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장편소설] 비상도 1-7

 

“스승님, 아무리 그래도 그건…….”
“그놈을 찾지 못하면 잃는 것이 너무 많으니라.”

 

 

 

 동해는 무서우리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하였고 그것이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는 그가 무예에 타고난 천부적인 소질이 크게 한몫했다.

 

 

 비상권법은 결코 사람을 상하게 하지는 않았다. 물론 사람을 단숨에 절명시킬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공격은 인체에 두루 흩어져 있는 급소를 노려 상대를 일시에 무력화 시키는데 있었다.

 

 

 흔히 혈(穴) 또는 경혈(經穴)이라고 하는 곳으로 인체에는 700여 곳이 넘는 급소가 있었으나 일반적으론 공격 대상이 되는 곳은 70여 곳이었다.

 

 10여년의 세월이 훌쩍 지난 어느 날 스님은 동해를 데리고 뒷산으로 올라갔다.

 

 

  “이 나무들이 무슨 나무인지 아느냐?”
  “자작나무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
  “오늘부터 이 나무 네 그루를 네가 죽이 거라.”

 

  “네?”
  “너의 열 손가락과 두 발로 이 나무들이 낙엽을 떨구기 전까지 모두 죽여야 하느니라.”

 

 

 아름드리나무이기도 했지만 한창 물이 오를 데로 오른 질기기로 소문난 나무였다.

 

 

  “스승님, 아무리 그래도 그건…….”
  “나는 진백목(秦白木)으로 하였느니라.”

 

 

 진백목은 흔히 물푸레나무라고도 하는 것으로 나무가 질기고 단단하여 옛날에는 도리깨를 만들어 썼으며 지금도 야구방망이와 스키를 만들어 쓰는 주재료였다.

 

 동해가 나무 네 그루를 죽였을 쯤에는 그의 몸놀림은 전광석화와도 같았다. 

 


 눈을 뜨고 가만히 보고 있어도 보이지 않을 만큼 찰나에 급소 두서너 군데를 찍어 눌렀고 그 힘은 손가락 끝으로 생나무를 찔러 구멍을 내는 무서운 내공을 가지게 되었다.

 

 

  “문(文) 없는 무(武)는 생각 없는 승냥이와 같으니라.”

 

 

 스님의 이 말씀은 동해를 꾸준히 책상머리에 앉게 만들었다. 이제는 남재 형에 관한 일도 그의 뇌리에서 서서히 잊혀져갔다.

 

 

 스님께서 외출 하시는 날이 부쩍 잦아지던 어느 날 수련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형 방문 앞에 스님의 신발이 놓여 있었다.

 

 

 잠시 후 방안에서 피리소리가 들렸다. 형의 피리를 스님께서 불고 계셨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 때 스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들어오너라.”

 

 

 요즘 들어 스님 방에서 술병이 보이는 날이 잦았다. 오늘도 스님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남재를 찾아야 한다. 그놈을 찾지 못하면 잃는 것이 너무 많으니라.”

 

 

 순간 동해는 방망이에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껏 그를 잊고 있었던 송구함에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스님께서는 아직까지도 형을 잊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형의 고모님께서 당부하신 말씀을 지키지 못한 자책이기도 했지만 독립투사의 손자를 그렇게 놓아 보낸 이 나라에 대한 섭섭함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허락 없이 불법으로 인용하거나 사용하는 것은 불허하며 고발 조치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출판 의뢰 및 드라마, 영화에 관심 있는 분들의 연락 환영합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장편소설 연재

 


비 상 도 1-1

                                                                       

 

 어느 듯 산중턱에도 간디의 초상을 닮은 마른 나뭇잎이 등허리가 굽은 채 떨어져 내렸다.

 

 평소 같으면 떨어지는 나뭇잎을 그대로 두었을 것을 비상도는 괜스레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쓸었다.

 

 

  “손님이라도 오시려나?”

 

 

 아침부터 까치가 요란하게 울어댄 까닭이었다.

 마침 그때 학교에서 돌아오던 용화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집 안으로 들어섰다.

 

 

  “스승님, 돌아오는 길에 어떤 소경이 피리를 불고 있었습니다.”
  “어디서였느냐?”

 

  “읍내 시장 한 모퉁이였습니다.”
  “어떤 모습이었느냐?”

 

  “팔과 다리가 하나씩 없었습니다. 그리고 한쪽 눈마저 감긴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한 손으로 피리를 부는데도 소리가 절묘했습니다.”

  “그 소리가 아름다웠느냐? 아니면 한 손으로 부는 것이 신기하였느냐?”

 

  “소리도 좋았지만 한 손으로 부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비상도는 멀리 하늘에 시선을 모은 채 바람에 떠내려가는 구름 한 조각을 바라보았다.

