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억울함'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7.28 아이들, ‘일기’ 매일 써야 할까요? (1)

아이들, ‘일기’ 매일 써야 할까요?

“왜 저만 일기 써야 돼요? 억울해요!”
[아버지의 자화상 27] 일기

요즘 초딩 3학년 아들을 보면 화가 날 때가 더러 있습니다. 첫째 원인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지요. 둘째로는 아이의 굼뜬 행동 때문입니다. 천성이 그런 걸 어쩌냐고요? 천성은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그러니 그렇지요.

학창시절, 무척이나 하기 싫었던 게 일기였습니다. 매일매일 비슷비슷한 일상에서 뭘 써야하나 고민이 많았었죠. 떠오르지 않은 소재로 인해 머리를 짜야 했고, 짜다 못해 비틀기까지 했으니까요. 어떤 땐, 아예 일기 쓰기용 일거리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아시죠, 그 심정?

또 선생님은 무슨 놈의 일기검사는 그렇게 자주했는지…. 그런 날이면 으레 일주일 치를 몰아 쓰기 일쑤였죠. 방학 때는 밀리고 밀려 개학 이삼일을 남기고 몰아 쓰기도 했으니까. 혹 선생님이 몰아 쓴 사실을 아실까봐 연필을 바꿔가며, 글씨체를 바꿔가며 써야했죠. 그런데도 칭찬을 받았습니다.

글쓰기는 자기표현과 자기 삶의 정리

저희 집에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그 중 ‘책은 매일 읽는다’, ‘일기는 매일 쓴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이들 입장에선 쉽지 않은 일이지요. 부모 입장에서도 쉽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매일’이란 단어 때문이지요.

하루도 빼지 않고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건 대단한 스트레스입니다. 요즘은 건너뛰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런데도 원칙을 앞세운 이유는 알 것입니다. 부연하면, 책 읽기는 지식을 얻어 지혜를 밝히기 위함입니다. 글쓰기는 자신을 제대로 표현하고, 자기 삶의 역사를 정리하기 위함입니다.

“○○아! 일기 썼니?”
“아뇨. 쓸게요.”
  

대답은 따꿍따꿍 잘합니다. 그러나 행동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잠자리에 들어야 할 시각인데도 일기 쓸 생각을 않는 겁니다. 세 번의 확인까지 거쳤는데도 아들은 모른 척 잠자리에 들려 합니다.

“일기 쓰고 자라!”

“왜 저만 일기 써야 돼요? 누나도 안 썼는데….”

아들은 입이 삐쭉 튀어나온 채 주섬주섬 일기장을 챙겼습니다. 불만 가득찬 아들 얼굴. 다들 이런 기억 있을 겁니다. 상상이 가시죠? 그래,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왜, 무슨 불만 있어?”
“불공평하잖아요?
“왜~에?”
“왜 저만 일기 써야 돼요? 누나도 안 썼는데….”

핑계. 저도 그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그럴 만하죠. 그렇다고 그냥 지나칠 일은 아니었습니다. 수학 문제를 풀고 있던 딸에게는 일기 쓰란 말을 하지 않았지만 놀고 있던 아들에겐 몇 차례 일기 쓰길 권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마냥 일기 쓰길 강권할 순 없었습니다. 아들과 함께 냉장고에 붙은 하루 일과표로 다가갔습니다. 해야 할 일 중 누가 더 많이 체크되었는지 살폈습니다.

“이것 봐. 네가 안한 게 많잖아?”
“그래도 억울해요. 누나도 안했는데 저한테만 해라시잖아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들의 일정표.

사용자 삽입 이미지

딸의 일정표.


“아침에 써라!” 물러나야 했죠!

딸에게도 시켜야 할지 잠시 망설였습니다. 같이 혼내긴 싫었습니다. 아마, 이런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싸움판에서 숫자가 불리할 때, ‘한 놈만 잡고 죽어라 때린다!’, ‘때린데 또 때린다’는. 불쑥 “남자가~”란 말부터 튀어나왔습니다.

