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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 날, 아들에게 보내는 마음의 편지
목욕탕서 느낀, 분신에 대한 저항에 ‘이심전심’
세상은 노력으로 획득하는 것이라는 걸 배웠을까?
아들, 아빠에게도 소원이란 게 생겼다. 그게 뭘까?




삶, 은은한 향이 피어났으면...


 

 



오늘은 어버이 날입니다.

 

매 해 그랬듯, 어버이 날을  전후해 부모님과  식사를 합니다. 어제 저녁도 마찬가지. 90을 바라보는 부모님과 이모님 부부, 저희 가족이 만나 함께 저녁을 먹었습니다. 

 

 


머리 허연 어른들을 대하니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모진 삶의 파고를 넘으신 넘어 수많은 경험이 저절로 존경하는 마음이 듭니다.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
 

 


각설하고,

 

제게도 아들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입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질풍노도의 시기입니다. 자연 속에서 뛰어놀아야 할 자유분방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답답하게 책상머리에 앉아 공부에 매진 중입니다.

 

 


이런 자식을 보면 부모로써 짠한 마음이 앞섭니다. 그러나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래, 묵묵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어제 저녁, 90이 가까운 어른들을 모셨습니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바라는 세 가지 소원


 

 


“아빠랑 같이 하고 싶은 게 있어.”



진지했습니다.

 

아들이 바라는 게 있었습니다. "뭘까? 이걸 들어 말아?" 궁금하긴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사실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아버지가 기쁜 마음으로 감당할 수 있는 거라면 좋습니다.

 

 


하지만 해 줄 수 없는, 능력 밖의 것이라면 어쩌지 싶으니까. 아버지의 두려움(?)을 눈치 챘을까. 아들은 망설임 없이 아버지에 대한 자신의 희망을 밝혔습니다.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목욕탕 같이 가기.
둘째, 탁구 치기.
셋째, 바둑 두기.



헐, 이런 걸 줄이야!

 

아들이 원하는 건 별 거 아니었습니다. 괜히 겁먹은 거죠. 가당찮게 아주 거창한 해리포터에 나오는 소원,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 부활의 돌, 투명 망토” 를 생각했나 봅니다.


아무튼 소박한 소원에 기뻤습니다. 왜냐하면 아들도 자기 기준에서 아버지를 판단할 만큼 성장했음을 확인한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거침없이 가슴을 열고 다가온 아들이 고마웠습니다.

 

 


이쯤에서 시(詩) 한 수 읊지요. 임호상 시인의 시집 『조금새끼로 운다』 에 실린 ‘목욕탕에서 2’입니다.




은은한 향 가득한 매화차입니다.


 

 




목욕탕서 느낀, 분신에 대한 저항은 ‘이심전심’


 

 


        목욕탕에서 2


                                 임 호 상


    멀대같이 키 큰 놈이
    샤워기도 많은데
    왜 굳이 단신인 내 바로 옆에 선 걸까
    물을 튀길 때까진 참을 수 있었다
    양치질하는 내게 샴푸 거품을 분사하면서
    폭포수 같은 번뇌가 일었다
    이런 키 크고 배려 없는 놈
    영역을 침범한 그 녀석에게
    최대한 온도를 낮춰 차디찬 냉수로 저항했다
    파편이 온몸에 박혀 물러설 때까지
    격하게 몸을 흔들었다



이심전심(以心傳心)입니다.

 

아마, 시인 임호상 님의 마음도 이랬지 싶습니다. 아버지에게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아들이 자랑스러우면서도 부담스러운 이중 잣대 말입니다.

 

 


어린 아이로만 봤던 아들이 어느 새 훌쩍 커, 예기치 않게 훅 들어오는 분신에 대한 수놈의 저항은 상대적으로 움츠러든 아버지 자신에 대한 자아성찰 아니었을까! 그러니까 ‘거품’과 ‘냉수’는 자식에 대한 부모 사랑의 다른 이름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지난 3월말부터 타령처럼 흘러나오는 아들의 희망을 마음으로 들어줄 때가 된 겁니다. 아들의 세 가지 희망 ‘목욕탕 같이 가기, 탁구 치기, 바둑 두기’는 녀석이 어릴 때 함께했던 놀이입니다.

 

 


이후 초·중학교를 거치면서 자연스레 놓았던 것들을 다시 꺼내 든 게지요. 아들은 지난해 말부터 목욕탕 가자고 졸랐습니다. 아들이 ‘미쳤지’ 했습니다. 그리고 뜸을 들였습니다. 이에 대한 주변 반응이 재밌었습니다.


