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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 생일이다’ 쓸쓸한 자축 생일파티는 가라!

이심전심, 얼굴에 ​케잌 묻히기... 작은 행복이 가득하고

 

 

 

이게 뭐시다냐?

 

중년 남자들의 파격적 일 탈이라고나 할까...

 

 

 

살다보면 ‘뻔’한 게 많습니다.

이걸 알면서도 여전히 반복되는 건 삶을 즐기려는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네요.

요즘 각종 모임들도 특화되는 경향이더군요. 저희는 생일 때만 만나는(?) 모임이 있습니다. 중년 남자 네 명으로 구성되어 있지요. 특이한 모임을 갖게 된 배경은 아주 단순합니다.

집에서 가족들과 지내는 생일파티는 단조롭고 식상하다는 거죠. 가족 이외로 밖에서 생일을 즐기자는 취지지요. 또 가족들이 흩어져 있는 경우가 많은 오늘날, 자칫하다간 생일파티도 못할 우려가 있어, 혼자 쓸쓸히 지내는 생일을 피하자는 의도도 숨어 있습니다.

어쨌거나 모임 맏형님의 만남 번개가 있었습니다. 아직 생일이 멀었는데 무슨 일일까, 싶었습니다. 자리에 앉아마자 흘러나온 큰 형님 말씀,

“오늘 나 생일이다.”

헉, 아닌데? 알고 보니, 주민등록 생일과 본 생일이 달라 날짜가 헷갈렸는데 그걸 피하기 위해 올해부턴 민증에 기록된 생일로 생일을 지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답니다.

 

그래야 앞으로 아이들도 헷갈리지 않고, 아빠 생일을 똑바로 지내 줄 거란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더군요. 이 소릴 듣고 우리 형님이 안 그러던데, 이제나이 들었구나 싶더라고요. 나이 먹으면 이런다면서요?

 

 

단풍놀이 때 지인과 한방...

미처 준비하지 못한 생일 케잌을 주문했습니다. 그것도 모임의 막내가 제 아내에게 전화로 주문하지 뭡니까. 나 원 참! 아내가 케잌을 들고 모임에 합류했습니다.

 

케잌에 불이 켜지고, 생일 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폭죽이 울려 퍼지고, 박수소리가 높아지고…. 여기까진 일상적인 생일파타 모습이지요. ​60이 다 된 중년의 점잖은 체면에 케잌을 얼굴에 묻힐 수도 없고...

이 허전함을 느꼈는지, 막내가 서열대로 케잌을 돌아가며 먹여주데요. 넙죽넙죽 받아먹는데, 갑자기 생각이 떠오르데요. 저와 둘째 형 서로 눈을 마주쳤습니다. 그리고 빙그레 웃었지요.

“너도 그 생각이지?”
“예.”

이심전심이었습니다. 둘째 형이 큰형 옆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제야 다들 눈치 깠습니다. 큰 형님 슬슬 꼬리를 내리더니, 포기하더군요. 아우들의 짓궂은 장난을 당해주겠다는 표정 역력했습니다. 사진으로 보는 게 더 나을 듯….

 

참, 핸드폰으로 찍었더니 화면이 좀 그렇네요. 이해하삼! ㅋㅋ~^^

 

 

 

 

재미 없다고 얼굴에 살짝 케잌을 묻히긴 했는데...

 

 

폭죽도 터지고..

 

 

박수도 치고...

 

 

둘째 형님, 큰 형님 옆으로 자리를 옮기고...

 

자, 지금부터 기대하시라!!!

 

 

여걸 얼마나 무칠까~잉!

 

쪼매만 무쳐라!

 

하는 거 봐서...

 

아이고~, 그라지 마라!

 

 

그라지 마라시더니,

이제 포기하고 얼굴을 맡기는 큰형님!

 

야, 이왕이면 나 이쁘게 찍어주라.

알써. 잘 찍어주께~~~~~~~~~

 

젊으나, 늙으나 이쁜 건 밝히길...

웃음꽃이 활짝. 이런 게 행복이지요!

 

 

퍼퍼~~~, 퍽!

아이고, 재밌어라!

 

니덜 생일 때 보자!!

 

아이고~, 성님.

뒤끝 있으면 큰 성님 자격 없지요.

 

니도 당해 봐라!!!

 

 

그래도 재밌긴 허다.

그쵸? 한 사람이 당하니 다들 즐겁지요...

 

이걸 보고 희생이라는 거요...

개뿔, 희생은, 이건 완전 호구지...ㅋㅋㅋ~

 

이런 게 행복 아니겠소?

맞다, 마! 이란 게 행복이지...

 

 

앗, 케잌이 바지에 떨어졌네.

잌 닦아주는 둘째 형님의 센스~~~

 

이거 재밋겠당~^^

이거 블로그에 올리요?

니 알아서 해라!

 

 


행복이란?

댓글을 달아 주세요

“벌써부터 고 3 행세야. 다들 긴장하고 있어.”
“남자들은 돈 버는 기계야. 가족에게 잘 하지.”

 

 

 

 

여수시 돌산 신기항입니다.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만남은 항상 즐겁습니다. 이 만남은 주로 예고 없이 이뤄집니다. 친구끼리 날짜 잡고 만난다는 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이유입니다. 친구들과 번개팅은 대개 문자로 이뤄집니다.

 

 

“벗, 막걸리 한 잔 허까?”

