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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다니면 혼자 다닐 때 보다 좋아요.”
“이것들이 아빠한테 전화 한통 없단 말이지.”

 

 

 

 

 

 

 

 

“아빠, 요즘 이게 대세야.”

 

 

중학생 아들과 딸의 말입니다.

주말에 다른 TV 예능 프로그램을 볼라치면 아이들은 대세를 강조하며 “이거 안보면 친구들과 이야기가 안 된다”며 채널 고정을 요구합니다.

 

아이들의 의견을 쫒아 못 이긴 척 함께 시청하면서 천진스런 아이들의 모습에 반하곤 합니다. 그 프로그램은 아시다시피 ‘아빠 어디가~’입니다.

 

 

그래선지, 부쩍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있습니다.

아버지와 어린 아이가 단둘이 함께 손잡고 다니거나 여행하는 모습입니다. 이걸 보면 ‘나는 왜 아이들과 단둘이 여행을 하지 못했을까?’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품 안의 자식’이라고 어릴 때 많이 놀아 주고, 여행하라던 말이 새삼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지난 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후배와 둘이 장흥에서 배를 타고 2박 3일간 제주도의 우도 힐링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걸어서 우도 곳곳을 살피는 여유로움을 즐기는 시간이었지요. 덕분에 얼굴이 많이 탔습니다.  우도 힐링 여행에서 눈에 확 띠는 광경이 있었습니다.

 

 

<아빠 어디가>처럼 어린 아들과 함께 우도를 누비는 이동환ㆍ재빈 부자였습니다. 울산에서 온 이들 부자는 우리와 우도를 도는 코스가 비슷해 계속 만나게 되었습니다.

 

가만있을 수 있나요. 그들과 자연스레 일행이 되었습니다. 걷는 사이사이 이것저것을 묻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들 부자가 ‘아빠 어디가~’의 원조더군요.

 

 

 재빈 부자입니다.

 

 

 

 

- 아이와 여행은 언제부터 하셨나요?
“오래됐어요. 돌아가면서 한 아이하고 다녀요.”

 

 

- 여행에 한 아이만 동행하는 이유가 있나요?
“아이 둘과도 다녀봤어요. 아이 둘은 제가 감당이 안 돼요. 아시죠? 아이들 뒤치다꺼리가 장난 아니라는 거. 집중 효과도 있고요.”

 

 

-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하나요?
“아빠 여행 간다~ 하고 말하면 서로 가려고 싸울 정도에요. 새벽 4시에 출발할 때도 있는데 깨우면 금방 일어나요.”

 

 

- 아이와 단둘이 여행이 좋은 점은 뭐나요?
“아이들과 다니면 혼자 다닐 때 보다 좋아요. 때로는 아들이 말 섞을 친구가 되고, 사진 찍을 때에는 자연스럽게 모델이 돼요. 그리고 아이들과 아빠가 서로 공유할 추억을 만들어 갈 수 있으니까 좋아요. 이건 꿩 먹고 알 먹기죠.”

 

 

- 아이들 엄마는 가족 여행을 더 선호할 것 같은데….
“아이와 둘이서만 여행가면 당연 싫어하죠. 가족 여행도 자주 다니는 편이니 불만 없어요. 아내가 더 권해요.”

 

 

재빈이 목에 카메라가 걸려 있습니다.

카메라도 흔한 똑딱이가 아닙니다. 아빠가 쓰던 걸 줬다는데 사진 찍는 폼이 제법 납니다. 이것만 봐도 하루 이틀의 실력이 아닌 건 확실하네요. 아빠 사진을 위한 모델 포즈도 아주 딱입니다. 해맑은 표정에 저까지 흐뭇합니다.

 

 

 

 

 

 

 

 

 

“아이들에게 출장 간다 하고 왔어요.”

 

 

제주도행 배 안에서 후배가 한 말입니다.

출장? 아이들에게 이실직고 하고 오지 싶었습니다. 그런 후배가 옆에서 투덜거립니다. 평소에는 아빠가 귀찮을 정도로 전화하고 문자하고 난린데, ‘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이날은 너~무~ 감감무소식이라는 겁니다.

 

 

“우도에서 즐겁게 놀다오세요.”

 

 

아빠의 서운함을 알았는지, 다행이 문자 한통은 왔더군요.

후배는 문자를 일부러 보여주며 얼마나 우쭐대던지…. 자기도 아이들을 끔찍이 사랑하는 아주 좋은~ 아빠라는 폼입니다. 그렇지만 후배는 결국 불만이 터졌습니다.

 

 

“아니, 이것들이 아빠한테 전화 한통 없단 말이지.”

