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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아내가 남편과 동반 여행 꿈꾼 ‘운문사’

자기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가장 뛰어난 승리자
어둠 속에 움직이는 비구니들 발걸음으로 ‘위안’
[경북 청도 선문답 여행] 학인스님들의 ‘운문사’

 

 

 

 

운문사 가는 길 

새벽예불 후 불이문으로 향하는 비구니 스님들.

운문사 입구 가는 길...

 

 

 

“처녀 때 청도에 세 번 왔어요. 두 번은 혼자 왔고, 한 번은 친구랑 같이 왔지요. 그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운문사 새벽예불을 보는 것만으로 충분한 ‘힐링’이 됐어요. 그땐 꿈도 많았는데….”

 

 

20여 년 전, 경북 청도 운문사 여행에 대한 아내의 회고담입니다. 여자 혼자 6~7시간 버스 타고 여행에 나선 자체가 놀랍습니다. 겁 없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집니다. ‘뻔’한 인생살이 남자의 옹졸한 변명 한 번 하지요. ‘꿈’ 좋지요. 그러나 삶에 대한 미련이 아직 있는 걸 보니, 삶이 별 거 아니라는 걸 여적 모르나 봅니다. 이걸 알면 벌써 도인 됐겠죠.

 

 

가을이 물든 운문사 

처진 소나무 

처진 소나무

 

 

 

“옛날엔 여수에서 청도로 바로 오는 버스가 없어, 경주를 거쳐 왔어요. 다시 오기가 힘들어 한번 오면 4박 5일씩 민박하며 머물렀죠. 당시에도 300여명이 함께 부르는 새벽 예불 소리는 듣는 자체가 큰 즐거움이었어요. 이번에도 새벽예불은 꼭 하게요.”

 

 

아내는 추억담을 말하며 신이 났습니다. 지난 10월31일~11월1일 청도 운문사 가을여행엔 부산의 공덕진·김남숙 부부, 최명락 교수(전남대 생명산업공학부), 저희 부부까지 다섯이 나섰습니다. 당초 합류가 예정됐던 창원의 박천제·전영숙 부부는 큰 딸의 출산과 맞물려 무산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하여튼 이번 여행의 백미는 운문사 새벽예불이었으니...

 

 

 

 

 

 

 

 

자기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가장 뛰어난 승리자

 

 

 

“똑·똑·똑·똑·똑·똑·똑·똑·똑….”

 

 

도량석. 목탁소리가 고요한 새벽을 가로질러, 가람 사이를 돌아 나오더니, 공중으로 휘몰아치더이다. 이어 절집 주변을 밝히는 불이 하나 둘 켜지더이다. 운문사의 첫 새벽을 밝히는 목탁소리가 마치 소 울음소리처럼 들리더이다. 청아한 목탁소리. 누가 도량석을 쳤을까? 도량석에 이어 법고와 목어, 범종 등을 차례로 치더이다. 이를 보며 제주도 우도 금강사 덕해 스님 말씀을 떠올렸더이다.

 

 

“도량석은 스님을 깨우는 자명종입니다. 도량석을 담당한 학인스님은 다른 학인스님보다 30분 먼저 깨어, 절 주위를 돌며 스님들이 일어나길 재촉하지요. 때문에 스님들은 조금이라도 잠을 더 자려고 도량석 당번을 많이 꺼리지요. 번을 써는 스님 목탁소리에 따라 큰스님 기분이 달랐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부처님께 귀의하기 위해 나선 수행 길에도 걸림돌이 있는 걸 보니, ‘잠’은 공부하는 모든 이들이 넘어야 할 태산이나 보더이다. 2년 전, 우도 금강사에 잠시 머물 때, 새벽을 가르는 목탁소리에 깨어 허겁지겁 도량석 중인 스님의 뒤를 따르던 기억이 새롭더이다. 이런 날, 스님께선 아침 공양으로 마음 속 특별식을 내주셨더이다.

 

 

부지런한 스님들은 벌써 불이문을 넘어 대웅보전으로 향하더이다. 걸음걸음이 어찌나 사뿐이던지 발자국마저 남지 않은 것 같더이다. 뿐만 아니라 법고와 범종 소리가 공중을 가로질러 천지자연을 일깨우더이다. 학인스님들의 행렬이 바빠지더이다. 비로소 운문사 절집으로 오는 ‘솔바람 길’에 붙어 있던 문구를 떠올렸더이다.

 

 

“전쟁터에서 싸워 백만 인을 이기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가장 뛰어난 승리자입니다.” - 법구경 -

 

 

 

 

 

 

 

 

어둠 속에 움직이는 비구니들 발걸음으로 ‘위안’

 

 

건망증 때문일까. 운문사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걸 깜빡했습니다. 유홍준 교수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 - 산은 강을 넘지 못하고』에서 “운문사의 아름다운 다섯” 중 으뜸으로 꼽았던 “아직은 선량하고 앳되면서도 뭔가 해볼 의욕으로 빛나는” 학인스님들의 눈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 더 아쉬웠습니다. 대신 어둠 속에 움직이는 비구니들의 발걸음을 본 것으로 위안 삼았습니다.

 

 

학인스님을 따라 대웅보전에 들었습니다. 스님들은 층층이 앉았습니다. 스님 한분이 새벽예불에 참여한 중생들을 안내했습니다. 새벽예불이 시작되었습니다. 감격스러웠습니다. 멀리서만 들었던 은은하고 낭랑한 비구니들의 합창소리를 법당 안 바로 옆에서 직접 들을 줄이야! 아마, 인연의 한 자락이 운문사와 맞닿았나 봅니다.

