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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께 ‘3배’”…“시험하지 마시게나!” 


 

반가운 스님을 만났습니다.
두 분이었습니다.

싸였던 회포를 풀어야 했습니다.

곡차 상을 앞에 두고 앉았습니다.
호박전을 안주 삼았습니다.

곡차 상 앞에는 웃음이 가득 피어났습니다.
곡차 잔에는 달도 가득했습니다.

한 스님이 호박전을 집었습니다.
그러자 다른 스님이 짓궂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스님, 그걸 다른 말로 뭐라 하렵니까?”

집어든 호박전을,
‘호박전이라 부르지 말고 다른 말로 표현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호박전이 호박전이지, 달리 무어라 할 것인가?
속세였다면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잔뜩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과연 호박전을 달리 자신의 어떤 언어로 표현할 것인가?

“….”

잠시 영겁처럼 침묵이 흘렀습니다.
고요를 깨고 스님이 답을 재촉하였습니다.

그러자 스님이 말없이 호박전을 입에 쏙 넣었습니다.
그 모습에 다른 스님이 갑자기 자세를 고쳐 정색하며 말했습니다.

“스님, 스님께 ‘3배’ 하겠습니다!”

그리고 스님들 얼굴에 염화미소가 피어났습니다.
염화미소가 거둬질 즈음 영롱한 목소리가 흘렀습니다.

“스님, 앞으로 시험하지 마시게나.”

막걸리 잔 속에 보름‘전’ 달이 가득했습니다.
큰 가르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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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1.08 17:07

가족과 놀 때 지켜보지 말고 함께 즐겨라!

 

 

설악 워터피아에서 아이들과 마음으로 가까워졌습니다. 여행이란 이런건가 봅니다.

 

“학교 중간고사 시험 공부해야 하는데…. 가족 여행 안 갈래요.”

마른 하늘에 날벼락 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이렇게 여행 가기 싫다는 아이들과 설악산 가족여행을 성사시켜 준 결정적인 게 있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딜’이었습니다.
설악 워터피아 가는 조건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물놀이가 그렇게도 좋나 봅니다.


“아빠, 같이 놀아요.”

가끔 아이들과 물놀이 가면 즐기기보다 지켜보는 편이라 아이들 재촉이 심합니다.
그럼에도 평상시에는 즐기기를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마음 고쳐먹었습니다.
방관자 입장에서 벗어나 아이들과 적극적인 스킨십을 하며 소통키로 한 것입니다. 

 

 

 

설악 워터피아 내 수영장, 튜브 풀 등 놀이시설에서도 적극적으로 놀았습니다.
그랬더니 아이들과 아내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놀라더군요.

“아빠가 웬일이세요?”
“같이 부대끼며 놀아봐야 왜 놀이시설을 좋아하는지 알 거 아냐.”

워터피아는 좀 색달랐던 것 같습니다.
주위에서 “아이들과 함께 설악산에 가거든 워터피아에 꼭 가라”던 권유의 이유를 알겠더군요.

실내외 파도 풀, 레인보우스트림, 수영장 등 물놀이 시설과 웰빙스파, 시즌스파, 커플스파, 우드스파, 패밀리스파 등 다양한 야외 온천욕이 공존해 아이들과 어른의 구미를 충족시켜주었습니다.

 

 

즐겁게 노는 걸 보고 아내가 그러더군요.

“온천 좋아하는 남편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물놀이 시설이 같이 있어 우리 가족에게 맞춤형이다.”

그래선지 권위적이라는 아빠에게 필요한 말만 하고, 다른 말은 꺼리는 중학교 1학년 딸까지 먼저 말을 걸더군요.

“아빠가 놀이시설을 우리 보다 더 좋아하네.”

“아빠도 너희들과 같이 타니 좋다야~. 진즉 같이 즐길걸 그랬어.”
“그치, 재밌지. 튜브타고 내려 올 때 아빠가 괴성을 그렇게 지를 줄 몰랐어.”

아이들을 지켜보는 것도 좋지만 함께 즐기는 것은 더 좋대요.
어쨌거나 말 없던 딸과 아들, 입이 터지니 재잘재잘 끝이 없습니다.

