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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속에 있는 절 표현하기, 그림대회 1등은?
“계십니까? 스님, 차 한 잔 마시러 왔습니다!”
[경북 청도 선문답 여행] 절집과 깨달음 ‘대적사’

 

 

 

 

경북 청도 와인터널 옆 대적사 가는 길...

 

 

 

 

길을 걸었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 딛을 때마다 낙엽이 반응합니다. 발로는 낙엽을 밟습니다. 귀로 낙엽 밟히는 소릴 듣습니다. 그런데도 낙엽 밟는 소릴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아직까지 미천한 삶의 한계입니다. 이는 제가 세상을 더 살아야 할 이유지요.

 

 

경북 청도 여행의 핵심은 비구니 수행도량 ‘운문사’입니다. 그러나 아는 게, 보이는 게 다가 아니데요. 우리네 삶에 수많은 숨은 고수들이 있듯, 절집에도 다양한 멋스러움이 존재하대요. 이걸 알기까지 오십일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익을수록 고개 숙인다!’고, 삶이 겸손해야 할 까닭이지요.

 

 

 

 

 

감이 계절을 재촉합니다. 

 

 

길을 걸었습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대적사 가던 길

 

 

 

“청도 와인터널 입구에서 왼쪽 길로 조금 오르면 대적사가 있다. 대적사에 가자.”

 

 

공덕진·김남숙 부부의 안내에 따랐습니다. ‘대적사’ 가던 길. 어디에선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습니다. 연기는 추억 속 향수를 자극했습니다. 아내 또한 추억이 그리웠나 봅니다.

 

 

“연기를 보니 생각나는 이야기 하나가 있네요.”

 

 

연기에 홀렸을까. 아내 입에서 예상 못한 이야기가 흘러나왔습니다. 아내가 꺼낸 이야기는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26~32쪽)였습니다. 그중, 두 번째 이야기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였지요. 다만, 이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각색했더군요.

 

 

 

 

낙엽 밟는 소리가... 

 

 

경북 청도 대적사 절집 계단 사이에 꽃이 피었습디다...

 

 

 

 

 

산 속에 있는 절 표현하기, 그림대회 1등은?

 

 

“그림을 사랑했던 어느 황제가 이런 제목으로 그림대회를 열었대요.

 

 

‘산 속에 있는 절 표현하기!’

 

 

그림대회에 참여한 화가들 대부분은 숲속에 절집을 그리거나, 탑이 솟아 있는 풍경을 그렸대요. 황제 마음에 든 그림이 없었대요. 황제는 마지막으로 한 화가가 제출한 그림을 보고서야 웃더랍니다. 그 화가는 무엇을 그렸을까요?

 

 

화가는 다른 화가들과 달리, 절집 대신 깊은 산속 오솔길에 스님 한 분이 물동이를 이고 올라가는 모습을 그렸대요. 황제는 비록 절을 그리지 않았지만, 물 길러 나온 스님을 보고 가까운 곳에 절이 있는 걸 알아 챈 겁니다. 이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란 의미지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산 속에 절만 있는 그림은 ‘절이 있다’는 느낌에 그칩니다. 하지만 물 길러 나온 스님을 보면, 찻물 용도인지, 공양 지을 용도인지, 혹은 그 스님께선 도를 통했을지, 등 많은 상념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여튼, 아내는 끝난 줄 알았던 이야기에 자신만의 해석을 덧붙였습니다.

 

 

“절집으로 올라가는 산 입구에서, 산으로 올라가는 동자승 모습과 산 속 굴뚝에서 연기가 나는 모습을 그리는 것도 산 속에 절집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거지요. 무엇이든 창의적인 생각이 필요하다는 거죠.”

 

 

와인터널 옆으로 난 길을 한참 올라야 절집이 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와인터널 입구 푯말에 쓰였듯, 대적사는 말 그대로 진짜 100여m 거리였습니다. 산사를 오르는 길에 들리는 낙엽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가을 교향곡이었습니다. 가을 산사는 고즈넉했습니다.

