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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 집 옆에 동태 머리 찜 집이 있을 줄이야!
[여수맛집] 동태 머리 찜 - 추억꺼리










“술 한 잔 해요.”



후배, 퇴근길에 툭 던지고 갑니다. 누군가 찾아주는 거 반갑고 고마운 일입니다. 적당한 때를 기다립니다. 뭘 먹어야 할까. 즐거운 고민입니다. 그도 고민했나 봅니다. 그에게 장소 선택권을 맡겼습니다.



“저는 시장 통에서 자주 먹는데, 시장 괜찮아요?”
“환영이네.”


“동태 대가리 찜, 요런 것도 먹어요?”
“기회가 없어 못 먹네.”



어두육미(魚頭肉尾). 생선은 대가리 발라먹는 맛이 기차지요. 사실 동태 머리 찜과 대구 머리 찜 요런 거 좋아합니다. 그런데 접할 기회가 통 없대요. 그래, 더 땡겼습니다. 머릿속은 벌써 저만치 앞서 맛을 떠올립니다. 이렇게 찾은 곳은 여수 재래시장인 신기시장 통에 있는 선술집 ‘추억꺼리’입니다.





장어구이 집 옆에 동태 머리 찜 집이 있을 줄이야!



신기 시장에 종종 들립니다. 지인들과 신기맛집 장어구이 먹으러 다녔지요. 저는 장어를 먹지 않아 영 아니었습니다. 허나 어쩌겠어요. 성님들 입맛에 꼭 맞는 장어라 꼼짝없이 동행하는 수밖에. 그래 깨작깨작 장어 이외의 안주거리를 챙겨먹긴 한데도 먹지 않은 것처럼 밀려드는 배속의 헛헛함이란…. 근데, 옆에 동태 머리 찜 집이 있을 줄이야.



“맛있는 거만 드실 텐데, 동태 대가리 찜 먹자 한 거 아니에요?”
“좋아하는데 통 먹자는 사람이 없어서. 오랜만에 먹게 돼 고마우이.”



이 집은 배명국 씨가 10여 년 동안 다녔던 단골집입니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데 이 집 맛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나 봅니다. 줄그장창 다닌 걸로 봐선 동태 머리 찜 마니아랄 수밖에. 단골 삼은 이유는 “동태 머리 살이 많고, 양념 맛이 특히 쥑인다”고 소개합니다. 게다가 “밑반찬도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신 거 같다”고 덧붙입니다.



“2014년에는 대 20,000원 중 15,000원이었는데, 지금은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 소 12,000원, 대 20,000원으로 바뀌었어요.”



별 걸 다 기억합니다. 역시 단골은 단골입니다. 3만원이면 푸지게 먹고 남을 것 같습니다. 간단히 소주 한 잔 하기 편하다고 한 달에 두 번 꼴로 다녔다니 알만 합니다. 입가심 하러 들렀던 호프집 여사장, 동태 머리 찜 먹었다고 했더니 바로 ‘추억꺼리’ 이름이 툭 튀어 나옵니다. 중년 여성 손님이 더 많다더니 이렇게 확인됩니다.





언제 먹었던가, 까마득한 ‘동태 머리 찜’



밑반찬이 나왔습니다. 김무침, 양념장, 오이무침, 무 물김치, 호박잎쌈, 고구마대나물, 녹두ㆍ청각무침, 호박무침 등. 후배 말대로 집에서 먹던 맛입니다. 특이한 것은 호박잎쌈입니다. 요즘 보기 힘든 호박잎쌈을 보니 괜히 웃음이 나옵니다. 어릴 적, 호박잎을 따 찐 후 밥을 고봉으로 올려 된장에 싸 입 터지도록 우걱우걱 먹었던 기억 때문입니다.



동태 머리 찜이 나오기 전 호박잎에 양념장 올려 한 입 맛보았습니다. 쌉쓰르한 호박 향이 입맛을 살아나게 합니다. 오랜만에 맛보는 오진 맛입니다. 양념장을 맛봅니다. 어머니 손맛입니다. 대충 꼽아 본 양념장 기본양념은 간장, 고춧가루, 마늘, 파, 물엿 등입니다. 여기에 생선 비린내를 잡기 위해 청주 등을 썼을 테고.






“드셔 보세요.”



동태 머리 찜이 나왔습니다. 언제 먹었던가, 까마득합니다. 일단 눈으로 먹는 맛은 수북하게 쌓인 게 푸짐합니다. 씹히는 맛이 좋아야 하는데, 싶습니다. 동태 대가리를 손으로 잡고 한 입 베어 뭅니다. 의외로 살이 토실토실하니 많습니다. 어라~. 쫀득쫀득합니다. 씹히는 맛이 일품인 코다리 찜과 비슷합니다. 요 정도면 대만족입니다. 양념 맛도 입에 척척 감깁니다.



