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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게 바람맞은 부부, 기어코 승부수를 던지다!
신혼 아닌 부부, 섬에 같이 가면 무슨 흥이 날까?
꽃섬 숲속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전투, 누가 이길까?
꽃섬 상화도, 관광 전략상 ‘찔레꽃’으로 특화 필요





웃꽃섬에서 보는 여수 바다 경관이 압권입니다.



돌담에 지붕을 고정하는 줄까지, 섬 답습니다.



웃꽃섬 상화도 마을입니다.





“당신 낼 뭐해?”



아내의 물음. 뜸을 들였습니다. 같이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는 깊은 바람 앞에. 아내는 연구대상입니다. 올해 결혼 19년차인 남편이랑 아직도 같이 하고픈 게 있을까?


안 그러더니 갑자기 부쩍 같이 뭘 하려고 안달입니다. 대체, 뭐가 찔리는 걸까. 하여튼, 아내가 고맙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백야도 선착장에 차와 사람이 뒤엉켰습니다.



웃꽃섬 상화도 산책로 걷기 두 말하면 잔소립니다다.






섬에게 바람맞은 부부, 기어코 승부수를 던지다!



“지난주에 우리 섬에게 바람 맞았잖아. 낼 만나러 갈까?”



섬에게 바람 맞았다니, 참 멋진 표현입니다. 이렇게 멋스런 여인의 제안을 어찌 마다하리오! 밀당 자체가 필요 없지요. 실은 섬이 아닌 배에게 바람 맞았지요. 배표가 없어 승선 자체를 못했으니.


임호상 시인의 신작 시집 『조금새끼로 운다』에 실린 ‘섬’ 한 수 읊지요.



          섬
                       임호상


    조물주가 실수로 깨트린
    파편 같은 것
    우연히 이곳에 박힌 거야


    아니, 파도처럼 뛰는 당신의 심장에
    승부수를 던진 거야
    한번 허락하면
    평생을 그렇게
    발목 잡혀 살 줄 알면서
    내 모든 걸 단단하게 다짐하고 던진 거야



임호상 시인의 시어(詩語) ‘실수’, ‘우연히’, ‘허락’에 주목합니다. 이걸 ‘운명’으로 읽습니다. 그래선지, 섬은 마음의 고향입니다. 어머니 같이 보듬어 주는 포근한 곳입니다.


또한 내게 ‘발목 잡힌’ 아내처럼 아낌없이 몸을 내어주는 성(性)스런 곳이기도 합니다. 지난 5일, 아내와 함께 간 곳이 여수 화정면 상화도, 일명 ‘꽃섬’입니다.




괭이밥입니다.



봄이 나무에 내려 앉았습니다.





신혼 아닌 부부, 섬에 같이 가면 무슨 흥이 날까?



오전 8시, 여수시 화정면 백야도. 선착장에는 사람과 차가 뒤죽박죽. 이곳은 돌산 신기항과 마찬가지로 대형 주차장 마련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주말과 연휴에는 언제나 붐비기 때문입니다.



이는 금오도 방면과 하화도, 사도 등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이지요. 이를 뻔히 알면서도 늦장을 부렸더니 표는 벌써 마감. 에구 에구, 배는 이미 저만치 가고 있습니다.



하화도 가는 배는 30분 간격으로 있어 괜찮습니다. 하지만 제도, 개도, 상화도, 사도, 낭도 등에 가려면 3시간 30분을 기다려야 합니다. 섬 여행은 배 놓치면 젬병입니다.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고, 시간 때우는 최상의 방법이 있지요.


그것은 화정면 백야도 등대 일대 산책과 함께 화양면 장등 부근 ‘장수만’에서 푸짐하고 맛있는 ‘바지락 칼국수’를 먹는 겁니다. 아점이지요.




철부선입니다.





11시 30분, 철부선에 올랐습니다. 배에 오르니 기분 째집니다. 신혼도 아닌 볼 장 다 본 부부가 섬에 같이 가면 무슨 흥이 나냐고요? 뭘 모르는 말씀. 남자든 여자든 삶은 마음먹기 나름.