 

 

 

 

 

길에서 낙엽이 인사했습니다.........

 

 

그림대회에서 이런 그림을 그려도 1등 했을 것이라는...

 

 

 

 

 

 

“계십니까? 스님, 차 한 잔 마시러 왔습니다!”

 

 

“대적사. 극락전 보물 제836호. 신라 헌강왕 2년(876년) 보조선사가 토굴로 창건해, 고려 초기 봉양이 중창하였다.”

 

 

헉! 이를 어째? 은연 중 ‘대적사’를 무시했나 봅니다. 보물에다, 보조선사와 인연까지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절집 뒤편으로 올랐습니다. 요사채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계십니까? 스님, 차 한 잔 마시러 왔습니다.”

 

 

누군가 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벙거지를 눌러쓴 백발의 스님이었습니다. 흰 눈썹이 휘날리는 걸 보니, 성질 꽤나 있으시겠다, 싶었습니다.

 

 

“뉘신데 차를 달라는 겁니까?”

 

 

역시나 까칠함이 엿보였습니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나 봅니다. 까칠하신 스님은 근현대 선풍 진작의 중흥조인 경허, 만공스님의 덕숭 문중 법맥을 잇는 속리산 법주사의 총지선원장 등을 역임한 진광스님이었습니다. 선문답, 배움을 청했습니다.

 

 

“왜, 절집 홈페이지 스님 소개란에 ‘득도’를 밝히는 거죠?”
“...................”

 

“스님, 득도(得道)란 무엇입니까?”
“...................”

 

 

스님께선 차와 대답 대신 손수 오죽 지팡이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죽순이 피어날 때 연락하라 하셨습니다. 아둔한 중생입니다. 나무 석가모니불!

 

 

 

 

 

차 대신 오죽 지팡이를 만들어주시는 진광스님...... 

 

 

함께 여행 길에 나선 일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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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기분 좋다! 이래서 술을 마시는구나!’, 감와인

[청도 맛집] 마약 김밥 - 박봉 김밥과 할매 김밥

 

 

 

청도는 감 천지입니다.

와인터널 입구

대형 와인병이 눈길을 끕니다.

 

 

 

여행은 오감의 느낌이 오지게 좋아야 합니다. 아울러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다녀야 ‘힐링’됩니다. 뿐만 아니라 입이 즐거워야 뒷말이 없습니다. 먹을 걸 바리바리 싸들고 쓰윽 훑고 지나는 건 ‘관광’입니다. 여행은 그 지역 음식을 먹으면서 그곳의 문화를 이해하고 느릿느릿 소통하는 오롯한 시간입니다. 그래야 온전하게 나를 비우고 또 다른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지요.

 

 

이런 의미에서 경북 청도는 운문사, 소싸움, 와인터널, 온천 등 정적인 체험과 동적인 즐길거리가 절묘하게 버무러졌습니다. 또 감(반시), 국밥, 추어탕, 미나리 삼겹살, 청국장, 마약김밥 등 먹을거리가 즐비합니다. 취향과 입맛에 따라 움직이기만 하면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 될 터입니다.

 

 

 감와인 홍보 중이대요.

같이 여행에 나섰던 지인들입니다.

 

 

 

 

감와인, ‘아, 기분 좋다! 이래서 술을 마시는구나!’

 

 

지난 1일 오전, 여인들을 위해 청도에서 뜬 와인터널과 간단한 요깃거리 마약김밥을 엮어 움직였습니다. 와인터널에는 이른 시간임에도 관광객이 많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와인터널은 “1905년 개통된 옛 경부선 열차 터널을 정비해, 2006년에 와인 숙성고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15℃ 온도와 60~70% 습도가 연중 유지되고, 다량의 음이온이 어우러져 와인이 숙성하기에 천혜의 조건”이라 합니다.

