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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3년 전, 취직했다며 즐거워했다!
“납품 대금을 11개월이나 미루고 있어”

“…나, 백수 말고 백조 됐어….”

가슴이 답답했다. ‘이 불경기에 어떻게 먹고 살 것인지?’ 걱정에 앞서, 가슴이 답답했다.

그녀는 7개월 만에 전화를 걸어 ‘백조’됐음을 알렸다. 전화의 주 용건은 결혼과 함께 스페인으로 떠난 벗의 귀국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말미에 슬쩍 끼워 넣은 ‘백조’도 만만찮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어릴 적 바로 옆집에 살았던 친구였다. 지금은 세 자녀를 키우는 이혼녀. 이른 바 모자가정의 가장이다. 아이들은 2남 1녀. 위가 아들, 밑이 딸. 중학생 하나, 초등생 둘. 말만 들어도 숨이 턱턱 막혔다. 속절 없이 얘들은 왜 그리 많이 싸질렀는지….

백조는 “취직 좀 알아봐 달라”는 통보

수년 전, 남편과 헤어진 그녀는 낳은 죄(?)로 아이들 셋을 찼다. 소위 말하는 바보(?) 엄마. 그녀가 전화 말미에 ‘백조’를 끼워 넣은 건, 아이들을 위해 “취직 좀 알아봐 달라.”는 통보였다.

“왜 잘렸어?”
“….”

그녀는 건설회사 경리였다. 취직 전, 차비가 없어 먼 거리를 걸어 다녀야 했단다. 벌이가 없던 터라 어느 날 아이들이 할머니를 찾아 갔나 보다. 돌아온 건 모진 외면….

그랬던 그녀는 3년 전, 취직했다며 즐거워했다. 아이들 학원 하나는 보낼 수 있겠다며 스스로를 대견해했다. 하여, 마흔 넘은 게다가 아이 셋 딸린 아줌마를 고용한 건설회사가 무진장 고마웠었다.

그녀에게 실직은 마른하늘에 떨어진 ‘날벼락’

“이제 뭐 할 건데?”
“뭐든 해야지. 너도 알겠지만 그거 받아서 얘들을 키울 수가 있어야지….”

허탈한 소리였다. 고용 한파와 감원 공포가 깔려 있는 지금, 실직은 그녀와 아이들에게 마른하늘에 떨어진 ‘날벼락’이었다. 모질게 버티고 버텨야 할 그녀가 먼저 나가떨어진 것이다.(아직 해고인지, 스스로 그만둔 건지 말이 없다. 그러니 실직으로 해두자.)

“회사가 어려워?”
“….”

그녀에게 기대할 말은 더 이상 없었다. 대신 내년에 작은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간다는 말이 넘어왔다. 오랜만에 귀국한 친구 덕에 고민할 시간이 없다는 쉰 소리만 해댔다.

“들어갈 때 퇴직금 없기로 하고 들어갔어!”

“퇴직금은 받았어?”
“들어갈 때 퇴직금 없기로 하고 들어갔어.…”

겨우 한 마디 던진 그녀는 풀 죽어 있었다. 그로 인해 목구멍을 타고 나오려던 ‘잘 났어, 정말!’ 소리가 목으로 다시 들어가고 말았다. 결국 건설회사가 ‘마흔 넘은 게다가 아이 셋 딸린 아줌마’를 고용한 이유는 퇴직금과 아무 때나 자를 수 있는 조건 때문 아니었을까?

마침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아파트를 짓는 건설회사에 물건 납품을 했는데, 결재를 11개월이나 미루고 있어. 몇 천만 원 도 아니고 수억 원이나 돼. 우리 같은 대리점은 죽어나는 판이야. 3개월 때 준다던 어음이 6개월 땐 현찰로 바뀌더니, 이제 아무 소리도 없어….”

