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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28

 

 

도대체 우리가 누구인지 알고 하는 소린가?

비상도가 먼저 기합소리와 함께 뛰어 올랐다!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고 있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이번 일은 특별히 조천수 회장님께서 주신 일이니만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해야한다.”

 

 

 예상치 않게 그의 입에서 조천수라는 이름이 나오자 비상도는 귀를 세웠다.

 

 

  “이번에 상도지역을 철거하고 아파트를 올리는 일에 지금 반대 데모를 하고 있는 지역민과 그들을 선동하는 놈들을 몰아내기 위해 너희들은 용역회사 직원으로 위장하고 가는 것이다. 따라서 표가 안 나게 행동해야 할뿐더러 모든 것은 여기 배 부장의 지시에 따르길 바란다. 구체적인 지시사항은 다시 세부적으로 내릴 것이다. 알았나?”
  “예.”

 

 

 그들의 모습은 마치 세상 무서울 것이 없는 잘 훈련받은 전사와도 같았다. 조천수 회장이 재개발 사업을 반대하고 있는 사람들을 내쫒기 위해 조직폭력배를 동원하는 모양이었다.

 

 

 돈 되는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불법을 자행하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부전자전으로 대물림을 하는 모양이었다. 이대로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고 싶었다.

 

 

  “내 들으니 조천수 회장이 나쁜 짓을 하려는 모양이야.”

 

 

 순간 보스의 눈 꼬리가 사납게 올라갔다. 그냥 시골 촌놈쯤으로 여기고 마음 놓고 다 까발렸는데 그 비밀을 들켜 버렸으니 황당한 표정이었다. 그는 급히 출입문을 잠그라는 신호를 보냈고 무슨 일이 벌어져도 경찰에 알리지 말도록 사장을 불러 엄포를 놓았다.

 

 

  “조천수 회장님을 아는가?”
  “빚을 갚아야 할 일이 있지.”


  “나이깨나 먹은 사람이 배짱 하나는 두둑해서 마음에 들어.”
  “이봐 보스, 이번 일은 참가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도대체 우리가 누구인지 알고 하는 소린가?”
  “돈을 쫓아 옳고 그름도 분간치 못하는 건달들이 아닌가?”


  “뭐야, 저 새끼가!”

 

 

 중간보스로 보이는 배 부장이란 자가 비상도를 당장이라도 죽일 듯이 날뛰었다.

 

 

  “도대체 뭘 믿고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이라도 못 들은 것으로 하면 그 용기가 가상하  여 그냥 보내주지.”
  “그렇게 못 하겠다면?”


  “그럼 죽어서 나가겠지.”
  “좋으실 대로…….”

 

 

 그 순간 분을 못 이긴 중간보스가 의자에 앉아 있던 비상도를 향해 다가와 발을 뻗어 올렸다. 비상도는 허리를 뒤로 젖혀 날아오는 발길을 피하면서 손가락 두 개를 펴서 백목락을 정확히 찍어 눌렀다.

 

 

  “헉!”

 

 

 그가 발목을 움켜쥐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것을 본 보스가 뒤로 물러나 앉았고 열 명쯤의 수하들이 비상도를 에워쌌다. 비상도는 우선 그들의 면면을 살폈다.

 

 

  “일대 오십이라. 설마 나 혼자를 상대로 흉기를 사용하지는 않겠지? 사내답지 못한 놈을 보면 내 자신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거든. 보스, 약속할 수 있는가?”
  “좋아, 약속하지.”

 

 

 보스는 수하들에게 일체 흉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명령을 내렸고 식당의 종업원들은 어찌 할 바를 몰라 허둥대면서도 그들이 시키는 대로 탁자와 의자를 한쪽으로 밀어붙였다.

 

 

 비상도가 먼저 기합소리와 함께 뛰어 올랐다. 어차피 시간을 끌어봐야 불리한 쪽은 자신이었다. 이럴 경우에는 속전속결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계속…)

 

 

 

 

 

 위 소설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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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27

 

 

 “일체 손님을 받지 말라는 명령인지라…….”