 

 

학인스님들이 거처하는 도량과 은행나무. 

불이문... 

불이문 안쪽의 모습은 정중동이었습니다.

 

 

 

“과거심불가득(過去心不可得) 현재심불가득(現在心不可得) 미래심불가득(未來心不可得) - 이미 지나간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의 공허한 공상에 젖지 말며, 오직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인연에 최선을 다하라 -”

 

 

청도 여행 중, 최명락 교수가 차 안에서 정성들여 은은하게 암송해준 금강경 일부입니다. 그는 금강경 암송 후, 위 구절이 금강경의 핵심 중 하나라며 다시 또 자세히 풀어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보현행원품까지 알려주시데요. 이 때문일까. 법당에 올라 부처님 앞에서 처음으로 “과거심~, 현재심~, 미래심~”을 되새김질했습니다. 백팔배가 시작되었습니다. 새벽 기온 0℃라는 일기예보 덕에 껴입었던 옷이 부담이었습니다.

 

 

새벽예불이 끝났습니다. 천천히 한 사람 한 사람 법당을 빠져나갔습니다. 댓돌에 놓여 있던 수많은 신발들이 하나 둘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자기 것인지 어떻게 알까? 아내 말로는 “자기만 아는 다양한 표식으로 구분한다!”더군요. 확인 못한 게 아쉽습니다. 암튼, 일렬로 줄지어 가는 학인스님들의 행렬에서 묘한 여운을 느꼈습니다.

 

 

 

도량석 후 불이문을 나서는 스님... 

 

새벽예불을 위해 대웅보전으로 향하는 스님...

 

 

 

 

“절을 하니까 다 내려놓게 되데요. 참 신기해요.”

 

 

“드디어 나도 소원을 하나 갖게 되었다. 늙어서 정년퇴직하고 나면 청도 운문사 앞 감나무 집을 사서 여관이나 하면서 사는 것이다.”(262쪽)

 

 

이는 유홍준 교수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에서 “신경림 선생과 술자리에서 전해들은 소설가 이문구 씨의 평생소원을 전해 듣고 갖게 됐다”던 소원입니다. 유 교수가 감나무 집을 샀다는 소릴 아직 전해 듣지 못한 바, 그의 꿈은 아직 유효하겠죠. 그만큼 운문사가 탐이 났던 게지요. 욕심이 생기니 감나무 집까지 넘보게 되고...

 

 

 

도량석 후  법고, 목어, 범종을 칩니다.

무릇 수행이란... 

예불 후 불이문으로 향하는 스님들 행렬에서 묘한 여운을 느낍니다.

 

 

 

 

결혼 전, 아내 소원도 유홍준 교수 꿈과 엇비슷했습니다. 아니, 아내 소원이 유 교수보다 더 소박했습니다. 집을 사겠다는 유 교수의 소유욕(?)과 차원이 다르지요. 아내 소망은 단지 “남편과 함께 청도 운문사를 여행하는 것”뿐이었으니. 무욕(無慾)을 추구하는 진정한 자유인이지 싶습니다. 이는 물론 아내가 유 교수의 가르침을 가슴에 간직했기에 받은 선물이리라!

 

 

“내 생애 두 번째로 법당에 올라 부처님께 절을 했어요. 첫 번째는 창원 성불사 법당이고, 두 번째가 여기 운문사에요. 내가 이렇게 많이 절을 하다니 놀라워요. 절을 하니까 다 내려놓게 되네요. 참 신기해요.”

 

 

아내 말에 공감입니다. ‘나를 내려놓게 만드는 힘’은 법당을 나가 일렬로 줄지어 되돌아가던 학인스님을 보면서 느꼈던 ‘묘한 여운’과 비슷했습니다. 아마도 이 ‘힘’ 때문에 유홍준 교수는 “운문사 앞 감나무 집 여관”을 소원했지 싶습니다. 또한 아내도 이 ‘여운’ 덕분에 “결혼 후 남편과 운문사 여행”을 꿈꿨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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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기분 좋다! 이래서 술을 마시는구나!’, 감와인

[청도 맛집] 마약 김밥 - 박봉 김밥과 할매 김밥

 

 

 

청도는 감 천지입니다.

와인터널 입구

대형 와인병이 눈길을 끕니다.

 

 

 

여행은 오감의 느낌이 오지게 좋아야 합니다. 아울러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다녀야 ‘힐링’됩니다. 뿐만 아니라 입이 즐거워야 뒷말이 없습니다. 먹을 걸 바리바리 싸들고 쓰윽 훑고 지나는 건 ‘관광’입니다. 여행은 그 지역 음식을 먹으면서 그곳의 문화를 이해하고 느릿느릿 소통하는 오롯한 시간입니다. 그래야 온전하게 나를 비우고 또 다른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지요.

 

 

이런 의미에서 경북 청도는 운문사, 소싸움, 와인터널, 온천 등 정적인 체험과 동적인 즐길거리가 절묘하게 버무러졌습니다. 또 감(반시), 국밥, 추어탕, 미나리 삼겹살, 청국장, 마약김밥 등 먹을거리가 즐비합니다. 취향과 입맛에 따라 움직이기만 하면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 될 터입니다.

 

 

 감와인 홍보 중이대요.

같이 여행에 나섰던 지인들입니다.

