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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61

 

“아, 좋구나. 모든 것이…….”

치솟는 전세금을 따라잡기에 수입이 모자랐다.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주제는 권선징악이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어차피 김백일 의원과의 일은 한 달간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 점에 있어서는 그녀도 다르지 않았다. 두 사람은 동해 바닷가와 설악산 등 이름난 명소를 두루 여행하며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계절도 바뀌어 아래 남쪽 지방에서는 봄의 전령인 벚꽃이 만개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가야산에도 하얀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상춘객을 부르고 있을 것이 눈에 훤했다.

 

 

 고속버스를 타고 집으로 내려가는 내내 비상도는 창밖으로 눈을 떼지 못하였다. 성 여사가 굳이 자기 차를 내어준 것을 마다하고 혼자 가는 중이었다.

 

 

 산의 모습이 제법 초록색깔로 물들어 있었다. 닫힌 문틈으로 이제 막 터뜨리기 시작한 잎의 냄새가 코끝에 묻어났다.

 

 

 그가 집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두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집 앞의 목련 한 그루가 하얀 꽃망울을 터뜨리고 자신을 맞았다. 마치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인의 모습이었다.

 

 

  “아, 좋구나. 모든 것이…….”

 

 

 그가 막 방문 앞에 이르러 문을 열려고 손을 뻗었을 때였다. 낯선 편지 한 통이 문틈에 꽂혀 있었다. 소인을 보니 한 달 전쯤에 온 것이었다.

 

 

 방문도 열지 않고 그는 선 채로 봉투를 찢었다. 자신을 박용태라고 밝힌 그 사람은 비교적 긴 사연을 적었다. 비상도는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얼굴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사연의 내용은 이랬다.

 

 

 박용태라는 사람의 나이는 자신과 같은 쉰 살이었다. 그는 어려서 일찍 부모를 여의고 친척집을 전전하며 살다가 어렵사리 자동차 정비공이 되었다. 열심히 산 덕분에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였으며 하나뿐인 딸을 낳던 그 해에는 변두리이긴 했으나 약간의 대출을 받아 자그마한 정비공장을 하나 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대출금을 갚는 것도 빠듯한데 치솟는 전세금과 공장임대료를 따라잡기에는 수입이 턱없이 모자랐다. 딸아이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적자를 메웠다. 그러면서도 몇 개월만 견디면 좀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대학 졸업반인 아이가 취업을 하면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길 것이라 믿었던 것이다.

 

 

 가정이 깨진 것은 어렵사리 대학교를 졸업한 딸애가 취직이 어렵게 되자 꾐에 빠져 다단계회사에 들어가고 부터였다. 그들은 돈이 없던 아이에게 사채의 유혹을 제의했고 세상물정 모르는 아이는 그곳에서 돈을 빌렸다.

 

 

 나중에 부모가 그 사실을 알았을 땐 배보다 배꼽이 훨씬 커져버린 뒤였다. 손을 댈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린 것이다.

 

 

 사채업자들은 딸애를 협박하여 신체포기각서를 쓰게 한 후 술집으로 몰아넣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경찰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려 도움을 받을 생각도 했지만 가족을 죽이겠다는 것도 모자라 아이를 사창가로 팔아넘기겠다는 그들의 협박에 신고조차 하지 못했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아가씨의 어머니가 그 일을 견디다 못해 동맥을 끊어 자살을 시도하였다가 얼마 전 병원에서 퇴원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 사람은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며 자신의 연락처와 사채업자의 사무실 위치와 그들에게 건네받은 명함과 그들의 인상착의 등을 상세하게 적어 보내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비상도는 순간 머뭇거렸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분명 아니었다. 엄밀하게 말하면 경찰의 도움을 받을 일이었다. 그는 신발도 벗지 않은 채 그 자리에 서서 한참동안을 생각했다.

 

 

 그 짧은 순간이었다. 어릴 적에 집을 잃고 길에서 울고 있던 자신의 모습이 스치고 지나갔다. 누군가가 자신의 곁으로 다가와 집을 찾아 주기를 얼마나 바랬던가. 하지만 그 무섭던 순간에 사람들은 그를 지나쳤고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야 자신의 또래인 남재 형이 다가와 손을 잡으며 눈물을 닦아주었다.

 

 

 비상도는 한 가닥 희망의 끈을 잡고자 자신에게 편지를 보냈을 그의 심정을 생각했다. 그의 청을 뿌리친다는 것은 추위에 굶주려 내 집으로 찾아든 어린 짐승을 내쫒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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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끈 놓지 않으려는 가슴저린 절규
아내 향한 남편의 마지막 사랑 메시지

 

 

한 평생 부부로 살다가,
배우자가 떠나고 없을 때 오는 허전함을 그 어디에 비할까?

“각시가 배가 아파 병원에 입원했어.”

지인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금방 퇴원하겠거니 했다.

하지만 지인의 아내는 정확한 진단을 위해 지난 주 서울로 옮겨야 했다.
췌장암이 의심된다는 이유였다. 절친했던 터라 더 바짝 긴장했다.

사실, 지인 아내는 몇 해 전 이미 한 차례 삶의 고비를 넘긴 상태였다.
지인은 마지막으로 여행하고 싶다는 아내를 휠체어에 태워 여행에 나서기도 했었다.

