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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0.31 판사는 판결로만 말 할 뿐 논쟁에 응할 수 없다?

[장편소설] 비상도 1-25

 

 

“저 달 속에 어머님이 계신다고 생각하여라.”
내일부터 한 가지씩 일을 시작해야 할 것 같았다.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고 있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비상도는 어둠이 완전히 내린 뒤에야 용화와 함께 산길을 올랐다.

 

 

  “용화야, 부모님이 그립진 않느냐?”
  “가끔요, 아주 가끔요.”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어린 것이 보고 싶은 마음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이 그의 가슴을 미어지게 했다.

 

 

 사실 달을 볼 때면 부모님이 그리운 건 자신이었다. 아무리 생각을 지우려 해도 산을 오르는 중간쯤엔 어김없이 부모님 생각에 하늘을 올려다보곤 하였다.

 

 

  “저 달 속에 어머님이 계신다고 생각하여라.”
  “예.”


  “어머니 얼굴이 보이느냐?”
  “예, 어렴풋이 보여요.”

 

 

 어느새 용화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나도 너만 할 때 부모님을 잃었어.”
  “예? 스승님께서 말입니까?”
  “가만히 보고 있으면 어머님의 웃는 얼굴이 보일 게야.”

 

 

 용화는 한참 동안을 달을 보고 있었고 웃는 모습을 들킨 쑥스러움에 그는 스승이 들고 있던 신문을 빼앗아 들었다. 비상도는 가끔 읍내를 나갈 때마다 아는 가게에 들러 신문을 얻어왔고 그것이 세상과의 유일한 소통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신문을 펼쳐 들었다. 남재 형이 그렇게 가고 난 뒤 한동안은 신문을 끊은 적이 있었다. 세상 돌아가는 것에 귀를 닫고 사는 것이 편했다. 작은 분노에도 주먹에 힘이 들어갔고 전투적이 되어가는 자신을 다스리기 위해서도 오히려 그렇게 하는 것이 나아 보였다.

 

 

 한참 신문을 읽어 내려가던 그의 양미간이 심하게 주름졌다.

 

 

  『군대서 족구하다 인대 파열되면 유공자로 인정!』

 

 

 유공자란 나라를 위해 공을 세운 사람을 일컫는 말이었다. 독립유공자는 독립운동에 공을 세운 사람이요, 6.25참전 유공자는 전쟁에 참여하여 공을 인정받은 사람이다. 그런데 족구를 하다 인대가 파열된 것은 무슨 공로인가. 열심히 수비를 한 공로인가? 아니면 골대에 공을 차 넣은 공로인가?

 

 

 단지 군대라는 특수성만으로 그 같은 일이 유공자로 인정된다면 군대에서 배구 또는 씨름을 하다 어디를 다쳐도 유공자로 인정해 줄 것인지 묻고 싶었다.

 


 그는 스승님의 부친과 남재형의 조부님을 생각하며 현재까지도 그들이 겪고 있는 아픔을 떠올렸고 독립유공자와 축구유공자가 같을 수 있는가를 생각했다. 결코 같은 반열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것은 다른 국가유공자에 대한 폄하인 동시에 모욕이었다.

 

 

 다음날 비상도는 해당 법원으로 편지 한 장을 보냈다. 내용은 그 같은 판결을 한 판사를 만나 그 같은 일이 과연 합당한지에 대해 논쟁을 하고 싶다는 요지였다.

 

 

 밤새 기온이 뚝 떨어져 계곡에는 두꺼운 얼음이 얼었다. 어젯밤에도 집 마당으로 산짐승들이 꽤나 다녀간 모양이었다. 겨울 산중은 일이 많지가 않았다. 방학을 맞은 용화를 데리고 말라죽은 나무를 해서 장작을 패거나 가끔 인근 시내로 나가 읽고 싶은 책을 사오는 일이 고작이었다.

 

 

 겨울이 점차 깊어가던 어느 날 편지 한 장이 날아들었다. 해당 판사로부터 온 편지였다. 그는 얼른 겉봉을 뜯었다.

 

 

  『판사는 판결로만 말 할 뿐 논쟁에 응할 수 없으니 사법부의 권위를 지켜 달라.』는 내용이었다.

 

 

 거대한 바위가 길을 꽉 막고 있는 것 같은 답답함에 그는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왔다. 살을 에는 것 같은 바람이 매서웠지만 그는 한참동안 마당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내일부터는 한 가지씩 일을 시작해야 할 것 같았다. 먼저 스승님으로 하여금 다시 중국으로 가시게 만든 조운태의 아들을 만나 그가 과연 어떤 인물인지 꼭 한 번 보아야 속이 후련해질 것 같았다.

 

 

 다음날 날이 밝기도 전에 비상도는 길을 재촉했다. 매서운 칼바람이 옷깃 속으로 마구 파고들었지만 그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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