여행갈 땐 호랑이 같은 아내가 아니라, 애교 넘치는 애인이거니 생각하면 최고지요. 아내인들 다 늙은 남편과 같이 움직이는 게 좋겠습니까! 같이 움직여 주는 각시라도 감지덕지지요.



배는 제도, 개도, 하화도, 상화도, 사도를 거쳐 낭도에 닿습니다. 목적지인 상화도는 관광객이 몰리는 하화도, 사도와 달리 아주 한산합니다.


실제로 이날 하화도 등은 사람이 무더기로 내리는데 반해 상화도는 8명이 내렸습니다. 그만큼 여유롭습니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산책로가 나옵니다. 어디부터 돌까? 마음 가는대로 움직입니다.




바다와 어울린 집...



바다와 조화 이룬 생활 도구들...





꽃다운 19세에 꽃섬으로 시집 온 이유, 척 알겠네!



상화도는 “지형이 소 머리 같이 생겼다” 하여, 한 때 ‘소섬’으로 불렀답니다. 지금은 ‘꽃섬’이라 부릅니다. 꽃섬은 두 개입니다.


상화도가 ‘웃꽃섬’. 하화도가 ‘아래 꽃섬’이지요. 꽃섬으로 부른 이유는 “동백꽃과 섬모초, 진달래꽃이 섬 전체에 만발했기 때문”이랍니다.


그래 설까, 온통 들꽃 천지입니다. 별꽃, 괭이밥, 염주괴불주머니, 고들빼기, 쥐오줌풀, 보리딸기 등 봄꽃이 만발합니다.



처음부터 섬을 빙 돌면 재미없을 것 같습니다. 하여, 동네를 가로질러 절반씩 팔자 형태로 돌기로 합니다. 동네로 들어서자 돌담이 눈에 확 띱니다. 찔레와 아카시나무의 은은한 꽃향기가 섬을 휘감습니다.


꽃과 바다, 돌담과 바다, 섬과 바다, 집과 섬, 보이는 모든 것이 그림입니다. 아내, “눈이 즐겁다”“원 없이 안구 정화한다!”고 반깁니다. 역시 여인은 여인입니다.



해풍쑥을 캐는 정경엽 할머니입니다.



“팔라고 쑥 캐요. 멍허니 집에 있느니 몸을 놀리는 게 건강에 좋아요.”



정경엽(87) 할머니께서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시며 건강 탓을 합니다. 변명하는 모습에서 자식들이 힘든데 일 그만하시라고 많이 잡았음을 봅니다. 정 할머니는 “19살에 개도에서 웃꽃섬으로 시집”왔답니다.


대개 섬사람들은 육지로의 탈출을 꿈꾸기에 섬으로의 이동을 꺼립니다. 그럼에도 웃꽃섬으로 시집오신 걸 보면 젊은 날 남편 분이 꽤나 멋졌나 봅니다. ‘사랑’은 뭐든 눈멀게 하지요.


그랬는데 “남편이 6년 전, 딸 셋과 아들 둘을 남기고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할머니께서 밭일에 열심인 것은 아마 기댈 남편이 없는 쓸쓸함이 한 몫 거드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쑥이 많네요.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해풍 쑥‘입니다. 웃꽃섬은 ’쑥‘, 아래 꽃섬은 ‘부추’로 특화되어 있습니다.




꽃섬에서의 이런 모습은 자연스런 풍경입니다.



나무를 오르는 덩쿨식물, 이 모습의 연속입니다.





꽃섬 숲속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전투, 누가 이길까?



마을 언덕에서 야영장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흙길을 따라 걷습니다. 덩굴식물들이 소나무 등의 나무를 타고 오르고 있습니다. 그 풍경에서 우거진 여름 속 녹음을 떠올렸습니다. 새소리가 귀를 간질거립니다.


숲 속의 신선한 공기와 은은한 향이 몸에 찌든 스트레스를 앗아갑니다. 어느 새 데크 길이 나옵니다. 우거진 숲 속 낭떠러지 길을 걷기 위한 호구지책입니다.