시끄러워 입을 막아야 할 지경에 까지 이르렀습니다.
그걸 보던 아내가 완전 쾌재를 부르더군요.

“당신이 아이들 말을 안 막고 끝까지 들어주니 아이들이 아빠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하니 보기 좋네.”

아내가 뱉은 말이 제게는 충격이대요.
제 딴에는 아이들과 잘 어울리는 아빠, 문제없는 아버지라 여겼는데, 그게 전혀 아니었나 봅니다.

아이들과 아내 눈에는 아빠랍시고 위압적인 가장이었나 봅니다.

 

 

 

돌이켜 보니,

“공부해”
“○○ 하지마”

등 명령조와 부정 화법에 치중했더군요.
그리고 칭찬에 인색했습니다. 정말이지 반성 많이 했습니다.

아이들과 부대끼며 놀다가 나오면서도 딸은 학교며 친구 이야기를 계속 해댔습니다.
저렇게 말 잘하는 줄 미처 몰랐습니다.
마음으로 다가간 결과였습니다.
아이들과 가까워진 느낌은 이런 건가 봅니다.

아주~ 유쾌, 상쾌, 통쾌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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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만에 가는 설악산 가족 여행 설레

 

지난해 부부 단풍 여행에서 접했던 문수사 단풍입니다.

 

“가을 가족 여행 어디로 갈까?”

지난 여름, 가을 여행지로 꼽은 게 강원도 설악산이었습니다.
관광객이 몰리는 단풍철은 피하기로 했습니다. 복잡한 건 싫거든요.
대신 단풍 여행은 매년 하는 부부 여행으로 넘겼습니다.


오늘 오후부터~놀토~일요일까지 2박 3일간 설악산이 있는 속초와 주문진, 강릉을 행선지로 잡았습니다.

1박 2일 여행은 수시로 할 수 있지만 2박 3일은 큰마음 먹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7년 전 제주도 가족 여행 이후 처음인 것 같습니다.

가족들은 이번 여행 장소 결정을 제게 위임하더군요. 아이들에게 여행 장소와 코스를 직접 선택하도록 할 걸, 후회가 되데요.

쨌거나 여수서 속초까지 만만찮은 거리라 날짜와 가고 싶은 곳, 숙박지 등을 고르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어떤 지인은 “훌훌 털고 떠난다는 게 부럽다”고 하더군요.

헌데, 자문 과정에서 돌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아이들 중간고사가 코앞인데 시험 앞둔 아이들을 데리고 가족 여행 간다고?”

간 큰 부모라는 듯 쳐다보더군요.
10월 첫째 주부터 연거푸 있는 딸과 아들의  중간고사 준비 안하고 여행 간다니 이해할 수 없다는 거였습니다.

게다가 경쟁이 심한 요즘, 죽어라 시험공부 시켜도 뭐할 판에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한다는 게 의아했나 봅니다.

그가 가족 여행을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것입니다.

“2박 3일 여행 후 후유증에 시달려 다시 마음잡고 시험공부하기가 힘들다.”

걱정도 팔자.
지인의 말을 들으니 아이들 시험이 부모들 시험이 된지 오래라는 말이 실감나더군요. 그러면서 그가 한 가지 조언을 잊지 않더군요.

“자기 먹고 살 건 타고 난다는 말 이젠 안 통한다.
 부모가 죽어라고 뒷바라지를 해야 아이들이 겨우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이다.”

예민한 반응에 제가 더 황당하더군요. 일리는 있습니다. 저도 내심 이번 여행에서 이게 걸리긴 했으니까. 아이들도 한 번 운을 떼더군요.

“아빠, 시험 끝나고 가면 안 돼요?”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시험은 앞으로도 지겹게 볼 테니까. 그리고 시험이란 틀 속에 갇히느니 자연의 변화를 보며 섭리를 느끼는 게 더 우선이니까.

  

 

 

아이들도 자세를 고쳐먹더군요.

“자연 속에서 쉬다 오면 공부가 더 잘 될 것 같아요.”

아이들은 계획을 세워 미리미리 자신이 할 일을 챙겼습니다.
그리고 어제 밤, 가족은 여행 짐을 즐겁게 꾸렸습니다.

