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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외연도 할머니들의 삶을 훔쳐보다! 

 

외연도의 어선.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바다.
이 바다에는 숱한 사연이 넘실거립니다.

사연을 들으려면 할머니들께 이야기를 청해야 합니다.
요게 섬에서 가장 큰 재미 중 하나입니다.

육지 할머니들과 이야기 나누기는 꺼리는데 섬에서는 너무 자연스럽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마, 육지에서는 삶 이야기를 푸는 게 부담인 반면 섬에서는 삶의 진한 질곡이 우러나기 때문이지 싶네요.

그럼 문화관광부에 의해 ‘가고 싶은 섬’으로 지정된 충남 보령 외연도의 세 할머니 삶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재밌는 이야기부터 시작하지요.

 

 

# 1. 성을 ‘오’가에서 ‘남궁’가로 바꾼 할머니 이야기

“외연도에 사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스무 살에 시집 와 54년 살았어. 여객선 표 팔다가 나이 들어 몸이 아파 그만뒀어. 자꾸 표 팔아 달라고 부탁하는데 한 달에 한 번 육지에 나가 치료 받아야 하거든.”

“얼굴이 너무 고우시네요. 연세와 이름이 어찌 되세요?”
“뭐하려고 다 늙은 할멈 이름은 묻는데. 이름은 남궁춘자, 삼십 구년 생이니 우리 나이로 칠십 셋이여. 근데 본래 성은 ‘남궁’이 아니고 ‘오’씨여, 오춘자.”

“이름을 뭐 하러 묻냐?”고 ‘퉁박’이시더니 감춰진 사연이 있었습니다.
가만있을 수 있나요. 장난기가 발동했습니다. 

 


남궁춘자 할머니. 고향은 죽어도 아니되옵니다~ 그러시더군요.

 

“어쩌다 ‘오’씨를 버리고 ‘남궁’을 성으로 삼았어요?”
“그런 거 묻지 마. 우리 젊었을 때에는 어른들이 중매해 결혼했어. 근데 나는 남편이랑 자유연애를 했어. 그랬더니 어른들이 쫓아내고 호적에서 이름을 빼버렸어. 육남매를 학교 보내야 하는데 호적이 없어 안 되는 거라. 그래 호적을 새로 만들었지. 그때 ‘남궁’을 붙였어.”

“할아버지가 그렇게 좋으셨어요? 남궁춘자? 오춘자? 오씨가 훨 나은데요.”
“나이 먹은 사람 놀리면 못써. 내가 오씨였던 거 다른 사람은 몰라. 우리 남편 잘생겼지? 지금은 호적 만들기가 힘든데 옛날에는 호적 없는 사람이 많아 만들기가 쉬었어.”

이야기 중에 할아버지를 보니 참 잘 생기셨습니다.
그러니 할머니가 반해 부모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결혼하셨겠지요.

잘 생겼다는 말에 할아버지께서 부끄러워 하시대요.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 2. 조기, 홍어 잡던 친척 먼저 보낸 할머니 이야기

외연도 마을 산책에서 텃밭에 물주시던 할머니 세 분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더군요.
경험 상, 섬에서는 조금만 살갑게 말을 붙여도 줄줄 이야기가 터져 나옵니다.

아무래도 날마다 보는 사람 말고, 새로운 대화 상대가 그립나 봅니다.

“어머니들 안녕하세요. 텃밭, 엄청 잘 가꾸셨네요.”
“나이 들어 할 일이 없으니 일삼아 열심히 하는 거지.”

“외연도에서 몇 년 사셨어요?”
“나? 여기서 태어나 아직까지 살고 있어.”

옆에 있던 할머니, “이이는 부끄럼이 많아 말을 잘 못해. 내가 대신 말해 줄게.”하고 자연스레 끼어드십니다.  


나주에서 시집왔다는 유윤임 할머니. 

 

“두 분이 친구세요? 여기는 어떤 고기를 주로 잡아요?”
“응 친구여. 이 할머니는 김점순이고, 78년간을 외연도에서 살았어. 나는 유윤임이고 여기로 시집 와서 40년 살았고. 옛날에는 조기랑, 홍어를 많이 잡았어. 사람도 많이 죽고. 마을에 제삿날이 같은 날인 사람이 많아. 서글픈 일이지.”

“여기서도 조기랑 홍어를 잡았어요?”
“예전에 아주 많았어. 삽교천을 막은 뒤로 고기가 없어졌어. 옛날에는 고기 잡으면 법성포와 영산포에 가서 팔아 먹고 살았지. 또 고기를 소금에 절여 항아리에 넣고 땅에 묻어 필요할 때마다 영산포와 법성포에 내다 팔았지.”

조기와 홍어 어장이 서해까지 미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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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와 전라도 향토음식 어느 게 나을까?
홍어 삼합, “스스로 몸을 삭혀 자체가 보약”
도다리 쑥국, “시원한 국물 맛과 향이 일품”

사용자 삽입 이미지

홍어 삼합.

