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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아내의 과거 남자 이야기 기분 묘해
아내 물귀신 작전, “당신 여자 이야기 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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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가 설과 겹쳤어요. 초콜릿 만들어 주고 싶은데 속상해요. 어떡하죠?”
“만들면 되지. 지금 남자 친구가 좋아도 결혼은 인연이 되어야 해. 엄마도 결혼 전에 만나던 남자가 많았는데 결국 아빠랑 결혼했잖아.”

어제 저녁 식탁에서 아내의 남자 이야기는 딸아이의 밸런타인데이 초콜릿과 함께 기습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얼씨구나 했지요. 덤덤하게 들었지만 한편으로 기분 묘하데요.

“…그 남자들이 왜 싫었는지 알아? 한 남자는 다 좋은데 이름이 너무 촌스럽더라고.”
“이름이 뭐였는데?”
“○○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아빠 이름도 촌스러운데 그땐 왜 그랬는지 몰라.”

이름 때문에 퇴짜 맞은 그 남자, 짠하더군요. 하지만 잘 살고 있다더군요. 아내는 딸아이에게 자신의 사례를 계속 설명했습니다.

줄줄이 사탕으로 나오던 아내의 남자 이야기

“고시 공부하던 남자가 있었는데 사촌이 고시에 붙은 거야. 자기도 될 줄 알고 고시 공부에 매달리다가 엄마랑 결혼한다고 때려치우고 취직까지 했는데….”

이야기를 듣던 아이들 슬픈 표정이었습니다. 그러더니 생각지도 않은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엄마 그만해요. 그 아저씨랑 결혼했으면 우리가 안 태어났을 거 아냐.”

불만이었나 봅니다. 자식이 아빠 마음 대변해 줄 걸 언제 생각이나 했겠어요? 아이들이 힘이 되더군요.

“그래도 너희들은 태어날 운명이었으니 들어봐. 그 남자는 다 좋았는데 키가 너무 작았어. 그러니 너희도 많이 먹고 키 커.”

결혼 전 이야기라 가타부타 할 상황은 아니지만, 줄줄이 사탕으로 나오는 아내의 남자 이야기가 썩 기분 좋은 건 아니더군요.

“엄마, 남자 이야기 또 해줘요.”
“한 남자가 엄마에게 맛있는 거 사 준다고 레스토랑에 가자고 하더라고.”

“엄마랑 어울리는 남자가 있다고 만나보라는 거야.”

아이들과 식탁에서 자연스레 나온 이야기라 잠자코 듣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슬슬 용심이 나더군요. 한 마디 했지요.

“그 사람이랑 결혼하지 그랬어.”
“당신도 들어봐요. 글쎄 레스토랑에서 엄마가 생선가스를 시켰는데 스테이크가 나온 거야. 그 남자가 맛있고 비싼 걸 사준다고 엄마 모르게 메뉴를 바꾼 거야. 그래서 엄마가 고기 안 먹는다는 걸 말한 후 그만 만났지.”

“엄마 인기 많았네.”
“또 있어. 하루는 옆에서 엄마랑 어울리는 남자가 있다고 만나라는 거야. 만나는 사람 있다고 싫다 했는데 기어이 만나라는 거야. 그게 아빠였어. 이게 인연이야. 아빠 처음 만났을 때 어쨌는지 알아?”

“어쨌는데요?”
“다 낡아 빠진 청바지에 양복 윗도리를 입고 왔더라고. 못생기고 빼빼하고 아무튼 별로였어.”

“그럼 어떻게 결혼한 거죠?”
“두 번째 만났을 때 조명 있는 곳에서 만났는데 멋져 보이더라. 조명발은 여자만 아니라 남자도 받는다는 걸 엄마도 그때 알았지 뭐야.”

아내의 물귀신 작전, “당신 여자 이야기 해봐요.”

기분 들떠 말하던 아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물귀신 작전에 돌입하더군요.

