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 보이는데. 키 높이 깔창은 얼마나 높은 거야?”
굽 높은 신발과 키 높이 깔창으로 키 만회될까?
주말, 자전거 축제에 다녀 온 아내와 딸 무엇인가를 사왔더군요. 자전거 탄 후 엄마가 부상(?)으로 사줬다나요.
알고 보니 옷 몇 벌을 한꺼번에 장만했더군요. 그리고 운동화까지 샀더군요. 거기에 키 높이 깔창까지 구입해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
새 옷을 입고 거울 앞에서 이리보고 저리보고 하더니 말을 걸더군요.
“아빠, 저 어때요. 어울려요?”
“쥑이는데~. 우리 딸 패션쇼에 나가도 되겠는데~”

키 높이 깔창용 신발이 있더군요.
“커 보이는데. 키 높이 깔창은 얼마나 높은 거야?”
이번에는 신발 자랑입니다.
“아빠, 새 운동화는 어때요. 멋있고 예쁘죠?”
“그래. 키 커 보이는데. 키 높이 깔창은 얼마나 높은 거야?”
“2센티미터는 될 거예요. 키 높이 깔창 사려고 여기저기 갔는데 없어서 혹시 싶어 1000원 샵에 갔더니 있대요. 얼마나 반갑던지~”
“아무 신발이나 키 높이 깔창을 깔 수 있는 거야?”
“아뇨. 이 운동화 보세요. 다른 신발은 발목을 덮는 게 짧아 키 높이 깔창을 깔면 발이 신발 밖으로 삐져나와 불편해요. 그런데 이 운동화는 뒤가 높아 불편하지가 않아요.”
마법(?)의 키 높이 깔창을 이날 처음 봤습니다. 어쨌든 딸과 대화를 나누긴 했는데 마음 한쪽에 뭔가 걸리더군요.

신발과 키 높이 깔창으로 커 보이려는 딸, 이게 맞는 걸까?
굽 높은 신발과 키 높이 깔창으로 작은 키 만회될까?
초등학교 6학년인 딸은 키가 작습니다. 집에 놀러오는 친구들과 서 있으면 머리 하나가 작지요. 그래, 적당한 시간에 자기, 충분히 먹기, 줄넘기 등 키 크기 프로젝트(?) 중입니다. 이를 하지 않을 때 잔소리에 시달립니다.
“얼굴 못나면 성형수술이라도 할 수 있는데 키는 힘들다. 봐라, 새 옷을 입어도 쭉쭉빵빵 늘씬한 사람과 짜리몽땅 작은 사람의 간지는 완전 다르지. 키 크려면 충분히 자고 잘 먹고 하는 수밖에 없어.”
아내의 이 잔소리 때문에 마음 한쪽이 걸린 겁니다. 아이가 키 크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굽 높은 신발과 키 높이 깔창으로 작은 키를 만회(?)하려는 것 같아서요. 우리 속담에 ‘눈 가리고 아웅’이란 말이 있습니다. 아내와 딸 기분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런데 아직 커 가는 아이에게 임시방편으로 키 높이 신발을 산 행동이 현명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또한 작으면 작은 대로 현실과 부딪쳐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데, 어째 돌아가는 걸 배우는 것 같아 좀 찜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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