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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54

 

 

동해라는 이름을 지어 줄 수밖에 없었느니라!

저녁에 별다른 일이 없으시면 제가 납치하려구요!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주제는 권선징악이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잃은 자식을 평생 가슴에 묻고 사셨을 그분들을 생각하니 울컥 뜨거운 무언가가 목을 타고 올라왔다. 강추위가 뺨을 때릴 때마다 그는 얼굴을 내밀었다. 밤새도록 얻어맞을 수만 있다면 자신을 그렇게 내던지고 싶었다.

 

 

 무작정 걸었다. 날씨 탓인지 거리는 예상외로 썰렁했다. 얼마 되지 않은 행인들도 저마다 바쁜 걸음을 옮기느라 눈물을 뿌리며 걷는 그를 눈 여겨 보는 사람은 없었다.

 

 

  “아, 이것이 나의 운명이던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음속에 얽힌 복잡한 감정들이 엎질러진 퍼즐처럼 제자리를 잃고 돌아다녔다. 자신이 저지른 패륜과 누군가를 향한 분노와 그리움이었다.

 

 

 그는 마주 오는 사람과 어깨를 부딪치고 나서야 자신이 걸어가고 있는 방향이 숙소와 반대방향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성 여사에게서 전화가 걸려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사부님께서 오늘 저녁에 별다른 일이 없으시면 제가 납치하려구요.”
  “일은 없습니다만?”
  “그럼 세 시쯤에 차를 보낼게요.”

 

 

 그가 호텔의 숙소로 갔을 때 편지 한 통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스승님에게서 온 것이었다.

 

 

 얼른 겉봉을 뜯었다.

 

 

 『내가 이곳에 있긴 하다만 조국의 소식에 항상 귀를 귀울이던 중 한국에서 온 사람들을 통해 너에 관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내가 못한 일을 네가 한다고 하니 다행이라 여긴 다만 이젠 그쯤에서 멈추었으면 한다. 몸을 수고롭게 함이 한가함만 못하느니라. 

 

 그리고 일전에 네가 물었으니 대답을 하마. 네가 처음 남재의 손을 잡고 산으로 왔을 때는 충격 때문이었는지 이름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였어. 며칠을 기다려도 겨우 성만 아는지라 부득이 내가 너에게 동해라는 이름을 지어 줄 수밖에 없었느니라.……중략』

 

 

 비상도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편지를 접어 서랍장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는 목욕할 채비를 끝내고 욕조에 몸을 담근 채 몸을 씻고 또 씻었다.

 

 

 물속에 조부의 모습이 보였다. 잠시 후에는 아버지의 모습이 비췄다. 그는 애써 물을 흔들었다.

 

 

 그가 막 목욕을 끝내고 옷을 갈아입었을 때 노크소리가 들렸다. 성 여사의 개인비서였다.

 

 

 그녀는 삼십대 후반의 지적인 여자로 성 여사의 사적인 일까지 도맡아하며 최측근에서 그를 보좌하며 그녀 집을 드나드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회장님께서 모셔 오시라 하셨습니다.”

 

 

 그녀의 말과 행동에서 최대한 경의를 표하는 모습이었다.

 

 

  “설마 납치하려는 것은 아닐 테지요?”
  “선생님을 매스컴에서 자주 뵈었습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큰 영광입니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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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36

 

 

“얼마나 걱정했었는데요.”…“신세 좀 져야겠습니다.”

스님의 출현을 크게 반기는 바람에 그들의 눈에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권선징악이 주제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경찰들이 짝을 지어 옆을 지나쳤지만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는 밖으로 나와 성 여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스님, 그 자리에 가만히 계십시오. 제가 지금 그곳으로 차를 가지고 가겠습니다.”

 

 

 그녀도 방송을 보고 궁금해 있던 참이었다. 전후 사정도 듣지 않고 자신의 말을 끝내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비상도는 다시 용화에게 전화를 했다.


 
  “별일 없었느냐?”
  “그런데 스승님, 어제 스승님을 아신다는 분이 두어 차례 다녀갔습니다. 그분이 주고 간  명함에 천승욱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 사람의 전화번호를 내게 불러 주겠느냐?”
  “스승님, 무슨 일이라도?”


  “곧 알게 될 것이니라. 대범해야 한다.”

 

 

 그는 용화에게 천 경장의 폰 번호를 받아 적으며 걱정이 많았을 아이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내가 당분간은 집에 못 들어갈듯 하니 무슨 소리를 들어도 흔들려서는 안 되느니라. 그리고 끼니를 거르지 마라.”
  “제 걱정은 마십시오.”

 

 

 용화의 말에 새로운 용기가 생겨나는 것 같았다.

