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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6.04 남자들이 젊고 예쁜 여자에게 다가가 묻는 이유

곡성 세계장미축제 현장에서 떠올린 죽일 놈의 ‘사랑’
장미는 왜 붉게 피는지, 그 이유 알고 싶어?
부부, 또 다시 새롭게 프러포즈 하는 남편은…

 

 

 

 

 

 

 

 

 

 

 

 


“당신이 여자들의 로망을 알까?”

 

 

지난 토요일, 전남 곡성 세계장미축제장에서 아내는 알듯 모를 듯한 말을 던졌습니다. 잠시, 장미 좋아하는 아내와 함께 곡성 기차마을 장미공원에 온 취지가 무색했습니다. 무슨 의미로 이런 말을 했을까? 생각할 틈도 없이, 국적 불문 형형색색 장미를 둘러보았습니다.

 

 

     내가 정말 장미를 사랑한다면


                                                    복효근

 

  빨간 덩굴장미가 담을 타오르는
  그 집에 사는 이는
  참 아름다운 사람일 거라고 생각한다
  낙엽이 지고 덕굴 속에 쇠창살이 드러나자
  그가 사랑한 것은 꽃이 아니라 가시였구나
  그 집 주인은 감추어야 할 것이 많은
  두려운 것이 많은 사람이었구나 생각하려다가
  지극히 인간적인 사람이구나 생각하기로 했다.

 

 

2년 전, 꽃 좋아하는 아내와 함께 찾았던 곡성 기차마을 장미공원. 이곳 장미는 그때보다 더 붉었고, 더욱 탱탱한 아름다움을 자랑했습니다. 게다가 시든 장미를 수거하는 관리인까지 두면서 아름다운 장미꽃만을 보이고픈 마음을 표현하는 걸 보면 ‘관리에 애 많이 쓰는 군’으로 읽혔습니다. 역시 꽃은 꽃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습니다.

 

 

 

 

 

 

 

 

 

장미는 왜 붉게 피는지, 그 이유 알고 싶어?

 

 

“꽃 앞에선 사진 안 찍어!”

 

 

사람들 화려한 장미를 배경으로 사진 찍느라 정신없습니다. 어떤 여자들은 위 말처럼 그런다대요. 이유는 “예쁜 꽃 앞에서 사진 찍으면 꽃만 빛나지 자신은 빛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노래에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고 합니다. 내면은 그렇지 않다손 치더라도, 실상 외면은 꽃이 훨씬 아름답지요.

 

 

       장미는 왜 붉게 피는지


                                       김용화

 

  이 번 여름에
  사랑을 하고 싶다
  야한 티 하나 사 입고
  낯선 여자와 낯선 거리에서

 

  낯설지 않은 사랑을 하고 싶다

 

  장미는 왜
  붉게 피는지
  낯선 거리에서 묻고 싶다

 

 

시인은 열정적인 사랑이 무척이나 고팠나 봅니다. 그것도 낯익음에 길들여진 사랑보다 새롭게 다가오는 낯섦에 대한 그리움이 간절했나 봅니다. 역설이지요. 그러니까 시인은 익숙한 사랑도 신선한 변화를 추구하는 핏빛처럼 붉은 장미 같은 사랑을 꿈꾸는 중입니다. 왜 안 그러겠어요. 사랑은 누구나 익숙하지 않은 열정이길 바라는 게지요.

 

 

“우리도 여기서 사진 한 장 찍을까?”

 

 

꽃의 여왕이라는 장미 앞에서 아내까지 사진 찍길 마다 않더군요. 아마, 장미의 아름다움에 비교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인정한 때문이지 싶네요. 기다려야 했지요. 사진 잘 찍을 거 같은 사람을. 이럴 때 일 순위는 사진기 들고 다니는 사람이지요. 그래야 구도까지 잘 잡혀 ‘사진 잘 찍었네, 못 찍었네!’ 군말이 없는 편이니까. 하지만 허당이 있다는 거 잊지 않길.