 

 

 

 

감와인, ‘아, 기분 좋다! 이래서 술을 마시는구나!’

 

 

지난 1일 오전, 여인들을 위해 청도에서 뜬 와인터널과 간단한 요깃거리 마약김밥을 엮어 움직였습니다. 와인터널에는 이른 시간임에도 관광객이 많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와인터널은 “1905년 개통된 옛 경부선 열차 터널을 정비해, 2006년에 와인 숙성고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15℃ 온도와 60~70% 습도가 연중 유지되고, 다량의 음이온이 어우러져 와인이 숙성하기에 천혜의 조건”이라 합니다.

 

 

터널 규모는 “길이 1,015m, 높이 5.3m, 폭 4.2m로 와인 숙성고, 시음장, 전시장, 판매장, 다양한 이벤트를 통한 문화 예술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답니다. 보통 와인하면 ‘포도주’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요즘은 감으로 만든  ‘감’ 와인이 곳곳에서 출시돼 새로운 대세로 떠올랐습니다. 청도 감와인 역시 대통령 취임식 건배주로 선정되는 등 유명세를 타고 있더군요.

 

 

“와~~~, 알딸딸하니 기분 좋다! 이래서 술을 마시는구나.”

 

 

지난 해, 결혼 후 처음으로 집에 와인 세트를 정식으로 갖추고 아내와 오붓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미리 “얘들은 가라!” 선전 포고했습니다. 아이들이 “우리 아빠 멋있다!”며 응원했습지요. 부부, 촛불 아래 앉았지요. 감 와인을 따르고 건배! 맥주 반잔이 주량인 아내는 분위기가 갖춰지니 자꾸 홀짝였습니다. 술에 약간 맛이 간 아내는 매력이 철철 넘쳤지요. 사랑의 추억입니다.

 

 

마약김밥 

내용물은 별 거 없더이다.

 

 

 

 

“김밥은 김밥이지, 마약은 무슨?”, 마약 김밥

 

 

“청도에서 요거는 꼭 먹으래.”

 

 

생각지 않게 침이 고였습니다. 이런 건 기어코 먹어야죠. 부산에서 합류한, 올해 환갑인 공덕진ㆍ김남숙 부부, 강조하는 ‘꼭’에 방점이 찍혔습니다. 그러면서 콕 집어 무엇인지 말하길 꺼립니다. 청도서 먹을 게 어디 한두 개야 알아맞히지요. 그들 부부, 뜸들이던 중에도 설명이 자못 진지합니다.

 

 

“음식 만들다, 재료 떨어지면 장사 안한대. 4시 전에 가야, 그것도 줄 서서 기다려 먹을 수 있어.”

 

 

“말도 안 돼”라며 손 사레 쳤습니다. ‘설마하니, 청도에 그런 대박 맛집이 있겠어!’, 했습니다. 형님 부부, 기어코 “아니다!”는 겁니다. 자기들이 “몇 번이나 기다림 끝에 먹었다!”는 거죠. 그러더니 “문 닫기 전에 빨리 가야 한다!”고 서두릅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

 

 

“김밥은 김밥인데, 그냥 김밥이 아니라 마약 김밥이다.”

“에이~, 김밥이면 김밥이지, 마약은 무슨?”

“매운 단무지 양념이 자꾸 김밥을 부른다고 김밥에 ‘마약’을 붙였대. 먹어 보면 알아.”

 

 

헐~, 가는 날이 장날. ‘할매김밥’, 일요일이라 문 닫았지 뭡니까. 마약김밥 맛을 보기 위해 다른 집을 찾았지요. 그 옆에 ‘박봉김밥’은 문 열었더군요. 한참 만에 마약김밥 사 왔데요. 보니, 김으로 돌돌 만 김밥을 1/3 크기로 잘라 종이도시락에 넣었습디다. 작은 도시락을 하나씩 배급받았습지요. 도시락을 열고 ‘마약 김밥’ 하나를 천천히 꼭꼭 씹어 먹었습니다.

 

 

다들 아시죠? 소화기 계통의 건강을 바라신다면 꼭꼭 천천히 씹어 먹어야 한다는 거. 어쨌든 마약김밥 하나를 다 먹고 났더니, 묘한 여운이 남대요. 이걸 자꾸 먹고 싶다는 걸로 표현하나 봅니다. 여행에서 새로운 음식문화를 맛보며 느긋하게 다니니까 마음까지 즐겁습니다.

 

여유는 여행의 백미지요.

 

 

 

여행은 비움의 여유지요. 

단풍으로 물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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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승낙 조건 중 하나였던 ‘새벽 예불 구경’ 이유가

잠이 부족한 학승들에게 곤혹이었을 ‘목탁소리’
스님이 전한 ‘도량석’에 얽힌 사연에 빙그레 웃고…
새벽 예불에 들어 있는 ‘남들을 깨운다’는 의미는?

 

 

 

 

세상을 일깨우는 도량석 중인 스님...

새벽 예불을 마친 제주도 우도 금강사.

 

 

 

 

18년 전, 아내는 나그네의 청혼을 받아주는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로 ‘새벽 예불 구경’을 내걸었습니다.

 

전혀 예상 못한 기상천외한 제안이었습니다. 호기롭게 ‘까지 꺼 그거 못하겠냐?’ 싶어 “좋다”고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그리고 경북 청도 운문사로 향했었습니다. 운문사의 새벽, 앳된 비구니들의 예불소리는 웅장함을 넘어 자비였습니다. 이후, 새벽 예불은 마음의 고향이 되었습니다.

