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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아내가 남편과 동반 여행 꿈꾼 ‘운문사’

자기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가장 뛰어난 승리자
어둠 속에 움직이는 비구니들 발걸음으로 ‘위안’
[경북 청도 선문답 여행] 학인스님들의 ‘운문사’

 

 

 

 

운문사 가는 길 

새벽예불 후 불이문으로 향하는 비구니 스님들.

운문사 입구 가는 길...

 

 

 

“처녀 때 청도에 세 번 왔어요. 두 번은 혼자 왔고, 한 번은 친구랑 같이 왔지요. 그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운문사 새벽예불을 보는 것만으로 충분한 ‘힐링’이 됐어요. 그땐 꿈도 많았는데….”

 

 

20여 년 전, 경북 청도 운문사 여행에 대한 아내의 회고담입니다. 여자 혼자 6~7시간 버스 타고 여행에 나선 자체가 놀랍습니다. 겁 없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집니다. ‘뻔’한 인생살이 남자의 옹졸한 변명 한 번 하지요. ‘꿈’ 좋지요. 그러나 삶에 대한 미련이 아직 있는 걸 보니, 삶이 별 거 아니라는 걸 여적 모르나 봅니다. 이걸 알면 벌써 도인 됐겠죠.

 

 

가을이 물든 운문사 

처진 소나무 

처진 소나무

 

 

 

“옛날엔 여수에서 청도로 바로 오는 버스가 없어, 경주를 거쳐 왔어요. 다시 오기가 힘들어 한번 오면 4박 5일씩 민박하며 머물렀죠. 당시에도 300여명이 함께 부르는 새벽 예불 소리는 듣는 자체가 큰 즐거움이었어요. 이번에도 새벽예불은 꼭 하게요.”

 

 

아내는 추억담을 말하며 신이 났습니다. 지난 10월31일~11월1일 청도 운문사 가을여행엔 부산의 공덕진·김남숙 부부, 최명락 교수(전남대 생명산업공학부), 저희 부부까지 다섯이 나섰습니다. 당초 합류가 예정됐던 창원의 박천제·전영숙 부부는 큰 딸의 출산과 맞물려 무산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하여튼 이번 여행의 백미는 운문사 새벽예불이었으니...

 

 

 

 

 

 

 

 

자기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가장 뛰어난 승리자

 

 

 

“똑·똑·똑·똑·똑·똑·똑·똑·똑….”

 

 

도량석. 목탁소리가 고요한 새벽을 가로질러, 가람 사이를 돌아 나오더니, 공중으로 휘몰아치더이다. 이어 절집 주변을 밝히는 불이 하나 둘 켜지더이다. 운문사의 첫 새벽을 밝히는 목탁소리가 마치 소 울음소리처럼 들리더이다. 청아한 목탁소리. 누가 도량석을 쳤을까? 도량석에 이어 법고와 목어, 범종 등을 차례로 치더이다. 이를 보며 제주도 우도 금강사 덕해 스님 말씀을 떠올렸더이다.

 

 

“도량석은 스님을 깨우는 자명종입니다. 도량석을 담당한 학인스님은 다른 학인스님보다 30분 먼저 깨어, 절 주위를 돌며 스님들이 일어나길 재촉하지요. 때문에 스님들은 조금이라도 잠을 더 자려고 도량석 당번을 많이 꺼리지요. 번을 써는 스님 목탁소리에 따라 큰스님 기분이 달랐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부처님께 귀의하기 위해 나선 수행 길에도 걸림돌이 있는 걸 보니, ‘잠’은 공부하는 모든 이들이 넘어야 할 태산이나 보더이다. 2년 전, 우도 금강사에 잠시 머물 때, 새벽을 가르는 목탁소리에 깨어 허겁지겁 도량석 중인 스님의 뒤를 따르던 기억이 새롭더이다. 이런 날, 스님께선 아침 공양으로 마음 속 특별식을 내주셨더이다.

 

 

부지런한 스님들은 벌써 불이문을 넘어 대웅보전으로 향하더이다. 걸음걸음이 어찌나 사뿐이던지 발자국마저 남지 않은 것 같더이다. 뿐만 아니라 법고와 범종 소리가 공중을 가로질러 천지자연을 일깨우더이다. 학인스님들의 행렬이 바빠지더이다. 비로소 운문사 절집으로 오는 ‘솔바람 길’에 붙어 있던 문구를 떠올렸더이다.