 

 지난번 산으로 성 여사가 찾아왔을 때 그녀는 휴대폰 가게로 가자고 졸랐다. 여러모로 편리하게 쓰일 것 이라는 게 그녀의 말이었다. 그것도 그녀의 명의로 해 주겠다는 것이었고 용화에게도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용화는 내심 따라 나섰으면 하는 눈치였으나 비상도는 그것이 되레 구속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그 같은 제의를 뿌리쳤다. 그런데 지금 이 같은 경우를 당하고 보니 그것이 꽤 쓸모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 여사가 기사를 데리고 나타난 것은 채 30분이 걸리지 않은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그의 변장한 모습을 보고는 그냥 지나쳤다가 비상도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서야 그를 반가이 맞았다.

 

 

  “스님, 얼마나 걱정했었는데요.”
  “신세를 좀 져야겠습니다.”

 

 

 성 여사는 비상도를 호텔로 모셨다.

 

 

  “진작에 말썽을 피울 걸 그랬습니다.”
  “참 스님도, 남 놀래 키는 재주는 타고나신 듯합니다.”


  “걱정을 끼쳐 송구합니다.”
  “그런데 조천수 회장님과는 어떻게?”


  “제 스승님과의 악연이죠.”

 

 

 비상도는 자신이 어떻게 해서 조폭의 무리들과 싸움을 하게 되었으며 조회장을 찾아가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가 거의 끝났을 쯤 방으로 식사가 배달되었다.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생각해서 성 여사가 방으로 식사를 가져오도록 주문을 해둔 것 같았다.

 

 

  “당분간 스님께서는 여기 계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일이 예상외로 크게 보도가 되기도 했지만 일반 시민들이 스님의 출현을 크게 반기는 바람에 그들의 눈에 더 가시로 보이는 모양이에요.”

  “용화가 걱정이 되어 오래 있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용화에겐 따로 사람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영웅의 출현에 대한 보답이에요.”

 

 

 성 여사는 두어 시간을 그곳에서 머물다가 돌아갔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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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29

 

 

주먹 한 번 뻗어 보지도 못하고 나가 떨어졌다
빈 허공에 헛손질만 하다가 그냥 나자빠지기 일쑤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고 있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두 사내의 어깨 위로 뛰어 오른 그가  맞은편에 있던 녀석의 백회와 청안을 사정없이 발끝으로 찍어 눌렀다. 그들은 소리 한 번 지르지 못하고 맥없이 허물어져 내렸다. 앞에서 두 놈이 잽싸게 달려들었다. 비상도는 몸을 솟구쳤고 어느새 그들의 등 뒤에서 그들을 덮쳤다.

 

 

  “타…탁”

 

 

 오른손으로는 아문을 왼손으로는 삼일월을 강타했다. 네 명이 동시에 추풍낙엽처럼 주먹 한 번 뻗어 보지도 못하고 나가 떨어졌다. 비록 겨울이 깊어 두터운 가죽점퍼를 입은 상태였지만 손가락으로 생나무를 뚫는 그의 힘이었다.

 

 

 이번에는 여섯 명이 동시에 앞뒤에서 달라 들었다. 비상도는 몸을 옆으로 날려 네 명을 상대로 고환과 슬안을, 손끝으로는 북진과 명성을 차례대로 후려쳤다.

 

 

 그때 등 뒤에서 덩치가 곰 같은 녀석이 그를 껴안았지만 비상도는 보이지 않을 속도로 외과와 초은을 발뒤꿈치로 찍었다. 큰 바위가 정확하게 급소에 내려 꽃이는 통증을 느낀 그가 뒤로 발라당 넘어지며 발목을 끌어안았다.

 

 

 순식간에 아홉 명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지금껏 숱한 싸움터에서 무수한 싸움꾼들을 상대로 주먹을 겨루어 왔지만 이런 경우는 본 일도 없었거니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다.

 

 

 도대체 손과 발이 보여야 피하든지 말든지 흐름을 파악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언제 어디서 주먹과 발이 들어오는지 알 수 없으니 모두가 주먹다운 주먹 한 번 날리지 못하고 빈 허공에 헛손질만 하다가 그냥 나자빠지기 일쑤였다.

 

 

 더 희한한 것은 그에게 맞아도 비명을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땅바닥에 주저앉는다는 사실이었다. 보스는 싸움을 멈추고 싶었지만 그의 실력을 더 구경하고 싶었다. 비록 자신이 무릎을 꿇어도 하나도 아까울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싸움이 거듭될수록 그는 한 마리 맹수처럼 맹렬한 기세로 상대를 제압해 나갔고 그 모습은 마치 참매가 공중에서 시속 300Km의 속도로 내리꽂히면서 먹이를 낚아채는 모습과 흡사했다. 날카로운 발톱으로 먹이를 찌르는가 싶다가도 부리로 명문을 깊이 파고들었다.