 

 


“고등학생 아들이 아빠에게 먼저 목욕탕 가자고 말하는 집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 고놈 참 별종이네. 빼지 말고 같이 가잘 때 가. 그게 행복이여.”

 

 



거부할 명분이 없었습니다.

 

아들의 바람 중 첫 번째인 목욕탕 함께 가기부터 실행에 옮겼습니다. 껍데기를 훌훌 벗어던진 부자 자체가 그림이었습니다.

 

 


늘씬하고 빼빼한 아들. 뒤룩뒤룩 살찐 아버지의 몸은 묘한 대비였습니다. ‘나도 저 때가 있었지’라는, ‘나도 저렇게 살이 붙겠지’라는, 위안으로 작용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아들이 빡빡 등을 미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이상이었지요.

 

 



 

 




세상은 노력으로 획득하는 것이라는 걸 배웠을까?


 

 


“이제 아빠 이길 수 있어. 저도 많이 늘었어요.”
“엄마랑 더 연습해라.”


“엄마는 재미없어. 아빠랑 해야 재밌지.”
“더 배우고 와.”


“아빠, 나한테 자신 없는 거지?”
“….”

 

 



그동안의 실랑이.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었습니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것. 아들이 아버지와 함께하길 바라는 두 번째 소원인 탁구치기에 돌입했습니다.

 

 


저도 초등학교 때부터 탁구를 쳤지요. 아무리 멀리했다 해도 구력이 어디 가겠어요. 기본은 있지요. 아버지와 아들, 수놈의 자존심을 내세웠습니다. 당근, 내기를 걸었지요. 집 청소하기와 용돈주기.



어, 놀랐습니다.

 

몸 풀어 보니 예전 같지 않더이다. 탁구 채가 허공을 가르고. 다리가 따라가질 못하고. 공 줍기에 바쁘고. 세월은 역시….

 

 


반면, 아들은 실력 많이 늘었더군요. 드라이브가 제법 세련됐고, 백핸드도 곧잘 넘기데요. 젊은 패기가 넘쳤습니다. 그러나 탁구는 서브 게임. 스매싱이 보다 서브를 잘 받느냐 못 받느냐에 따라 승패가 확연히 갈립니다.



11점, 3세트 시합에 돌입했습니다.

 

진지한 시합이 몇 조금 못가 실력 차가 드러났습니다. 갈등이 생기대요. 그렇다고 져주자니 아버지 자존심이 문제고, 이기자니 아들의 자존심이 걸렸지요.

 

 


너무 빡세게 했을까. 결과는 2대0. 아들이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며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세상은 쉽게 그저 얻어지는 게 없지요. 모든 게 노력으로 획득하는 것이라는 걸 배웠으리라!


 

 


아들과의 한 판 대결...



 

 


아들, 아빠에게도 소원이란 게 생겼다. 그게 뭘까?


 

 


아들이 원하는 세 번째 바람을 들어주었습니다.

이러면 안 되지 말입니다. 지난 3월, 세상이 떠들썩했지요. 관심이 온통 인간과 인공지능 로봇의 대결에 쏠렸으니까.

 

 


다름 아닌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한판 승부. 승부사들은 이세돌의 완승을 예견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알파고의 4대1 승리로 끝났습니다. 이후 아들은 스스로 ‘임세돌’이라 자칭하고 나섰습니다. 그랬는데 막상 대국에 들어서려니까 하는 말.

 

 



“따 먹는 것밖에 모른다.”

 

 



아들 녀석은 엄살부터 부렸습니다.

 

헐, 그거라도 아는 게 어딥니까. 녀석이 유치원 때 일 년 정도 바둑학원을 다녔습니다. 그랬는데 다 잊은 겁니다.


 

위안 삼았습니다. 배운 거 잊지 않고 다 기억하면 그게 기계지 사람입니까.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망각의 미학 때문이라지요? 그렇더라도 접바둑도 접바둑 나름. 웬만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재미없지요.

 

 



“몇 점 깔아요.”
“9점은 깔아야지.”



부자(夫子).

 

바둑판 앞에 앉았습니다. 흑백은 가릴 필요 없었지요. 상수와 하수가 분명하니까. 아들, 얼굴에 웃음기 가득했습니다. 승패를 떠나 아빠와 무언가를 함께하는 즐거움과 행복으로 읽혔습니다.

 

 


아내와 딸은 아들의 세 가지 소원 이룸을 축하하면서도 바둑엔 관심 없었습니다. 하수들의 대결에 흥미 있을 턱이 있나. 아들은 정말이지 배웠던 바둑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습니다.