시골사람이니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있겠냐는 표정?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고 있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는 모든 계획을 정리한 뒤에 밖으로 나왔다. 마침 퇴근시간이라 매서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지고 있었다. 시장기가 돌았다. 번화한 상가를 지나 꽤 규모가 큰 고기 집으로 들어가려고 문을 열 때였다. 


 그곳의 관리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출입문 앞을 막았다.

 

 

  “죄송합니다만 오늘은 예약이 되어 있어 모실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큰 식당에 자리 하나 안 남는단 말이오.”


  “송구합니다. 일체 손님을 받지 말라는 명령인지라…….”
  “명령이라 하였소?”


  “미안합니다. 그렇게 됐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한 무리의 사람들이 줄줄이 승용차에서 내려 일렬종대로 길게 섰고 잠시 후 검은 승용차에서 내린 마흔 후반쯤으로 보이는 사내를 향해 모두 허리를 꺾었다. 영화에서나 봄직한 장면이었다. 조직폭력배의 무리가 분명했다.

 

 

 보스로 보이는 사내는 무리들의 호위를 받으며 식당 안으로 들어가 준비해 놓은 상석에 자리를 잡았고 나머지 어깨들도 미리 세팅이 되어 있는 좌석에 위치순으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잠시 후 큰소리와 함께 그들은 종업원들이 테이블 위에 고기를 갖다놓기가 바쁘게 그릇들을 비웠다. 황소 같은 덩치에 한창 먹어댈 나이였다. 식당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은 의자 사이를 돌며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비상도는 밖에 서서 이 광경을 놓치지 않았다. 대충 헤아려 본 그들의 숫자가 쉰 명을 넘었다. 한참 만에 식사가 거의 끝이 났는지 웅성거리는 소리가 바깥에까지 들렸다.

 

 

 그 순간 비상도가 출입문을 열고 들어섰다. 관리인이 황급히 뛰어나오며 막으려고 했지만 그때는 이미 그가 안으로 들어가 자리 하나를 잡은 상태였다.

 

 

  “손님, 지금은 안 됩니다. 나중에 오십시오.”

 

 

 비상도는 못 들은 척 하며 컵에 물을 따라 마셨다.

 

 

  “이봐 사장, 우리 외에는 아무도 들이지 말랬잖아.”

 

 

 무리들 중에서 중간 보스로 보이는 자가 사장을 찾았고 사장은 그들 앞에서 미안해하며 굽힌 허리를 펴지 못했다. 비상도가 나섰다.

 

 

  “너무 나무라지 마시오. 시골에서 올라오다 보니 배가 고파 그리된 것이오. 빨리 먹고 갈  참이니.”
  “아니, 저 자식이…….”

 

 

 사장을 불렀던 그가 일어나려는 것을 보스가 제지했다. 시골사람이니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있겠냐는 표정이었다.

 

 

 비상도가 고기를 구워 요기를 시작 할 쯤엔 그들의 식사는 거의 끝났고 종업원 들이 가져다주는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중간보스가 모두를 향해 입을 열었다.

 

 

  “너희들에게 이번 일을 특별히 신경 써서 하라는 의미에서 보스께서 이 같은 자리를 마련한 것이니 그렇게 알고, 어째 저녁들은 잘 먹었느냐?”
  “네, 잘 먹었습니다.”

 

 

 수십 명이 한꺼번에 내는 소리가 엄청났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들의 모습을 통유리 밖에서 신기한 눈으로 구경하고 있었다. 

 

 


 보스가 일어났다. 모두가 숨을 죽이며 그를 향해 허리를 90도 각도로 곱게 폈다. 최대한의 경의를 표하는 모습들이었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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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23

 

 “도리어 큰소리치며 자본주의 운운하더구나.”

그곳에는 경제만 있고 정신은 없었느니라!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고 있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법당이야 스승님 계실 때부터 있어 온 것이니 손 댈 것도 없었고 가끔 마을 사람들이나 지나는 행객들이 찾는 곳이니 그대로 보존하면 되는 일이었다.