 

 

 그때였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지 한 녀석이 품 안에서 칼을 꺼내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순간 비상도가 몸을 바닥에 구르면서 다리 하나를 뻗어 발끝으로 장강을 걷어찼다.

 

 

  “어이쿠!”

 

 

 그가 신음소리를 내며 쓰러지는 것을 손가락 하나로 수월을 향해 찔러 넣었다. 순간적으로 손가락이 살을 뚫고 깊숙이 박혔다. 동료가 입에 거품을 물고 바닥에 쓰러지자 그들은 술렁이는 것도 잠시 나머지가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싸움을 해 본 사람들, 특히 상대가 여럿인 경우에는 그들 중에서 우두머리를 먼저 제압해야 효과를 거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것이 아니면 무리 중에서 흉기를 들고 날뛰는 놈을 먼저 자빠뜨려 기선을 제압하게 되면 그들의 힘은 급격히 저하되는 법이었다.

 

 

 비상도가 다시 한 번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비교적 기골이 장대한 놈을 향해 발끝을 날렸다. 운월에 발끝을 찔린 그가 탈골된 어깨를 늘어뜨리고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옆의 두 녀석이 발길질을 하며 들어왔지만 비상도는 몸을 뱀처럼 움직이며 그들의 극천과 신도 조타를 마치 벼락이 내리치듯 연거푸 다섯 점을 찍어 눌렀고 쓰러지는 자의 삼음교를 또 한 번 발끝으로 휘둘러 쳤다.  (계속…)

 

 

 

 

 위는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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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26

 

 

일제 강점기 독립투사를 잡아 고문하던 친일형사
다른 반민족행위의 차단을 위해서라도….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권선징악이 주제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가 서울에 도착한 것은 정오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곧장 지하철로 몸을 숨겼다. 예전 자신에게 가르침을 청했던 사람들이 이곳에 있어 더러 온 적은 있었지만 서울이란 곳은 늘 불편한 곳이었다.

 

 

 비상도는 지하철에서 내려 간단한 요기를 하고 곧장 조천수의 집을 찾아갔다. 지난번 스승님의 편지 이후 두어 번 서신왕래를 하며 그의 집을 약도로 그려 왔기 때문에 그 곳을 찾아가는 데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큰길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조천수라는 문패가 달린 3층 저택이 웅장한 위용을 자랑이라도 하듯 떡 버티고 서 있었다. 담장 곳곳에는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주위를 살폈다.

 

 

 일제 강점기 독립투사를 잡아 고문하던 친일형사에서 해방 후 애국자로 둔갑하여 권세를 누렸던 자의 아들이 사는 집이었다.

 

 

 그의 아들 조천수는 현재 일성그룹 총수에 올라 족벌체제를 구축하며 이 나라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친일의 부를 세습한 그가 이 호화주택의 주인이라 생각하니 말 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독립투사의 아드님은 변방을 떠돌거늘…….”

 

 

 눈물을 머금고 돌아섰을 스승님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비상도는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세요?”

 

 

 여자의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조천수 회장님을 만나러 온 사람입니다.”
  “지금 안 계시는데요. 누구시라고 전해드릴까요?”


  “회장님의 선친에 관한 일로 한번 만나 뵈었으면 합니다.”
  “회장님 오시면 말씀 드릴게요.”


  “그럼 내일 이 시간쯤에 다시 오겠습니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저쪽에서 일방적으로 수화기를 내려놓은 소리가 들렸다. 예상이야 했지만 역시 만나기가 어려운 사람이었다.

 

 

 그의 사무실을 찾아간다 하여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이 분명했다. 왜냐하면 자신의 가문에 대한 치부가 드러날 것이 두려워 만나는 것을 피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내일까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

 

 

 비상도는 일찌감치 근처에서 숙소를 정하고 내일 있을 그 사람과의 만남을 떠올렸다. 어쩌면 그와의 만남이 내일이 될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상황에 따라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그는 따뜻한 물에 몸을 담갔다.

 

 

 자신은 스승님처럼 쉽게 물러나지 않을 생각이었다. 어떻게 하던 그의 선친이 저지른 죄상에 대한 사과의 말을 꼭 들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모양새는 지나간 과거사에 대한 정리를 위해서도 아니면 미래에 있을 또 다른 반민족행위의 차단을 위해서라도 신문지상을 통해 사과문을 싣도록 하는 것이었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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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5

 

 

“스님, 무예를 배우고 싶습니다.”
비밀리에 전해져온 비상권법의 대가, 김대한

 

 


 스님에 대한 억척이 난무했다.

 무림의 고수였을 것이라는 말도 있었고 심지어는 교도소를 탈옥한 사람일 거라는 소문도 들렸다.

 

 하지만 그것을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못했고 그런 사람이 마을의 뒷산에 살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를 든든하게 여겼다.

 

 그날 집으로 돌아온 남재와 동해는 스님을 졸랐다.