 

 


 


 

 


두어 달에 걸쳐 아들 소원을 들어준 소감은 아들에게도 자신만의 철학 세계가 있다는 거였습니다. 승패를 떠나 아버지에게 당당하게 도전할 수 있는 젊음의 용기를 사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자신이 살아갈 세상에 존재하기 위한 충분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믿음까지 생겼습니다.




그래, 어버이 날,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내는 마음의 편지를 짧게나마 써 봅니다.


 

 



아들!



너희는 아버지 세대와는 다른 것 같다.

아버지 세대는 혼자만 잘해도 세상 살아가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단다.

그러나 너희 세대는 지구 온난화 등 환경 측면만 보더라도 더불어 함께 살아내지 않으면 안 될 공동 운명체인 듯하다.

삶에 있어서 ‘살아가는 것’‘살아내는 것’의 차이를 온몸으로 느낄 걸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구나.

그래, 겁먹지 말고 당당하게 무슨 일이든 함께 나설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싶다.



아들!


아빠에게도 소원이란 게 생겼다.

아버지도 언젠가 네게 세 가지 소원을 밝힐 거다.

네가 꼭 들어줬으면 한다.

내가 그랬듯 너도 그래 줄 거라 믿는다.

네가 그랬듯 거창하기보다 소박한 바람일 테니 기대해라. 알았지?


사랑헌다,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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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정보 잘보고 갑니다

    2016.06.09 00:45

우리 같은 사람은 쉬는 날도 죽어라 일해야 하는데...
“바쁠 텐데 왜 가지 않는 거죠. 무슨 일 있으세요?”

 

 

 

 

 

 

“네 소원이 무엇이냐?”

 

요즘 이를 물으면 “부자”, “건강”, “행복”이란 답변이 대부분이라 합니다. 아시다시피 일제 강점기 때, 김구 선생의 소원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대한민국 독립”이었습니다. 나아가 김구 선생님은 “우리나라가 독립 된다면 독립된 나라의 문지기가 되어도 좋다”면서 해방의 절절함을 강조했습니다. 이게 어디 김구 선생님만의 소원이었을까!

 

 

우리 민족이 그토록 염원했던 8ㆍ15 광복절. 올해는 광복 70주년입니다. 이를 기념해 국가에서 14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 연휴에 해방의 기쁨을 만끽하도록 했습니다. 전국에서 무료 이벤트가 진행 중입니다. 이 여파로 고속도로는 이용객이 몰려 정체가 심하다고 합니다.

 

 

삶은 언제나 양면이 있는 법. 그러나 한편에선 연휴로 인해 속 타는 분들도 있습니다. A씨(60)는 연휴가 달갑지 않습니다. 그는 “자영업 사장도 해봤고, 직장도 다녔고 안 해본 게 없다”면서 그런데도 “삶은 언제나 팍팍했다”고 울먹였습니다. 그는 지금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화물차를 운전” 중입니다.

 

화물노동자 5년차인 그에게 연휴란 어떤 의미일까.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 세수 좀 하고 가면 안 됩니까?”

 

 

바쁘게 움직여서 먹고 사는 화물업의 특성 상, 대개 화물 싣고 나가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그는 씻고 나가도 되는데 “다시 들어와서 세수”를 하겠다는 거였습니다. 다소 억지스러운 요청에도 흔쾌히 “그러세요!” 허락한 건, 그의 얼굴에 흥건한 땀방울과 더불어 뭔가 하소연하고픈 표정 때문이었습니다.

 

 

그가 정문 입구 한쪽에 차를 댔습니다. “고맙다”며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1분여가 지난 후 그는 밖으로 나갔습니다. 담배 피우며 왔다 갔다 서성이길 몇 차례. 그는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뒤늦게 짐을 실은 다른 화물차가 다 빠져 나간 뒤에도 여전히 그대로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압축 공기로 차 청소까지 해댔습니다. 그제야 그가 궁금했습니다.

 

 

그의 화물차 번호는 ‘경북 86바-’로 시작됩니다. 경북에서 전남 여수까지 물건을 싣고 와 가던 길에 화물을 실은 겁니다. 화물의 최종 배달지는 충북 청주였습니다. 다시 말해, 청주로 돌아서 집에 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요즘같이 어렵다는 시절에, 이게 어딥니까. 그에게 다가갔습니다. 말을 걸었습니다.

 

 

- 바쁠 텐데 왜 가지 않는 거죠. 무슨 일 있으세요?
“갈 힘이 나지 않습니다.”

 

 

힘이 나지 않는 이유, ‘왜?’를 묻기 전, 그의 말에는 울림이 있었습니다. 염소처럼 동그란 눈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은 일촉즉발의 분위기였습니다. 그 속에는 ‘누구 하나 내 말을 들어줘야 억울한 게 풀리겠다’는 하소연이 담겨 있는 듯했습니다. 말을 들어주는 건 그에게 베푸는 최소한의 기본 예의로 느껴졌습니다.