 

 

 

구도는 자신을 낮추는 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똑 똑 똑 똑 ~~~~~~ 또르르르~~~~~~’

 

 

제주도 우도 금강사.

덕해 스님께서 대웅전 앞에 섰습니다. 목탁소리가 새벽을 갈랐습니다. 청아했습니다. 목탁소리엔 일정한 음률(音律)과 시어(詩語)가 들어 있습니다. 그래선지, 나그네를 깨우는 신비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정신을 가다듬고 스스로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나그네는 공(空)이 되어갔습니다.

 

 

덕해 스님께서 목탁을 두드리며 걷습니다.

동시에 염불이 나옵니다. 목탁과 어울린 염불소리는 절묘한 조화로 세상에 울려 퍼졌습니다. 스님의 부드러우며 절제된 발걸음은 춤사위처럼 사뿐했습니다. 이에 반했는지, 한 처자가 문을 열고나왔습니다. 그녀는 합장한 채 스님을 뒤따랐습니다. 숨죽여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여름의 행복이었지요. 아내는 이런 행복을 어찌 알았을까?

 

 

“마하반야~ 바라~ 밀다심경~~~”

 

 

절집의 새벽 예불은 보통 새벽 3시30분 혹은 새벽 4시에 시작됩니다. 순서는 도량석, 종성, 종치며 염불, 법고, 운판, 목어, 범종, 작은 종(운집새), 법당 예불 순입니다. 절집 규모와 도량 크기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납니다. 이 과정을 가만히 지켜볼 수 있다는 건 삶의 재미지요.

 

 

 

목탁소리는 신심이었습니다.

 

 

 

 

잠이 부족한 학승들에게 곤혹이었을 ‘목탁소리’

 

 

세상이 좋은 것뿐이라면 이 무슨 재미. 양(陽)이 있으면 음(陰)이 있고, 희망이 있으면 좌절도 있는 법. 목탁소리는 잠이 부족한 젊은 학승들에게는 아주 ‘곤혹’입니다.

 

 

수학능력시험을 코앞에 둔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이 자신을 깨우러 온 엄마를 보며 “1분만 더, 1분만 더”를 간절히 외치며 이불 속으로 파고드는 모습을 떠올려도 무방합니다. 꿀잠의 맛이지요.

 

 

“도량석을 담당한 학승은 따로 잔다.

그래야 잠이 부족한 다른 학승들이 부산함에 깨지 않고

조금이나마 더 잘 수 있으니까. 이는 배려의 미학이다.

보통 도량석 담당은 1주 단위로 돌아간다.”

 

 

우도 금강사 덕해 스님의 설명입니다.

 

 

 

연꽃처럼...

 

 

 

 

<도량석(道場釋)>은 새벽예불 전에 도량을 청정하게 하기 위한 의식으로, 목탁과 염불로 잠든 스님들과 삼라만상을 깨우는 새벽 예불의 서막입니다. 도량석을 담당한 학승은 3시에 일어나 절집 곳곳을 돌며 목탁을 두드리며 염불을 욉니다. 이 소리에 스님들이 깨어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새벽 예불을 준비합니다.

 

 

도량석은 스님들의 알람 자명종인 셈입니다.

 

 

도량석과 새벽 예불 사이는 30 내지 40분의 시간 여유가 있습니다. 이 시간을 최대한 누리기 위해 도량석 담당을 둘러싼 치열한 줄다리기가 전개됩니다. 마치 군대에서 한참 잘 시간에 불침번 서는 걸 꺼리는 것처럼. 그러고 보면 사람 사는 건 어디나 매 한 가지. 하긴 이게 세상살이 묘미지요.

 

 

“절집 마당만 돌다가 올해부턴 우도를 안았습니다.”

 

 

지난 밤,

덕해 스님과 차를 마시며 새벽예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온 말입니다. 모든 중생의 고통을 짊어지셨던 부처님을 따르기 위해 더 안아야 함을 아신 게지요. 어찌 우도뿐이겠습니까!

 

 

 

도량석을 위해 대웅전 앞에선 스님.

 

 

 

 

스님이 전한 ‘도량석’에 얽힌 사연에 빙그레 웃고…

 

 

새벽, 어둠이 가득합니다.

어둠 속에 가로등 불빛이 빛나고 있습니다. 덩달아 하늘에선 달과 별이 마지막 빛을 발하는 중입니다. 조금 있으면 밝음에게 자리를 비켜줘야 하는 것을 아는 모양입니다. 목탁 소리와 염불 소리가 새벽 공기를 가릅니다. 스님이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그 뒤를 합장한 채 묵묵히 걸었습니다. 새벽의 상큼함이 스리슬쩍 마중 나왔습니다.

 

 

지난해 여름에 찾은 우도 금강사에선 도량석과 새벽 예불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직접 하기보다 과정을 넌지시 지켜보는 것만으로 충만했습니다. 올해는 달랐습니다. 다시 찾은 금강사에선 도량석과 새벽 예불에 참여했습니다. 보는 것(智)과 하는 것(行)의 차이를 이제야 알았기 때문입니다. 세월이 자연스레 선사한 ‘내공’ 덕분이었습니다.

 

 

“똑똑똑똑~, 마하반야~”

 

 

목탁소리에도 원칙이 있었습니다.

새벽 목탁소리는 잠든 나무와 풀벌레 등 만물에게 놀라지 말고 일어날 준비를 하란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 아주 작은 소리로 시작해 점점 커집니다.