“아빠도 인기 많았다. 당신도 결혼 전 사귀던 여자 이야기 좀 해봐요.”
“그래요 아빠. 아빠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이야기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다 대답 대신 밥그릇을 비우고 일어서는 걸로 의사를 표현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내가 움찔하더군요. 아내는 식사 후 제 눈치를 살폈습니다.

여기서 쿨 하게 행동해야 뒤끝 없는 남편이 될 텐데 싶더군요. 약간 과장된(?) 몸짓으로 개의치 않는다는 걸 보여야 했습니다. 쉽지 않더군요.

어찌됐건, 제가 과거 이야기를 피한 건 뒤탈(?)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엄마 아빠의 삶을 나누는 자리였지만, 공유해야 할 ‘무언의 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게 잘한 걸까 싶기도 하네요. 잘한 걸까요?

부부란 참 묘합니다. 알콩달콩 더 살아봐야 부부가 뭔지 알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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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decemberrose71.tistory.com BlogIcon 커피믹스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하고 같은 방법을 쓰셨네요. 임현철님도 저의 남편과 같은 반응이네요. 남자들은 뒤탈을 겁내는군요.ㅎㅎ

    2010.01.27 10:22 신고
  2. Favicon of https://0063.tistory.com BlogIcon 카르페디엠^^*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 아내의 물귀신 작전^^ 잘보고 갑니다!
    추천 버튼이 안보이네요ㅠ

    2010.01.27 13:07 신고
  3. keedi   수정/삭제   댓글쓰기

    남자 여자를 떠나 그런 이야기를 듣고 쿨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것도 전혀 몰랐는데 어느날 갑자기 듣게된 이야기라면... 어느정도 발끈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되네요. 그것을 표출할지 삭힐지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할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한편으로는 부부간의 privacy 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하게 되는 계기일 것 같군요. 부부간의 privacy 는 어디까지 존재하는 것이고 어디까지 공유해야 하는것인가? 누구와 공유해야 하는것인가? 여튼 자제분이 사려깊네요. ^^

    2010.01.27 18:40

“고기 씨가 말라 살기도 힘들 텐데…”

그게 오히려 인면수심(人面獸心)이겠지요!
[아버지의 자화상 22] 덕(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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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부가 가져 온 마음의 선물입니다.

일요일 저녁, 부모님을 뵈러 갔었습니다. 현관에 못 보던 신발이 놓여 있습니다. ‘손님이 오셨나?’ 싶어 거실을 보았습니다. 중년의 부부가 빙그레 웃음 지으며 바라보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래 만에 뵙네요. 잘 지내시죠? 요즘 기름 값도 비싼데 어장은 잘 되세요?”
“그럭저럭 해요. 먹고 살려면 열심히 (고기) 잡아야지 어쩌겠어요.”

인사 나누는데 아버지께서 “아이, 요거 좀 봐라. 이리 큰 고기를 준다고 여기까지 왔구나. 고맙게!” 하시며 커다란 생선을 들고 자랑 하십니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입니다.

왜냐고요? 이런 부모님의 자랑이 꼭 ‘좀 본받아라!’ 하는 것 같아서요. 당신들이 배 아파 낳은 자식은 자식 된 도리를 제대로 못하는데 피 한 방울 섞이지 않는 분이 “고마운 부모님 찾아왔다”며 정겹게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먹고 살기 힘들다는 요즘 바다에서 잡은 돔, 꽃게, 쭈꾸미, 소라, 조기, 오징어 등을 죄다 들고 오셨으니 얼마나 미안하고 고마웠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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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부입니다. 사진이 그렇죠?

그게 오히려 인면수심(人面獸心)이겠지요!

부부가 새벽부터 연근해에 나가 여덟 시간 여를 그물과 씨름하며 잡은 고기를 기꺼이 나누는 그들. 자식은 겨우 생색내며 쥐꼬리만한 보탬을 간간이 드리는 실정인데, 그들의 나눔에서 뒤통수를 맞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인면수심(人面獸心)이겠지요!