 

 

 다음날 비상도는 그 일을 구체화시킬 구상을 하며 산 정상에 올랐다. 밤새 내린 눈 위로 산짐승들의 발자국이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누군가는 눈을 반기지만 또 누군가에겐 혹독한 시련인 게야.”

 

 

 그가 집으로 내려왔을 때 용화가 편지 한 장을 내밀었다. 스승님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비상도 보아라. 그동안 무탈하였느냐? 남재 소식은 듣지 못하였느냐? 나는 내가 찾고자 하는 사람을 어렵사리 찾기는 하였으나 그자는 이미 죽고 그의 아들을 만나 그의 아버지가 내 가족에게 끼친 해악과 조국에 저지른 죄상에 대해 사과의 말이라도 듣고자 하였으나 그는 도리어 큰소리치며 자본주의 운운하더구나.

 

 

 나를 푼돈이나 얻으러 온 인사쯤으로 여기니 내내 불쾌하여 몇 날을 생각하다 처음으로 찾은 내 조국이 싫어져 다시 중국으로 들어오고 말았느니라. 재벌의 입에서 나옴직한 말이긴 하다만 그래도 한 때 나라의 차관을 지냈다는 자가 그 모양이니 더 말해 무엇 하겠느냐. 그곳에는 경제만 있고 정신은 없었느니라.


              ―중략―

 

 너는 수련을 게을리 하지 마라. 언젠가 쓰일 곳이 있을 것이니라. 언제든 남재를 찾았다는 소식을 접하면 한 걸음에 달려가마.』

 

 

 오랜만에 스승님의 글을 대하니 반갑기는 하였으나 한편으로는 마음 깊숙이 체증이 실린 것 같아 답답함을 감출 수 없었다. 몇 차례 시내에 나가 더러는 힘으로 또는 술로 터질 것 같은 분노를 삭이려 했지만 또 다른 분노가 가슴 밑바닥에서 서서히 끓어올랐다.

 

 

 그것은 나라를 찾기 위해 모든 것을 잃어야만 했던 독립투사의 후예가 이 나라를 향해 내뱉는 한 맺힌 절규였기에 더욱 그러했다.

 

 

 스승님은 편지의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하기야 동토의 땅에 파묻혀 떨고 있을 안중근 의사의 유해도 여태 못 거두어들인 마당에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비상도는 이 대목에서 한없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과연 이 같은 사실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을 사람이 이 땅에 몇이나 될 것인가를 생각하며 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차피 내가 할 일이라면…….”

 

 

 그는 조금 전 집 짓는 일을 구상했던 자신을 질책하며 힘차게 손을 뻗어 소나무를 내리쳤다.

 

 

  “뚜두둑!”

 

 

 나무둥치가 부러지며 쌓인 눈이 후드득 쏟아져 내렸다.

 

 습성이 그러했는지 모를 일이었다. 밥상 차려놓으니 파리 떼가 달라 들었다. 해방이 되자 일제에 빌붙어 그들의 주구노릇을 해대던 인간들이 염치없이 애국자로 둔갑하였고 권력의 편에 기생하며 이득을 챙기고 요직을 두루 장악하였으니 적반하장도 유분수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을 대우했다가는 자신들의 친일행적이 드러날 것을 염려하여 입에 거품을 물고 반민특위를 반대했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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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19

 

 

아버지께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법도
만사의 시작과 끝은 인사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고 있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비상도가 자리로 돌아가려던 순간이었다.

 

 

  “스님이든 아니든 남의 일에 왜 배 놔라 감 놔라 하는 거야?”

 

 

 그가 다시 젊은이들 테이블로 걸어갔다.

 

 

  “그런가, 술을 먹었으니 장유의 질서도 모른다는 말이지?”

 

 

 밖에는 어떨지 몰라도 아직까지 산중의 법도에는 엄연히 장유의 질서가 존재하였고 특히 예의 가르침을 받은 그에겐 나이는 위아래를 구분 짓는 질서인 동시에 초면에 서로를 인정하는 수단이었다.

 

 

  “내가 주법을 가르쳐야겠어. 모두 이리로…….”

