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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은 사람은 쉬는 날도 죽어라 일해야 하는데...
“바쁠 텐데 왜 가지 않는 거죠. 무슨 일 있으세요?”

 

 

 

 

 

 

“네 소원이 무엇이냐?”

 

요즘 이를 물으면 “부자”, “건강”, “행복”이란 답변이 대부분이라 합니다. 아시다시피 일제 강점기 때, 김구 선생의 소원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대한민국 독립”이었습니다. 나아가 김구 선생님은 “우리나라가 독립 된다면 독립된 나라의 문지기가 되어도 좋다”면서 해방의 절절함을 강조했습니다. 이게 어디 김구 선생님만의 소원이었을까!

 

 

우리 민족이 그토록 염원했던 8ㆍ15 광복절. 올해는 광복 70주년입니다. 이를 기념해 국가에서 14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 연휴에 해방의 기쁨을 만끽하도록 했습니다. 전국에서 무료 이벤트가 진행 중입니다. 이 여파로 고속도로는 이용객이 몰려 정체가 심하다고 합니다.

 

 

삶은 언제나 양면이 있는 법. 그러나 한편에선 연휴로 인해 속 타는 분들도 있습니다. A씨(60)는 연휴가 달갑지 않습니다. 그는 “자영업 사장도 해봤고, 직장도 다녔고 안 해본 게 없다”면서 그런데도 “삶은 언제나 팍팍했다”고 울먹였습니다. 그는 지금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화물차를 운전” 중입니다.

 

화물노동자 5년차인 그에게 연휴란 어떤 의미일까.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 세수 좀 하고 가면 안 됩니까?”

 

 

바쁘게 움직여서 먹고 사는 화물업의 특성 상, 대개 화물 싣고 나가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그는 씻고 나가도 되는데 “다시 들어와서 세수”를 하겠다는 거였습니다. 다소 억지스러운 요청에도 흔쾌히 “그러세요!” 허락한 건, 그의 얼굴에 흥건한 땀방울과 더불어 뭔가 하소연하고픈 표정 때문이었습니다.

 

 

그가 정문 입구 한쪽에 차를 댔습니다. “고맙다”며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1분여가 지난 후 그는 밖으로 나갔습니다. 담배 피우며 왔다 갔다 서성이길 몇 차례. 그는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뒤늦게 짐을 실은 다른 화물차가 다 빠져 나간 뒤에도 여전히 그대로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압축 공기로 차 청소까지 해댔습니다. 그제야 그가 궁금했습니다.

 

 

그의 화물차 번호는 ‘경북 86바-’로 시작됩니다. 경북에서 전남 여수까지 물건을 싣고 와 가던 길에 화물을 실은 겁니다. 화물의 최종 배달지는 충북 청주였습니다. 다시 말해, 청주로 돌아서 집에 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요즘같이 어렵다는 시절에, 이게 어딥니까. 그에게 다가갔습니다. 말을 걸었습니다.

 

 

- 바쁠 텐데 왜 가지 않는 거죠. 무슨 일 있으세요?
“갈 힘이 나지 않습니다.”

 

 

힘이 나지 않는 이유, ‘왜?’를 묻기 전, 그의 말에는 울림이 있었습니다. 염소처럼 동그란 눈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은 일촉즉발의 분위기였습니다. 그 속에는 ‘누구 하나 내 말을 들어줘야 억울한 게 풀리겠다’는 하소연이 담겨 있는 듯했습니다. 말을 들어주는 건 그에게 베푸는 최소한의 기본 예의로 느껴졌습니다.

 

 

 

- 무슨 일인데 그러세요?
“회사에서 뒤늦게 연락이 왔습니다. 청주 가는 짐이 토요일 오전까지 배달해라 해서 실었는데, 월요일 아침까지 내리라 합니다.”

 

- 그게 문제가 되나요?
“짐 싣기 전에 말했으면 이 짐 싣지 않고 그냥 갔을 겁니다.”

 

- 왜요?
“평상시 같으면 내일(금요일) 짐 푸고 집에 가면 됩니다. 그런데 14일이 쉰다고 월요일 오전까지 짐 내리라 합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그렇다고 다 실은 짐을 다시 내릴 수도 없고.”

 

 

결론은 짐을 괜히 실었다는 거였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찮았습니다. 자기 상황에 맞지 않아 짐 내려 달란다고 힘들게 실은 짐 다시 내려 줄 리 없습니다. 또 우여곡절 끝에 짐을 내렸다 칩시다. 이 업을 계속하는 한 다음에 연결될 화물 감소 위험을 감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가 미적거린 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 때문이었습니다.