설악산 여행, 제가 20대 때 가 본 이후 처음입니다.
그러니까 20여년 만에 결행하는 설악산 여행입니다.
이번에는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 더욱 설렙니다.

마음 속 여유를 찾아 떠나는 여행, 격려해 주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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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해철 나이에 비해 아직도 열정이 보이는데요?
    늦게까지 활동하시는게 정말 대단하신 것 같습

    2011.10.04 00:17


‘남자들은 왜 그리 속이 없을까?’ 재미
“친구와 같이 있소. 이제 믿어도 돼요!”

 

 


임재범 씨가 ‘나는 가수다’에서 그러대요.

“제가 사실 친구가 없어요, 한명도….
사적인 것까지 털어놔도 허허하고 웃어주는 친구가 없어요.
그래서 친구가 그리웠나 보죠, 순간… 너무 외로웠으니까.
항상 혼자였으니까…. 그래서 다 쏟았어요….”

고독과 친구였던 삶에 대한 고백인 셈입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지요.
그래서 임재범의 노래는 내공이 느껴지나 봅니다.

사실, 남자 세계에서 정말 이랬다간 완전 왕따입니다.
하여, 사람들이 일정 부분 세상에 맞춰 사는 것이지요.



50 중반인 지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어이, 지금 나올 수 있지?”

“무슨 일인데요?”

“아무 것도 묻지 말고 ○○로 나와 줘.”

TV에서 연예인들의 친구 찾기 프로그램처럼 다짜고짜 나오라는 겁니다.

젊은 날 친구들이 요런 수법을 쓸 때,

“야, 또 동원령이냐?”

하면서도 부단히 불려 나갔지요.


단정한 차림의 옷을 챙겨 입고 약속 장소로 갔습니다.
지인과 그 친구들이 있더군요. 상황을 설명하대요.

“우리 세 명은 마산이 고향인 중학교 동창이야.
객지에서 믿을만한 아우를 만났는지 시험했는데 자네가 왔어. 고마워~.”

헉, 예비군 훈련이었습니다.
중년 나이에도 이런 내기가 필요한 게 남자들인 것 같습니다.

여자들이 보기에는 ‘남자들은 왜 그리 속이 없을까?’ 하겠지만,
이 또한 삶의 재미인 걸 어떡합니까.

특히 가족을 제외하고 자신을 믿고 따라주는 선ㆍ후배가 있다는 건 아주 좋은 일입니다.

 

 

 소개 중에, 갑자기 지인 친구의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진짜 중학교 친구들이랑 있다니까. 바꿔 줘? 아나, 전화 좀 받아 봐라.”

헉, 이 무슨 추태? 말로만 듣던 아내의 확인 전화였습니다.
오십 중반 친구도 눈치 9단이더군요.

“제수 씨. 잘 사요?”

그런데 아직 믿지 못했는지 통화가 끝나지 않더라고요.

“… 거짓말이라고? 다른 친구 바꿔 줄 테니 목소리 잘 들어 봐.”

“진짜, 친구들과 같이 있소. 이제 믿어도 돼요!”

한바탕 웃음이 터졌지요. 참 뭐한 부부입니다.
모양새는 빠졌지만, 웃음은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습니다.

그나저나 미주알고주알 이렇게 마음 터놓고 지낼 진정한 친구가 있을까 싶더군요!!!
‘Yes’란 답을 얻으려면 삶 잘 살아야겠지요.

가슴 나눌 벗들이 그립기만 합니다.

 

아래 추천해 주실 거죠? 고마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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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은 자기 집에서 자야지. 안 그래?”
[아버지의 자화상 37] 잠

“아빠, 아빠. 이야기 좀 들어 보세요.”

숨이 꼴가닥 넘어가는 폼입니다. 대체 왜 그러지, 싶습니다. 그러나 별 관심 없는 듯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아빠, 제 이야기 좀 들어 보시라니깐요.”

시큰둥한 표정입니다. 여기서 좀 더 장난치려 했다간 자식 일에 관심 없는 아버지로 찍힐까봐 한 발 물러섭니다.

“뭔데. 그래 어디 한 번 들어보자.”
“글쎄, 친구가요~ 시험 잘 보면 우리 집에서 하루 밤 자기로 했다지 뭐예요.”