 

 

  “스님, 무예를 배우고 싶습니다.”

 

 

 하지만 스님은 그들에게「맹자」라는 책을 던져주었다.

 

 

  “천하의 넓은 집에 살며 천하의 바른 자리에 서며 천하의 바른 도를 행하며…. 대장부라는 말이 거기에서 나왔느니라.”

 

 

 동해도 점차 공부에 흥미가 붙었다.

 알아가는 재미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았다. 특히 남재는 학문에 뛰어나 하나를 들으면 열을 깨우칠 정도였다. 스님께서도 그를 생이지자(生而知者:나면서부터 아는 사람)라 할 정도였다.

 

 그는 벌써「도덕경」을 끝내고「장자」를 읽고 있었으며 동해가 감히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스님께 던지곤 했다.

 

 

  “스님의 도는 공맹과 노장 중 어느 것입니까?”
  “나는 공맹으로 걸으며 노장으로 숨을 쉬느니라.”

 

  “노장으로 걷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뒤로 걷는 것과 같으니라.”

 

 

 공맹과 노장의 도가 서로 상반되는 것을 암시적으로 말하는 것이었지만 동해는 눈만 껌뻑일 뿐이었다.

 

 그러던 중 형이 영장을 받고 군에 입대를 하였다.

 

 

  “나라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는 좋은 기회니라.”

 

 

 큰절을 하는 형에게 스님께서 하신 말씀이었다.

 그런데 전방에서 근무하던 중 지뢰를 밟아 중상을 입었다는 놀라운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당분간 오지 말라는 병원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동해는 몇 번이나 병원문 밖에서 서성거렸다.

 

 

  “혼자 있고 싶다!”

 

 

 어쩌다 얼굴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형은 충격 때문이었는지 고개를 돌린 채 똑같은 말만 되풀이 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형이 좋아하는 참외를 사들고 찾아갔을 때 그는 이미 행방을 감춘 뒤였고 스님과 동해가 백방으로 그를 찾아 나섰지만 허사였다.

 

 

 그가 모두에게서 잊혀져갈 쯤이었다. 김천 어디를 다녀오시던 스님께서 시장바닥에서 피리를 불고 있던 그를 보았고 다가가서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는 일어나 큰절을 올리고는 시야에서 멀어졌다.

 

 

 억지로 데려가 봐야 다시 떠나갈 것을 안 스님께서 그를 더 이상 붙잡지 않았다. 자존심이 강한 그가 누군가의 짐이 되지 않기 위해 그렇게 했을 것이라 짐작은 했지만 동해는 형의 그런 모습을 마음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 뜻밖에도 용화가 읍내에서 남재 형을 본 모양이었다. 당장이라도 뛰어가 형을 끌어안고 싶었지만 다시 멀리 사라져버릴까 두려웠다.

 

 

 그는 밖으로 나와 바위에 걸터앉아 있었지만 좀처럼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발걸음을 옮겨 집에서 조금 떨어진 폭포수로 향했다.

 

 

 형이 그렇게 사라진 뒤로 매일같이 스님께 무예를 배우던 곳이었다. 그는 차가운 물속에 몸을 담갔다. 가을 날씨라고는 하지만 산중의 기온은 이미 초겨울로 들어서 있었다.

 언젠가 형이 스님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있었다.

 

 

 스님께서는 중국 궁중으로만 비밀리에 전해져오던 비상권법의 대가로 그의 본명은 김대한이었다.(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허락 없이 불법으로 인용하거나 사용하는 것은 불허하며 고발 조치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출판 의뢰 및 드라마, 영화에 관심 있는 분들의 연락 환영합니다.

 

 

고 변재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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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4

 

“스님께서 혹 땡중이 아니신지?”

황소와 스님과 관련한 놀라운 일화

 

 


 다시 형이 나섰다.

 

 

 “스님께서는 중국 분이신데 어떻게 한국말을 그렇게 잘 하실 수 있습니까?”

 

 

 스님은 한참 생각에 잠기시고는 북쪽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내 선인께서는 한국인이셨으니…….”
  “예? 그런데 왜 그곳에서…….”
  “그분은, 그분은 독립투사였느니라.”

 

 

 동해가 거들었다.

 

 

  “그렇다면 남재 형의 조부님과 같은…….”
  “조선과 만주에서 싸웠다는 것만 다를 뿐 그 정신은 같았을 것이야.”

 

 

 긴 겨울이 가고 산과 들이 초록의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스님은 종종 마을의 일이 바쁠 때면 두 아이를 데리고 그곳으로 내려가 농사일을 거들었다.

 

 

 마을사람들은 그런 스님을 좋아했으며 그가 비록 절간에 살기는 하였으나 승복 대신 일상복을 입고 있을 때가 더 많았던 탓에 그들은 가끔 산으로 찾아와 스스럼없이 일을 부탁하곤 했다. 그러다보니 스님을 부르는 호칭도 스님부터 시작해 선사님, 처사님, 도사님까지 실로 다양했다.