 

 

 

 

 

- 손해가 어느 정도 되나요?
“월요일에 짐 퍼라는 건 월요일까지 움직일 수 없다는 거죠. 거의 100km를 돌아가는 거라 여기에 들어가는 기름 값도 그렇고, 따로 들어가는 시간도 그렇고 장난 아닙니다. 이럴 때가 제일 싫습니다.”

 

- 하차가 왜 월요일로 늦춰진 거죠?
“금요일이 임시 공휴일이라 짐 내릴 곳에서 금, 토, 일 내리 다 쉰답니다. 14일 날 쉬어서 생긴 일입니다. 우리 같은 사람은 쉬는 날도 죽어라 일해야 하는데, 그들은 우리 처지랑 상관없습니다.”

 

 

뼈 빠지게 일해야 먹고 사는 삶의 고단함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이게 어디 그만의 삶이던가요. 서민들이 다 그렇지요. 그러니까 그는 우리의 민낯인 셈입니다. 우리의 민낯이 부끄럽지 않는 그날이 오길 바랄 뿐입니다.

 

 

김구 선생님께서 그토록 열망하셨던 광복 후는 어떤 생활이었을까?

모르긴 몰라도 이런 생활이 아니었을 겁니다. 지금 다시 김구 선생님께 소원을 묻는다면, 아마 답은 ‘더불어 잘 사는 만인 평등의 세상’이지 않을까?

 

어쨌든, 그에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아니, 하나 있었습니다.

 

“그래도 힘내시고 사는 수밖에요. 가시는 길 힘내시고 운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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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마, “안 풀리게 달달 말아주세요”
커트, 길게 기르던지 짧게 자르던지

11일 들렀던 미용실은 썰렁했다. 주인은 소파에 앉아, 손님이 온 줄도 모르고 잠을 청하고 있었다.

“여기 머리 깎아요?”

그제야 일어난다. 의자에 앉으니 “어떻게 잘라 드릴까요?” 묻는다. “그냥 짧게 잘라주세요.” 머리 깎는 솜씨가 제법 날렵하다. 머리만 자르기가 밋밋했는지, 그녀는 침묵을 깨고 입을 연다.

“가까이 사세요?”
“예.”

그리고 또 침묵. 머리 자르는 소리만 날 뿐이다. 동네 미용실에서 본 ‘불경기 헤어스타일 변화’에 대해 써도 좋겠다 싶다. 어색한 침묵을 깨뜨린다.

“요즘엔 공장에서 통 자재를 안 쓴대요.”

“미용실에 오는 손님들 무슨 이야기 하나요?
“경기가 어려워 걱정이단 말을 제일 많이 해요.”

“경기에 대해 뭐라 하는데요?”
“어느 아주머니는 머리하러 와서 벌이에 대해 통 말을 안하더니 그러대요. 신랑이 공단에 물건 납품하는데 너무 힘들다고. 요즘엔 공장에서 통 자재를 안 쓴대요. 미용실도 요새 힘들어요.”

공장 가동이 줄어, 자재 납품업들은 울상이라더니 역시 그러나 보다. 어려울수록 신나는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기분까지 덩달아 다운되니 탈이다.

“미용실은 얼마나 힘들어요?”
“30%는 빠졌어요. 3년 전에는 한 달에 250만원은 벌었는데, 올해는 200으로 줄더니 요즘은 150으로 줄었어요.”

2년 전 결혼한 그녀는 맞벌이 부부다. 아이가 어려, 벌 수 있을 때까지 벌어야 한다며 처녀 적부터 하던 미용실을 계속하고 있다.

불경기 헤어스타일, 기르던지 짧게 자르던지

“사람은 안 쓰나요?”
“쭉 혼자 했어요. 혼자 150만원을 벌어도 수도세, 전기세, 가스비하고, 재료비까지 제하면 100만원 벌어요. 이것도 어디에요. 즐겁게 일해야죠.”

즐겁게 일한다니 다행이다. 언론에선 연일 인원 감원에 대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래도 자영업은 잘릴 위험은 없으니 행복하다 해야겠지.

“경기가 어려울 땐, 머리 깎는 요구도 다를 것 같은데, 어때요?”
“맞아요. 경기 나쁠 때는 둘 중 하나에요. 머리를 길어 아예 자르지 않거나, 와도 짧게 잘라 달라 하죠. 아줌마들 파마는 안 풀리게 달달 말아 달라 해요. 경기가 좋으면 느슨하게 말아도 또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죠.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니까. 저도 그 마음 이해해요.”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파마를 달달 말아 달라고 한다는 소리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머리 자르는 스타일도 호경기와 불경기의 차이가 확연했다. 서민들은 죽으나 사나 아낄 수밖에 없다. 삶의 이치겠지.

미용실을 나오면서 한 마디 안할 수가 없었다.

“열심히 일해 부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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