게다가 KAIST 대학원 졸업 후 유학 가겠다는 딸에게,

“어렵게 공부하기보다 자기 삶을 행복하게 사는 게 제일이다”

며 유학을 만류했을 정도였다. 행복이 우선이었던 셈이다.


지인 아내는 전문의 진찰 후 입원과 MRI를 찍은 후 CT를 예약한 상태였다.
이때 잠시 집에 내려 온 지인은 건강이 좋은 편이라 아무 일 없기를 기대했다.
그러면서 막걸리 한 잔 마시길 청했다.


CT 검사 결과는 그제 나왔다. 연락이 없었다. 결과가 어떠한지 문자를 넣었다. 묵묵부답.
그러다 어제 아침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문자 메시지가 왔다.

 

“삼성병원 결과 바람직하지 않아 서울대병원 진료 5월23일 오전 예약했음.”

 

최악의 상황을 뺀, 조심스런 문자 메시지였다. 지인과 통화했다.

“형수님은 좀 어떠세요?”
“지금 주사 맞고 있어. 여기선 수술이 어렵다네. 그래서 서울대 병원으로 옮겨 진찰 다시 한 번 받으려고. 우리 각시 꼭 살려야지. 아내에게 빚진 거 다 갚아야 하는데….”

전화 속, 지인 목소리는 울음을 가까스로 참고 있었다. 통화 후 지인에게서 또 문자 메시지가 왔다.

 

  

 

“완주의 ○○한의원 자세히 조사해 주게. 항암치료와 병행했음 하네.”

 

기대를,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남편의 애절한 절규였다.
부부로 살며 아내에게 못 한 부분을 기어이 하고 말겠다는,
결의에 찬 한 남자의 마지막 사랑의 메시지로 읽혔다.

아이들에게 이런 사정 말했더니,
“기적이 일어나길 기도할게요.”라며 “아빠가 힘이 되어 주세요!”라고 한다.
모두가 건강하게 사는 게 제일. 평소 부부 간 잘하고 사는 게 최선일 터~.

삶이 힘들지라도 희망 잃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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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1.08 18:14


아내 몸 씻기며 사랑으로 눈물 흘렸을 터
“고생 죽어라 했는데 이제 아프면 안되지”

 

“말 안했는데 각시가 병원에 있어.”

가벼운 병인가 했지요. 그런데 지인 표정이 굳었더군요.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습니다.

“췌장암 같다고 정밀조사 하자네.”

지인 아내는 수년 전 죽을 고비를 넘겼지요. 이후로 지인은 아내를 위한 것이라면 무슨 일이든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랬는데 또 암이 의심스럽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지인 부부와 만나면 웃음(?)이 떠날 줄 몰랐습니다. 말이 웃음이지, 실상은 아내들이 대놓고 남편 흉보는 날이었지요. 각시들은 맞장구치며 신나게 웃는데, 서방들은 죽을 맛이었습니다.

아내들은 남편의 엉뚱한 행동들을 죄다 고해 받쳤지요. 그러면 남편은 옆에서 얼굴이 벌개 져 소주잔을 홀짝홀짝 들이켰지요. 어쨌든 아프다니 걱정입니다.

 

  

 “병 의심 징후는 없었어요?”
“3월부터 배가 살살 아프다 그러대. 그 땐 병원에 가 하고 말았지.”

“저도 ‘병원에 가’ 하는데,
그러면 안 되겠네요. 병원에선 뭐래요?”

“췌장암 가능 수치가 높데. 정밀검사 하자는데 서울 큰 병원으로 옮기려고.”

“결과가 잘 나와야 할 텐데, 별 일 없을 거예요.”
“못난 남편 만나 고생만 죽어라 했는데, 살만하니 아프면 안 되지. 최고 명의 붙여 각시 살려야지.”

독백처럼 말하는 지인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더군요. 지난 10일, 이 이야기를 듣고 병문안을 아직 가지 못했습니다.

어제 저녁에 부부가 병문안 갈 참이었지요.
그런데 어제 아침 8시경에 메일이 왔더군요.

“오늘 아침 병원 퇴원해 서울 가네.
내일 서울 ○○병원 전문의 진찰예정이야.”

헉, 아침에 서둘러 병원으로 갔습니다. 갔더니 퇴원수속 끝나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대요. 지인 아내 얼굴이 좀 상했대요. 지인은 아내와 집에 들렀다 서울로 간다더군요.

 

부부는 이런 사이지요.

 

 “빨리 서울 가서 안정을 취해야지 집은 뭐 하러 가요?”
“혹시 모르니, 집에 가서 각시 목욕도 좀 시키고, 물건도 좀 챙기려고.”

지인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데요. 결혼 후 고생한 아내를 깨끗하게 목욕시켜 데려가고 싶었나 봐요. 아내를 향한 남편의 애절한 사랑이 그대로 전해오대요.

아마, 지인은 아내 몸을 씻기면서 절절한 사랑으로 눈물 흘렸을 게 분명합니다.

어제 오후, 지인은 그의 아내와 함께 서울로 떠났습니다. 이동하는 내내 아무 일 없기를 빌고 또 빌었을 겁니다.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라지만 아무 일 없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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