 

 

 채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한 젊은이가 귀찮은 듯 그를 밀쳐 내려고 손을 내뻗는 순간이었다. 작은 비상도의 움직임이 있었고 곧 젊은이는 몸을 숙인 채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눈의 동공이 반쯤 풀려 있었다.

 


 나머지 젊은이들이 의자에 급히 앉은 것은 그 다음이었다. 모두들 술이 확 깬 모습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앉아 있던 테이블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바닥에 누가 가래침을 뱉었느냐?”
  “…….”

 

  “너희 놈들 입에서 나온 것이니만큼 너희들 입으로 주워 담는 것이 맞겠지?”
  “스님, 아무리 그래도 그건…….”

 

  “스님이 아니라고 했느니라.”
  “저, 선생님 하지만…….”

 

  “너희 놈들은 자신들 방에 가래침을 뱉느냐?”
  “아닙니다.”

 

  “이곳도 방이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깨끗하게 사용해야 할 곳이니라.”
  “잘못했습니다.”


  “그럼 휴지로 깨끗이 닦아라.”

 

 

 그들은 눈치를 살피며 그것들을 말끔하게 치웠다.

 

 

  “탁자 위에 널려 있는 담배꽁초들도 재떨이에 넣어라.”
  “예.”

 

  “그리고 너의 아버지 연세가 몇이냐?”
  “올해…. 쉰다섯 입니다.”

 

  “그럼 저 분들과 비슷한 연배가 아니냐. 아버지께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법도이니 가서 사과하라.”

 

 

 그들은 잰걸음을 놓으며 어른들께 사과의 말을 전했다.

 

 

  “이 세상이, 아니 너희들 부모가 그리고 선생이 가르쳐 주지 못한 소중한 것들을 내가 일러준 것이니 그 첫째가 몸을 낮추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몸으로 직접 행하는 공부가 잊혀지지 않는다는 것을 교훈으로 준 것이야.”

 

 

 여느 때 같으면 그냥 술잔만 비우고 일어났을 일이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 끓고 있는 분노를 누구에게라도 풀고 싶은 마음이었다.

 

 

 비상도는 성 사장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때렸다. 그런데 그가 뭘 두고 나왔는지 다시 술집으로 들어갔다.

 

 

  "젊은 친구들, 내게 인사를 했던가?”

 

 

 그들은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가르침을 준 스승님이 나가시는데 인사 정도는 해야지. 만사의 시작과 끝은 인사인 것이야.”
  “아 예, 안녕히 가십시오.”

 

 

 그는 오늘따라 자신이 왜 이러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싶었다. 그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을 때는 그의 눈에 얼핏 눈물이 비쳤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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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18

 

“이놈의 세상 누군가가 신나게 뒤집었으면 좋겠어.”
술을 마시면 위아래도 모른다는 것인가?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권선징악이 주제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젠장, 윗물이 맑아야 하는데 한쪽에선 그런 인사를 감싸고 또 다른 한쪽에선 허물 뜯기 바쁘고…, 하긴 똥 묻힌 놈이 재 묻힌 놈을 나무라는 격이니 미안하기도 하겠지.”


  “이놈의 세상 누군가가 한 번 신나게 뒤집었으면 좋겠어.”

  “니기미, 초록은 동색이니 어디 바라볼 곳이 있어야지.”

 

 

 취기가 오른 듯 그들은 계속해서 쓴 소리를 늘어놓았다.

 

 

  “나라꼴이 온통 개판이야. 이놈의 돈만 챙기는 세상 교육도 정치도 경제도 예술도 씨팔!  어느 것 하나 썩지 않은 게 없어.”

 

 

 쉰 줄의 남자손님 세 사람이 앉은 테이블에는 벌써 빈 소주병이 긴 줄을 서있었다. 옆 사람이 애써 집은 안주를 내려놓고 다시 그 말을 거들었다.

 

 

  “이놈의 세상, 하늘과 땅이 맞붙어 이 지구상에 있는 모든 인간들이 다 죽으면 깨끗해질런지…, 하기야 중놈도 여자를 끼고 술을 마시는 세상이니…….”

