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이 물의 소중함을 알어?”
해수 담수화시설을 손꼽아 기다리는 ‘꽃섬’
[꽃섬, 상화도 2] 물

꽃섬, 상화도의 물을 얻기 위한 놀라운 노력입니다.
꽃섬, 상화도 노인당에 어르신들이 모여 있습니다. 베이징 올림픽 경기 관전 중입니다. 올림픽에 대한 관심은 낙도 꽃섬이라고 예외일 수 없겠죠.
“올림픽 경기 보고 계시네요. 재미있으세요?”
“그럼, 재밌지. 선수들이 나라 명예를 걸고 경기를 하는데 우리도 열심히 응원해야지.”
바다에서 보면 물이 지천인데도 섬에 물이 귀하다니 아이러니입니다.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물의 양은 13억 8천5백만㎦ 정도로 추정된다 합니다. 지구상의 물은 바닷물이 97.5%, 민물이 2.5%를 차지합니다. 바닷물은 비중만 높을 뿐 이용가치는 떨어집니다. 아시다시피 염분 때문입니다.
민물도 모두를 그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민물 중 68.9%는 남극과 북극의 빙하와 고산지대 만년설이고, 29.9%는 지하수입니다. 또 0.9%는 토양 및 대기 중에, 0.3% 만이 하천이나 호수에 담수 자원으로 있다 합니다.
그러나 이중에서도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물은 지구에 있는 총 물량의 0.0075% 뿐이라 합니다. 그만큼 낭비되는 물 자원이 많다는 뜻일 것입니다. 앞으로는 물을 얻기 위한 전쟁까지 예상된다 하니, 물 관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올림픽은 꽃섬도 예외일 순 없습니다.
섬에서는 육지에서 허비되는 빗물도 소중한 자원
겨우겨우 오기 힘든 꽃섬, 상화도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 없는 일. 섬에서 물이 귀한 사정 등을 알아봐야겠지요. 올림픽 경기 응원을 뒤로하고 김보성(62) 이장과 현장을 둘러보았습니다.
- 상화도는 어떻게 물을 사용하나요?
“허드레 물은 주로 빗물을 받아서 쓰고, 식수로는 지하수 집수조와 자연 샘물을 같이 쓰고 있어.”
그러고 보니 집집마다 물탱크가 자리합니다. 처마는 빗물을 받아 사용할 수 있게 물받이를 받쳐 물을 모으고 있습니다. 귀한 물을 얻기 위한 눈물겨운 현장입니다. 육지에서 허비되는 빗물이 섬에서는 소중한 자원으로 이용되는 것이죠. 물 관리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할 것입니다.

물통에도 물을 담아 두고 있습니다.

처마 밑으로 흐르는 물을 모으는 장치와 물 탱크.
염기 땜에 어른들이 혈압이 높아 문제
- 물 사정은 어때요?
“다른 데는 비가 많이 와 난리라던데 우리 상화도는 여름 가뭄 땜에 난리여. 옛날에는 자연 샘물로 70가구 400여명이 다 사용하고 김 양식 물까지 사용해도 남았어. 그런데 지금은 35가구 53명밖에 살지 않고 김 생산도 안하는데 물이 부족해. 이거 재밌지?”
- 그러네요. 지금은 왜 물이 부족한 거죠?
“집안에 세면장을 들이고 나서부터 그래. 수도꼭지 틀기만 하면 물이 펑펑 나오니 마구 써서 그렇지, 뭐. 세탁기 등도 물 많이 잡아먹잖아. 여기는 물 양도 양이지만 수질이 더 문제여. 그러나 더 문제는 마구잡이로 지하수를 뚫다 보니 자연수가 부족하다는 거여. 아무데나 지하수 파는 거 조심해야 돼!”
- 수질이 문제되는 이유는 뭐죠?
“식수 검사를 하는데 간기가 있다는구먼. 노인들만 사는 섬에서 철분과 염기 땜에 어른들이 혈압이 높아 그게 문제여!”

집수조.
“귀한 물이 뭐하는데 이리 흐른다냐?”
상하도 8부 능선에 위치한 물 저장 탱크를 보러 나섭니다. 가는 길에 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물이 골목으로 흘러내리자 이장님이 가만있질 않습니다. 물이 흐르는 집을 찾아 한 마디 던집니다.
“이 물이 시방 뭐시다냐? 귀한 물이 뭐하는데 이리 흐른다냐? 물을 버린 겨.”
“아니에요? 쓰고 있어서 그래요.”
“니들이 물의 소중함을 알어? 물 안 넘치게 해! 이 귀한 물을 흘리면 쓰겠어.”
김보성 이장님, 야채 씻는 중 흐르는 물 한 방울에도 신경이 곤두 서 있습니다. 물 사정이 정도라면 계절과 날씨에 상관 않고, 바다 물의 염분을 제거해 식용수로 이용하는 ‘해수 담수화시설’도 고려할만 합니다.

뭐 하는데 물이 흐른다냐? 다니러 온 자식들은 가끔 실수를 합니다.

어르신들과 집수 탱크를 보러가는 중입니다.
“해수 담수화시설 내년에 꼭 됐으면 좋겠어!”
- 다른 섬은 담수화시설로 물 문제를 해결하던데 여긴 그거 안하나요?
“몇 년 전에 담수화시설을 하려다 전기요금 땜에 포기하고 반납했어. 모터를 돌려야 하는데 노인들만 사는 섬에서 비용이 무서워 어쩔 수 없었어.”
- 전기 요금이 얼마나 드는데요?
“안해 봤으니 알 수야 없지. 지금 집수 탱크에 물을 끌어 올리는데 모터 4개를 돌려. 이 전기세만도 월 10만 원이야. 이것도 부담인데 바닷물을 식수로 바꾸려면 전기세가 얼마나 많이 들겠어.”
- 다른 방법이 있을 텐데요?
“공공기관에서 전기요금을 부담하는 방법이 있다고 해서 다시 추진 중이야. 시에다 요청 했는데 어찌될지 기다리고 있어. 해수 담수화시설 내년에 꼭 됐으면 좋겠어!”

지난 해 40t 규모의 집수 탱크를 설치하였습니다.
“이 샘물은 제일 중요한 생명수야 생명수!”
언덕을 오르니 다도해가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냅니다. 지난해 11월 설치한 40T의 집수탱크가 햇빛에 반짝이고 있습니다. 그나마 이 집수탱크가 들어서 물 사정이 조금 나아졌다 합니다.
집수조에는 80%의 물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물 비상이 걸린 상태니 관리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 알 것 같습니다. 내친김에 샘물 사정은 어떤지 살펴봐야겠죠?
“이 샘은 그냥 샘물이 아니여. 상화도 사람에게 제일 중요한 생명수야 생명수!”
물은 많이 차 있습니다. 꽃섬, 상화도 사람들의 생명수를 마셔봐야겠죠? “어, 물맛이 좋은데요.” 소금기가 비친다더니 간기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골목에 놓인 물통이 물 관리의 경지를 일깨우게 합니다.
늘 말로만 듣던 물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날이었습니다.

생명의 샘에 선 김보성 이장님.

할머니들은 야채 씻은 물도 어김없이 재활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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