언젠가 이런 프로그램이 있었지요. SBS에서 진행하던 <맛 대 맛>. 일요일 아침에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문득 이런 식의 맛 대결을 글로 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난 토요일 밤, 경상남도 마산이 고향인 최명락 교수(전남대 생명공학부)와 그의 동기동창 제정고 씨와 여수에서 전라도 음식인 ‘홍어 삼합’을 먹었습니다. 또 일요일 아침, 그들과 함께 속 풀이 해장국으로 통영과 마산에서 유명한 ‘도다리 쑥국’을 먹었습니다.

하루 상관으로 최 교수가 권하는 걸 먹은 터라 품평도 무방하겠더군요. 경상도 향토음식 ‘도다리 쑥국’ VS 전라도 향토음식 ‘홍어 삼합’. 어느 게 더 맛있을까?

스스로 삭혀 몸에 좋은 ‘홍어 삼합’과 어울린 막걸리

“서울에서 옛 고등학교 친구도 왔는데 홍어 삼합과 막걸리 어때?”

최 교수 제안에 마시던 생맥주를 버리고 간 곳은 홍탁집이었습니다. 홍탁을 기다리는 사이 홍어를 연구하는 최 교수가 설명을 늘어놓았습니다.

“홍어는 흑산도 주변에서 주로 잡히는데 옛날에는 한양으로 운반하기 위해 해상교통 중심지였던 영산포 근처로 홍어가 몰렸다. 홍어는 스스로 몸을 삭혀 맛을 내 그 자체가 보약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홍어와 돼지고기, 익은 김치, 막걸리가 나왔습니다. “손님이 밀려들어 하루만 삭혀 내놓는다”는 이집 홍어는 수줍음 타는 처녀의 볼처럼 홍조가 든 것이 때깔이 좋더군요. 앞 다퉈 삼합을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었습니다.

오도독오도독 씹히는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제정고 씨는 “경상도 사람이 쉽게 접하기 힘든 귀한 홍어를 대하니 행복하다”면서 “이런 맛을 친구와 같이 느끼는 즐거움을 어디에 비할까!”라고 하더군요.

홍어 삼합과 어울린 막걸리까지. ‘캬~’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음식은 좋은 사람과 함께 먹어야 그 맛이 배가 되는 건 확실합니다.


홍탁 차림.

홍어 삼합을 먹은 후 행복해 하는 제정고 씨.
경상도 향토 음식 도다리 쑥국.

도다리 시원한 국물 맛과 쑥의 은은한 향, ‘도다리 쑥국’

전날 홍어 삼합에 취해 쓰라린 속을 아침에 달래야 했습니다. 그렇게 향한 곳이 ‘도다리 쑥국’ 집이었습니다. 여수의 맛집을 꿰차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이곳은 전혀 모르던 음식점이었습니다.

최 교수는 “도다리 쑥국이 그리워 여수에서 애써 찾은 집이다.”더군요. 하기야 인생을 즐기는 맛 중 하나가 고향의 맛에 대한 향취니 말해 뭐할까. 처음 대하는 도다리 쑥국 맛이 궁금하더군요.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처럼 도다리의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게다가 봄을 한가득 머금은 쑥 향과 어울려 재미있는 맛을 선사했습니다. 또 찾게 만드는 맛이랄까, 그랬습니다. 경상도 사람들이 봄이면 왜 도다리 쑥국에 사죽을 못 쓰는지 그 명성을 알겠더군요.

주인장에게 도다리 쑥국을 하게 된 연유를 물었더니 “도다리와 쑥의 궁합이 좋다는 소릴 듣고 만들게 되었다.”면서 “매일 새벽 수산시장에서 도다리를 사오고, 쑥은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꼽히는 거문도 해풍 맞은 쑥을 넣고 조리한다.”더군요.

맛 대 맛이요? 사실, ‘도다리 쑥국’ VS ‘홍어 삼합’의 우열을 가린다는 발상 자체가 우습더군요. 서로 다른 환경에서 만들어진 조상의 지혜가 담긴 음식이라, 이런 맛이 있다고 받아들이면 그만이란 생각입니다.

어쨌거나 두 개 다 맛은 최고였습니다. 날씨가 흐린 날은 도다리 쑥국과 홍어 삼합 둘 다 그만이겠죠?


이거 쥑이는 맛이더군요.

마산 사람 아니랄까봐, 끓이는 걸 보는 표정 흐뭇합니다.
"이게 새벽 시장에서 구입한 도다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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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isblog.joins.com/jk7111 BlogIcon 둔필승총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날도 흐린데 또 자극을...ㅎㅎ
    오늘도 야구 취소되면 외발산동에 삼합 잘 하는데 있다는데 그리로 가야겠습니다.^^

    2010.04.2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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