“그게 무슨 소리야?”
“저번에 시험 봤잖아요. 근데 그 시험 잘 보면 우리 집에서 하루 밤 자는 걸, 친구 부모님이 허락하기로 약속했대요.”

아이들입니다. 시험 잘 본 댓가로 같이 자는 걸 꼽을 만치 그렇게 같이 자고 싶을까?


“아빠, 허락한다 못한다 말씀을 하셔야죠!”

사연인즉, 자주 놀러오는 딸아이 친구는 지난 여름, 하룻밤 저희 집에서 잔 적이 있습니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또 자고 싶었나 봅니다. 그런데 그 부모가 저희와 상의도 없이 덥석 시험 잘 본 댓가를 저희 집에서 자는 걸 허락하고 만 것입니다.

보통 아이가 시험 잘 보면 ‘뭐 사주겠다’는 약속은 해도, 친구 집에서 하룻밤 자는 약속이라니 참 재미납니다. 하여, 빙그레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렇지만 꾹 참고 모른 체 했습니다.

“그런데 시험은 잘 봤대?”
“잘 봤대요.”

그리고 관심 없는 척 지나쳤습니다. 아빠가 아무 소리 없으니 속이 타나봅니다. 안절부절입니다. 아이의 입에서 기어이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아빠, 허락한다 못한다 말씀을 하셔야죠!”
“아빠가 한 약속이 아니라, 그 집 부모가 한 약속인데 아빠가 하락하고 말고가 어디 있어? 잠은 자기 집에서 자야지. 안 그래?”

녀석 표정이 영 아닙니다. 머리를 굴리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울면 아빠가 허락하실까?’, ‘아니면 애교로…?’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일단 오금을 박았습니다.

“내일까지 생각해 보고 결정하기로 하자. 너 하는 것 봐서 말이야!”

아내는 찬성이었습니다. 그러나 결정은 제 몫으로 남겨두었습니다.

“어디서 여자가 밖에서 잔다고 그래!”

아시다시피 어릴 적, 친구 집에서 한 번 자려면 무척 힘이 들었습니다. 남자인 저도 그러는데 여자들은 두말하면 잔소리였습죠. 울고불고 난리가 나도 허락이 떨어지질 않았죠. 대신 불호령이 떨어졌습죠.

“어디 여자가 밖에서 자고 들어 오냐. 돼 먹지 않게? 자고만 들어와 봐, 그땐 다리몽둥이 뿔라지는 줄 알어, 알았어!”

그랬는데…. 이를 어기고 몰래 자고 오던 날, 아버지가 뿌린 물바가지를 뒤집어 쓴 누이는 두 번 다시 자고 들어오는 날이 없었습죠. 특히 1박 2일 대학 MT 때나 친구들과 캠핑 갈 때, 이로 인해 애 많이 먹었습죠.

사실 아이의 친구 아버지는 제 고교 동창입니다. 저번에 저희 집에서 잔다고 했을 때, 그 친구 왈 “여자가 어디서 밖에서 잔다고 그래!” 호통을 쳤다 합니다. 제 딸이 “아빠, 친구 아빠는 너무 고지식해요. 아빠가 전화해서 설득 좀 해주세요. 녜?” 했었습니다.

오늘 밤 허락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번엔 제가 애를 좀 먹일 참입니다. ㅠㅠ~. 이게 아버지들의 마음 아닐까요?

한 아이가 성인으로 자라기까지 한 가정에서만 공이 드는 게 아니라, 가정ㆍ학교ㆍ지역사회 등 많은 손길이 스며 있다 합니다.

하여, 이번엔 무슨 이벤트를 만들어 환영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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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수준 알아보는 전국 일제고사
한창 놀 나이에 공부 매달리는 아이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 학기말 시험이 어제 있었습니다. 덕분에 아이들은 주말에도 놀지 못하고 공부에 매달렸습니다. 시험공부 한다고 아파트 전체가 조용했습니다.

지난 토요일, 저녁 먹으면서 초등학교 4학년인 아이가 한 마디 하더군요.

“아빠, 나이도 어린 우리가 주말에 놀지도 못하고 시험공부하고 있으니 불쌍하지 않나요?”

