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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지 작품성이 있는지 봐주세요.”

 

 

 

지난주와 이번 주 날씨 차이가 확연합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절에 한 번 오세요.”

스님의 권유에 못 이긴 척 절집에 갔습니다.
심신의 휴식에는 절집만한 곳이 드무니까.

이야기 중 스님이 잠시 자리를 떴습니다.
그리고 느닷없이 종이 뭉치를 내놓더군요. 

 

“스님 이게 뭡니까?”
“원고집니다. 작품성이 있는지 좀 봐주세요.”

“누가 쓴 원곤데요?”
“그런 거 묻지 말고. 읽어 보세요.”

 

이렇게 원고지 100매 분량의 글 세편을 받았습니다.
또한 오랜만에 접하는 원고지라 구미가 더욱 당기더군요.

저도 스님께 배 깔 수 있는 자리와 물을 부탁했습니다.
숲속에서 편안히 원고를 읽고 싶어서요.
스님 뒤를 따라 편백나무 숲으로 갔습니다.

자연을 느끼고 교감하기 위해 자리를 깔고 옷을 벗었습니다.
그리고 배를 깔고 원고지를 펼쳤습니다. 
첫장에 ‘단편소설’이란 단어가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가 문학청년이던 시절이 떠오르더군요.
밤이면 밤마다 소설 쓴답시고 글과 씨름 많이 했었습니다.
그리고 낮에는 퍼 잤지요.
이걸 소설가 지망생의 낭만과 훈장처럼 여겼지요.
지금 생각하면 게으른 지망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암튼 당시 소설 주제와 소재를 정하고, 어떤 구조를 입힐 것인지 결정한 후, 원고지에 글을 쓰고 찢기를 반복했던 과정이 고스란히 머릿속에서 다시 되살아났습니다.

애를 쓰고 쓴 글을 다음 날 읽어보면 형편없었습니다.
날마다 고치기를 반복해야 했습니다.
어쨌거나 원고 뭉치는 나를 과거의 삶속으로 안내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흥미로운 글이었습니다.

 

원고 주인과 같은 심정으로 글을 읽었습니다.
하나는 순정소설이었고, 나머지는 중년 남자의 일상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순정소설 읽을 때만해도 ‘아쉽다’란 생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다음부턴 장난 아니더군요.
글 속으로 사람을 끌고 들어가는 흡인력이 엄청 강했습니다.
아마추어 글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힘이 들어 있었습니다.
오랜 습작의 힘이었습니다.

글감 선택도 뛰어났습니다.
문장도 상상의 세계로 안내하는 듯한 묘사였습니다.
삶을 보는 새로운 해석까지 아주 유쾌한 단편소설 두 편이었습니다.

자리를 챙겨 내려가려는데 스님이 올라오시더군요.

 

“글 읽을 만하던가요?
“스님, 글이 아주 좋습니다. 신춘문예에 도전해도 될 정도로.”

 

스님과 저는 아주 흐뭇한 대화를 나누며 절간으로 돌아왔습니다.
사실 그 작품은 신춘문예 당선은 따 논 당산일 만치 우수했습니다.
과거적 문체와 현재적 소재 등 몇 가지 수정이 필요하지만.

스님과의 문학적 교감이 묘하게 친근감을 더해 주더군요.
세상은 가끔 이렇게 새로움을 주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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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 선거에 나선 아이를 보고 한 마디
임원 출마의 변, 쓰는 걸 도와 달라던 아이


“아빠, 저 회장에 나갔어요.”

아이들 새 학년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때면 뽑는 게 반 임원입니다. 어제 6학년인 딸아이도 나선 모양입니다. 오늘 임원 선거가 열릴 예정이라 합니다.

며칠 전, 아이가 학급 임원에 나서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딸 : “저 임원선거에 나가도 돼요?”
아빠 : “네가 하고 싶으면 해.”

딸 : “엄마가 불려 다니기 귀찮다고 하려면 반장 말고 회장하래요.”
아빠 : “야, 반장이든 회장이든 누가 시켜준대?”

엄마가 왜 귀찮다는 줄 짐작하실 겁니다. 아이 3학년 때 임원을 했는데 간식 등으로 학교에 불려 다니느라 두 손 두 발 든 것입니다.

아빠 : “아들은 할 생각 없어?”
아들 : “없어요. 귀찮아요. 조용히 있는 게 좋아요.”

그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딸이 덜컥 회장에 나갔답니다. 기막힌 건 따로 있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아기 다니는 초등학교입니다.

임원 출마의 변, 쓰는 걸 도와 달라던 아이

아이는 저녁 밥상머리에서 “출마의 변을 발표해야 한다”며 “원고 쓰는 걸 도와 달라”더군요. 이게 어디 말이나 될 법한 소립니까.

열심히 인터넷을 뒤지더군요. 설마, 초등학생 학급 선거에 맞는 원고가 있겠어? 싶었지요. 그런데 쓸 만한 게 있다더군요. 참 편한 세상입니다. 대신, 프린트로 뽑지 말고 손으로 베끼길 주문했습니다. 왜냐면 자기 걸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회장이 되려는 이유가 뭐야?”
“5학년 때 임원들이 너무 못했거든요.”

“임원선거 나가는 조건은 있어?”
“친구들 추천서만 내면 돼요. 이것도 지금까지 없었는데 선생님이 내라 하시대요.”

세상 많이 달라진 걸 실감했습니다. 아이가 인터넷에서 베낀 걸 보니 “설탕이 어떻고, 소금이 어떻고…”라는 내용이더군요. 이를 보고 가만있을 수 있나요.

아이가 학교 임원 안 되었으면 하는 이유 2가지

“너 이걸 친구들 앞에서 그대로 읽으려는 건 아니겠지?”
“옮겨 적을 때, 제게 맞게 고쳤어요.”

아이가 발표 연습을 합니다. 다정다감하면 좋겠는데 너무 딱딱합니다.

“이렇게 재미없이 발표하려고? 나라면 이렇게 하겠다, 뭐 이런 거 없어? 그런 걸 말해야지, 이게 뭐야.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게 최곤데.”

인터넷에서 뽑은 자료는 없던 것으로 하고, 원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어쨌거나, 도전 정신이야 좋습니다. 그러나 내심 안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아이의 생각 정도입니다. 학교 임원 선거에 나선 아이가 스스로 원고를 쓸 만큼 생각이 깊은 게 아니라면 굳이 나설 이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둘째, 어른 선거입니다. 선거에선 이렇게 해야 한다는 뒤에서의 조언이 내키지 않습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동심의 세계를 더 느끼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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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철의 알콩달콩 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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