
  “왜, 잡아넣으려고?”


  “그게 아니라 지금 형편으론 선생님을 잡을 수도 안 잡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런가? 하지만 나를 잡겠다는 생각은 말게. 그 대신 내가 한 가지 약속을 함세. 뒷날 내 스스로 잡힐 때는 자네 손을 빌리겠네.”

 

 

 점심시간이라 사람들이 꽤 붐비긴 했지만 은밀하게 이야기를 나누기엔 적당한 공간이었다.

 

 

  “기자양반도 마찬가지요. 내 얼굴을 사진에 담을 생각은 하지 마시오. 대신 내가 왜 조천수 회장을 욕보이고 조폭들과 다투게 되었는지에 대해 충분히 말하리다. 단 한 가지 조건을 들어준다면 말이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는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두 사람은 그것을 읽어 내려갔다.

 

 

  『나 비상도는 다음과 같은 일들을 할 것이오. 첫째, 친일하여 그 대가로 재물을 취한 자나 독립투사들을 욕보였던 친일 인사들에 대해 나는 본인이 없는 지금 그 자손에게서라도 그 선친이 저지른 죄과에 대해 사과를 받고자 하오. 왜냐하면 그 후손들은 그때 얻은 부를 승계하였기 때문이며 또한 다시는 누란의 위기에 조국을 배신하는 인사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까닭이오.

 

 

 둘째,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이 나라의 역사의 맥을 끊어놓은 사람들을 찾아 그 이유를 들을 것이오. 다시 말해 필수였던 국사 과목을 선택으로 바꾼 교과부 관계자와 그 입안자들이오. 그들은 일제의 잔당이거나 동북공정의 하수인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오.

 

 

 셋째, 매국노들의 후손들 중 국가를 상대로 조상의 땅을 찾겠다고 소송을 벌여 승소한 자들을 찾아가 철저하게 응징을 할 것이오. 모두가 잘 아는 것처럼 그들이 찾아간 땅은 매국의 대가로 일제가 그들에게 내린 하사품이었기 때문이오.

 

 

  일개 촌부인 내가 왜 나서는가. 그것은 지금껏 손을 놓고 있었던 위정자들에 대한 질책인 동시에 서민들이 애써 가꿔온 벼논에 잡풀이 더 이상 자라나지 못하도록 그 싹을 제거하는 작업인 것이오.

 

 

  굳이 내가 왜 나서야 하는가? 그것은 조상님들이 목숨 바쳐 지켜온 이 나라를 위해서 누군가 한 사람은 반드시 그 일을 해야 하는 까닭이오.』

 

 

 글을 다 읽은 두 사람을 향해 비상도가 물었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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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20

 

 

아이들에게 기본을 가르쳐 주지 않은 것인가?
남을 속여도 자신의 배만 불리면 장땡?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고 있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두 사람은 발길을 옮겼다. 성 사장이 재미난 듯 웃어댔다. 

 

 

  “스님과 함께 있으면 맞을 염려는 없겠네요?”
  “저 보다 더 무서운 놈이 있죠.”

 

  “누군데요?”
  “어둠이란 놈이죠. 산으로 오를 땐 그놈 때문에 뛰기도 하지만 늘 조심조심 걷거든요.”

 

  “듣고 보니 그러네요.”
  “참, 산으로 오르는 길이 만만찮을 텐데 성 사장님께서는 오늘 밤 이곳에서 숙박을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비록 시골이긴 하지만 관광명소라 괜찮은 숙소가 더러 있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부탁 하나 드릴게요.”
  “무슨?”

 

  “제게 그냥 여사라고 하십시오. 성 여사가 듣기에도 좋을 것 같은데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내일 아침에 모시러 오겠습니다.”

 

 

 성 여사에게 방 하나를 잡아주고 그는 산길을 걸어 올라갔다. 가슴 한 구석에 왠지 모를 서글픔이 계속 남아 그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다.

 

 

 누가 저 아이들에게 기본을 가르쳐 주지 않은 것인가. 모두들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면서도 진정 그들이 잘못을 했을 때 누가 그들을 불러 따끔하게 꾸중한 적이 있었던가를 생각했다.

 

 

 소위 배웠다는 사람들이 더했다. 오직 자기 자식들만 챙기기에 급급했고 작은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과는 어울리지도 못하게 하는 것이 소위 가졌다고 하는 그들만의 사고방식이었다. 정치인들은 또 표를 얻기 위해 그들을 감싸고돌았다.

 

 

  “젊은이들의 미래가 밝다!”

 

 

 그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쓴 소리를 마다했다. 그 점에 있어서는 지성인들도 다르지 않았다.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의 무질서를 직접 눈으로 보고도 그들은 무엇을 했던가. 물론 이유는 있었다. 선생이 나무라면 그것을 따지러 학교를 찾고 어쩌다 자신의 자식이 체벌이라도 당하면 학부모가 선생을 찾아가 폭행하고 고발하는 세태였다.

 

 

 하지만 그렇게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 하는 것 또한 교육의 몫이었다. 나와 내 가족 그리고 내 자식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심이 나라를 망쳐가고 있었다.

 

 

 용화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던 해 스승의 날이었다. 비상도는 하룻밤을 세워 정성껏 회초리를 만들었다.

 

 

 『선생님, 아이들이 잘못하면 매를 들어서라도 먼저 사람을 만들어 주십시오.』

 

 

 아이 편으로 글과 함께 회초리를 보낸 적이 있었다. 교육현장에서는 꾸중이 필요하고 군대에서는 엄연한 규율이 존재해야 그 속에서 인성을 갖춘 사람이 만들어지는 법이거늘 위로는 대통령부터 경제만 부르짖었다.

 

 

 어디 그 뿐인가. 집에서조차 좋은 대학 들어가서 돈 많이 벌어 오라고 하는 게 우리네 부모의 모습이었다. 남을 먼저 배려하고 노인을 공경하라며 가르친 사람이 과연 있었던가. 가정에서부터 사회에까지 생겨난 인사말이 있었다. 

 

 

  “돈 많이 버세요!”

 

 

 남을 속여도 자신의 배만 불리면 장땡이라는 생각에 과정은 무시되었고 결과만 좋으면 모든 것이 용서가 되는 세상이었다. 질서를 지키고 양심을 지키면 손해보고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은 어리석은 사람들이나 하는 짓으로 통했다.  

 

 

 이대로 선진국 아니 선진국의 할아비가 된다한들 돈 때문에 부모를 죽이고 친구를 속여야하는 사회가 뭐 그리 고맙고 우리가 기를 쓰고 달려가야 할 곳인가 하고 그는 반문했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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