 

 

터널 규모는 “길이 1,015m, 높이 5.3m, 폭 4.2m로 와인 숙성고, 시음장, 전시장, 판매장, 다양한 이벤트를 통한 문화 예술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답니다. 보통 와인하면 ‘포도주’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요즘은 감으로 만든  ‘감’ 와인이 곳곳에서 출시돼 새로운 대세로 떠올랐습니다. 청도 감와인 역시 대통령 취임식 건배주로 선정되는 등 유명세를 타고 있더군요.

 

 

“와~~~, 알딸딸하니 기분 좋다! 이래서 술을 마시는구나.”

 

 

지난 해, 결혼 후 처음으로 집에 와인 세트를 정식으로 갖추고 아내와 오붓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미리 “얘들은 가라!” 선전 포고했습니다. 아이들이 “우리 아빠 멋있다!”며 응원했습지요. 부부, 촛불 아래 앉았지요. 감 와인을 따르고 건배! 맥주 반잔이 주량인 아내는 분위기가 갖춰지니 자꾸 홀짝였습니다. 술에 약간 맛이 간 아내는 매력이 철철 넘쳤지요. 사랑의 추억입니다.

 

 

마약김밥 

내용물은 별 거 없더이다.

 

 

 

 

“김밥은 김밥이지, 마약은 무슨?”, 마약 김밥

 

 

“청도에서 요거는 꼭 먹으래.”

 

 

생각지 않게 침이 고였습니다. 이런 건 기어코 먹어야죠. 부산에서 합류한, 올해 환갑인 공덕진ㆍ김남숙 부부, 강조하는 ‘꼭’에 방점이 찍혔습니다. 그러면서 콕 집어 무엇인지 말하길 꺼립니다. 청도서 먹을 게 어디 한두 개야 알아맞히지요. 그들 부부, 뜸들이던 중에도 설명이 자못 진지합니다.

 

 

“음식 만들다, 재료 떨어지면 장사 안한대. 4시 전에 가야, 그것도 줄 서서 기다려 먹을 수 있어.”

 

 

“말도 안 돼”라며 손 사레 쳤습니다. ‘설마하니, 청도에 그런 대박 맛집이 있겠어!’, 했습니다. 형님 부부, 기어코 “아니다!”는 겁니다. 자기들이 “몇 번이나 기다림 끝에 먹었다!”는 거죠. 그러더니 “문 닫기 전에 빨리 가야 한다!”고 서두릅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

 

 

“김밥은 김밥인데, 그냥 김밥이 아니라 마약 김밥이다.”

“에이~, 김밥이면 김밥이지, 마약은 무슨?”

“매운 단무지 양념이 자꾸 김밥을 부른다고 김밥에 ‘마약’을 붙였대. 먹어 보면 알아.”

 

 

헐~, 가는 날이 장날. ‘할매김밥’, 일요일이라 문 닫았지 뭡니까. 마약김밥 맛을 보기 위해 다른 집을 찾았지요. 그 옆에 ‘박봉김밥’은 문 열었더군요. 한참 만에 마약김밥 사 왔데요. 보니, 김으로 돌돌 만 김밥을 1/3 크기로 잘라 종이도시락에 넣었습디다. 작은 도시락을 하나씩 배급받았습지요. 도시락을 열고 ‘마약 김밥’ 하나를 천천히 꼭꼭 씹어 먹었습니다.

 

 

다들 아시죠? 소화기 계통의 건강을 바라신다면 꼭꼭 천천히 씹어 먹어야 한다는 거. 어쨌든 마약김밥 하나를 다 먹고 났더니, 묘한 여운이 남대요. 이걸 자꾸 먹고 싶다는 걸로 표현하나 봅니다. 여행에서 새로운 음식문화를 맛보며 느긋하게 다니니까 마음까지 즐겁습니다.

 

여유는 여행의 백미지요.

 

 

 

여행은 비움의 여유지요. 

단풍으로 물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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