 

 

“전쟁터에서 싸워 백만 인을 이기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가장 뛰어난 승리자입니다.” - 법구경 -

 

 

 

 

 

 

 

 

어둠 속에 움직이는 비구니들 발걸음으로 ‘위안’

 

 

건망증 때문일까. 운문사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걸 깜빡했습니다. 유홍준 교수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 - 산은 강을 넘지 못하고』에서 “운문사의 아름다운 다섯” 중 으뜸으로 꼽았던 “아직은 선량하고 앳되면서도 뭔가 해볼 의욕으로 빛나는” 학인스님들의 눈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 더 아쉬웠습니다. 대신 어둠 속에 움직이는 비구니들의 발걸음을 본 것으로 위안 삼았습니다.

 

 

학인스님을 따라 대웅보전에 들었습니다. 스님들은 층층이 앉았습니다. 스님 한분이 새벽예불에 참여한 중생들을 안내했습니다. 새벽예불이 시작되었습니다. 감격스러웠습니다. 멀리서만 들었던 은은하고 낭랑한 비구니들의 합창소리를 법당 안 바로 옆에서 직접 들을 줄이야! 아마, 인연의 한 자락이 운문사와 맞닿았나 봅니다.

 

 

학인스님들이 거처하는 도량과 은행나무. 

불이문... 

불이문 안쪽의 모습은 정중동이었습니다.

 

 

 

“과거심불가득(過去心不可得) 현재심불가득(現在心不可得) 미래심불가득(未來心不可得) - 이미 지나간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의 공허한 공상에 젖지 말며, 오직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인연에 최선을 다하라 -”

 

 

청도 여행 중, 최명락 교수가 차 안에서 정성들여 은은하게 암송해준 금강경 일부입니다. 그는 금강경 암송 후, 위 구절이 금강경의 핵심 중 하나라며 다시 또 자세히 풀어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보현행원품까지 알려주시데요. 이 때문일까. 법당에 올라 부처님 앞에서 처음으로 “과거심~, 현재심~, 미래심~”을 되새김질했습니다. 백팔배가 시작되었습니다. 새벽 기온 0℃라는 일기예보 덕에 껴입었던 옷이 부담이었습니다.

 

 

새벽예불이 끝났습니다. 천천히 한 사람 한 사람 법당을 빠져나갔습니다. 댓돌에 놓여 있던 수많은 신발들이 하나 둘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자기 것인지 어떻게 알까? 아내 말로는 “자기만 아는 다양한 표식으로 구분한다!”더군요. 확인 못한 게 아쉽습니다. 암튼, 일렬로 줄지어 가는 학인스님들의 행렬에서 묘한 여운을 느꼈습니다.

 

 

 

도량석 후 불이문을 나서는 스님... 

 

새벽예불을 위해 대웅보전으로 향하는 스님...

 

 

 

 

“절을 하니까 다 내려놓게 되데요. 참 신기해요.”

 

 

“드디어 나도 소원을 하나 갖게 되었다. 늙어서 정년퇴직하고 나면 청도 운문사 앞 감나무 집을 사서 여관이나 하면서 사는 것이다.”(262쪽)

 

 

이는 유홍준 교수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에서 “신경림 선생과 술자리에서 전해들은 소설가 이문구 씨의 평생소원을 전해 듣고 갖게 됐다”던 소원입니다. 유 교수가 감나무 집을 샀다는 소릴 아직 전해 듣지 못한 바, 그의 꿈은 아직 유효하겠죠. 그만큼 운문사가 탐이 났던 게지요. 욕심이 생기니 감나무 집까지 넘보게 되고...

 

 

 

도량석 후  법고, 목어, 범종을 칩니다.

무릇 수행이란... 

예불 후 불이문으로 향하는 스님들 행렬에서 묘한 여운을 느낍니다.

 

 

 

 

결혼 전, 아내 소원도 유홍준 교수 꿈과 엇비슷했습니다. 아니, 아내 소원이 유 교수보다 더 소박했습니다. 집을 사겠다는 유 교수의 소유욕(?)과 차원이 다르지요. 아내 소망은 단지 “남편과 함께 청도 운문사를 여행하는 것”뿐이었으니. 무욕(無慾)을 추구하는 진정한 자유인이지 싶습니다. 이는 물론 아내가 유 교수의 가르침을 가슴에 간직했기에 받은 선물이리라!