그리고 며칠 뒤. 동태 머리 찜 생각이 스멀스멀 납니다. 맛까지 확연하게 기억납니다. 이 정도면 꽂힌 겁니다. 집에서 해먹자니 시간과 요리 정성이 낭비 같습니다. 또한 맛집에 가서 먹는 게 예의지요. 그럼에도 불구, 직접 요리를 원하신다면 동태 머리만 찌는 것보다 양념장을 얹은 후 찌는 게 좋습니다. 찐 후 한 번 더 양념장을 발라드시면 좋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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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조선업에서 문화까지 어울린 낭만 도시
신선대에서 ‘중년’ 그리고 ‘도인’까지 넘나들다
[섬에서 함께 놀자] 거제도 바람의 언덕. 신선대, 비빔밥, 유자





바람의 언덕

신선대

비빔밥







여행 떠날 때 목적지는 두 가지에서 결정됩니다.



“어디로 갈까?”



여행에서 ‘가고 싶은 곳’ 매우 중요합니다. 허나, 요즘은 더 끌리는 게 있습니다.



“누구를 만날까?”



‘보고 싶은 사람’은 여행으로 이끄는 또 다른 매력입니다. 두 가지 다 충족되는 경우, 여행 만족도는 배가 됩니다. 지인과 여행길에 오른 곳이 경남 거제도입니다.



해금강, 외도, 바람의 언덕, 신선대 등 볼거리와 보고 싶은 지인이 있는 최적의 여행지였지요. 게다가 조선업 구조조정 여파로 침체된 거제도에 관광을 통한 신바람 넣기 등 외적 요인이 필요한 터라 의미가 더 값졌습니다.



7월 거제, 수국이 절정입니다.

연인들 바람의 언덕에서 추억쌓기 중입니다.

수국이 주는 멋은?...




조선업에서 문화까지 어울린 낭만 도시, 거제도




      고향이란


                    권민호


   누구나의 마음속에
   튼튼한 줄 하나 매어놓고
   또 다른 끝자락을 박아 놓은 곳
   은근한 불이
   구들을 데워 추위를 막아주듯
   외롭고 의지할 곳 없는
   상처받은 마음을
   조용히 감싸주어
   다시 힘차게 달려 나갈 수 있도록
   보살펴 준 보금자리



현 거제시장의 시(詩)입니다. 시를 본 곳은 거제 와현해수욕장 해변 무대의 ‘해변 시낭송 콘서트’ 장이었습니다. 행사장 주변에 걸린 시화전 중에서 발견한 겁니다. 뿐만 아니라 거제시의회 반대식 의장의 시까지 있어 놀랐습니다. 거제, 조선업 도시로만 알았더니 문화까지 어울린 낭만 도시대요. 암튼 지금의 어려움 현명하게 극복하기 바랍니다.



거제시장과 거제시의회의장의 시가 시낭송 콘서트장에 걸렸습니다.



거제, 첫 방문지로 선택한 곳은 ‘바람의 언덕’과 ‘신선대’입니다. 그간 거제도에 심심찮게 갔으나 이곳만은 처음입니다. 사람들과 노는데 정신 팔려 자연 경관 구경은 뒷전이었던 까닭이지요. 이번에 발견한 것 중 하나가 ‘수국’입니다. 해변에 쫙 깔린 수국이 탐스러운 꽃을 피워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었지요. 수국이 보고싶다면 7월 거제도로 가시길. 시 ‘바람의 언덕’부터 감상하게요.

 




      바람의 언덕


                      반대식


   언덕에 서서 두팔로
   바람을 움켜 안아보니
   허공만 가르는구나
   문득 떠오르고 사라지는
   추억의 저장고에서
   가끔씩 찾아오는
   그대를 불러봅니다




커다란 풍차가 눈길을 사로잡는 바람의 언덕. 위 시에서처럼 사람에게 안기지 않는 ‘바람’과 ‘추억’을 쌓으려는 사람들이 쉼 없이 오가더군요. 커플 티를 한 젊은 연인들. 아이 손을 잡은 신세대 부부들.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이야기 꽃 피우는 노 부부. 바람의 언덕에는 바람 뿐 아니라 삶과 꿈이 있었습니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오가는 사람들. 저마다 삶이 있습니다.

바람의 언덕 아래 마을.