 

 

 그 말은 비상도가 들으라고 하는 말이었다. 순간 성 사장은 긴장했고 비상도는 입가에 미소를 뛰었다.

 

 

  “취하긴 했지만 틀린 말은 아닌데요.”

 

 

 이때 저쪽 구석에서 컵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거 죽으려면 당신들이나 죽지 뭔 개소리야!”

 

 

 아까부터 귀에 거슬릴 정도로 바닥에 가래침을 뱉어대던 젊은이들이었다.

 

 

  “씨…팔, 술맛 떨어지게…. 억울하면 돈을 벌면 될 것 아냐.”

 

 

 이건 대놓고 한 판 붙자는 선전포고였다. 쉰 줄의 남자들이 겨우 일어서긴 했지만 몹시 취한 듯 몸을 바로 세우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어쭈, 일어서는 것을 보니 한 대 치겠다는 말 같은데?”

 

 

 젊은이들도 따라 일어섰다. 그때 술집 여주인이 급히 뛰어가 젊은이들의 팔을 붙잡고 늘어졌다.

 

 

  “이봐요, 젊은 오빠들. 그러지 말고 제발… 진정들 하시고, 자 앉아요.”

 

 

하지만 아저씨들의 한마디 말이 또 불을 댕겼다.

 

 

  “저놈들 말하는 것 좀 봐. 위아래도 모르고 세상 잘 돌아간다.”

 

 

 성 사장은 긴장이 되면서도 한편으론 호기심이 일었다. 이런 싸움을 구경할 기회가 없기도 했지만 어쩌면 스님의 무술실력을 구경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 고맙기까지 했다.

 

 

 양측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야말로 멱살잡이 일보직전까지 가 있었고 몇몇 손님들이 자리를 뜨기도 했지만 일부는 그 싸움을 느긋하게 즐기는 모습들이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대던 주인에게 눈치를 보낸 비상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법들을 잘못 배웠어!”

 

 

 짧은 말이었지만 그 말 속에 강한 위엄이 느껴졌다. 그가 젊은이들 앞으로 다가갔다.

 

 

  “이보게 젊은이들, 술을 마시면 위아래도 모른다는 것인가?”

 

 

 낯선 사람의 등장에 그들이 잠시 당황해 하며 머뭇거렸다. 이번에는 비상도가 아저씨들 앞으로 눈을 돌렸다. 그의 기세에 눌린 그들 중 한 사람이 눈치를 살피며 자리에 앉았다.

 

 

  “내가 승복을 입은 것은 잘못이지만 난 스님이 아니오.”

 

 

 그들이 놀라는 눈치였다.

 

 

  “일반인이 군복을 입었다 하여 군인은 아니지 않소이까? 물론 승복을 입은 내 잘못이긴 하지만 그건 누구나 입을 수 있는 복장에 불과한 것이오. 그러니 내가 여자 분과 술을 마신다 한들 양심에 어긋나는 일은 아닐 것이오.”

 

 

 빈틈이 없는 말이었다. 함부로 그 말에 토를 달지 못할 무게가 느껴졌다.

 

 

  “그…렇…다…면 미안하게 됐습니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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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6

 

 

“내일부터 비상권법을 배워라.”
최고는 한 사람으로 족해, 두 사람이면 다퉈

 

 


 스님의 부친은 독립 운동가로 상해임시정부의 요원이었으며 당시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사살 이후 한껏 기세가 올라 있던 임정의 노력으로 중국 왕가는 비상권법을 특별히 조선인인 그에게 전수 받을 수 있도록 배려를 하였다. 다만 그의 본명 대신 ‘호야’라는 중국식 이름을 갖게 한 것은 그들만의 자존심이었다.

 

 

 뒷날 공산당이 들어서고 비상권의 대가들은 위험인물로 낙인 찍혀 뿔뿔이 흩어지고 대부분 정부의 인권유린에 항거하다 처형을 당했거나 몸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심한 고문을 당해 그 무예는 세상에서 서서히 사라져 갔다.