무심코 걸었는데, 놀라운 풍경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장난 아닙니다. 목숨을 건, 소리 없는 치열한 전쟁 중입니다. 숲 속에서 벌어지는 생각지 못했던 싸움에 어안이 벙벙합니다.


왜? 숲은 상생의 현장이어야만 한다고 여겼을까, 싶었습니다. 정신 차려야 했습니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살폈습니다. 승패는 이미 기울었습니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덩쿨식물 천지입니다. 이건 소리없는 전쟁입니다.



덩쿨식물과 나무의 싸움 끝에 덩쿨식물이 이겼습니다! 그러나 같이 죽어가더군요.



눈으로 보기에는 예쁘기만 한데 속으로는 치열한 전투 중, 자연 학습장입니다.



김지어 콩란까지 나무를 기어오르더군요...





한 눈에 봐도 마삭 줄, 담쟁이, 겨우살이 등 덩굴식물들 승리였습니다. 먹이를 낚아 챈 뱀이 먹잇감을 칭칭 감아 질식사 시키듯 나무를 타고 기어오른 덩굴식물들이 소나무를 뚤뚤 말아 꼼짝 못하게 합니다.


죽음을 피하기 위해 살아 보겠다고 작은 키를 크게 키웠는데도 덩달아 덩치를 키운 덩굴나무가 더욱 의기양양합니다. 점령군이 따로 없습니다. 콩란까지 점령군에 가세한 모양새입니다.



어떤 소나무는 이미 말라 비틀어졌습니다. 더 이상 버디지 못하고 아예 죽은 겁니다. 그런데 소나무를 감쌌던 덩굴식물까지 함께 죽었습니다. 나무 수액을 빼먹고 사는 만큼, 본 나무를 살렸어야 하는데, 혼자 살려다보니 자기도 몰래 같이 죽은 겁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광경입니다. 혼자 돈 벌겠다고 환경을 파괴하는 아둔한 중생을 보는 느낌이랄까.



숲의 생성 및 소멸과 연관된, 나무 사이의 싸움은 한편으로 사람에겐 이익입니다. 나무끼리 싸움에서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서로 내뿜는 항균 독가스가 우리네 인간에겐 ‘피톤치드’이기 때문입니다.


나무들의 전쟁에서 소나무가 일방적으로 지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나 봅니다. 야영장을 돌아 나오면서 소나무에 패한 덩굴식물을 보고 쾌재를 불렀지요. 웃꽃섬, 상화도는 완전 자연학습 체험장이었습니다.




소나무가 이겼습니다. 쾌재를 불렀지요...



싱그러움이 넘쳐납니다.



소나무도 한창 꽃을 피우는 중입니다.






꽃섬 상화도, 관광 전략상 ‘찔레꽃’으로 특화 필요



슬슬 허기가 집니다. 백야도에서 사온 손 두부와 어울릴 막걸리를 얻을 속셈에 가게를 찾았습니다. 어라~, 가게가 없다네. 가게가 없는 건 “부부끼리 하는 고기잡이 벌이가 넉넉하기에 다른 걸 엄두내지 못하기 때문”이랍니다.


필요한 물건은 개인적으로 배타고 육지로 나가 사온답니다. 어쨌든, 다음에는 여수 막걸리를 꼭 사와야겠다는 생각을 위안 삼아 두부만 꾸역꾸역 씹어 삼킵니다. 그 헛헛함이란….



또 걷습니다. 이번에는 선착장~정강산 정상~마을 언덕~마을을 돌아 나오는 산책길입니다. 막걸리 마셨으면 술김에, 파고라~미로공원~약수터를 끼고 걸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사실, 조만간 또 올 생각에 미뤘지요. 정강산 오르는 길 풍광은 아주 빼어납니다.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화양면은 물론이고, 백야도, 제도, 개도, 하화도, 사도, 하계도, 추도, 낭도 등을 한 눈에 다 볼 수 있습니다.