바람의 언덕, 상징인 풍차.




신선대에서 ‘중년’ 그리고 ‘도인’까지 넘나들다



여행에서 차 한 잔의 여유. 뺄 수 없지요. 거제도에 온 만큼 거제 특산품을 마시기로. 이게 여행지에 대한 관광객의 예의지요.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카페 ‘뮤즈’를 찾았습니다. ‘유자’ 본고장 거제. 프랑스까지 수출한다는 거제 유자.



거제도의 고운 햇살과 바람의 맛이 담긴 ‘햇살긴 바람의 유자 효차’와 ‘햇살긴 바람의 유자빵’을 주문했습니다. 요런 건, ‘인증 샷’이 필요하다는.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선물용 유자빵.

인증샷이 필요합니다. 유자빵, 그 맛은...

차갑게 마시는 유자효차...

프랑스에 수출하는 유자.

신선대 가는 길목, '뮤즈'에서 유자빵과 유자차를 찾으세용~^^




신선대에 앞서, 신선대 전망대로 향합니다. 전체 조망 후 부분으로 몰입해 들어가기 위함이지요. 다포도, 대매물도, 대병대도, 천장산, 망산…. 바람의 언덕이 툭 트인 시원함이 상징이라면, 신선대는 신선들의 쉼터답게 안구 정화에 제격입니다. 살아 움직이며 출렁이는 바다, 바위에 부서지는 흰색의 파도, 옹기종기 대화하듯 점점이 모인 섬들. 맞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디든 화려강산이요, 금수강산입니다.



“집 나오니, 좋긴 조오타~!”



앞서 걷던 지인의 여행 예찬입니다. 짧은 말에서 ‘숨 쉴 것 같다!’란 숨은 속뜻을 봅니다. ‘중년’이란 나이는 해야 할 일이 가득합니다. 자녀와 부모 등 보살펴야 할 가족이 있습니다. 아내 잔소리도 꾹꾹 견뎌야 합니다. 명예퇴직이 보편화된 직장에선 눈치껏 살아남아야 합니다. 친구 사이에선 비굴하지 않게 적당히 버티는 법도 터득해야 합니다. 모임에선 기죽지 않을 약간의 허세가 필요합니다. 이게 다 중년의 현명한 세상 버티기 방책입니다.



신선대 가는길에는...

섬이 예술입니다...

신선대 전망대서 본 바다...




신선대 가는 길, 예술입니다.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은 즐거움 가득합니다. 한 여름의 따사로운 햇살 받은 넓은 바위에 걸터앉았습니다. 마치 군불 뗀 방에 앉은 기분. 사명대사의 일화가 떠오릅니다. 그렇게 신선에서 도인까지 넘나듭니다.



“임진왜란 후 왜놈에게 잡혀간 조선 사람을 찾으러 일본에 간 사명대사. 왜놈들은 군불을 때, 설설 끓는 방안에서 사명당이 죽기를 바랐다. 왜놈들이 방문을 열어 사명당의 죽음을 확인하려던 순간, 사명당은 오히려 ‘방이 춥다’고 큰소리쳤다. 조선 사람들은 사명대사의 도술 덕분에 조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신선대. 신선이 될 거 같지요?

신선대 가는 길.

신선이 되는 비결요?...




거제도의 참맛, ‘으매, 죽겠네!’ 성게·멍게 비빔밥



거제도 여행에서 꼭 먹어보라는 성게와 멍게 비빔밥. 일행이 둘이라서 참 다행입니다. 지인이 고른 건 성게 비빔밥. 저는 멍게 비빔밥으로. 어, 가격이 다르네요. 성게 비빔밥은 15,000원. 멍게 비빔밥은 12,000원입니다. 귀함이 가격의 차이로 나타나지 싶습니다.



여기에 막걸리 대령입니다. 아시죠? 타지에서 온 막걸리는 되도록 피하라는 거. 당연히 거제도 산 저구막걸리입니다.



또 다른 먹거리 팁입니다. 거제서 꼭 먹어봐야 할 먹을거리는 '사백어'입니다. 거제 토박이 남기봉 씨 추천사입니다.



“남자 정력에 특히 좋은 사백어는 꽃피는 춘삼월에 잡히는 물고기다. 이걸 살아 있는 채로 통째로 먹어야 맛있고, 몸에 좋다. 거제 남자들은 없어서 못 먹는다. 외지에서 온 사람들도 정력에 좋다는 말에 징그럽다 하면서도 꾸역꾸역 다 먹더라. 여자들은 징그러워 손 못 대더라.”



