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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0.10 “슬픔이, 분노가 도(道)가 될 수 있을까?”

[장편소설] 비상도 1-9

 

 

 “누굴 만나 사과를 받아야 한다면서 떠나셨어.”
 “형, 내가 형을 처음 만난 것도 가을이었지 아마?”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황석영의 <장길산>, 홍명희의 <임꺽정>, 김홍신의 <인간시장> 등을 이은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고 있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시골 들녘은 죽은 사람도 일어나 움직인다는 가을걷이로 한창이었다. 점심때가 되었는지 여기저기서 끼니를 챙기는 모습들이 평화로워 보였다.

 

 

  “식사라도 하고 가시게?”

 

 

 가끔 아는 마을 사람들이 인사를 건넬 때도 있었으나 그는 답례만 하고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용화가 일러준 데로 시장 통을 접어들었다.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피리소리가 들렸다.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형이 틀림없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쉰의 나이가 넘었지만 비상도는 그를 단숨에 알아 볼 수 있었다. 할머니 몇 분과 꼬마들 대여섯 명이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았고 앞에 놓인 깡통에는 동전 몇 푼이 놓여 있었다.

 

 

 비상도는 멀찍이 떨어져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형의 등 뒤로 낙조가 붉은 빛을 토해내고 있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볼을 타고 내렸다.

 

 

 담배 한 대 피울 시간이 흘렀고 피리소리가 끊어졌다. 사람들이 자리를 뜨고 그가 주섬주섬 몇 안 되는 물건들을 챙기고 있었다.

 

 

  “형!”

 

 

 순간 그의 하나뿐인 눈이 심하게 경련을 일으키며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남재 형.”

 

 

 그의 양미간이 좁아지며 얼굴전체의 근육이 반응을 보였다.

 

 

  “동해?”
  “그래요. 형!”

 

 

 그가 더듬거리며 하나 뿐인 손을 내밀었다. 의지가 약해질 데로 약해진 초췌한 모습이었다. 가죽만 남은 그의 모습에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두 사람이 마주 앉은 곳은 그가 떠나기 전에 거처했던 방이었다. 비상도가 형을 만나러 가기 전에 용화에게 불을 지피고 청소를 해 놓으라고 했던 것은 형을 위한 배려였다.

 

 

  “예전 그대로인 것 같은데?”
  “형, 잘 보여?”

 

 

  “아니, 마음으로 읽을 수 있어.”
  “그럼 한쪽 눈마저 안 보인다는 거야?”

 

 

  “아주 희미하게…. 곧 그 마저도 완전하게 잃게 되겠지.”
  “가끔 스님께서 형 방에 들러 형이 불던 피리를 만지곤 했어.”

 

 

  “스님께선?”
  “누굴 만나 사과를 받아야 한다면서 떠나셨어.”

 

 

 형은 무언가를 잠시 생각하는 듯 보였다.

 

 

  “오랜만에 스님 목소리나 들었으면…….”
  “형이 왔다는 소문을 들으시면 한걸음에 달려오실 것 같은데…….”

 

 

 그가 잠시 고개를 숙였다.

 

 

  “동해야, 술을 마시고 싶다.”
  “그래요, 형.”

 

 

 언젠가 스님께 드리려고 사놓은 술로 용화가 상을 차렸다.

 

 

  “형, 내가 형을 처음 만난 것도 가을이었지 아마?”
  “그랬을 거야. 가을이 대문간에 있던 감나무에서 목 쉰 소리를 내고 있었으니까.”
  “형, 이제 여기서 나와 함께 살아. 여기 용화에게 글도 좀 가르쳐주고…….”

 

 

 용화가 큰절을 올렸지만 그는 엉뚱한 말을 하였다.

 

 

  “슬픔이 도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지극한 분노가 도가 될 수 있는 것일까?”
  “…….”

 

 

 술을 연거푸 몇 잔 마신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동해야, 안다는 것이 뭔 줄 아니?”
  “글쎄…….”
  “달팽이 눈 같은 것이지. 새의 부리에 물려가면서도 어쩌지 못하고 눈을 감고 마는 겁쟁이 같은 것…….”

 

 

 다시 자신의 술잔에 술을 따른 형이 다음 말을 쏟았다.

 

 

  “자다가도 등이 가려워 손을 뻗으려 했어. 바보같이 손이 없어진 줄도 모르고 말이야. 완전한 몸을 갖춘 나를 꿈에서라도 경험하고 싶었지만 그런데 나타나는 꿈이 뭔고 하면 우습게도 남은 한쪽 팔마저 잘려나가는 꿈이었어.”

 

 

 형은 술 한 병을 금세 비웠다.

 

 

  “동생, 나는 지금까지 내가 살아있다고 느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 아니지 단 한 번을 제외하고는…….”(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허락 없이 불법으로 인용하거나 사용하는 것은 불허하며 고발 조치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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