헉! 초등학교 4학년 입에서 나올 소릴까? 시험공부 했다면 얼마나 했다고 벌써 그런 말을 할까? 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그런데 결정타를 날리더군요.

“이런 시험 꼭 봐야 하나요?”

정말 ‘헉’이었습니다. 밥알을 삼키다 캑캑거렸습니다. 그리고 피식 웃고 말았지요. 그러나 가슴에는 비수로 꽂혔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한 마디를 덧붙였습니다.

“아빠, 시험 볼 때가 아닌데 갑자기 시험을 쳐요. 학교에 무슨 일이 있나 봐요.”
“글쎄다. 그러네. 무슨 일이 있을까?”

방과후 영어 교실.


우리 아이는 전국 석차 몇 등일까?

“시험 잘 봤어?”
“시험이 쉬워, 잘 봤어요.”

아이는 시험 잘 봤다며 어깨를 으쓱했습니다.

밤, 지인과 호프 마시다 시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본래는 12월 중순 경 시험 보게 되었는데 갑자기 시험을 치게 되었다는 겁니다. 갑작스런 시험은 학교 수준을 알아보는 전국 일제고사였습니다.

“일제고사라 쉽게 나와요. 봄에 봤던 시험에서 ○○초등학교는 평균 98점 나왔대요. 반에서 제일 못하는 아이도 92점이대요.”

술이 깨더군요. 우리 아이 학교는 전국에서 몇 번째 가는 학교일까? 우리 아이는 전국 석차 몇 등일까? 개탄스럽더군요.

초등학교 4학년. 한창 놀 나이에 시험 공부하는 아이가 눈에 밟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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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공부시켰어요?”, “별거 없어!”

세상을 만든 발명가 아버지, 그 대가를 치르다!
[아버지의 자화상 24]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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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이 딱딱한 부자연스런 사람도 자녀 이야기를 건네면 몰라보게 살아납니다. 부모에게 자식은 이런 존재, ‘희망’인 셈이지요. 주변에 소위 내놓을 만한 대학(이하 '내논대')이라는 곳에 진학한 자녀를 둔 아버지들이 있습니다. 간혹 그분들에게 묻죠.

“대체 어떻게 공부시켰어요?”

그러면 굳었던 표정이 밝아집니다. 덤으로 자세가 확 바뀌죠. 다리를 꼬고, 담배를 꼬나물며 한다는 말,

“별거 없어!”

이럴 땐, 정말 힘 빠지죠. 괜히 물었나? 허나,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들어두는 게 좋지 않겠어요? 살살 구슬리는 수밖에….

공부할 놈은 타고 나나 봐, 그래도 노력이 필요하지

“그러지 말고, 잘난 자식 키우는 비결이나 좀 들어봅시다!”

그때서야 움직이죠. 그도 말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잠시 우쭐해지고 싶은 인간의 욕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거죠. 아버지의 특권이랄까 그런 거죠.

“가만 둬도 그리 돼대! 내가 아무리 봐도 공부할 놈은 타고 나나 봐. 요즘 얘들이 시킨다고 하나. 다 제가 하려고 해야 되는 거지. 그러나 아무리 머리가 좋더라도 노력 없으면 안되는 것 같아. 밤에도 자는가 하고 보면 불이 켜졌어.”

터지기까지가 문제지 한 번 터지면 일사천리입니다. 뒤에는 어떻게 벗어날까, 궁리까지 하니까요. 맞는 말입니다. 자식이 하려고 해야 되는 거겠죠. 알면서도 내버려 두지 못하는 건 부모니까 그런 것 아니겠어요? 이율배반이죠.

“처음에는 공부해라, 공부해라 잔소리를 했지. 그 놈은 시험 본다 해도 대충 대충이야. 그런데 시험 점수 받아오는 것 보면 많아봐야 한두 개 틀릴까 나머진 백점이야. 이런 놈한테 공부해라 가 뭐 필요해. 뒤에서 뒷바라지만 조용히 하면 돼.