지난 3월, 사백어 먹으러 오라는데 일이 있어 못 갔습니다. 아직 먹어보질 못해 무척이지 아쉽습니다.



식당 안, 무더위에도 문이란 문은 죄다 열렸습니다. 멀쩡한 에어컨 대신 문 활짝이라니. 그 이유 알겠대요. 시원하게 들어오는 바람이 춥게 느껴질 지경이대요.



밑반찬이 나왔습니다. 미역줄기, 배추김치, 고구마대 무침, 오이무침, 도토리묵, 미역국, 고록 등. 이어 막걸리가 나왔지요. “따~르~시~오~!” 운전하는 지인, 분하다는 표정입니다. 운전 앞에서 참는 게 도리.



비빔밥이 나왔습니다. 오이, 상추, 양배추, 무생채, 김 가루, 깨 고추장은 같습니다. 마무리를 멍게로 하느냐, 성게를 올리느냐에 따라 성게 비빔밥과 멍게 비빔밥으로 갈립니다. 비빔밥, 쓱싹쓱싹 비빈 후, 한 사발씩 떠, 상대편에게 건넵니다. 같이 맛 봐야 직성이 풀린다는 배려지요. 바다 향이 입 안 가득 퍼집니다.



“으매, 죽겠네!




거제 막걸리...

성게 비빔밥입니다.

멍게 비빔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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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댓글입니다

    2016.07.25 15:41

나를 시내버스 속에서 울려버린 감동의 글

 

  

 

마음 나눌 지인들이 그립습니다.

 

 

어제 퇴근길에 버스를 탔습니다.

여느 때처럼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펼쳤습니다.

 

이럴 때 ‘이거 핸드폰 중독?’이란 생각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무료한 시간을 달래는데 이만한 게 없습니다.

 

오후에 지인이 <친구의 진솔한 편지>라는 제목으로 보낸 문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인은 “가슴 찡한 내용”이라며 “내 주위에 친구를 한 번 돌아보게 하는 내용”이라고 토를 달았습니다.

 

‘대체 어떤 사연이기에 그럴까?’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어느 친구의 감동적인 글

 

 

자신의 결혼식에 절실한 친구가 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데 아기를 등에 업은 친구의 아내가 대신 참석하여 눈물을 글썽이면서 축의금 만 삼천 원과 편지 한통을 건네주었다. 친구가 보내준 편지에는….

 

 

친구야! 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장사가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아이가 오늘 밤 분유를 굶어야 한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천 원이다.
하지만 슬프지 않다.

 

 

나 지금 눈물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개 밥그릇에 떠 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를 들려 보낸다.
지난 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 가서 먹어라 친구야!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 해 다오.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다.

 

 

- 너의 친구가 -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하나를 꺼냈다.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다 떨어진 신발을 신은 친구의 아내가 마음 아파 할 텐데….
멀리서라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가 가슴 아파 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버렸다.
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 가운데 서서….

 

 

 

 

이상은 예전 라디오 프로그램에 소개된 실화라고 합니다.

  

 

술 한 잔 편하게 나누는 지인 부부입니다.

 

 

왜 그랬을까?

 

글을 읽으면서 찡한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사과장수 친구의 우정, 결혼하는 친구가 사과를 씹으며 어깨를 들썩이며 울어야 하는 상황 등이 화면처럼 떠올랐습니다.

 

그러면서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를까봐 마음 졸였습니다.

 

내가 눈물을 흘리면 차에 탄 학생들이 행여 ‘저 아저씨 왜 저래?’ 할까봐….

학생들에게 ‘저 아저씨 무슨 사연 있나?’란 이해보다 ‘저 아저씨 변태 아냐?’라고 생각 할까 봐….

 

하지만 이성적 판단과는 달리 감성의 눈물이 고였습니다.

 

눈에 고인, 마음에 고인 눈물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눈을 깜빡여도 보고, 다른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애써 눈물을 참아야만 했습니다.

 

그렇지만 눈물은 비적비적 흘렀습니다.

오십을 바라보는 중년의 나는 주책 바가지였습니다. 

 

 

‘나에게도 마음 찡한 이런 친구 있을까?’

 

 

누가 볼까봐, 조심스레 눈물을 닦으며 생각했습니다.

다행이었습니다. 몇몇의 지인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내 생각과 상대방 생각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몇몇 지인이 떠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가슴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무척이나 그리운 날입니다.

 

 

이런 친구들이 그리운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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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coffeemix.tistory.com BlogIcon 깊은 하늘   수정/삭제   댓글쓰기

    친구.. 사과장수로 인생을 보내기에는 필력이 아깝네요.