그녀가 실직자가 된 건, 이와 다를 바 없었다. 추운 겨울 무사히 보낼 수 있도록 애쓰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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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원인, 경제파탄 아닌 실직 전의 가족관계
실직을 이기기 위해 가족이 똘똘 뭉쳐 하나로

“실직 가정에서 부부가 헤어지는 건 돈 문제로 인한 경제 파탄 때문이 아니다.”

대기업 간부로 떵떵거리고 살다 갑자기 실직했던 이모(58)씨의 말이다. 2남 1녀의 가장인 그도 2004년부터 2년간 있던 돈마저 말아먹었다. 게다가 빚까지 늘었다. 그랬던 이씨 부부가 이를 부정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해 경제문제 이혼 13.6% 17만명에 달해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은 124만6천 건. 유배우자 1000명 당 5.2쌍이 이혼했다. 이들 부부의 주된 이혼사유는 성격차이 46.8%, 경제문제 13.6% 순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학비나 생활비가 많이 드는 시기인 40ㆍ50에 경제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혼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이때 이혼은 실직 등으로 인한 경제문제와 관련된 불화와 폭력이 잦아지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김모(42)씨는 2005년 남편의 실직 후 재취업이 안 되자 지난해 이혼했다. 그는 “실직 후 무능해진 남편의 자괴감과 열등감이 음주와 폭력으로 이어져 결국 이혼까지 하게 됐다.” “불안해 세 아이도 남편에게 맡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통계청에서 밝힌 경제문제로 인한 이혼 건수는 2001년 11.6%, 15만6천명, 2003년 16.4%, 27만4천명, 2005년 14.9%, 19만1천명, 2007년 13.6% 17만명에 달한다.

실직, 가족이 뭉쳐 서로에게 힘이 돼야 이길 수 있어

이런 상황에서 이씨 부부가 실직 가정의 이혼은 돈 문제 때문이 아니다는 것. 그들이 꼽는 이혼 이유는 무얼까?

“실직 가정의 이혼은 실직되기 전, 원만하지 못했던 가족관계가 원인이다.”

실직가정의 파괴 원인은 실직이 아닌 가족관계라는 것이다. 이는 “부부간, 자녀와 부모간 서로 대화하고 문제가 있을 때 함께 풀어가는 관계 형성이 안돼 어려울 때 힘을 합치지 못하고, 각자 따로 고민했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우리 가정도 실직 후 지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필사적이었으나 쓰던 씀씀이가 있어 힘들었다.”면서 “매달 늘어나는 적자를 줄이고 살아가기 위해 가족이 똘똘 뭉쳐 서로에게 힘이 되었기에 회생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그의 아내는 “나누던 삶에서 움켜쥐어야 하는 생활 변화가 가장 힘들었으나 내가 먼저 일하고 배려하면서도 남편이 소망과 희망을 잃지 않도록 애썼다.” “아이들도 절박한 긴장감 속에서 아버지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장학금 탔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해결하려는 의지로 뭉친 결과였다.”고 회상했다.

어려울 때일수록 상호 양보와 사랑 필요

이에 대해 이씨는 “실직자로 무능력한 남편이란 굴레를 벗고 재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발판은 가족들이 쓰러지지 않도록 배려하고 힘을 보탠 것 때문이었다.” “아이들과 어려서부터 함께 생각하고 같이 논의하며 지낸 게 큰 힘이 됐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감사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국가경제가 어려운 지금, 물가상승 등으로 인해 실질소득이 줄어들면서 서민경제의 파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더해 세계경제도 주가 하락 등으로 한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로 인해 IMF 이후 몰아쳤던 대량 실직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가정이 어려울 때, 가족 구성원이 힘든 사정을 포용하고 이해하며, 희생하고 양보하며 함께 헤쳐가려는 노력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이씨 부부의 말이 새삼스레 다가오는 건, 위기를 직감해서일까?

위기를 현명하게 이겨내기 위해 가족과 사회의 노력 또한 불가피한 실정이다. 가족에서의 희생과 양보, 노력과 이해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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