 

반대로 저녁 목탁소리는 크게 시작해서 잦아듭니다. 조용히 휴식 취할 준비를 하란 거죠. 그러니까, 목탁소리는 삼라만상에 대한 부처님의 배려의 자비가 숨어 있습니다.

 

 

“시계가 귀하던 과거에는 어떤 스님이

도량석을 하느냐에 따라 예불 시간이 달랐다.

 

잠 없는 스님께서 도량석을 맡으시면

새벽 예불이 일찍 시작되는 관계로 예불 후

한참이 지나서야 아침 공양을 했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예불 후 바로 아침 공양을 했다.”

 

 

덕해 스님이 전한 도량석에 얽힌 사연입니다. 빙그레 웃었습니다. 머리 깎고 출가한 구도자의 세계는 우리네 세상과는 한참 다를 줄 알았습니다.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구도자였으나 우리네와 마찬가지로 사람이었습니다. 시간에 매여야 하고, 공양을 해야 하는 인간이었습니다. 언제, 어디에 있든 그곳이 바로 ‘극락’인 것을…. 가르침이었습니다.

 

결혼이 곧 구도자의 길이었으니….

 

 

 

구도의 길은 간절함이었습니다.

 

 

 

 

새벽 예불에 들어 있는 ‘남들을 깨운다’는 의미는?

 

 

세속적인 나그네가 생각하는 새벽예불의 맛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깨달음의 경계를 넘나들고자 하는 수행.

둘째, 만물이 잠든 고요한 새벽에 일어나 몸과 마음을 바르게 가다듬고 정진하는 수양.

셋째, 남들보다 일찍 얼어난 만큼 하루를 더 길고 알차며 값진 시간을 만드는 토양이지 싶습니다.

 

 

“남보다 먼저 일어나는 것과 곤히 자는 남들을 깨운다는 것이다.” 

 

 

새벽예불에 대한 덕해 스님의 답입니다. 새벽 예불을 보는 눈은 비슷합니다. 하지만 깊이에 차이가 납니다. 그건 “남들을 깨운다!”는 사실입니다. ‘혼자’가 아닌 ‘우리 함께’를 일깨우고 있습니다. 아름드리나무가 인간에게 사랑받는 건 우리에게 주는 그늘이 푸짐하기 때문이듯….

 

 

언제부터인가,

목탁소리에 스민 울림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목탁을 치는 이에 따라 느낌이 달랐습니다. 어떤 이의 소리는 그저 소리일 뿐이었으나, 어떤 이의 소리는 편안함과 위안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러니까 목탁소리에 구도의 깊이와 마음의 넓이가 들어 있었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새벽 예불을 올립니다.

독송마저 감미롭습니다. 땀이 방울방울 떨어집니다. 혼신을 다하고 있습니다. 혼자 기거하는 절, 게으름을 피울 만하나 늘 한결같습니다. 삶 자체가 곧 구도였으니 당연한 게지요. 여기에서 아내가 결혼의 전제조건으로 새벽 예불 함께 보기를 내세웠던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마음 언제나 늘 한결 같기를….’

 

 

 

나를 낮추는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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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사는 법, 강남스타일과 선운사 단풍놀이

[단풍 여행] 가을이 뚝뚝 덜어지는 선운사에 빠지다
“은행잎 다 떨어졌네. 좋긴 한데 너무 아쉽다~!”
“곁님이 곁에 있을 때 잘하시게. 후회하지 말고!”

 

 

 

단풍은 땅에 있어도 그림입니다.

단풍 인파가 많았습니다. 단풍은 자연이 인간을 부르는 소리지요!

 

 

 

 

“단풍 구경 가요.

단풍을 봐야 한해를 보내는 거 같아.”

 

 

지지난 주말,

젊은 날에 경북 운문사의 청아하고 찰랑찰랑한 여승의 독경소리와

경기도 광릉수목원의 고요를 사랑했던 아내의 요구에도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눈치 주는 아내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했습니다.

그렇지만 약속이 잡혀 있어 어쩔 수 없는 상황.

 

그래서 지난 주말에 가기로 예약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가도록 콕콕 찜했습니다.

 

 

드디어 지난 일요일, 아내와 부부 단풍 구경을 가게 되었습니다.

부부 여행이지만 아이들에게 한 차례 권한 다음, 아이들의 거절 후 바로 단념하고서.

 

 

장소는 매년 전북 고창 인근.

내장산, 선운사, 강천사 등 유명 단풍 명소가 많아 쉽게 합의되었습니다.

 

고창은 왠지 끌리는 매력이 많은 곳입니다.

아마, 정신적 위안을 받기에 충분했나 봅니다.

 

 

부부의 단풍 여행은 올해로 3년째입니다.

4년 전엔 저희 가족과 지인 가족이 함께 했는데 그때의 느낌이 너무 좋아 부부만의 단풍 여행을 기획하게 된 것입니다.

 

부부만의 단풍 여행 계기는 큰 아이가 중학교 들어 간 후부터 아이들에게만 시간 쏟지 말고 부부도 서로 챙기며 살자는 의미였습니다.

 

부부의 사랑은 본디 이래야 하는 것 아닐까, 싶어서요.

 

 

 

 물에도 단풍이 넘칩니다.

온통 단풍 천지입니다. 

물이 있어야 단풍은 더 빛을 발합니다.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단풍은 설렘입니다. 부부는?

 

 

룰루랄라~, 음악을 켜고 선운사로 향했습니다.