 

 

 “스님께서 불경 읽는 소리를 통 듣지 못했으니 혹 땡중이 아니신지?”

 

 

 마을사람들이 장난으로 농을 할 때면 스님도 웃으시며 곧잘 응수했다.

 

 

  “산새가 나를 대신해 아침저녁으로 불경을 읽는데 혹 그 소릴 못 들으셨소?”

 

 

 그제야 그들도 허리를 펴며 큰소리로 웃었다.

 

 

  “저 도사님, 오늘 우리 집에 고구마 순을 심어야 하는데…….”
  “곧 가리다. 대신에 뒷날 수확 철에는 부처님께 고구마 공양이나 올리시오.”

 

 

 나이는 동네 사람들이 스님보다 대부분 연배였으나 왠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위엄이 있었던 탓에 그들은 말 놓기가 꺼림칙하여 공대를 하거나 말끝을 흐리기 일쑤였다.

 특히 스님께서 상대방을 부를 때 쓰는 ‘사형’이라는 말에 사람들은 주눅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 말의 뜻이 한 스승 아래서 가르침을 받은 무림의 제자들이 상대방을 높여 부를 때 쓰는 호칭임을 알고는 더욱 그랬고 그들이 결정적으로 스님을 예사로 볼 수 없었던 일은 마을에서 일어난 한 사건을 겪고 난 이후였다.

 

 

 종자파종으로 한창 분주하던 어느 봄날 오후였다.
 마을에서 키우던 큰 황소 한 마리가 마구간을 부수고 뛰쳐나온 일이 있었다. 눈을 뒤집고 입에 흰 거품을 문 황소는 거의 미친 것처럼 날뛰었다. 논밭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새파랗게 질렸다.

 

 

 모두가 공포에 떨며 논밭의 언덕배기에 숨거나 나무가 있으면 그곳으로 기어올랐다. 심지어 리어카를 뒤집어 급한 데로 아이들은 그곳에 숨겼다. 비명소리를 들은 영감들은 미처 피할 새도 없이 밭고랑에 바짝 엎드려 무사히 이 일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들판 한가운데 서 있던 황소가 공격대상을 찾아 씩씩거리고 있을 때였다. 그때 마침 밭에서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던 여든이 넘은 할머니 한 분이 사람들 눈에 띄었다.

 

 

 숨어서 그것을 본 사람들은 입을 모아 밭고랑에라도 엎드리라며 고함을 질러댔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할머니는 귀가 들리지 않았다. 황소가 할머니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돌진했다.

 

 

 바로 그때였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스님이 그 사이를 가로막고 나섰다. 황소는 흙먼지를 일으키며 스님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광경을 본 사람들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감았다. 틀림없이 소의 뿔에 받혀 내장이 튀어나왔거나 발굽에 짓밟혀 갈비뼈가 살점을 뚫었을 거라 믿었다.

 

 

 그때 눈을 감은 사람들이 어렴풋이 들은 것은 아주 날카로운 기합소리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모두가 눈을 떴을 때 스님이 아닌 황소가 벌러덩 나자빠져 있었다. 그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손을 털며 잠시 후에 소가 깨어날 것이라 했고 그 말은 적중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어떤 사람들은 스님이 소의 불알을 찼다고도 했고 소의 눈을 찔렀다고도 했지만 추측만 무성할 뿐 그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허락 없이 불법으로 인용하거나 사용하는 것은 불허하며 고발 조치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출판 의뢰 및 드라마, 영화에 관심 있는 분들의 연락 환영합니다.

 

 

고 변재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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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3

 

 

“독립투사를 둔 가족이 겪었을 고통을 내가 아느니”

“모두는 남재의 가족에게 빚을 지고 있음이야!”

 

 

 


  “형……”

 

 

 막혔던 눈물이 마구 쏟아져 내렸다.
 그 때 담당의사가 보호자를 찾는다는 전갈이 왔고 두 사람은 그곳으로 향했다.

 

 

  “한쪽 팔과 다리는 보신대로입니다. 그런데 더 안타까운 사실은 한쪽 눈마저 실명하였다는 사실입니다. 나머지 눈도 장담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정말이지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스님은 병원 문을 나서며 짧은 한마디 말을 남겼다.

 

 

  “살려만 주시오!”

 

 

 동해가 처음 남재 형을 만난 것은 집을 잃고 길에서 울고 있던 자신을 그가 이곳으로 데리고 오고부터였다.

 

 그 후로 동해는 자신보다 세 살 위인 남재를 친형처럼 의지하며 따랐고 남재는 그런 동생이 생긴 것이 신기했던지 어디를 가든 그의 손을 놓지 않았다. 흔치는 않았지만 먹을 것이라도 생기면 형은 먼저 동생부터 챙겼다.