“남자가~, 다른 사람 핑계 대지 말어. 자기 할 일을 안한 것만 갖고 말해야지, 다른 사람까지 끌어 들이면 쓰겠어?”
“그렇지만, 그래도 억울해요!”

물러서지 않은 아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작 “손바닥 내!”였습니다. 2대를 맞은 아이는 더욱 입이 튀어나왔고, 일기장은 펼쳤지만 연필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이쯤에서 물러나야 했죠. “아침에 써라?” 아이는 잠자리에서 이불을 뒤집어썼지요. 푹푹 찌는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아들은 그렇게 잠이 들었습니다.

일기쓰기에 대한 집착 버려야 하나요?

“딸애는 자기에게 불똥이 튈까봐 조마조마 숨죽이고 있었어요. 당신 요즘 왜 아들에게 화를 자주 내요? 좀 심해요. 윽박지른다고 될 일이 아닌데. 수긍하도록 설명을 해야죠.”

아내에게 읽혔나 봅니다. 실은 아버지의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아내에게 아들처럼 핑계를 댔습니다.

“딸애는 무엇을 안 해도 넘어가는데, 아들이 하지 않으면 이상하리만치 꼭 하게끔 해야겠다는 욕심, 내지는 아집이 생긴다. 나이 먹을수록 그런 생각이 든다. 아버지들의 마음이 이런 것 아니었을까. 아버지의 아들과 딸을 대하는 차이점인 것 같다.”

누워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민들레가 홀씨를 퍼트리듯 제가 뿌린 씨앗으로 낳은 아들. 아들도 아버지처럼 또 씨앗을 퍼트리겠지요. ‘남아선호사상의 원조’다 해도 할 말은 없습니다.

아침에 아들은 일기쓰기를 마쳤습니다. 제 경우, 일기 쓰기와 독서가 지금까지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하나 물어봅시다.
일기쓰기에 대한 집착 버려야 하나요?
아니면, 아들에 대한 기대를 버려야 하나요?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gomjanggun.wo.to BlogIcon 곰장군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린 마음에 저희 아버지와 할아버지 생각도 들어 잠시 적고 갑니다.
    일기 쓰기에 대한 집착은 개인적으로 버리시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저 또한 일기쓰기와 독서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자라왔다고 자부하는 터라
    아버지 되시는 입장을 충분이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들에 대한 기대는... 글쎄요. 제가 첫째 아들인 때문일까요.
    나이를 하나 하나 먹어가면서 아버지의 기대가 약간은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기대를 버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 기대의 시선을 약간은 다른 쪽으로 돌려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나의 바램대로 자라주길 바라는 기대 보다는, 내 아이의 인생이 어떻게 꽃을 피워갈까 하는 기대로 말이지요.
    초면에 댓글이 길었습니다. 혹여 거슬리시는 부분이 있으시면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길 바래 봅니다.
    항상 글만 읽고 가다가 처음으로 댓글 남기다 보니, 또 반가운 내용에 글이 길어졌습니다.

    2010.02.09 12:55

BLOG main image
임현철의 알콩달콩 섬 이야기
각자의 인생사가 다 '섬'의 삶일 것입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알콩달콩 풀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때론 진짜 섬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요.
by 임현철

공지사항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587)
알콩달콩 섬 이야기 (141)
아름다운 여수 즐기기 (112)
알콩달콩 여행 이야기 (162)
알콩달콩 세상 이야기 (422)
알콩달콩 가족 이야기 (476)
알콩달콩 문화 이야기 (205)
장편소설 연재 (68)

달력

«   2019/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922,553
  • 2 59

임현철의 알콩달콩 섬 이야기

임현철 '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NM Media
Copyright by 임현철. All rights reserved.

Textcube TNM Media
임현철's Blog is powered by Tistory. Designed by Qwer999. Supported by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