 

 

“내 생애 두 번째로 법당에 올라 부처님께 절을 했어요. 첫 번째는 창원 성불사 법당이고, 두 번째가 여기 운문사에요. 내가 이렇게 많이 절을 하다니 놀라워요. 절을 하니까 다 내려놓게 되네요. 참 신기해요.”

 

 

아내 말에 공감입니다. ‘나를 내려놓게 만드는 힘’은 법당을 나가 일렬로 줄지어 되돌아가던 학인스님을 보면서 느꼈던 ‘묘한 여운’과 비슷했습니다. 아마도 이 ‘힘’ 때문에 유홍준 교수는 “운문사 앞 감나무 집 여관”을 소원했지 싶습니다. 또한 아내도 이 ‘여운’ 덕분에 “결혼 후 남편과 운문사 여행”을 꿈꿨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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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글쟁이 후배들의 깜짝 생일 이벤트와 LED 촛불

 

 

 

 

 

 

 

 

“잠시, 깜짝 이벤트가 있겠습니다.”

 

 

글쟁이들 모임이 있었습니다. 무슨 깜짝 이벤트? 했습니다.

 

알고 보니 일행 중 생일 맞은 후배가 있었습니다. 누구나 생일은 왠지 모르게 기분 좋고 우쭐하는 그런 날. 또 은연 중, 생일을 알아주길 바라는 그런 마음이 생기기도 하지요.

 

 

생일 마음으로 축하해야지요.

 

그런데 후배들이 언제였는지 모르게 케이크를 준비했더군요. 후배들이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다니,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에 괜히 훈훈했습니다. 나이 들어도 생일 이벤트는 언제나 기분 좋은 것 아니겠어요.

 

 

“케이크를 자르겠습니다. 불을 커 주십시오.”

 

 

불을 끄자, 촛불이 밝혀졌습니다.

 

헉~. 촛불이라 하여, 알고 있는 그 촛불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전혀 새로운 개념의 촛불이 등장했습니다. 일행들, 저처럼 관심과 흥미를 보였습니다. 이런 촛불도 있었네, 싶었습니다. 역시 문명사회였습니다.

 

 

“이건 LED 촛불입니다.”

 

 

일행들이 관심을 보이자, 그걸 가져 온 후배의 설명입니다.

 

더 재밌는 건, 입으로 훅~ 불면 촛불이 꺼지고, 또 손으로 들어 흔들면 불이 켜졌습니다. 촛불이 뜨겁거나, 촛농이 떨어지는 걸 조심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충전하면 언제든 사용이 가능하다더군요. 보관도 쉬웠습니다.

 

 

 

 

 

 

 

그걸 보고, 일행들 초미의 관심으로 이건 또 뭥미~, 했습니다.

 

아주 좋은 아이디어를 LED 촛불에 적용했더군요. 이거 대박이지 싶었습니다. 가격도 저렴했습니다. 촛불 1개에 6천원. 유리 케이스 6,500원. 1회 6개까지 충전 가능한 충전기 3만원. 1회 충전하면 4~5시간 사용 가능.

 

 

이걸 보니, 사용처가 다양하겠더라고요.

 

전등을 대신한 생일 분위기, 교회나 성당, 절 등 종교계에서 뜻 깊은 행사 시, 이 촛불을 사용하면 불이 날 걱정일랑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촛불 행사와 관련된 모든 곳에서 사용해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잠시 조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생일에 집중해 주십시오. 생일 자가 서운해 합니다~ㅎㅎ.”

 

 

웅성거림을 뒤로 하고 케이크에 불이 켜졌습니다.

 

다시 생일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생일 맞은 후배가 촛불을 끄고, 박수가 터졌습니다. 그리고 생일 노래가 울려 퍼졌습니다.

 

 

“~ ♬♩~ 생일 추카~ 합니다~~~♪, 생일 추카~ 합니다~~~♪♩~ ….”

 

 

뜻하지 않게, 생각지도 않았던 생일잔치를 받은 후배는 감격스러워 했습니다. 자른 케이크가 일행에게 돌아가고 덕담 한 마디씩 던졌습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살길 바랍니다!”
“빨리, 결혼 해 떡두꺼비 같은 아이 낳아 행복하길 바랍니다.”
“‘처음처럼~’을 잊지 말고 글쓰기 바랍니다.”

 

 

오랜만에 글쟁이 선후배가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답니다. 이 밤을 찢을 정도로.