왜 꽃섬이라 하는지 이곳에 오르니 확실히 알겠더군요.



정자와 철쭉, 그리고 섬과 바다...



가만 앉아 있으면 섬의 동화가 흘러 나옵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섬은 마음의 고향입니다.




뿐만 아니라 조망이 여수 화양면과 고흥 적금리를 잇는 다리 공사 진척 상황까지 파악할 수 있을 만큼 어마어마합니다. 십여 년 전 동네만 들렀을 때하곤 완전 다릅니다.


요즘 대세인 ‘섬 관광’에 대비해 새롭게 조망권을 강조한 덕분입니다. 정강산 정상에 흐드러지게 핀 철쭉은 왜 ‘꽃섬’이라 하는지 증명하고 남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손정금(83)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나 고향은 저기 앞에 뵈는 화양면 세포여. 내 나이 열 야덜에 나보다 한 살 더 무근 열아홉 남편과 결혼했어. 남편은 2년 전 저 세상으로 갔어.. 아들만 내리 야섯(6)을 났어. 지금 아덜은 다 부산서 살어. 부산 와서 살어라는디 깝깝허고, 동무도 업고 못 살아. 소일거리로 이 밭만 갈아묵는 재미로 살어.”



보고 싶은 자식들과도 떨어져 옴싹달싹 못하고 섬에 눌러 사시는 손정금 할머니. 이 할머니가 마치 임호상 시인의 시집 『조금새끼로 운다』 에 실린 ‘섬 2’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을 안 쉼터...



선창에는 젊은 부부들이 그물을 손질하고...



바닷가에 팬지 등을 심었더군요.

상화도에 많은 철쭉, 고들빼기, 여수 돌산갓 등을 심으면 좋겠습니다.




        섬 2
                 임호상


    바다에 갇혀 사네
    아니, 바다의 사랑 다 받고 사네
    때로는 은빛 굴레에 속아
    어머니처럼 누이처럼
    마음 다 받아주는 여자
    그냥 그렇게 묻어두고
    못 이기는 척
    알면서도 그냥 그렇게 사네



선창에 서서 바다를 봅니다. 네 쌍의 부부들이 그물 손질 중입니다. 바닷가에 인위적으로 심은 팬지며, 철쭉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왕 심을 거면 찔레나 해당화 등을 심었으면 좋으련만.


웃꽃섬 상화도는 관광 전략상 고들빼기와 찔레꽃이 많은 만큼 바닷가에 고들빼기찔레 및 여수 특산품인 돌산갓을 집중적으로 심어 특화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럼, 해당화는? 뭐든 심사숙고하는 깊은 생각이 필요합니다.





그냥 그립입니다.



문을 재밌게 달았더군요. 자물쇠 대신 숟가락을 달았대요...



아, 꽃섬에 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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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 상 도 1-2

 

 

 


 “사람이 길을 잘못 든 것이냐? 길이 사람을 잘못 받아들인 것이냐?”

 

 

 동해는 영문을 몰라 밖에서 한참 동안이나 서성거렸고 간간히 터져 나오는 스님의 울음 섞인 말소리가 문틈을 새어나왔다.

 

 날이 밝기가 무섭게 스님께서 동해를 불렀다.

 

 

  “급히 나와 갈 곳이 있으니 채비 하거라.”

 

 

 스님의 표정으로 보아 불길한 예감이 들긴 했으나 물을 수도 없는 분위기라 대충 짐을 챙겨 산길을 따라 내려갔다.

 

 스님의 걸음이 여느 때보다 서두르시는 것 같았다. 산을 거의 다 내려왔을 때 무거운 정적을 깨고 스님께서 물었다.

 

 

  “네가 방금 걸어온 길이 좁더냐? 넓더냐?”

 

 

 감히 무어라 말을 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 동해가 입을 닫았고 스님은 자신의 물음에 알 듯 모를 듯한 말로 답을 놓았다.