 

 

 

- 무슨 일인데 그러세요?
“회사에서 뒤늦게 연락이 왔습니다. 청주 가는 짐이 토요일 오전까지 배달해라 해서 실었는데, 월요일 아침까지 내리라 합니다.”

 

- 그게 문제가 되나요?
“짐 싣기 전에 말했으면 이 짐 싣지 않고 그냥 갔을 겁니다.”

 

- 왜요?
“평상시 같으면 내일(금요일) 짐 푸고 집에 가면 됩니다. 그런데 14일이 쉰다고 월요일 오전까지 짐 내리라 합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그렇다고 다 실은 짐을 다시 내릴 수도 없고.”

 

 

결론은 짐을 괜히 실었다는 거였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찮았습니다. 자기 상황에 맞지 않아 짐 내려 달란다고 힘들게 실은 짐 다시 내려 줄 리 없습니다. 또 우여곡절 끝에 짐을 내렸다 칩시다. 이 업을 계속하는 한 다음에 연결될 화물 감소 위험을 감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가 미적거린 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 때문이었습니다.

 

 

 

 

 

- 손해가 어느 정도 되나요?
“월요일에 짐 퍼라는 건 월요일까지 움직일 수 없다는 거죠. 거의 100km를 돌아가는 거라 여기에 들어가는 기름 값도 그렇고, 따로 들어가는 시간도 그렇고 장난 아닙니다. 이럴 때가 제일 싫습니다.”

 

- 하차가 왜 월요일로 늦춰진 거죠?
“금요일이 임시 공휴일이라 짐 내릴 곳에서 금, 토, 일 내리 다 쉰답니다. 14일 날 쉬어서 생긴 일입니다. 우리 같은 사람은 쉬는 날도 죽어라 일해야 하는데, 그들은 우리 처지랑 상관없습니다.”

 

 

뼈 빠지게 일해야 먹고 사는 삶의 고단함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이게 어디 그만의 삶이던가요. 서민들이 다 그렇지요. 그러니까 그는 우리의 민낯인 셈입니다. 우리의 민낯이 부끄럽지 않는 그날이 오길 바랄 뿐입니다.

 

 

김구 선생님께서 그토록 열망하셨던 광복 후는 어떤 생활이었을까?

모르긴 몰라도 이런 생활이 아니었을 겁니다. 지금 다시 김구 선생님께 소원을 묻는다면, 아마 답은 ‘더불어 잘 사는 만인 평등의 세상’이지 않을까?

 

어쨌든, 그에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아니, 하나 있었습니다.

 

“그래도 힘내시고 사는 수밖에요. 가시는 길 힘내시고 운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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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한 번 마음껏 써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적자 가정, “남편에게 타 쓰는 게 훨씬 편해”
세상이 자기 마음대로 된다면 그 무슨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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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집에서 한담 중 가계 사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배추 4포기 얼마에요?”
“요새 배추나 야채가 금값이야. 배추 4포기에 3만원.”

헉, 말로만 듣던 금값이다. 추석이 코앞인데 진정 기미가 없다. 추석 장보기도 힘든데 엎친 데 덮쳤다.

어느 명품녀의 몇 억 원짜리 치장이 사실은 몇 천만 원이라고 야단법석이었다. 또 백화점에서 수백에서 수천만 원짜리 선물세트가 불티나게 팔린다고 한다. 서민들은 몇 천만 원은 고사하고 추석 지내기도 벅찬데 완전 다른 세상이다.

추석 연휴는 최소 3일에서 최장 9일까지 될 예정이다. 최대의 여행 러시가 있을 것이란다. 있는 사람이야 황금연휴지만 없는 사람들은 한숨 나는 추석 연휴기도 하다. 그래선지, 지인 아내의 하소연이 남 일 같지 않았다. 

“돈 관리? 우리 집은 남편이 해. 나는 남편에게 타다 써.”

보통 아내들이 예산을 쥐고 가계를 꾸려나가는 경향이라 생소했다. 더군다나 30대도 아닌 50대 중반 지인 부부라 더 낯설었다. 왜 남편에게 타다 쓰는지를 물었다.

“월급 타봤자 매달 적잔데, 뭐 하러 골치 아프게 살아.”

“월급 타봤자 매달 적잔데, 뭐 하러 골치 아프게 살아. 적은 월급 쪼개서 이리 쓸까? 저리 쓸까? 머리 굴려봐야 내 머리만 아파. 남편에게 타 쓰는 게 훨씬 편해.”