 

 뒤에 들어 알았지만 남재 형은 고모님의 손에 이끌려 이곳에 맡겨졌다고 했다.

 

 형의 조부님은 독립운동가로 그의 가정은 이미 풍비박산이 된지 오래였다. 아버지는 배움의 기회를 잃은 탓에 해방 후 노동판을 전전하며 힘들게 살아오다 오래전에 폐병으로 고인이 되셨고 작은 아버지가 있었다는 말을 듣기는 했으나 백구하라는 이름자만 기억 할 뿐 행방을 감춘 지 오래되어 생사조차도 확인할 길이 없었다.

 

 유일한 혈육인 그의 고모님이 어린 조카를 절에 맡기며 스님께 당부의 말씀을 놓았다.

 

 

  “집안 재산은 독립자금으로 다 없어졌으니 남은 것이라곤 저 애 하나뿐이오. 독립투사의 손자이니 부디 큰사람으로 만들어 주십시오.”

 

 

 아흔이 가까운 그의 고모님께서 더 이상 아이를 돌볼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스님께서는 할머니를 마을 아래까지 부축을 하시며 배웅을 해 드렸다.
 한사코 뿌리치시는 그분을 스님께서는 웃으시며 달래셨다.

 

 

  “제 어머님 생각에…….”

 

 

 배웅을 마치고 돌아오신 스님께 형이 미안한 표정을 지었으나 스님은 형을 꼭 안으셨다.

 

 

  “독립투사를 둔 가족이 겪었을 고통을 내가 아느니…, 왜놈의 밀정들이 빨래터에까지 따라 붙었느니라.”

 

 

 그 일은 오래토록 형의 가슴에 남았고 동해에게도 그 말이 전해졌던 것이다.
 스님께서는 특별히 형을 편애하지는 않았으나 가끔 지나가는 말을 동해에게 던지곤 했다.

 

 

  “모두는 남재의 가족에게 빚을 지고 있음이야!”

 

 

 동해가 산으로 들어온 이듬해였다. 스님은 두 아이를 불렀다.
 아이들은 여느 때와 다른 스님의 모습에 잔뜩 긴장한 채 무릎을 꿇었다.

 

 

  “오늘부터 공부를 배우거라!”

 

 

 스님의 짧은 말씀이었다. 왜 공부를 하라는 것인지 무슨 공부를 하라는 것인지에 대해 일체 말씀이 없었고 다만 한문 한 구절을 붓글씨로 적어 주시며 깊이 파고들라는 것이었다.

 

 나중에야 그것이 「논어」의 학이편 이었음을 알았지만 그때 동해의 나이 겨우 여섯 살이었다. 

 

 

  “사람이 만나면 서로 인사를 나누어야 하듯 사람이 살아가는 모양새가 예에서 비롯되고 예로 끝나느니, 그것을 알려면 부지런히 배워야 하느니라.”

 

 

 지금도 잊히지 않고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은 그때 스님께서 지그시 눈을 감으시며 한동안 옛 생각에 잠기시던 모습이었다.

 

 

  “나는 네 살에 그것을 배웠느니라. 나의 선인께서는 참 부드러운 분이셨어.”

 

 

 한창 공부에 재미를 붙여가던 어느 날 저녁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 형이 불쑥 물었다.

 

 

  “스님 방에는 왜 책이 한 권도 없습니까?”

  “어느 해였던가, 겨울밤이 하도 추워 아궁이에 불을 지폈어”
  “아무리 그래도 그 아까운 것을…….”

 

 

 스님께서는 부드러운 얼굴을 하시며 수저를 놓았다.

 

 

  “내가 앵무새가 되길 원하느냐?”
  “무슨 말씀이신지…….”

 

  “학자는 책을 가지려 노력하고 현인은 책을 감추려 애쓰며 성인은 책을 버리느니라.”
  “그렇다면 스님은 성인의 반열이십니까?”

 

  “아니다. 나는 진인(眞人)의 경계라도 갔으면 하느니라.”

 

 

 남재 형의 물음은 집요했다.

 

 

  “스님, 진인이 무엇입니까?”
  “내게 물을 가져다주겠느냐?”
  “예.” 

 

 

 형이 물을 그릇에 담아 내어왔다. 

 

 

  “이 그릇의 쓰임새가 무엇이냐?”
  “…….”
  “그릇의 용도는 비어 있음으로 쓰일 수가 있는 것이야. 그것처럼 비우고 있는 사람을 진인이라 하느니라.”

 

 

 스님의 사고가 노장사상이 바탕이었음을 뒷날에야 알게 되었지만 그때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통 알지 못했다. 

 다시 형이 나섰다.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유고 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허락 없이 불법으로 인용하거나 사용하는 것은 불허하며 고발 조치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출판 의뢰 및 드라마, 영화에 관심 있는 분들의 연락 기다립니다.