    2012.11.02 06:19 신고
  2. Favicon of https://blacktownobba.tistory.com BlogIcon 블랙타운오빠   수정/삭제   댓글쓰기

    100명의친구보다 마음을 나눌수있는 친구1명이면 좋은거같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2012.11.02 14:02 신고
  3. Favicon of https://vibary.tistory.com BlogIcon 비바리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게요....
    친구가 재산이라 하였거늘
    고향 등져 살다보니
    저도 옛친구들이 요즘 문득문득 그립습니다.

    2012.11.04 11:03 신고

해돋이는 청춘, 해넘이는 중년이 좋아하는 이유

세방낙조 일원 ‘술래’와 소리체험을 통한 ‘힐링’
출세할수록 만나기가 힘들다?, “너 자신을 알라”

 

  

 

양덕도와 주지도(우)입니다.

살풀이춤입니다.

진도의 맛도 뺄 수 없지요.

 

 

나이 탓인지, 요렇게 하소연하는 지인이 늘었습니다.

 

 

“왜, 이렇게 세월이 빠르냐?”

 

 

세월 참 유수(流水)입니다. 2~30대에는 시간의 흐름을 빨리 돌리려고 애를 써도 느려 터졌습니다. 그런데 40대에는 세월을 늦추려 해도 빠르게 흘러갑니다. 50대 이후에는 세월 빠르기에 가속도가 붙는다더군요. 지인들은 이를 이렇게 표현하더군요.

 

 

“한 달이 일주일 같고, 요일만 기억하고 산다."

 

 

이는 단조로운 일상 탓이겠지요. 그래서 나이 들수록 무료함에서 벗어날 ‘힐링(healing)’, 즉 치유가 필요하나 봅니다. 단조롭고 바쁜 삶이야말로 인생의 무덤이니까. 하여, 지난 11~15일 진도 등지에서 전국의 ‘생명회의’ 식구들과 더불어 여름을 보내며, 삶을 다채롭게 설계할 재충전 시간을 가졌습니다.

 

2~30대 청춘들은 신촌, 홍대 혹은 로데오 거리, 해운대 해수욕장 등지에서 힐링을 느끼며 열정을 불태우겠지요. 이에 반해 노땅들은 도심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의 여유로움을 찾을 수밖에…. 이는 먼저 살아온 이들이 젊은이들에게 세상을 양보하려는 배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진도 힐링 술래에 나선 사람들.

 혈도(구멍도)입니다.

 세방낙조입니다.

해안 전망대와 다도해 풍경입니다.

육자배기 한 자락에 박수가 터집니다.

 

 

세방낙조 일원 ‘술래’와 소리체험을 통한 ‘힐링’

 

진도는 ‘흥’과 ‘멋’과 ‘맛’, 삼박자가 옹기종기 모인 곳이라고 합니다. 맞더군요. 소리와 풍경과 삶의 맛이 기차게 어울려 있었습니다. 실제로 진도가 자랑하는 길은(吉隱)리와 소포리 소리체험, 세방낙조와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정취 감상 등을 통한 ‘힐링 술래’는 삶을 풍요롭게 했습니다.

 

먼저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풍경입니다. 이곳의 백미(白眉)는 ‘세방낙조’입니다. 흔히들 그러지요. ‘해돋이는 푸른 꿈으로 가득 찬 청춘남녀가, 해넘이는 삶을 관조하는 중년들이 더 좋아한다’고. 어쨌거나, 이곳 해넘이는 섬과 바다를 등지며 사라지는 해가 유난히 붉어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세방낙조~보전뒷개~거제 등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들 만큼 유명세입니다. 뿐만 아니라 기상대까지 한반도 최남단 제일의 낙조 전망지로 꼽을 정도로 아기자기한 다도해의 섬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입니다. 35개의 유인도와 119개의 무인도를 품은 바다 위 섬들도 눈길을 끕니다.

 

 

섬 가운데 솟은 돌을 보고 이름 붙인 주지도(손가락 섬, 일명 자지도). 발가락을 닮은 섬 양덕도(발가락 섬). 여자의 성기를 닮은 혈도(구멍 섬). 사자와 비슷한 모습을 한 광대도(사자 섬) 등은 마치 바다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리는 듯합니다. 위대한 자연 풍경 앞에서 인간은 나약한 존재임을 자각하고 자연스레 힐링이 되는 게지요.

 

 한남례 명창과 후계자들이 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소리를 통한 힐링 체험 중입니다.

 

 

출세할수록 만나기가 힘들다?…“너 자신을 알라!”