 

 

  “그건 자전거를 한 발로 타는 것과 같다. 아마 그분이 두 팔을 가졌더라면 한 손으로 피리를 불지는 않았을 것이야.”
  “그건 왜입니까?”

 

  “두 발을 가진 사람이 한쪽 다리로 자전거를 젓는 것을 너는 본 적이 있느냐?”
  “….”

 

  “그 소리가 틀림없이 슬펐을 것이니라. 그 마음의 소리를 들여다보아야 하느니.”

 

 

 비상도는 그 말을 하고는 방으로 들어가 어릴 적에 남재 형이 즐겨 불렀던 피리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눈을 감고 피리를 불고 있을 형의 모습을 떠올렸다.

 

 오래 전의 일들이 마치 어제의 일처럼 선명하게 그의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제트기가 지나간 하늘에 하얀 구름길이 열린 어느 청명한 가을날 오후였다.

 

 동해는 한 시간 가까이 바위에 걸터앉아 비행기가 사라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고 어디선가 불어온 한 자락 바람이 툭 하고 굴밤나무를 건드렸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청설모 한 마리가 떨어진 굴밤을 입에 물고는 그것을 나무 덤불 속에 숨기고 때로는 돌 틈 사이에 밀어 넣었다. 바로 그때 아래에서 스님의 발자국소리가 들렸다.

 

 

  “무얼 보고 있었느냐?”
  “청설모가 굴밤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너는 그놈이 자신이 숨긴 것을 다 찾아낼 거라 생각하느냐?”
  “그건….”

 

  “열 개를 숨기면 겨우 절반을 찾아 낼 뿐이니라. 그것이 자연의 모습이니라. 때로는 망각이 만물을 키우느니….”

 

 

 동해는 여지껏 스님께서 먼저 자신에게 말씀을 걸어오시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스님, 잡념이 저를 괴롭힙니다.”

 

 

 동해가 먼저 물으면,

 

 

  “마음이 있기 때문이란다. 너는 그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아느냐?”
  “잘 모르겠습니다.”

  “손가락 끝에 있단다. 가시로 손가락 끝을 찔러 보아라. 그날은 잡념이 생겨나지 않을 것이야.”

 

 

 늘 이런 식이었다.

 

 

  “사람이 경계해야 할 것이 무엇입니까?”

 

 

 남재 형이 물었을 때에도,

 

 

  “사람 마음속에 고약한 혹 주머니가 두 개 있으니 하나가 탐욕이고 다른 하나는 시샘이니라.”

 

 

 어느 날 산 아래 마을을 지나다가 밭에서 일을 하시는 농부들을 본 형이 스님께 말을 걸었다.

 

 

  “대체 사람은 얼마만큼 가져야 적당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때도 스님께서는 멀리 들판에 시선을 떼지 않은 채 혼잣말처럼 답을 놓았다.

 

 

  “남을 위해 쓸려고 하는 사람은 담는 그릇이 커야 하고 자신을 위해 쓸려고 하는 자는 그 그릇이 작야야 하는 게지.”

 

 

 형이 다시 물었다.

 

 

  “그러면 제 그릇은 얼마만한 것입니까?”
  “이놈아, 네가 언제 보여주기라도 했더냐?”

 

 

 가르침과 배움은 주로 이런 문답식이었다.

 

 그런데 어제 오후 늦게 집으로 돌아오신 스님께서는 묻지를 아니했는데도 동해에게 먼저 말씀을 걸어오셨고 곧바로 방으로 들어가신 후 흐느끼시는 소리가 밖에까지 들렸다. (다음에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변재환 씨의 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허락 없이 불법으로 인용하거나 사용하는 것은 불허하며 고발 조치될 수 있습니다.

 

 

 

비상도의 저자 고 변재환 님

댓글을 달아 주세요

BLOG main image
임현철의 알콩달콩 섬 이야기
각자의 인생사가 다 '섬'의 삶일 것입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알콩달콩 풀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때론 진짜 섬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요.
by 임현철

공지사항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587)
알콩달콩 섬 이야기 (141)
아름다운 여수 즐기기 (112)
알콩달콩 여행 이야기 (162)
알콩달콩 세상 이야기 (422)
알콩달콩 가족 이야기 (476)
알콩달콩 문화 이야기 (205)
장편소설 연재 (68)

달력

«   2019/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922,618
  • 69 57

임현철의 알콩달콩 섬 이야기

임현철 '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NM Media
Copyright by 임현철. All rights reserved.

Textcube TNM Media
임현철's Blog is powered by Tistory. Designed by Qwer999. Supported by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