 

 

장편소설 비상도의 저자 고 변재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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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 상 도 1-2

 

 

 


 “사람이 길을 잘못 든 것이냐? 길이 사람을 잘못 받아들인 것이냐?”

 

 

 동해는 영문을 몰라 밖에서 한참 동안이나 서성거렸고 간간히 터져 나오는 스님의 울음 섞인 말소리가 문틈을 새어나왔다.

 

 날이 밝기가 무섭게 스님께서 동해를 불렀다.

 

 

  “급히 나와 갈 곳이 있으니 채비 하거라.”

 

 

 스님의 표정으로 보아 불길한 예감이 들긴 했으나 물을 수도 없는 분위기라 대충 짐을 챙겨 산길을 따라 내려갔다.

 

 스님의 걸음이 여느 때보다 서두르시는 것 같았다. 산을 거의 다 내려왔을 때 무거운 정적을 깨고 스님께서 물었다.

 

 

  “네가 방금 걸어온 길이 좁더냐? 넓더냐?”

 

 

 감히 무어라 말을 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 동해가 입을 닫았고 스님은 자신의 물음에 알 듯 모를 듯한 말로 답을 놓았다.

 

 

  “혼자 걷기는 적당하지만 두 사람이 걷기에는 비좁을 것이야. 마음속에 든 사람을 잊어야 하느니, 그것이 운명이라면 잊어야 하느니.”

 

 

 들녘은 추수를 앞 둔 시점이라 농부들의 바쁜 손길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기계소리와 고함소리가 뒤섞여 모처럼 활기를 띄었다.

 

 무겁던 마음이 서서히 걷혀가고 있었다. 하루 종일 말문을 닫고 있던 산에서 내려와 많은 사람들을 보니 비록 그들과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동해는 괜히 신이 나 평소에는 물을 수 없었던 질문을 했다.

 

 

  “스님께서는 왜 출가를 하셨습니까?”


  “나는 스님이 아니니라.”

 

  “예?”


  “다만 스님의 흉내를 내고 있을 뿐이니라.”

 

 

 동해가 남재 형에게 어렴풋이 그 말을 듣기는 했지만 스님께 직접 말씀을 들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동해가 스님을 따라 들어간 곳은 국군수도통합병원이었다. 그때까지도 스님께서는 왜 이곳에 오게 된 것인지에 대해 함구하셨고 그는 병원의 간판을 보고서야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동해는 계속해서 스님의 눈치를 살폈다.

 

 

  “남재가… 남재가 중상을 입었다는구나.”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순간적으로 다리의 힘이 빠져나가며 털썩 주저앉았다. 머릿속이 하얀 종잇장처럼 텅 비어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스님께서 병실의 문을 열 때에야 겨우 벽을 짚고 일어서기는 했으나 차마 형의 모습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가 애써 고개를 돌리며 두서너 걸음을 옮겼을 때 독백 하는듯한 스님의 말씀이 낮게 깔렸다.

 

 

  “남재가 지뢰를 밟았다니…….”

 

 

 모든 기운이 일시에 빠져나가 몸속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모를 한 줄기 전율이 온몸을 휘감았다. 동해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스님 등 뒤에 숨어 겨우 감은 눈을 떴을 때는 시체처럼 누워 있는 형의 모습이 무섭게 다가왔다.

 

 온몸을 붕대로 칭칭 동여맨 것도 모자라 팔과 다리가 결박당한 채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그런데 누워 있는 형의 몸에서 팔 하나와 다리 하나가 보이지 않았다.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말은커녕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았다. 스님께서도 하염없이 벽만 바라보고 서 계셨다.

 

 여간해서 시장음식을 사 오시지 않던 스님께서 남재 형이 군대를 가기 며칠 전 양념통닭 한 마리를 사 오셨다.

 

 그때 형이 넉살을 부렸다.

 

 

  “스님, 제가 제대하고 나올 때까지 이곳에 계셔야 합니다.”

 

 

 모처럼 스님께서도 환하게 웃으시며 대꾸를 했다.

 

 

  “그럼 나더러 여기에 꼼짝 않고 있으란 말이냐?”


  “그게 아니라……”


  “좋은 숲을 만들면 길조가 날아들기 마련이니라.”

 

 

 그 날의 대화를 들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런 모양새로 돌아오다니 눈으로 보고서도 믿기지가 않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서야 동해는 형의 몸에 손을 얹었다.

 

 

  “형……형!”

 

 

 차가운 감촉이 머리끝까지 전해졌다.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님의 미발표 유고 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허락 없이 불법으로 인용하거나 사용하는 것은 불허하며 고발 조치될 수 있습니다. 