 

길은마을 푸르미체험관에서 이 지역 출신인 이윤선 교수(목포대)와 김병철 운영위원장(녹색농촌체험마을)의 지도로 배웠던 육자배기와 아리랑 타령 등 우리 소리 따라 부르기는 살면서 가슴 속 응어리를 풀어내기에 충분했습니다. 맺힌 응어리는 소리로 풀어야 제 맛이나 봅니다.

 

특히 고령에도 불구하고 밤늦게 소포 전통민속체험관에서 흔쾌히 일행을 맞이해준 명창 한남례(80) 할머니와 후계자 곽순경(68), 한봉덕(68), 박미정(65) 씨 등이 들려준 ‘흥그레 타령(일하면서 부르는 신세타령)’, ‘육자배기’, ‘베틀노래’, ‘흥타령’ 등 진도 전통 민요 생음악 감상은 정신을 풍요롭게 하는 힐링의 진미(眞味)였습니다.

 

 

“출세할수록 만나기가 힘들다.”

 

 

자연의 이치와 인간의 이치가 다르나 봅니다. 자연은 깊고 높을수록 사람을 더 끄는 법인데, 인간은 속세에서 빛날수록 지인을 멀리합니다. 삶이 아직 익지 않은 탓이겠지요. 이럴수록 그네들의 삶은 팍팍해 질 게 뻔합니다. 사람과 동떨어져선 큰일을 이루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소통’을 중시하는 거겠죠?

 

세상은 지금, 국회의원 비례대표 자리를 두고 벌어진 일 등으로 시끄럽습니다. 공천헌금과 부정투표에는 혀를 내두를 지경입니다. 이는 자연의 간단한 이치를 모르는 시대정신을 망각한 아둔한 인간들의 군상(群像)입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힐링이요, 시대적 소통일 것입니다. 그들에게 한 마디하고 싶습니다.

 

“너 자신을 알라!”

 

힐링 술래에 나선 일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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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40대 초반인 여자의 상대에 대한 조건입니다.

“처제는 50대 정도의 나이에 경제생활이 안정적인 남자면 좋겠다.”

‘이왕이면 다홍치마’, 젊은 사람이 좋지 않을까 싶었는데 예상 외였습니다. 자기 처제인 만큼 곱씹어 생각했다더군요. 이유를 물었습니다.

“경제력이 안정되지 않은 사람을 만나면 아이 키우며 고생하잖아. 그럴 바엔 차라리 아이도 다 키운 나이 먹은 남자가 좋지 않겠어.”

안전 빵을 선호하더군요. 젊어서 남의 아이 키우며 속 섞일 일 없다는 의미였습니다. 이해가 되더군요. 대학 졸업한 국가유공자의 막내딸이라고 합니다.


돌싱 남자가 원하는 조건, 처녀에 이해심 깊은 여자


두 번째, 40대 중반 남자의 상대 조건입니다.

“30대 중반 정도의 나이에 결혼 안 한 처녀면 좋겠다. 그리고 연구에 몰두하는 교수를 이해하는 이해심 깊은 여자면 더 좋겠다.”

전 요럴 때, ‘에라~ 이 도둑놈아’란 소리가 절로 나오더군요. 어쩌겠어요. 당사자가 원한다는데…. 어쨌거나 이 남자는 아이도 없는 호조건(?)이었습니다.

돌싱이라 사랑만으로 살 수 없음을 인식해서일까? 그래도 이해 안되는 게 있었습니다. 현실적인 반영이긴 합니다만, 배우자를 원하는 조건에서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확연했다는 겁니다.

여하튼 세상이 아무리 변했다 한들 바뀌지 않은 게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또 다른 배우자를 찾는 걸 보니 아름다운, 그리고 우아한(?) 돌싱도 힘드나 봅니다. 이게 인간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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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1.27 00:16 신고

목욕탕에는 옷을 벗는 전라의 자유가 있다!
목욕탕에 함께 온 부자간을 보며 드는 상념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동네 목욕탕입니다.

“형님, 요즘 아들에게 목욕탕에 함께 가자면 안 가려고 해요. 왜 그러죠?”

지인에게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씨~익’ 웃으며 답하더군요.

“그런 때가 있잖아. 아랫도리에 곰실곰실 털도 나고, 왕성한 발기력을 주체하지 못하는 때. 그럴 때 아버지는 알아도 모른 척하고, 혼자 목욕탕에 다니는 게 좋아.”

지인 말처럼 제 청춘시절에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아이에서 남성으로 변화하는 시기에 느끼는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한 몸짓이랄까. 뭐, 어쨌든 그런 것이었습니다.