 

 

  “혼자 걷기는 적당하지만 두 사람이 걷기에는 비좁을 것이야. 마음속에 든 사람을 잊어야 하느니, 그것이 운명이라면 잊어야 하느니.”

 

 

 들녘은 추수를 앞 둔 시점이라 농부들의 바쁜 손길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기계소리와 고함소리가 뒤섞여 모처럼 활기를 띄었다.

 

 무겁던 마음이 서서히 걷혀가고 있었다. 하루 종일 말문을 닫고 있던 산에서 내려와 많은 사람들을 보니 비록 그들과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동해는 괜히 신이 나 평소에는 물을 수 없었던 질문을 했다.

 

 

  “스님께서는 왜 출가를 하셨습니까?”


  “나는 스님이 아니니라.”

 

  “예?”


  “다만 스님의 흉내를 내고 있을 뿐이니라.”

 

 

 동해가 남재 형에게 어렴풋이 그 말을 듣기는 했지만 스님께 직접 말씀을 들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동해가 스님을 따라 들어간 곳은 국군수도통합병원이었다. 그때까지도 스님께서는 왜 이곳에 오게 된 것인지에 대해 함구하셨고 그는 병원의 간판을 보고서야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동해는 계속해서 스님의 눈치를 살폈다.

 

 

  “남재가… 남재가 중상을 입었다는구나.”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순간적으로 다리의 힘이 빠져나가며 털썩 주저앉았다. 머릿속이 하얀 종잇장처럼 텅 비어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스님께서 병실의 문을 열 때에야 겨우 벽을 짚고 일어서기는 했으나 차마 형의 모습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가 애써 고개를 돌리며 두서너 걸음을 옮겼을 때 독백 하는듯한 스님의 말씀이 낮게 깔렸다.

 

 

  “남재가 지뢰를 밟았다니…….”

 

 

 모든 기운이 일시에 빠져나가 몸속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모를 한 줄기 전율이 온몸을 휘감았다. 동해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스님 등 뒤에 숨어 겨우 감은 눈을 떴을 때는 시체처럼 누워 있는 형의 모습이 무섭게 다가왔다.

 

 온몸을 붕대로 칭칭 동여맨 것도 모자라 팔과 다리가 결박당한 채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그런데 누워 있는 형의 몸에서 팔 하나와 다리 하나가 보이지 않았다.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말은커녕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았다. 스님께서도 하염없이 벽만 바라보고 서 계셨다.

 

 여간해서 시장음식을 사 오시지 않던 스님께서 남재 형이 군대를 가기 며칠 전 양념통닭 한 마리를 사 오셨다.

 

 그때 형이 넉살을 부렸다.

 

 

  “스님, 제가 제대하고 나올 때까지 이곳에 계셔야 합니다.”

 

 

 모처럼 스님께서도 환하게 웃으시며 대꾸를 했다.

 

 

  “그럼 나더러 여기에 꼼짝 않고 있으란 말이냐?”


  “그게 아니라……”


  “좋은 숲을 만들면 길조가 날아들기 마련이니라.”

 

 

 그 날의 대화를 들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런 모양새로 돌아오다니 눈으로 보고서도 믿기지가 않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서야 동해는 형의 몸에 손을 얹었다.

 

 

  “형……형!”

 

 

 차가운 감촉이 머리끝까지 전해졌다.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님의 미발표 유고 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허락 없이 불법으로 인용하거나 사용하는 것은 불허하며 고발 조치될 수 있습니다. 

 

 

장편소설 비상도의 저자 고 변재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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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없는 자연 병원 ‘숲’에서 그 절경에 취하다!
여수 종고산에서 바라 본 그림 같은 다도해 풍경

 

 

 

여수 종고산에서 본 장군도와 돌산대교입니다(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어른들은 대개 약 한 두 개씩 갖고 다닙니다.

그 약은 고혈압 약이나 몸에 좋다는 비타민과 홍삼, 한약 등 건강식품입니다. 또한 예방 차원 혹은 병이 깊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조금만 아파도 병원을 찾습니다. 다 젊어서 고생한 흔적 때문입니다.