가만 보면 공부는 집중력인 것 같아. 집중력이 무서워. 공부할 때는 아무리 큰 소릴 쳐도 그 소릴 듣지 못해. 가서 콕 찔러야 그때 반응을 보여. 지 말로는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잠깐씩 예습 복습하는 게 도움이 된다대. 그게 자기 방법인가 봐. 학원에서도 저놈은 서로 데려 가려고 난리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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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들은 타고 났을까요?

아이에게 맞는 공부 방법을 찾는 게 ‘최고’

공부에 비결은 없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자신에 맞는 방법을 찾는 게 최고죠. 그 방법을 언제 찾느냐에 따라 어려서 튀는 아이, 늦게 튀는 아이로 나뉘는 거죠. 그래서 부모가 방향 등에 대해 조언하는 것이고요. 또 다른 아이를 둔 부모의 경우입니다.  

“그 놈은 아예 컴퓨터 게임을 갖고 살아요. 지금도 눈이 시뻘개질 만큼 밤을 꼴딱 새요. 지가 다 알아서 하는데 뭐라 할 수도 없고. 옆에서 ‘게임도 잠은 자면서 해라’ 그래요. 공부를 안 하는데도 잘하는 것 보면 신통방통해요. 초등학교 때 수학에 재능이 있어 선생님이 영재 반에 들자고 해 들어간 게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이런 걸 ‘자식 복이 많다’ 해야 되나요? 아님 타고났다 해야 되나요? 저도 부러워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며칠 전까지 아이에게 신경을 썼었죠. 왜냐고요? 방학 전, 아이들의 학기말 시험이 있었거든요.

큰 아이가 4학년이 되니 이제 몸풀 준비를 슬슬 해야겠더라고요. 그렇다고 학원에 보내는 것도 아니니 부모로서 역할이 있지 않겠어요? “책 가져와라” 했지요. 그런데 “책이 없다”더군요. 헐~. 학교에 두고 다니는 거죠.

원리를 알려면 책이 최곤데. 문제집을 들었죠. 함께 하다 보니 “아, 이건 정확히 모르는구나”, “이건 깨우쳤구나” 등등의 구분이 되더라고요. 칭찬으로 아이의 잠자는 의욕을 깨웠죠. 주말동안 이렇게 아이와 문제를 풀었답니다.

아이 시험이 곧 부모 시험? 포기할 수 없는 게 자식?

하다 보니, 일요일 밤에는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성질이 나더라고요. 잊고 있었던 학창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이었죠. 공부 스트레스, 역시 보통이 아니더군요. 그래도 ‘부모 된 행복’으로 참을 수밖에. 그렇다고 ‘내논대’를 다니길 바라는 것도 아닌데….

제겐 위안이 하나 있습니다. 꼭, 공부 잘하는 아이를 둔 부모는 떨어져 지내는 관계로 그렇게들 “보고 싶다!” 하더라고요. 바로 이것이지요. 옆에서 항상 볼 수 있는 것, 이상 뭘 바라겠어요. 시험 준비 끝나고 나니 딸이 그러더군요.

“다음에도 아빠랑 같이 공부할거야!”

그래? 하고 말았지만, 속으로 ‘싫거덩’ 했지요. ‘자식 가르칠 부모 없다’던 말이 만고의 진리(?)쯤 되는 것 같아서. 이쯤 되니 결혼 초년병과 총각시절 때가 생각나더군요. “아이가 시험 보는데 왜 부모가 시험 보는 것 같죠? 그러지 마세요, 제발!” 그랬었죠.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 못한 거죠. 그래서 지금 아버지들은 학원에서 밤늦게 귀가하는 자식을 안스러운 표정으로 묵묵히 기다리거나, 혹은 만사 제치고 차를 몰아 데리러 가나 봅니다. 포기할 수 없는 게 자식인 게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세상이 바뀌어야 하는데…” 하면서 말입니다.
“자식의 자식에겐 이런 세상 전해주지 말아야 하는데…” 하면서 말입니다.

건강이 최고인 줄 알면서도 공부에 매달리게 할 수밖에 없는 세상은 누가 만들었을까요? 그 발명가 중 하나인 죄로 우리 아버지들이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며 고생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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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철의 알콩달콩 섬 이야기
각자의 인생사가 다 '섬'의 삶일 것입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알콩달콩 풀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때론 진짜 섬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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