 

아무튼 오늘도 즐겁고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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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16

 

 

 

이 길로 곧장 가면 절이 있습니까?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고 있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두 사람은 가벼운 목례를 하며 지나쳤고 열 걸음 정도를 더 걸었을 때 여인이 걸음을 멈추었다.

 

 

  “저, 스님…….”

 

 

 비상도가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섰다.

 

 

  “이 길로 곧장 가면 절이 있습니까?”
  “그렇긴 합니다만 다시 내려오려면 길이 어두울 텐데요.”

 

 

 여인의 얼굴에 장난기 어린 미소가 잠시 스치고 지나가는 듯 했다.

 

 

  “그런데 혹시 비상도 스님이 아니신지?”
  “그렇긴 합니다만 저를 아시는지요?”
  “글쎄요. 스님께서 저를 모른다 하시면 저도 스님을 알 수가 없죠.”

 

 

 마흔 중반쯤의 기품 있어 보이는 얼굴이었다. 한참을 생각하던 비상도가 그제야 생각난 듯 웃음을 지어보였다.

 

 몇 해 전 여름이었다. 비상도의 스승이신 스님께서 옛날 산 아래 마을에서 있었던 황소 제압사건을 두고 그날의 일이 입을 통하여 퍼져나가 서울의 어느 무술인 단체에서 자신을 초청한 적이 있었다.

 

 

 스승님께서 참석할 자리였으나 그때는 이미 스승님께서 행방을 감춘 뒤라 그날은 특별히 제자인 자신이 스님의 자격으로 그 자리에 나갔던 것이다.

 

 

 그는 여러 무술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비교적 가벼운 시범을 보였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가끔 자신에게 무예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 서울 나들이를 하곤 했다.

 

 

 하지만 비상도는 자신이 가진 기량을 숨겼다. 그 같은 경지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무예를 잘못 쓰면 사회악이 될 수 있음을 염려한 까닭이었다. 또한 그것은 학교교육이 아닌 인간교육의 완성을 뜻하는 것이었으며 그 같은 교육 방식은 옛날 자신이 가르침을 받았던 그런 수업과 수련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라 믿었다.

 

 

  “성 사장님이시죠?”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시범을 보였던 장소가 백제호텔이었고 비상도를 위해 굳이 사장인 그녀가 저녁식사를 접대 하겠다고 하여 같은 자리에서 꽤 오랜 시간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스님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그녀가 다시 한 번 허리를 숙였다.

 

 

  “그런데 늦은 이 시간에 어떻게…….”
  “몇 번이나 오고 싶었으나 시간이 나질 않아 늘 생각만 하다가 산사의 냄새가 너무 간  절하여 모두 놓고 달려 왔습니다. 서울에서 오다 보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요.”

 

 

 비상도도 농으로 받았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마중을 나오고 싶었나 봅니다.”
  “그냥 지나치시던데요?”
  “워낙 미인이시라 누가 쫒아오지 않나 살피려던 참이었죠.”

 

 

 성 사장은 웃으면서도 그 말이 그리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런데 어딜 가시는 길이세요?”
  “술 생각이 나서 도둑걸음을 놓던 중이었습니다.”
  “어머, 그러세요? 저도 저녁을 놓쳐 시장하던 참이었는데…….”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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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귀족 멧돼지와 생계형 멧돼지의 차이

겁 없는 중년 여인 두 명이 산행에서 배운 것은?

 

 

 

 

설악산 봉정암 산행 길에 다녀 온 지인 신경애 씨가 뜻하지 않은 야간 산행에서 세 번이나 만나 멧돼지에 놀라는 등 재밌는 무박 4일 산행기와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이에 신 씨의 설악산 야간 산행기를 올립니다.<주인 백>

 

 

설악에서 가서 일박하고 다음 날 아침 백담사 절 앞까지 버스로 들어가 그때부터 10.8Km 봉정암까지 산행 코스였다. 편한 바지에 등산복 T 셔츠, 우산, 장갑, 머리 밴드, 휴대폰, 물, 커피 3캔 들고 봉정암 오르는 길은 분명 가벼웠다. 남들보다 두 배 시간이 걸리긴 해도 설악이 주는 장관에 탄복하며 결국 봉정암에 들어섰지.

 

몸속에 박혀있던 물살들이 밖으로 다 빠져나오고 붓기란 건 쏙 빼가며 올라가 물을 원 없이 먹고 내려갈 길을 생각해보니 이미 내려가도 차 세워 둔 숙소까지 타고 갈 버스 차편은 끊어진 후라 절에서 제공하는 쉼터에서 씻고 쉬었다.