 

 

지난 주말부터 몸이 영 개운치 않았습니다.

왼쪽 목과 어깨 근육이 뭉쳐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웠습니다. 이럴 땐 병원을 찾던지 침을 맞아야 합니다. 그러나 병원 찾기가 싫습니다. 병원에 거부감이 있어서라기보다 좀 더 나은 곳을 찾으려는 본능 때문입니다.

 

 

몸이 아픈 원인은 자연과 멀어져 컴퓨터, 핸드폰 등 문명과 친하기 때문입니다.

기독교에서 사람은 흙으로 빚어졌다고 합니다. 그래선지, 사람은 흙을 밟고 사는 게 최선인 듯합니다. 제가 찾는 곳은 바로 의사가 있는 병원이 아니라 의사가 없는 병원으로 불리는 ‘치유의 숲’입니다.

 

 

어제는 아침부터 목과 어깨가 무척이나 뻐근했습니다.

출근 때부터 작정하고 등산복 차림에 운동화를 신었습니다. 점심시간에 직장 뒷산인 여수 종고산을 오르기 위함이었습니다. 의사가 있는 병원보다 의사 없는 병원을 찾는 이유를 설명하기 전, 잠시 종고산을 알아보지요.

 

 

 

 

여수 종고산에서 바라 본 그림 같은 다도해 풍경

 

돌산 2대교와 도심 풍경입니다. 

사람은 흙을 밟아야 한답니다. 

종고산 정상의 북봉연대입니다. 

종고산에서 본 2012여수세계박람회장과 오동도 풍경입니다. 

 

 

 

여수 종고산은 북봉연대의 한 축입니다.

다시 말하면 종고산의 정상에 있는 봉화대 터입니다. 종고산은 아시다시피 전라좌수영 관하 5관5포의 봉화대로부터 정보를 받아 봉영에 전하고, 본영에서 내려 온 명령을 5관5포에 전해주는 간봉의 기점이었습니다.

 

 

종고산(鍾鼓山)은 종처럼 생긴 해발 199m의 야트막한 산입니다.

이 종고산은 조선시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한산대첩 후 은은한 북소리가 들렸다 하여 이름 붙였습니다. 나라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웅웅’ 소리를 낸다 하여 여수 시민들이 아끼고 사랑하는 산입니다.

 

 

종고산은 구도심의 중심부에 있어 과거 구도심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조망권이 탁월한 곳입니다. 이곳에 올라서면 경남 남해, 2012여수세계박람회장과 오동도, 돌산 1ㆍ2대교, 경도 등 남녘 다도해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어제도 그림 같은 다도해 풍경에 취해 내려왔습니다.

 

 

종고산 등산 시간은 1시간에서 3시간까지 다양합니다.

바쁜 사람은 정상까지 직선으로 오르면 되고, 여유 있는 사람은 나선형의 등산로를 빙빙 돌아 정상에 오르면 되는 재밌는 산입니다. 수종은 소나무, 떡갈나무, 산벚꽃나무, 동백나무 등이 주종을 이루며, 숲이 울창합니다.

 

 

 

 

의사가 없는 병원을 선호하는 3가지 이유

 

 

종고산의 동백 숲입니다.

전망대가 운치 있습니다. 

치유의 숲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제가 의사 있는 병원보다 의사가 없는 병원을 선호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돈이 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병원에 가면 적게는 몇 천원에서부터 많게는 몇 십만 원까지 듭니다. 하지만 숲은 비용지불이 없는 공짜입니다.

 

 

둘째, 상쾌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이미 알려졌다시피, 울창한 숲 속에 들어서면 향긋한 나무 향과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분이 상쾌하고 피로가 풀려 삶에 찌들고 억눌렸던 활력이 새록새록 되살아납니다.

 

 

셋째, 만병통치약이라는 삼림욕이 가능합니다.

숲의 신비한 효능은 피톤치드에서 비롯됩니다. 피톤치드는 나무들이 각종 병균과 해충, 곰팡이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끊임없이 품어내는 방향성 물질입니다. 삼림욕은 이 피톤치드를 마음껏 마시고 마음과 몸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다들 아시죠?