 

부부, “♩♬ 오빤 강남스타일 ♪♬~” 흥겨운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몸을 흔들며, 기분을 맘껏 높였습니다.

 

더불어 낭만 가득한 ‘버스커 버스커’ 노래까지 들으며 연애시절 기분을 되찾으려 노력했습니다.

 

 

“남자와 함께 있으면 가슴 설레어야 하는데, 설렘 대신 편안함이 남은 이유는 뭘까?”

 

 

아내의 물음은 제게 위안이었습니다. 한편으로 미안했습니다.

‘사랑’이 ‘의리’로 자리바꿈된 결과랄까.

 

지금은 연애 시절처럼 가슴 떨린 풋풋한 사랑은 아닙니다.

하지만 한층 성숙해진 사랑 탓에 “여보 사랑해~”란 말 대신 손만 잡아도 의리가 팍팍 통하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아시죠? 의리는 배신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걸….

 

하늘색이 안정감을 주더군요. 

 번뇌 속 선운사 일주문.

 은행 잎과 함께 걷는 이 기분...

깊은 가을이 하늘에 걸렸습니다.

 

 

 

 

“은행잎은 다 떨어졌네. 좋긴 한데 너무 아쉽다~!”

 

 

선운사 입구부터 마지막 단풍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단풍의 끝물이란 말이 어색할 지경이었지요.

 

매표소에서 표를 사는데 만 원 권 등 지폐가 엄청 어지러이 놓여 있더군요.

수많은 단풍 인파가 다녀간 결과였습니다.

 

잘 가꾼 자연이 이렇게 인간에게 보답한 것입니다.

자연과 그 자연을 사랑한 인간의 상부상조 ‘보시’였습니다.

 

역시, 자연은 배신이 없습니다.

 

 

“노란 은행까지 같이 보러 왔는데, 은행잎은 다 떨어졌네. 좋긴 한데 너무 아쉽다~!”

 

 

그래도 좋았습니다.

은행 단풍이 없으면 어떻습니까. 대신 은행을 주었습니다.

부부가 함께 걸으며 같은 곳을 같은 시선으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었으니까.

 

 

단풍이 뚝뚝 떨어진 울긋불긋 선운사 길을 걸었습니다.

아내가 팔짱을 꼈습니다.

 

보통 손잡고 걷는데 팔짱을 끼니 또 다른 기분이었습니다.

부부의 사랑은 언제나 행복!

 

 

단풍 인파가 많은 대로 좋았습니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만큼 많이 늘어난 거라 여겼습니다.

 

땅에 떨어진 단풍조차 아름다움으로 다가오는 이 계절.

낙엽 밟는 소리 바스락거림이 좋았습니다.

 

낙엽을 밟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낙엽 밟는 소리는 잊었던 감성과 심금을 되살리는 선율로 다가왔습니다.

 

 

“여보 사진 찍어 줄까?”
“아니. 내가 찍으면 단풍 버려요.”


“그 무슨 소리? 당신 찍는 순간, 아름다운 그림이 될 거야.”
“역시 자연은 색이 모여야 더 아름다워!”

 

 

자연과 하나 된 아내 얼굴은 갑작스런 추위에도 불구하고 화사했습니다.

자연 속에 파묻히니 자연이 된 것이죠.

무척이나 사랑스러운 여인이었습니다.

 

언제나 갖는 생각 하나.

내 인생 최고로 잘한 선택은 아내와의 결혼이었습니다.

아내는 살면 살수록 감탄 자아내게 하는 그런 여인이었습니다.

 

 

“♩♬~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

 

 

 가슴 속에 담았습니다.

 이것도 가슴에 담았습니다. 언제든 꺼낼 수 있게...

다양한 색이 어울리니 단풍이 더욱 빛납니다. 

아이들도 놀게하는 단풍 

선운사는...

 

 

 

“곁님이 곁에 있을 때 잘하시게. 후회하지 말고!”

 

 

 

“2년 전, 여기서 한 부부 만났던 생각이 나네요.”

 

 

선운사에 서면 자연스레 한 부부를 생각합니다.

산을 넘어오던 그 부부를 단풍 속에서 발견하는 순간, 서로 웃음꽃을 활짝 피웠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의 예기치 못한 만남은 반가움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아내가 먼저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그는 그녀가 남긴 사랑을 곱씹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가 언제나 하는 말은 애틋합니다.

 

 

“곁님이 곁에 있을 때 잘하시게. 후회하지 말고!”

 

 

가슴 시리도록 아내를 그리워 하며 사는 그의 말을 새기며 삽니다.

 

그러나 잊기 일쑤입니다.

단풍은 추억을 되살아나게 하는 무언의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 설까, 매년 부부 단풍 여행을 하게 됩니다.

이제 마지막 정열을 불태우던 단풍도 사라져 갈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남았습니다.

 

오늘도 내일도 힘내고 살아갈 의무가 우리에겐 있습니다.

단풍은 또 한해의 삶을 지탱하는 힘입니다.

 

잠시 도종환 님의 시를 떠올렸습니다.

 

 

      단풍 드는 날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도종환 님의 단풍과 마찬가지로 부부의 사랑도 그러하다는 것을 압니다.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인 집착을 아낌없이 버리고, 삶에서 진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때, 무념무상(無念無想)의 가장 숭고한 사랑으로 물드는 날이 될 거란 걸….

 

 

단풍이란 이름으로 부부 여행을 갑니다. 

이 깊은 가을 지나면 침묵의 겨울이... 