 

이런 흔치 않는 기회에 절밥(저녁공양) 먹고 하룻밤을 좋은 명소에서 하늘에 닿을 듯할 소원을 빌어볼까 했다. 하지만 해 있을 때 암자 앞 가파른 길이라도 무작정 걸어 내려가기로 했지. 다행히 나와 같이 동반해준 보살님이 큰 의지가 되는 이유도 있었고.

 

다른 사람은 꾸준히 걸어 대 여섯 시간 정도 걷는 길을 나는 두 배 늦은 걸음으로, 시동을 끄면 다시 가동이 될 거 같지 않아 계속 걸을 생각을 한 거지. 가파른 길을 내려와 걸어 내려가다 보니 여름이라 낮이 긴 탓도 있지만 올라갈 때 감탄하던 곳을 다시금 보며 해 떨어지기를….

 

결국 대피소에 다다르니 이미 아홉 시가 넘은 시각. 다른 사람들은 하산을 포기하고 머물 작정이더군. 유일하게 편히 통신망이 터지는 곳이라 숙소에 내려가는 차편을 알아볼 수 있었지만 내려가는 시간과 교통편이 영 순조롭지 못한 채 계속 걸어내려 가잔 맘이 들더군.

 

 

 

 

랜턴으로 길을 비추며 물구덩이와 낭떠러지를 피해 가는데 뒤에서 무슨 소리가 무겁고 무섭게 한 번씩 나더군. 참다못해 옆 보살님 팔을 잡고 서로 의지하며 내 걸음 속도에 맞춰 내려오는 길. 도깨비불이 사방에서 번쩍번쩍. 나무숲에서는 누가 쳐다보는 듯한 불빛.

 

안내 표지판이 나타나길 기대하며 내려오는 길에, 반갑게도 처음 두 시간 정도 올라가다 만난 절에서 들고 가던 커피를 마셨던 바로 그 절이 나타나 갑자기 떨어지는 비를 그 절 마루에서 피하면서 비 그치길 기다렸지. 비가 조금 멈춰지는 듯하자 백담사까지 가야 차가 왕래할까 싶어 다시 길을 나섰지.

 

결국 약간의 공포와 무리라는 감을 느끼면서 정처 없이 걷다보니 저 멀리 있는 백담사 불빛을 보니 안도감과 반가움이. 그때가 자정이 지나 한 시 반. 넓은 개울가 돌에 앉아 구부리고 펴지지 않은 무릎을 주무르며 쉬는데 그 순간에도 뒤에서는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겁도 나지만 일단 백담사 안으로 들어가 불빛 아래라도 있고 싶더라고.

 

 

 

절에 들어서 자판기 음료부터 벌컥벌컥 마시고. 불빛 아래 스님들 누구라도 나와 주기를 기다리며 새벽 예불시간이라도 빨리 오길 바라는 중에도 잠도 오고 추워 자판기에 기대 잤다. 자던 중 짧고 통통한 발굽소리에 눈을 떴다.

 

산 멧돼지 일가족이 일렬로 줄지어 뛰며 경내를 돌아다니는 걸 확인한 순간 바로 경직. 앞선 새끼들 여 일곱 마리 중간에 어민지 아빈지 그 뒤이어 새끼 댓 마리가 절 안 법당을 뛰면서 돌고 있었다. 너무 놀란 내 인기척을 의식한 어미 멧돼지가 천천히 얼굴을 쓰윽 돌리며 내 쪽을 돌아보는 거라.

 

순간, 일어날 불상사에 몸을 굳히고 슬그머니 일어나, 자판기 기계 뒤로 들어가 숨죽여 있다 보니, 법당 쪽을 거쳐 산속 어디론가 멧돼지 일 가족이 사라져 한 숨 돌렸다. 사진이라도 찍었으면 좋으련만 멧돼지 포스에 놀라 사진 찍을 엄두를 내지 못한 게 아쉽다.

 

새벽 3시쯤, 절 스님들 공식 일정이 시작되는 게 보이더만. 4시 쯤, 불빛이 하나 둘 무리지어 보여. 전문 산악단체가 절 입구까지 7.5Km를 두어 시간 걸어왔다는 것. 걸어 내려가자니 세 시간 이상 걸어 갈 길이 갑갑해. 그러던 중 누가 하는 말이 총각 귀신이 나온다는 거야.