“기름 값이 올라 비용도 만만찮고, 고기 씨가 말라 잡기도, 살기도 힘들 텐데…. 그거 팔아 아이들에게 보태시지 가져오셨어요. 그래? 고맙습니다.”
“부모님이 저희들에게 얼마나 고맙게 대해 주셨는데요. 이건 ‘새 발의 피’지요.”

키워주신 은덕을 모르는 자식에게 ‘쥐구멍이라도 찾아라’는 일침(一針)입니다. 옳은 말이지요. ‘새 발의 피’는 고사하고 피 자체도 나지 않았으니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정말이지 쥐구멍이라도 찾아야 할까 봅니다.

“아버지, 어머니는 이렇게 좋은 아들 딸이 또 있으니 참 좋으시겠어요. 자식이 못하는 걸 이분들이 다 하시네요.”
“맞습니다. 아버지, 어머니지요. 연고도 없이 흘러 들어온 우리를 맛있는 거 갖다 주시고, 이리저리 부족한 게 없나 살펴주시고, 따뜻하게 맞아주셨으니 얼마나 고마웠겠습니까? 그 은혜를 어찌 다 갚겠어요?”

아버지께서는 옆에서 ‘허허’ 하고 계십니다. 그랬다는 말인지, 아니란 말인지 도통 모르게 말입니다. 못난 자식, 은근히 용심이 납니다. 아직 철이 덜 들었나 봅니다.

막내인 제가 대학 다닐 때, 부모님은 홀로 사시는 동네 할아버지 댁을 살피셨지요. 밥, 된장국에서부터 과일, 고기까지 드십사 남 몰래 드나드셨지요. 똥 수발, 이불빨래까지 하시면서. 저는 이런 모습, 지켜보기만 했지 아직까지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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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맛있게 먹었습니다.

절대자가 천사를 보내 ‘저 자식 놈, 좀 깨우쳐라’ 했나?

“왜, 가시려고요? 같이 드시고 가시지요. 가져오신 것 같이 먹으면 얼마나 맛있겠어요? 이야기도 좀 더 나누시고요.”
“아닙니다. 지난 4월에 친정 어머니가 딸래 집에 오셔서 돌아가셨는데 그 뒷수발을 다 해주셨어요. 이렇게 얼굴 뵙는 것으로도 배가 부릅니다. 일이 있어 그만 일어나 봐야겠어요.”

괜히 제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얼굴 뵙는 것으로도 배가 부르다니요. 아무래도 절대자가 천사를 보내 ‘저 자식 놈, 좀 깨우쳐라’ 했나 봅니다. 부모님도 낯이 간질거리셨는지 한 마디 보태십니다.

“아이, 야들 엄마가 어찌 돌아가셨는지 아냐? 혼자 살던 엄마가 돌아가실 걸 알았는지 집 정리 다하고, 딸래 집에 온 거라. 있는 돈 십 원짜리 하나까지 옆에 다 나눠주고, 그날 새벽예배 드린 후 눈을 감으셨지. 너무 현명하게 돌아가셨어. 가시는 날까지 덕을 베풀고 가셨지. 우리도 그렇게 가야 할 텐데….”

그들은 한사코 저녁을 마다하고 기어이 가셨습니다. 그들은 이렇게 지나 온 세월을 돌이키게 했습니다. 덕을 베푼다는 건 고사하고, 상처는 주지 않았는지? 남의 아픔을 함께 해 준 적은 있었는지? 행여 그나마 작은 쪽박마저 깨트리진 않았는지?

어느 것 하나 진정으로 같이 한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아마, 부모님의 실천궁행(實踐躬行)을 잘못 배운 것 같습니다. 아등바등 살았는데 이제라도 정신 차려야겠습니다. 그런다고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나요?

그래도 두고두고 더욱 노력해야겠습니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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