두 아이 아버지가 되다 보니 생각이 좀 달라지더군요. 아버지로서 아들과 목욕탕에 함께 가는 재미는 뭐니 뭐니 해도 ‘든든함’입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아들이 싫다는데. 그런가 보다 하고 말아야죠.

 

목욕탕에는 속박에서 벗어난 전라의 자유가 있다!

마다하는 아들을 두고 혼자 털레털레 목욕탕에 갔습니다. 목욕탕에는 홀가분한 자유가 있습니다. 온몸을 감싸는 옷, 팬티마저 벗어던진 전라의 몸은 태고의 인간이 되는 듯합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맨몸은 속박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기분이랄까.

사우나에 앉아 세상사에 찌든 노폐물을 땀으로 배출시키던 중 아랫배를 봅니다. 볼품없이 배가 나왔습니다. 손으로 배를 툭툭 쳤습니다. 둔탁한 소리가 허공에 울립니다.

젊은 날, 살이 찌지 않은 체질이라 남들의 더부룩하게 나온 배를 부러워 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부질없는데…. 중년이 된 지금, 제 아랫배도 나이테 마냥 켜켜이 쌓여가는 중입니다.

잠시 상념에 젖은 사이, 두 사람이 들어왔습니다. 한 사람은 중년, 한 사람은 노년입니다. 한 눈에 척 봐도 부자지간입니다. 이들을 보니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목욕탕에 다니는 시기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목욕탕에 함께 다니는 시기

“땀 너무 많이 흘리면 힘들어요. 어서 밖으로 나가요.”

중년 아들의 노년 아버지를 염려한 말인데도 말투가 명령조입니다. 아마도, 써늘한 부자지간인 것 같습니다. 아들 키울 적에 좀 더 친근한 어법을 구사했다면, 부자지간 전세가 역전된 마당에 이런 써늘함은 없었겠지요.

“때 밀게 등 대요.”

노년의 아버지는 말없이 아들에게 등을 맡겼습니다. 그의 구부러진 허리, 탄력 없는 몸에서 한 가닥 하던 시절은 어디 갔을까 싶습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는 거겠죠?

이렇듯 아버지와 아들이 목욕탕에 함께 다니는 때는 대개 두 시기인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자녀가 어릴 때. 두 번째는 부모가 나이 드셨을 때. 이 두 시기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한 때’라는 사실입니다.

이로 보면, 자신이 잘나갈 때 가족에게 최선을 다하는 게 상책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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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머리 자를래”…“머리 기니까 좋은데 왜?”
아내의 긴 머리 쓸어내리기 중년 남편 주책?

남자들은 대개 찰랑이는 긴 생머리를 좋아한다지요. 또 긴 생머리를 즐기는 여자들은 남자들의 시선을 받는 게 좋아, 자르고 싶어도 꾹 참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군요.

남녀를 불문하고 자신의 취향이 있을 것입니다. 저는 긴 머리든, 단발머리든, 파마머리든 가리질 않았습니다. 단지,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것 자체가 아름답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선호하는 헤어스타일이 생겼습니다. 이는 생활에 적응한 탓이라고 여겨집니다. 갑자기 좋아하는 스타일이 생긴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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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기른 머리를 묶었습니다.


“나 머리 자를래.”…“머리 기니까 보기 좋은데 왜?”

“당신도 머리 좀 기르지?”

두어 달 전, 커트머리였던 아내에게 지나가는 소리로 말했습니다. 이를 기억했는지 아내는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습니다.

“여보. 나 머리 자를래.”

요즘 이 소리가 간혹 나오더군요. 그러려니 하고 대꾸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소리가 부쩍 잦아졌습니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지난주에는 제법 심각한 투로 말하더군요.

“여보. 나 진짜 미용실에 가서 머리 자를래.”
“머리 기니까 보기 좋은데 왜 그래?”

“머리가 기니까 자꾸 까져 신경 쓰여요. 귀찮기도 하고.”
“알아서 하소.”

아내는 아직 그대로입니다. 남편이 원하는데 그냥 길러야겠다고 여기는 듯합니다. 대신 머리를 질끈 묶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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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판박이인 딸애의 긴 머리.

아내의 긴 머리 쓸어내리기, 중년의 주책일까?
 
사실, 아내에게 긴 머리를 요청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직까지 그 이유를 말하지 않았습니다. 어찌 보면 싱겁기도 하고, 이유 같지 않은 이유일 수도 있어섭니다.