 

 

 스님 또한 정치범으로 또 한 때는 단순한 난동주모자로 잡혀 여러 차례 고문을 당한 후 신변의 위협을 느껴 하는 수 없이 밀항선을 탔다. 하지만 스님께서 모국인 대한민국을 택한 진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그가 처음으로 터를 잡은 곳이 이곳 가야산이었다. 비교적 남의 이목에서 자유로울 수가 있었고 심신을 가꾸기에도 더 할 나위 없는 적당한 장소였다. 그러던 중 남재를 만났고 동해까지 거두게 되었던 것이다.

 

 

 하루는 남재 형이 손자병법을 읽고 있을 때였다. 스님께서 지나가시며 슬쩍 말을 흘렸다.

 

 

  “그것은 동해에게 주고 너는 시경(詩經)을 읽어라.”

 

 

 지금 생각 해 보면 각자의 자질과 취미에 맞춘 교육방식으로 학문보다는 뜀박질에 더 관심이 많았던 동해에게는 무예를 염두에 두고 계셨던 것이 분명했다.

 

 

  “최고는 한 사람으로 족하니 두 사람이 되면 다투게 되느니라.”

 

 

 스님의 그 말씀으로도 그것을 충분히 짐작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처음 형의 병실을 다녀오던 날 밤 스님은 동해를 불렀다.

 

 

  “내일부터 비상권법을 배워라.”
  “예.”

 

 

 오래 전부터 바라던 일이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혹독 하느니라.”
  “견뎌내겠습니다.”

 

  “외롭느니라.”
  “하겠습니다.”

 

  “이십년이 걸릴 수도 있음이야.”
  “삼십년이 걸려도 좋습니다.”

 

 

 수련은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주로 폭포수 아래에서 이루어졌다.
 하루에도 몇 차례 모래주머니를 차고 산꼭대기를 오르내렸고 어깨에 굳은살이 박이도록 통나무를 매고 절벽을 기어올랐다.

 

 

  “새가 날개 짓을 하지 못하면 날 수가 없느니라.”

 

 

 사시사철 눈과 비를 개의치 않았으며 하루도 쉬는 날이 없었다. 땡볕에 껍질이 벗겨지고 혹한에 살갗이 터졌다. 발에 굳은살이 박이기를 수백수천을 거듭하였다. 

 

 

 점차 그의 눈은 매의 날카로움을 닮아갔다. 날렵하기로는 표범의 순발력을 갖추었고 부드러움은 물고기의 움직임을 닮아 있었다. 서 있는 나무 위를 단숨에 예닐곱 걸음 뛰어 올랐으며 웬만한 높이의 나뭇가지 위로 소리 없이 도약해 앉았다.

 

 

 서너 해가 지났을 땐 뛰고 나는 행동 하나에도 발자국 소리는커녕 옷깃 스치는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 모습은 마치 올빼미가 소리 없이 날아와 먹이를 낚아채는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스님은 폭포수 아래의 작은 연못으로 동해를 데리고 갔다. 맑은 물속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쳐 다녔다.

 

 

 연못 한가운데에서 가만히 선 채로 한동안 물속을 응시하던 스님은 갑자기 물속에 손을 찔러 넣었다. 잠시 뒤 손을 빼내었을 땐 두 손가락 사이에 낀 물고기가 파닥거리고 있었다.

 

 

  “네 자신이 물고기가 되지 않으면 어려우니라.”

 

 

 상대방의 마음속으로 동화되어 자신을 잊을 수 있어야만 가능한 수련방법이었다. 몇 개월이 걸려 그것을 완성했을 때 스님은 흙탕물 속에서 물고기를 잡아채도록 했다.

 

 

 그것은 인간이 가진 모든 감각기관을 이용해야 하는 최고난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것으로 마치 눈이 퇴화된 동굴 박쥐가 주파수를 이용해 장애물을 피하며 먹이를 채 가는 방법과 흡사했다.(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허락 없이 불법으로 인용하거나 사용하는 것은 불허하며 고발 조치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출판 의뢰 및 드라마, 영화에 관심 있는 분들의 연락 환영합니다.

 

 

고 변재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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