삼림욕은 신진대사 및 심폐기능 강화, 피로회복, 피부자극, 소염, 혈압완화, 거담, 강장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거. 그래서 숲은 쓰디 쓴 약도 치료비 덤터기 씌우는 의사 없는 자연 속의 병원입니다.

 

어제, 이 자연 속 병원을 찾았더니 올바르지 못한 자세로 인한 몸의 불균형 어느 정도 잡히고 개운합니다. 역시, 자연이 최고입니다.

 

 

 

종고산 등산로 초입입니다,

종고산 정상까지 직선으로 오르는 등산로입니다.

나선형처럼 빙빙돌아 오르는 등산로입니다.

다도해 풍경은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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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많은 양의 술 마시는 원인은 ‘산소’
신선한 산소와 공기를 마시면 술 더 마신다?

지난 주말, 지인들과 번개 모임을 가졌습니다. 최근 전원주택을 지은 지인이 몇 사람을 초대한 자리였습니다.

설설 끓는다는, 그래서 누워 지지기만 하면 되는 황토방이 있다는 말에 혹 했지요. 하지만 이보다 더 저를 유혹했던 건 야외 바비큐 파티였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살금살금 뒤로 빼던 아이들까지 흔쾌히 ‘OK’였지요.

날이 저물어 집에 갔더니 삼겹살 파티 중이더군요. 기름이 쫙 빠진 삼겹살 맛? 이런 맛 다들 아시죠? 두 말 할 것 없이 ‘쥑’이더군요. 야외에서 먹는 이런 맛은 절대 배신하는 법이 없습니다. 횡재한 기분이었지요.

삼겹살 파티에 술이 없으면 앙꼬 없는 찐빵이나 진배없지요. 주종은 막걸리, 보조는 맥주였습니다. 한 지인이 요상한 화두를 꺼내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인과 함께 한 바비큐 번개 파티.

평소보다 많은 양의 술을 마시는 원인은 ‘산소’

“바닷가나 계곡 등 야외서 술 마시면 다른 때보다 주량이 많은 이유에 대해 아는 사람?”

시덥잖은 화두였지만, 사실 꽤 궁금했었습니다. 가만있을 수 있나요. 두 말 않고 물었지요.

“바닷가나 나무가 우거진 산속에서 술 마시면 소주 한 병 마시던 사람도 그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술을 마신다. 왜냐? 그건 바로 ‘산소 양’ 때문이다.”

헐, 산소라니…. 꽤 괜찮은 대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평범했습니다. 일행들 “에이, 설마 그럴까?”라고 반문했지요. 그랬더니 손을 내 저으며 더 들어보라는 겁니다.

신선한 산소와 공기를 마시면 술을 더 마신다?

“공기 중에 산소가 어느 정도 있을 것 같아? 질소 70%, 산소는 22% 정도고, 질소는 70% 정도 되거든. 그런데 바다나 숲에서는 도시보다 산소가 1% 이상 많아서 기분이 좋아져 ‘업’되는 거지. 그래서 술 양이 늘어나는 거야.”

결론은 산소가 기분 좋게 만들고 이게 술이 더 마시게 하는 원인이란 겁니다. 공기 중 산소와 질소의 양까지 설명하니, 꽤 그럴 싸 하더군요.

“파도가 바위 등에 부딪쳐 만들어내는 산소, 나무가 호흡하면 내뱉는 산소를 들이마시면 자연스레 신선한 산소와 공기를 마시니까 기분이 좋아져 술을 더 마신다.”

여기에서 “그래, 그 말도 일리가 있다”며 수긍했습니다. 여러분은 바닷가나 숲에서 술 마시면, 왜 평상시 보다 더 마시게 되는 거라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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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철의 알콩달콩 섬 이야기
각자의 인생사가 다 '섬'의 삶일 것입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알콩달콩 풀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때론 진짜 섬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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