동심의 세계도... 

사랑은 이렇게 쑥쑥 자라게 합니다. 

아~, 단풍이시여!!!

 

 

 

단풍이여, 이 여인을 영원히 사랑하게 해 주소서!

 

 

“떠나가는 가을을 붙잡아 돌려 세워 억지로 얼굴을 본 느낌이랄까!

이제 깊은 가을 단풍을 봤으니 됐어요.”

 

 

선운사 단풍을 본 아내의 소감입니다.

어떻게 이런 표현이 나오는지 감탄입니다.

 

결혼 후, 두 아이를 낳아 기르느라 정신없이 살다보니 아내의 감성을 잊고 있었습니다. 남편의 반성이 뒤따를 수밖에….

그렇더라도 아내의 한 마디를 기다렸습니다.

 

그 말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둘이 저녁 먹으면서 물었습니다.

 

 

“당신, 단풍 보고 온 소감이 어때?”
“아까 말했잖아. 같이 해줘서 고맙다는 말이 듣고 싶어? 그래도 안하고 싶어.”

“왜?”
“고맙다는 말을 하는 순간 고마움이 단풍처럼 떨어질까 봐.”

 

 

우문현답(愚問賢答)이었습니다.

수놈들이란…, 꼭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사랑은 확인하고 받는 거 보다 그저 원 없이 바람 없이 주는 게 행복인 것을….

단풍이 한 인간을 철들게 합니다.

 

 

‘단풍이여, 이 여인을 영원히 사랑하게 해 주소서!’

 

 

물에 든 단풍. 

단풍, 담장에도 피었네! 

단풍, 땅에서도 아름답다! 

부부의 가슴에 내려 놓은 단풍은 다음 한 해를 살아갈 힘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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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산물 ‘미나리’ 두고도 음식특화를 못해?
[청도 맛집] 벽오동 - 새로운 맛 궁합

 

고기에 싸먹는 미나리 쌈, 향이 일품이었습니다.

 

 

경북 청도는 소싸움, 운문사, 반시 외에도 유명한 먹거리가 있습니다.
바로 전국적으로 알려진 ‘한재 미나리’입니다.

청도 한재 미나리는 1박 2일에 소개된 이후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요건 미나리 김치, 미나리 고등어조림, 미나리 해물 찜, 미나리 튀김, 미나리 전 등의 요리를 넘어 생야채로까지 먹을 수 있더군요.

그런데 청도에서 지자체 특산물을 이용한 먹거리 개발에는 눈을 덜 돌리고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속으로 들어가 보지요. 

 


1박 2일로 유명세를 탄 청도 한재 미나리.

한재 미나리 색감이 아주 줗습니다. 

 

지난 달 21. 22일 경북 청도에 갔습니다.
청도 감 고부가가치화클러스터사업단이 주최하고 경남도민일보의 100인닷컴이 주관한 청도반시 팸 투어였습니다. 여기서 먹거리가 빠지면 앙꼬 없는 찐빵이지요.

청도서 유명한 한재 미나리를 먹을 수 없냐고 졸랐습니다.
한재 미나리에 삼겹살과 한우를 싸 먹으면 향긋하고 맛있을 거란 생각 때문입니다.

이렇게 ‘벽오동’이란 맛집을 가게 되었습니다.
평소 접하지 못했던 음식 궁합이라 기대가 무척 컸습니다.

밑반찬으로 가오리 찜, 버섯과 참나물 장아찌, 멸치조림, 물김치, 샐러드, 고추, 마늘, 야채 등이 나왔습니다.

여기서 주목했던 건 가오리 찜과 버섯 및 참나물 장아찌였습니다.
특히 버섯과 참나물 장아찌는 식감도 쫄깃쫄깃하고 향도 가득해 훌륭했습니다.

그런데 밑반찬에서 눈에 띠게 미나리를 이용한 음식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어렵게 찾은 게 샐러드 한쪽에 미나리가 아주 조금 들어간 게 다였습니다.

 


밑반찬입니다. 이중 버섯과 참나물 장아찌가 입맛을 사로 잡더군요. 

요기에 미나리가 아주 조금 들어 있더군요. 

가오리 찜입니다.

밑반찬에 미나리가 없어 썰렁합니다. 

고기 구워 먹는데 청도의 한재 미나리가 있으면 좋으련만... 

 

1박 2일로 유명세를 탄 미나리를 겨우 이정도만 사용하다니 실망이었습니다.
하여, 미나리를 특별 요청하였습니다.

그렇게 공수된 미나리에 싸먹는 돼지고기는 향긋함이 더했습니다.
미나리에 싸 먹는 소고기 맛은 어쩐지 궁금했습니다.
등심을 따로 요청했습니다. 아주 색다른 음식 궁합이었습니다.

맛있게 먹은 만큼 음식 컨설팅 하나 하지요.
한재 미나리가 재배되는 인근에선 고기를 미나리에 싸 먹는 요리를 판다더군요.
기발한 음식 상품 개발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합니다.
미나리를 지역 고부가가치 농산물로 만들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한 예를 들지요. 여수에 ‘돌산 갓김치’란 특산품이 있습니다.
요건 지역의 거의 모든 식당에서 밑반찬으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지역이 똘똘 뭉쳐 특산품을 알리는 시스템입니다.
또한 백화점과 대형 마트 납품 및 길거리와 관광지 등에서 쉽게 직거래로 판매할 수 있는 여건까지 갖췄습니다.