 

 

여기에 호응이 있으면 만나는 거죠. 지난 주말, 친구들끼리 금오도 안도 여행도 번개로 이뤄졌습니다. 아 글쎄, 막걸리 한 잔 하자 했더니 여수 금오도 비렁길 산행과 안도 낚시를 제안하더군요. 아주 당기는 제안이었습니다. 아내에게 함께 가자 권했더니 그냥 친구들과 다녀오라더군요.

 

토요일 아침, 여수시 남면 금오도 행 철부선에 몸을 실었습니다. 객실 내부는 다양한 광경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여자들끼리 둘러 앉아 김밥, 과일, 캔맥주 등을 나눠먹는 모습, 잠자는 사람, 핸드폰 게임을 즐기는 이 등 다양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저희 친구들은 누워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이름 하여, 중년 남자들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힐링 수다’였습니다. 수다는 자식에서부터 아내, 교육, 아버지와 아들까지 줄줄이 이어졌습니다. 중년 남자들의 수다 속으로 가 볼까요.

 

 

 

“벌써부터 고 3 행세야. 다들 긴장하고 있어.”

 

지난 해 10월 친구 아내가 직접 싸 준 김밥입니다.

 

 

“야, 이번에는 너 각시표 김밥 안 싸왔어?”

 

 

그러니까, 지난해 10월 금오도 행에서는 친구 아내가 싸 준 김밥이 완전 대박이었습니다. 중년 남편이 가족 버리고, 혼자 여행가는 걸 허락해 준 것도 어딥니까. 거기에 밥 타령하면 김밥 사가라며 구박하기 일쑤입니다. 알아서 김밥 사가는 게 최선입니다. 그런데 친구 아내가 새벽에 일어나 김밥을 손수 싸줬으니 다른 친구들이 엄청 부러워했습니다.

 

 

“이번에는 각시가 남편 밉다고 김밥 안 싸줬구나?”
“늙어가는 남편, 여행간다고 김밥 싸 주는 각시가 아직까지 있었어?”


“우리 아내는 김밥 싸는 걸 좋아하거든.”
“말도 마라. 각시하고 싸워 냉전 중이래. 그 덕에 김밥만 사라졌어.”


“아직도 겁 대가리 없이, 아내랑 싸우는 사람이 있네. 빨리 풀어.”
“아내랑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얘들 땜에.”

 

 

하긴, 아내와 둘이라면 무슨 부부싸움거리가 있겠습니다. 부부가 사랑하고 살기에도 바쁜 세상에, 아이들이 있으니 이래저래 부딪치는 게지요. 이건 삶의 특권인 셈입니다.

 

 

“너 딸은 올해 고 3이지?”
“응. 벌써부터 고 3 행세야. 다들 긴장하고 있어.”


“벌써, 고 3이야? 너 올 한해 숨죽이며 살아야겠구먼. 축하한다.”
“외지에서 고등학교 다니는 딸이 집에 오면 꼼짝도 않고, 잠만 자. 각시는 고생하는 딸 수발한다고 옆에 붙어 있고. 애가 탄가 봐.”


“그래도 공부 잘하니 얼마나 좋아. 공부 잘하는 게 부모에겐 자랑이지.”
“우린 완전 방목인데, 공부 잘하는 딸 둔 네가 부럽다.”

 

 

이 정도면 아줌마들의 시시콜콜 수다를 넘어선 아저씨들의 수다입니다. 수다는 어느 새 각시와 공부를 넘어 교육으로 옮겨가는 중입니다.

 

 

 

“남자들은 돈 버는 기계야. 가족에게 잘 해야 돼.”

 

함께 비렁길 산행에 나선 고등학교 친구들입니다.

 

 

“이 친구 집은 TV가 아예 없어. 각시가 TV를 없앴대.”
“와, 대단하다. 왜 없앴는데?”


“TV가 있으면 TV만 보니 그렇지. TV 볼 시간에 책 보라는 거지.”
“그게 가능하구나. 너희 부부도 독종이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크는 걸로 만족해야 되는데 그게 어디 되남.”
“그것도 한 때다. 아이들에게 사랑 줄 수 있을 때 많이 줘.”

 

 

아이들에게 주는 사랑도 때가 있다는 말에 모두들 공감이었습니다. ‘품 안의 자식’이라고 품을 떠나면 자식으로 여기기보다, 한 인간으로 바라 봐야 실망이 덜하다는 이치였습니다. 다 큰 자식을 떠나보내지 않고 계속 보듬고 있는 건 욕심이라는 거죠.

 

 

“올 겨울에는 아들하고 지리산 둘레길도 걷고, 스키장도 가야겠어.”
“잘 생각했다. 아빠가 아들에게 뭐 줄 게 있겠어. 돈 줘봐야 허사야. 부모 자식 간에 남는 건 추억이 최고야.”


“아들이 스키 한 번도 안 타봤는데 잘 탈까?”
“아이들은 금방 배워. 아들 걱정 말고, 나이 든 너나 조심해라. 나이 먹은 사람들 스키 배우다가 팔 부러지고, 허리 다치는 게 다반사니.”


“난 집에서 왕따야. 각시가 아이들만 데리고 스키장 갔다 온대. 집 지키라는 거지.”
“남자들은 돈 버는 기계야. 안 그러려면 가족에게 잘 해야 돼.”

 

 

주위 사람들이 한 사람 두 사람 일어서고 있습니다. 수다를 많이 떤 것도 아닌데 돌산 신기를 떠난 배가 벌써 금오도 여천에 도착할 폼입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일어섰습니다. 삶의 굴레를 떠남은 역시 새로운 설레임입니다. 배 안에서 잠시잠깐 친구들과의 수다는 힐링의 또 다른 수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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