솔직히 말하면 긴 머리를 원하는 건 부부지간 ‘운우지정’ 때문입니다. 아내를 안을 때, 짧은 머리카락은 손으로 쓸어내리다가 말거든요. 개운치 않은 기분이랄까, 그렇습니다. 그래 머리카락 쓸어내리는 일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러다가 아내가 긴 머리라면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는 즐거움(?)이 솔솔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더군요. 이 경우 아내도 남편의 다정한 손길을 더 느끼지 않을까, 란 생각이구요.

그러면서 부부간 정도 더 들지 않을까 싶네요. 그러나 아직까지 아내의 긴 머리카락을 쓸어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조만간 침실에서 시도해볼 참입니다.

이거, 중년의 주책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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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archwin.net BlogIcon archmond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밌게 읽고 갑니다..

    2009.11.26 10:52 신고
  2. 지나가던사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인적인 이유를 전체의 이유처럼 적어놔서 조금 낚시성이 있네요.

    2009.11.26 16:47
  3. asdf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체로 긴 생머리가 더욱 여성스러워 보이는건 맞습니다.
    뽀글뽀글 짧은 파마머리는 전혀 여자 같은 느낌이 안들죠.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2009.11.26 17:45

우후죽순, 죽녹원서 즐기는 ‘죽림욕’
중년 부부에게 잉꼬부부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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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죽녹원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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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뿌리가 드러난 이런 길이 좋았다.

사람들은 대나무에서 부러질지언정 꺾이지 않는 곧은 선비정신을 본다. 또한 사계절 변한 없는 푸름에서 지조를 떠올린다. 그리고 나는 여기에서 뭔지 모를 따뜻함을 느낀다.

어릴 적, 나는 대나무 서걱거리는 소리가 좋았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소릴 귀신 나올 것 같다며 싫어했다. 이를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삶과 죽음이 하나인 것을….

나는 지금도 대나무 흔들리는 소릴 들으면 기분이 좋다. 그래선지, 지난 11월 초 아내와 전남 담양군 죽녹원으로 떠나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비가 오락가락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죽녹원 입구에는 특허 냈다는 대나무 호떡 노점상이 나래비였다. 아내가 호떡을 사들고 왔다. 대나무 향이 물씬 풍겼다. 둘이서 호떡을 먹으며 죽녹원 돌계단을 올랐다.


담양 죽녹원.

시원하게 뻗은 대.

우후죽순, 죽녹원에서 즐기는 ‘죽림욕’

전망대에 올라 주변 경치를 살폈다. 가을이 녹아 있었다. 8가지 숲길이 있었다. 운수대통길, 죽마고우길, 사랑이 변치 않는 길, 철학자의 길, 선비의 길, 성인산 오름길, 추억의 샛길 등의 이름이 붙어 있었다. 정겨웠다. 아내와 손잡고 길을 천천히 걸었다.

“당신, 결혼 전에는 한 마디라도 붙이려고 난리더니 요새는 말이 없다는 거 알아요.”

아내가 무담 시 시비(?)를 걸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꼭 말을 해야 알아? 나는 눈빛만 봐도, 손만 잡아도 각시 마음을 알 것 같은데?”

웃으며 대숲을 걸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댓잎 소리가 정겨웠다. 대나무에 부딪쳐 퍼지는 바람이 살가웠다. 특히 좋았던 길이 있었다. 비포장 길이었다. 우후죽순, 대 뿌리가 드러난 자연 그대로의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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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 사이 놀이터. 추억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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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굵기는 죽순 굵기와 같다.


부부로 살면서 풀어야 할 숙제는?

사랑이 변치 않는 길에서 “저기요”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사진 좀 찍어 달라”고 한다. 젊은 연인이다. 그들은 하트 모형 세트를 배경으로 나란히 자세를 취했다. 어색했지만 그들이 부러웠다.

“여보 우리도 찍어요.”
“우리가 얘들이야. 이런 데서 찍게.”

“나이 먹어도 이런 유치한데서 찍고 싶은 게 여자야.”
“우리 찍어 줄 사람이 없잖아. 혼자라도 찍어.”

세월은 나에게서 조금이나마 있었을지도 모르는 무드를 이렇게 앗아(?) 갔다. 그렇지만 세월 탓이 아니었다. 스스로 자초한 일….

앞에 걷는 중년 남녀, 무척이나 다정다감하다. 그들에게서 잉꼬 부부 냄새가 댓바람을 타고 온다. 저런 다정은 불륜에게선 도무지 찾을 수 없는 애정의 깊이다.

그럼, 우리 부부는? 살면서 풀어야 할 숙제였다.


아내는 이런 포즈로 사진을 찍고 싶어했다.


중년의 그들, 너무 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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