 

 

장편소설 비상도의 저자 고 변재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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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연재

 


비 상 도 1-1

                                                                       

 

 어느 듯 산중턱에도 간디의 초상을 닮은 마른 나뭇잎이 등허리가 굽은 채 떨어져 내렸다.

 

 평소 같으면 떨어지는 나뭇잎을 그대로 두었을 것을 비상도는 괜스레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쓸었다.

 

 

  “손님이라도 오시려나?”

 

 

 아침부터 까치가 요란하게 울어댄 까닭이었다.

 마침 그때 학교에서 돌아오던 용화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집 안으로 들어섰다.

 

 

  “스승님, 돌아오는 길에 어떤 소경이 피리를 불고 있었습니다.”
  “어디서였느냐?”

 

  “읍내 시장 한 모퉁이였습니다.”
  “어떤 모습이었느냐?”

 

  “팔과 다리가 하나씩 없었습니다. 그리고 한쪽 눈마저 감긴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한 손으로 피리를 부는데도 소리가 절묘했습니다.”

  “그 소리가 아름다웠느냐? 아니면 한 손으로 부는 것이 신기하였느냐?”

 

  “소리도 좋았지만 한 손으로 부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비상도는 멀리 하늘에 시선을 모은 채 바람에 떠내려가는 구름 한 조각을 바라보았다.

 

 

  “그건 자전거를 한 발로 타는 것과 같다. 아마 그분이 두 팔을 가졌더라면 한 손으로 피리를 불지는 않았을 것이야.”
  “그건 왜입니까?”

 

  “두 발을 가진 사람이 한쪽 다리로 자전거를 젓는 것을 너는 본 적이 있느냐?”
  “….”

 

  “그 소리가 틀림없이 슬펐을 것이니라. 그 마음의 소리를 들여다보아야 하느니.”

 

 

 비상도는 그 말을 하고는 방으로 들어가 어릴 적에 남재 형이 즐겨 불렀던 피리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눈을 감고 피리를 불고 있을 형의 모습을 떠올렸다.

 

 오래 전의 일들이 마치 어제의 일처럼 선명하게 그의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제트기가 지나간 하늘에 하얀 구름길이 열린 어느 청명한 가을날 오후였다.

 

 동해는 한 시간 가까이 바위에 걸터앉아 비행기가 사라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고 어디선가 불어온 한 자락 바람이 툭 하고 굴밤나무를 건드렸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청설모 한 마리가 떨어진 굴밤을 입에 물고는 그것을 나무 덤불 속에 숨기고 때로는 돌 틈 사이에 밀어 넣었다. 바로 그때 아래에서 스님의 발자국소리가 들렸다.

 

 

  “무얼 보고 있었느냐?”
  “청설모가 굴밤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너는 그놈이 자신이 숨긴 것을 다 찾아낼 거라 생각하느냐?”
  “그건….”

 

  “열 개를 숨기면 겨우 절반을 찾아 낼 뿐이니라. 그것이 자연의 모습이니라. 때로는 망각이 만물을 키우느니….”

 

 

 동해는 여지껏 스님께서 먼저 자신에게 말씀을 걸어오시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스님, 잡념이 저를 괴롭힙니다.”

 

 

 동해가 먼저 물으면,

 

 

  “마음이 있기 때문이란다. 너는 그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아느냐?”
  “잘 모르겠습니다.”

  “손가락 끝에 있단다. 가시로 손가락 끝을 찔러 보아라. 그날은 잡념이 생겨나지 않을 것이야.”

 

 

 늘 이런 식이었다.

 

 

  “사람이 경계해야 할 것이 무엇입니까?”

 

 

 남재 형이 물었을 때에도,

 

 

  “사람 마음속에 고약한 혹 주머니가 두 개 있으니 하나가 탐욕이고 다른 하나는 시샘이니라.”

 

 

 어느 날 산 아래 마을을 지나다가 밭에서 일을 하시는 농부들을 본 형이 스님께 말을 걸었다.

 

 

  “대체 사람은 얼마만큼 가져야 적당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때도 스님께서는 멀리 들판에 시선을 떼지 않은 채 혼잣말처럼 답을 놓았다.

 

 

  “남을 위해 쓸려고 하는 사람은 담는 그릇이 커야 하고 자신을 위해 쓸려고 하는 자는 그 그릇이 작야야 하는 게지.”

 

 

 형이 다시 물었다.

 

 

  “그러면 제 그릇은 얼마만한 것입니까?”
  “이놈아, 네가 언제 보여주기라도 했더냐?”

 

 

 가르침과 배움은 주로 이런 문답식이었다.

 

 그런데 어제 오후 늦게 집으로 돌아오신 스님께서는 묻지를 아니했는데도 동해에게 먼저 말씀을 걸어오셨고 곧바로 방으로 들어가신 후 흐느끼시는 소리가 밖에까지 들렸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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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도의 저자 고 변재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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