 

밤새 산길도 내려왔다며 말은 했어도 어두운 산길 멧돼지를 보고 나니까 엄두가 안나. 산악인들이 눈앞에서 사라질 무렵 보살님이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간 틈에 난 어디 들어가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살펴보고 있는데 버스 타는 대기실도 잠겨 있고.

 

화장실 다녀온 보살님에게 다가가는데 순간 또 다른 멧돼지 일 가족이 개울둑에서 우르르 올라오네. 순간 기겁을 하고 어쩔 방법을 몰라 대기실 의자 쪽으로 가 숨을 곳을 찾아봐도 공간이 없다. 태연히 모르는 척 다시 절 안쪽으로 뒤도 안 돌아보고 들어와 그때부터 동트기만 기다렸다.

 

 

 

새벽 5시가 가까워지자 하늘에 동이 트려는 기미가 보인다. 옆 보살님은 여덟 시 넘어 들어오는 첫 버스를 기다리느니 걸어 내려가겠다고 한다. 내 걸음으로 다 내려가면 버스 탈시간인데도 하는 수없이 경내를 빠져나왔다.

 

개울 다리를 다 건너려는 순간 멧돼지들이 버스 승강장 대기실을 들이받고 옆 텃밭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난리다. 놀라 나 혼자 절 안으로 다시 들어와 불빛 아래에서 버스 오길 기다리리라 마음먹었다. 동행한 보살님도 안 되겠는지 들어오신다. 이젠 내가 절 한 켠에 있는 산신각이라도 들어가자 애원했다.

 

기도 차 산신각에 들어가서 앉아 밤새 있었던 일을 생각하니 꿈만 같다. 스님이 산신각에 염불하러 들어오실 것 같다는 말에 일어서 나오려니 이쪽으로 스님이 오신다. 순간 보살님의 염염함을 인정하며, 버스 기다리는 걸 포기하고 중간에 지나는 차 있으면 얻어 타 볼 생각으로 길을 나섰다.

 

결국 보살님 걷는 거리차를 맞추지 못하고 나는 한 시간 이상 더 걸려 차를 세워둔 숙소에 도착 할 즈음, 버스가 중간에서는 안 태워준다는-내려오는 버스라도 타 볼 마지막 걸었던 희망이 부서지는…. 그렇게 밤샘 산행 길을 했다. 올라가는 10.8Km 내려오는 10.8Km + 7.5Km 상상 초월 29Km 행보.

 

 

 

 

<멧돼지들의 새벽 행보>

 

한 가족은 일사천리 질서 있는 기품 있는 명품 귀족 멧돼지 떼 새벽 경내도량 법당 순시 염불 차 내려왔다간 듯. 두 번째 본 멧돼지 떼는 먹는 거 찾아내려와 강 개울에 물고기 나물을 먹고 간 생계형. 세 번째 멧돼지 떼는 텃밭을 파헤치고 시설물을 들이 받고 행패부리는 막 되먹은 형. 짐승에게도 이렇게 사는 차이가 있구나! 평생 잊지 못할 귀한 산행~~~.

 

 

불자들 사이에서 봉정암 같은 곳을 세 번 다녀오면 적어도 소원 하나는 이루어진다고 믿는 이들 얘기가 있어. 꼭 그래서라기보다 어딜 가든 뭔가 의미 있는 곳을 가고 싶은 맘에 길을 나선 거지. 내 맘속으로는 다 키워 놓은 자식 앞으로 좋은 배우자 만나길 염원하는 바람을 싣고 올라가 볼 생각을 했지.

 

 

우연치 않게 하루에 세 개의 사찰을 돌면 좋다던데 백담사, 중간에 절(이름 모름) 봉정암 세 사찰을 돌았고, 그렇게 담아온 정성으로 제사도 올리고 의미를 두자니 가슴이 뛴다.

 

계곡 길의 반짝이던 하얀 도깨비불들…. 산 속 번뜩이던 산짐승 눈빛들…. 자판기 옆 날아들던 노란 반딧불들…. 여기저기 신호하는 산짐승 울음소리들…. 새벽 세시부터 스님들의 일정 도량치기부터 어북소리, 법당예불까지…. 의미 있어 존재하는 만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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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철의 알콩달콩 섬 이야기
각자의 인생사가 다 '섬'의 삶일 것입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알콩달콩 풀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때론 진짜 섬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요.
by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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