고단수 주부였다. 옆에서 겸연쩍게 웃던 지인이 “신랑 기 어지간히 죽여라”며 눈치다. 한 번 터진 이야기가 그런다고 그칠까.

그녀는 한술 더 떠 “남편에게 타서 쓰는 게 제일 편할 때가 언제인 줄 아냐?”며 호기까지 부렸다. 이를 되물었다.

“명절에는 더 편해. 제수용품도 남편이 다 알아서 처리하고. 시댁과 친정에 주는 용돈까지 알아서 처리하니 골머리 썩을 일이 없다.”

이런 경우라면 굳이 적은 월급 머리 써가며 쪼갤 필요가 없다. 하지만 타다 쓰는 것도 한계가 있다. 돈 한 번 타려면 별걸 다 물어 자존심 상한다는 말 때문이다. 그녀는 이도 단칼에 일축했다.

세상이 자기 마음대로 되면 그 무슨 재미

“말하면 남편이 사 주는데 뭐 하러 머리 싸매고 살어. 안 그래?”

참 편한 주부다. 하여, 지인에게 물었다. 월급 어떻게 쓸까 계산하면 머리 안 아프냐고. 그랬더니 자조 섞인 답변이 돌아왔다.

“각시가 계산을 잘 못해. 그러니 내가 해야지 어쩌겠어. 이번 추석 물가가 장난 아니라 나도 골치 아파. 번번히 돌아오는 명절이 답답하고 무서워,”

이 부부도 역시 한쪽은 골치 아팠다. 이게 우리네 현실이었다. 내 아내도 간혹 “돈 한 번 마음껏 써봤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말을 종종 한다. 아내만 그럴까? 나도 그렇다. 하지만 이에 대한 내 변명은 언제나 비슷하다.

‘세상이 자기 마음대로 되면 그 무슨 재미. 안 되는 것도 있어야 사는 맛이 나지.’

어쨌거나, 현명한 추석나기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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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취재] 여수 다문화가정 제주도 문화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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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허브동산에서 설명을 듣는 다문화가정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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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출발하기 위해 여수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모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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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에서의 기념사진.

“결혼 후 가지 못했던 신혼여행 기분을 제주도에서 만끽하였습니다.”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다문화가정 제주도 문화체험에 참여했던 김판규ㆍ누엔티배(베트남) 부부의 소감이다.

여수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주관하고 여수 산돌교회가 후원한 다문화가정의 제주도 문화체험에는 필리핀, 베트남, 중국, 캄보디아 등 11쌍의 결혼 이민자 부부 등 총 26명이 참여했다.

이 행사에 1천여만 원을 후원한 여수 산돌교회 신민철 목사는 다문화가정 제주도 문화체험을 후원한 이유에 대해 “외국에서 우리나라로 시집 온 결혼 이민자들의 외로움을 달래고 잘 살길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제주도의 푸시케월드, 소인국 파크, 여미지 식물원, 코끼리랜드, 성읍민속마을, 허브동산, 선녀와 나무꾼 등을 둘러보며 부부의 사랑을 다지고 서로 간 친목의 시간을 가졌다.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비는 부부.

 코끼리 체험.

제주도 문화체험 후 가진 만찬에서 선물을 전달하는 신민철 목사.

김영민ㆍ양슈에(중국) 부부는 “여행이라고 해봐야 가까운 곳에 하루 다녀오는 정도였다”면서 “아내가 이 프로그램 참여를 제안했을 때 교대근무 등으로 망설였는데 짬을 내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흐뭇해했다.

김씨 부부는 “32개월 된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고민하다 목포에 사는 고모에게 맡겼다가 광주공항에 도착해 아이를 다시 만났다”면서 “2박 3일 만에 만난 아이가 자기를 두고 떠난 것에 대해 많이 삐져 있었다.”는 안타까움을 전하기도 했다. 

이춘성ㆍ김화(중국) 부부는 소감에 대해 “제주도 문화체험을 마치고 집에 간다고 하니 아내가 짜증을 낸다”면서 “교회에서 다문화 가정을 위해 신경써준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한편, 여수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정인숙 팀장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인 이번 제주도 문화체험은 여수 산돌교회에서 2년 연속 후원해 이뤄진 것이다”면서 “이 행사는 우리나라에 시집 온 결혼 이민자들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계획됐다”고 말했다.

 
제주 음식을 먹는 사람들.

어울리는 한쌍이나요?

 소인국에서 폼을 잡았답니다.

 여미지 식물원에서 포즈를 취한 참여자들.

다문화가정의 앞날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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