하여, 10여 년 전 연간 100억여 원에 달하던 판매고가 지금은 1000억 원대에 육박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습니다. 이는 영농조합과 지역이 함께 부단히 노력한 결과입니다.

이처럼 청도에서도 한재 미나리를 이용한 특화가 필요합니다.
물론 청도에도 ‘한재 미나리 클러스트사업단’이 있더군요.

 


미나리를 특별 공수했습니다.

미나리가 나오자 식탁이 푸짐해진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사업단에 따르면 한재 미나리는 연간 40억 여 원의 매출을 올리는 중입니다.
또한 미나리 판매를 높이기 위한 음식과 요리를 개발하고 판매망 확충 등을 위해 노력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갈 길이 아직 멀었습니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게 있습니다.
한 지역의 대표 특산품으로 내놓기 위해 지역민과 함께 하는 전략이 필수입니다.

청도의 음식점에서 상추나 깻잎을 이용한 쌈 보다는 미나리 쌈을 일반화하고 미나리를 이용한 밑반찬 등으로 제공하는 일이 기반 되어야 한다는 거죠.

왜냐하면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 등의 납품에만 의지 할 경우 후려치는 납품 단가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직거래 율을 높이는 방법만이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사는 길입니다.
아울러 도로가나 운문사 등 유명 관광지에서의 길거리 판매를 유도하는 것도 매출을 늘릴 수 있는 방법입니다. 

 

 
고기 위에 미나리를 얹어 구우면 고기가 더 향긋합니다.

요청한 쇠고기까지 불판 위에 얹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지요.
경북 청도에서 1박 2일 동안 여러 맛집을 다녔습니다.

하지만 맛은 실망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벽오동은 어디에 내 놓아도 맛은 일품이었습니다.

단 하나 아쉬운 게 있었습니다.
위에서도 말했듯, 손님들에게 미나리 쌈을 제공하고 미나리의 효과 등을 벽에 걸어 홍보하면 좋을 듯합니다.

지역과 식당이 함께 상생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면 청도 맛집으로 더욱 번창하리라 여겨집니다.



미나리와 함께 싼 고기쌈 입안에 향이 했습니다. 특별한 음식 궁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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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이 예찬한 운문사의 다섯 가지 아름다움


운문사에 내려앉은 단풍.


명품으로 꼽히는 여승들의 새벽 예불 등을 자랑하는 경북 청도 운문사(雲門寺).
그래선지 운문사를 떠올리면 항상 가슴이 저밉니다.

 


운문사 솔숲 길입니다.

담장 안에도 단풍이 들어 있었습니다.

 

지난 주말 청도에 다녀왔습니다.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여승들이 수도 중인 운문사에 짙게 깔린 정적은 수양 정도를 나타내는 듯했습니다.
여기에 단풍까지 더해져 명불허전이었습니다.

 


길에도 단풍이 앉아 있었습니다.

단풍 정취 있었습니다.

운문사에는 일주문과 사천왕상이 없이 이렇게 바로 들어가게 되어 있습니다.

운문사의 처진 소나무입니다.

 

‘구름이 드나드는 문’이라는 운문사는 유홍준 선생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운문사의 아름다움 다섯 가지’를 꼽을 만큼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비구니 승가대학이 있어서 항시 사미니계를 받은 200여명의 비구니 학인스님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방문한 운문사에서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비구니의 모습은 뒷모습을 보는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둘째는 장엄한 아침 예불입니다.

250여명의 낭랑한 목소리가 무반주 여성합창을 생음악으로 들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예불은 수년 전 아내와 여행에서 직접 보고 들을 수 있었답니다.

셋째는 운문사 입구의 솔밭입니다.

운문사 진입로 1km 남짓한 길 양옆의 아리따운 홍송의 자태를 보고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소나무에는 아픔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대동아 전쟁’ 때 송진을 공출하기 위해 받아낸 아픈 자국이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넷째는 운문사의 평온한 자리매김입니다.

운문사는 연꽃이 소담하게 피어오르면서 꽃봉오리 화판이 아직 안으로 감싸인 자태이며 바로 그 화심에 해당되는 자리에 절집이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운문사는 평안한 느낌이 크게 다가오나 봅니다.

다섯째, 일연스님의 삼국유사가 운문사에서 씌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산 자락에는 안개가 밀려들었습니다.

여승들이 불공을 드리고 있었습니다.

고요는 천지에 깔려 있었습니다.

수행공간이라 합니다.

대웅보전은 묵언 수행 중이었습니다.

삼층석탑입니다. 

 

이 밖에도 운문사의 명물은 처진 소나무(반송, 천연기념물 180호), 금당 앞 석등(보물 193호), 작갑전에 모셔져 있는 사천왕 석주(보물 318호), 석조여래좌상(보물 317호), 삼층석탑(보물 678호) 등이 있습니다.

운문사는 가족 여행으로 와 보고 싶은 곳인데 미루다 저만 다시 오게 되었습니다.
운문사에 자리한 2개의 대웅전을 보고 나니 아내에게 미안한 생각이 간절하더군요.

그래, 내년 1월 1일 이곳에서 비구니의 새벽 예불을 함께 들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 단풍이 잦아들면 침묵에 휩싸이겠지요.

풍취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단풍은 또 싱그러움을 잉태할 것입니다.

마당을 쓸어도 공덕이겠지요.

시간이 지나면 고요가 환희로 가득 찰 것입니다.

운문사를 둘러보는 것도 사는 동안 누릴 수 있는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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