 

 

엄청 서운하나 봅니다.

이들은 제 경우와 비교하면 그래도 나은 편입니다. 제 아이들은 전화는커녕 문자 한통 없으니까. 집 떠나면 무소식을 희소식으로 여기고 사니 그럴 수밖에. 두 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괜히 제가 심통이 납니다.

 

 

“올 여름에는 아이들과 지리산 둘레길 걸으려고요.”

 

 

후배가 올해 초 마음먹었던 계획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걱정이래요. 아들 둘은 괜찮은데, 아직 어린 딸과 다니려면 힘들 거라면서. 그렇지만 제게는 행복한 가족으로만 보입니다.

 

 

‘아빠 어디가~’를 실천하지 못하고, 주로 혼자 다녔던 많은 여행들이 반성됩니다.

 

왜 진작 이런 생각 못했을까? 더 늦기 전에 아이들과 여행을 꿈꿔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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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에서 일출을 기다리다, 김영랑이 되다
나가사키 오가며 본 태평양 일출 생각나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주는 태평양의 시발점. 이곳에서 지리산 천왕봉 일출을 꿈꿨다!

태평양 일출을 보며 지리산 천왕봉 해돋이를 꿈꿨다. 어쩌면 이상향을 꿈꾸는 이들의 로망 아닐까?

그 전초전 격으로 천왕봉 오르기에 앞서, 제주 앞바다에서 요트를 타고 태평양 일출을 맛보았다. 뒤늦게 가족과 함께 세운 목표 중 하나.

‘지리산 둘레 길을 거쳐 천왕봉 오르기’

올해 가족의 꿈은 지난 주 <남자의 자격>에서 선보였던 지리산 종주와 김국진과 윤형빈이 섰던 그곳에 서서 천왕봉 일출을 보는 것이었다.

아내는 처녀시절 지리산 종주를 몇 차례 했단다. 감격스런 천왕봉 일출도 보았단다. 그 감격으로 여태껏 열심히 산단다. 아이들이 가슴에 꼭 지녀야 할 감흥이란다. 그래 올 목표를 천왕봉 오르기로 했었다.

몇 박 며칠이 될지 모르겠다. 2박 3일 내지 3박 4일이 유력하다. 단지,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천왕봉 일출을 단번에 볼 수 있길 바랄 뿐이다. 꿈이 너무 큰가?

범선으로 나가사키에 오가며 본 태평양 일출

사실, 태평양 일출은 본적이 있었다. 몇 해 전인가, 범선으로 여수에서 일본 나가사키로 항해하던 중 무념무상의 망망대해에서 해돋이를 보았었다. 감격적이었다. 그런데 1월 초, 결행했던 제주 여행에서 다시 마주하게 된 것이다.

제주 중문 마린파크 내에서 ‘바다 위 별장’이라 불리는 요트를 타고 즐긴 태평양 해돋이. 태평양 일출은 어쩌면 천왕봉 해돋이를 보기 전 ‘맛보기’ 같은 것이었다. 그래 설까, 마냥 좋았다.

겨울, 싸늘한 새벽바람을 맞으며 찾은 제주 앞바다는 태평양의 시발점이었다. 그러기에 태평양 한 가운데로 나서는 꿈을 갖는데 제격이었다. 하여, 제주 사람들이 이어도(?)를 꿈꾸는 지도 모를 일이다.

요트 샹그릴라 갑판에 서서 수평선 너머로 숨죽이고 있던 해를 기다렸다. 이곳에서 보는 해돋이도 지리산 천왕봉 해맞이처럼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는 겔까? 해는 좀처럼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쌓은 덕이 없는 걸까, 자위했다.


일본을 오가며 범선에서 본 태평양 해돋이.


범선에서 본 해돋이도 자연의 위대함이었다.

태평양 일출을 보며 천왕봉 해돋이를 꿈꾸다

해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김영랑이 되어 <모란이 피기까지는>를 곱씹고 있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하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이 심정으로 간절히 해를 기다렸다. 바램이 통했을까? 외마디 감격스런 외침이 있었다.

“해다. 해가 뜬다!”

용수철처럼 뛰쳐나갔다. ‘새악시 볼’처럼 태양은 수줍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대자연의 위대함이 탄성을 뿜어내는 순간이었다. 요트위에서 대하는 해돋이 체험도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제주에서 해돋이를 본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곳에서 난, 지리산 둘레 길과 천왕봉 해돋이를 꿈꿨다.


제주는 태평양의 시발점. 이곳 해돋이는 태평양의 해돋이다.
해를 기다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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