 

 

 

 

 

 

 

 

 

남자들이 젊고 예쁜 여자에게 다가가 묻는 이유

 

 

“여자는 나이가 적든 많든 로망이 있어. 저게 여자들의 로망 중 하나야.”

 

 

아내는 은연 중 자신의 로망을 밝혔습니다. 그렇지만 무심한 남편이 아무리 눈 비비고 둘러봐도 여자들의 로망일 만한 것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에구 에구. 대체 무얼 보고 로망이라는 건지…. 그렇다고 대놓고 물을 수도 없는 노릇. 그랬다간 “각시한테 관심이 있네! 없네!” 타박할 게 뻔한 상황. 예기치 않게 돌파구가 생겼습니다.

 

 

“어머, 저 할머니도 머리에 화관을 썼네.”

 

 

아~! 아내가 가리킨 것은 머리를 두른 꽃 장식의 띠, 플라워 밴드(Flower Band)라는 ‘화관’이었습니다. 아내의 로망 타령에 잔뜩 긴장했는데, 참나~ 난 또 뭐라고. 아내도 약간 맛이 간(?) 여자들이 머리에 두른다는 그 꽃 왕관을 쓰고 싶었을까? ‘퍽’이나 하고 싶었군, 생각하니 ‘팍’ 김새는 소리가 ‘픽’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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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당신 저게 쓰고 싶은 게야?”
“엉. 나도 용기내서 하나 써야겠어. 당신이 저거 사줄 거지?”

 

 

소망을 들어줘야 했지요. 남편들 알지요? 거부했다가는 뒤끝이 오래 간다는 거. 그런데 변수가 생기더군요. 위에서 김용화 시인이 읊었던, ‘낯선 여자’에게 말 걸 기회가 생긴 겁니다. 그렇더라도 아무 여자에게 물을 순 없지요. 이왕이면 젊고 예쁜 여자에게 다가가 묻는 건 남자들의 본능이지요. ㅋㅋ~

 

 

“화관 어디서 구입했어요?”

 

 

더 재밌었던 건, 이 물음에 대한 반응입니다. 일면식도 없는 남자가 화관 쓴 여자들 아무에게나 물었는데도 그 반응이 한결 같다는 점입니다. 답하는 여자들 모두 얼굴에 급 화색이 돌고 무척이나 반기며 친절을 보였다는 거. 한 번도 말 나눈 적 없는 사이에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요. 그래서 아내가 여자들의 로망이라고 했을까, 싶을 정도데요.
 

 

 

 

 

 

 

 

 

 


부부, 또 다시 새롭게 프러포즈 하는 남편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꽃 왕관을 구입했다는 기차마을 정문 입구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반가웠습니다. 가던 길에 길거리에서 사랑 더하기 공연 중인 가수 ‘수와 진’을 만났습니다. 심장병 불우이웃돕기 자선공연이었지요. 그는 노래 부르는 중에도 성금 내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감동이었습니다. 얼마나 피곤했을까? 아빠 어깨를 차지한 아이 얼굴에 그려진 페이스페인팅에 웃음이 나왔습니다.

 

 

“딱이네, 딱이야!”

 

 

머리 위에 화관을 씌워주며 내뱉는 남자의 말. 그 모습에서 이런 상상 했지요. 비록 오래 함께 살아왔던 부부일지라도, 또 다시 새롭게 프러포즈 하는 남편과 아내….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들은 화관을 파는 남자와 화관을 사려는 여자일 뿐이었습니다. 그래, 아내에겐 내가 씌워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하려니 안 되더군요. 이게 뭐라고, 나 원 참!

 

 

“여보, 어떤 게 더 예뻐?”

 

 

남편이 예쁘다는 건 왜 그리 번번이 피하는지. 아무래도 남편의 눈썰미를 익히 아는 탓이려니 했습니다. 그러게요. 제 눈에는 아내가 뭘 해도 다 예쁘니까 말입니다. 어렵게 보라색 화관을 선택한 아내는 행복해 하면서도 아쉬워했습니다. 장미공원 산책을 마무리 할 즈음에 화관을 두르고 있는 게 못내 아쉬웠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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