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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붙이'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3.01.23 졸지에 맡게 된 장손과 장남 역할, 어쩔거나?

어머니께 집 지어드리는 아들의 숨은 사연
장남ㆍ차남, 남자ㆍ여자 구분이 어디 있을까?

 

 

 

 

지인이 어머니 집을 짓고 있습니다.

 

 

“집 짓고 있다.”

 

 

막걸리를 앞에 두고 이야기해서일까. 오랜 만에 만난 지인, 뜬금없는 말을 건넸습니다.

 

집이 없으면 모를까, 본인 소유의 건물과 아파트가 있는 그가, 집을 또 지을 리 만무했습니다. 필시 무슨 사연이 숨어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는 지난 해 4월에 형님 상을 당했습니다. 형님은 갑작스럽게 쓰러진 후, 급하게 손을 쓰긴 했지만 무의미하게 그 길로 일어나지 못하고 끝내 고인이 되었습니다.

 

 

그는 얼떨결에 신분이 상승되었습니다. 보잘 것 없던 한 집의 차남에서 한 집안의 장손으로. 장손의 위세가 하늘을 찌르던 조선시대로 치면 이건 엄청난 출세(?)였습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냉엄했습니다. 사업하던 형이 쓰러지자 사방에서 빚 독촉이 빗발쳤습니다. 선산과 밭 이외에도 어머니께서 사시던, 태를 묻고 자랐던 집마저 날아갈 돌발 변수가 생긴 것입니다. 그가 사태 수습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형님이 남긴 빚은 상황을 꼬이게 했습니다.

 

 

겨우 선산과 밭 등은 지켰으나 집은 건질 수 없는 실정이었습니다. 다행이 이모가 임시방편으로 집을 대신 구입해 준 덕에, 집에서 쫓겨날 위기는 모면했습니다. 형편 풀리면 다시 그 집을 되살 수 있을 거라는 기대 속에.

 

 

 

 

 

어머니께 집 지어드리는 아들의 숨은 사연

 

 

“피붙이가 무섭다더니, 이모가 이럴 줄 몰랐어. 남보다 더해.”

 

 

지난 해 말, 지인이 장탄식 했습니다. 그가 힘들게 토해낸 사연인 즉, 사정이 나아져 이모에게 집을 다시 사려는데 믿었던 이모가 시세보다 배를 요구한다며 한숨을 푹! 푹! 쉬었습니다. 이모에게 통사정해도 막무가내였습니다.

 

 

하여, 이종사촌에게까지 하소연해도 말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죄다 돈 밖에 모른다며 씩씩거렸습니다. 세상이 너무 무섭다면서. 그는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몰랐습니다.

 

 

세상이 무서울까? 돈이 무서운 게지. 문제는 이뿐 아니었습니다. 이모는 마침내 최후통첩을 내렸습니다.

 

 

“돈을 더 얹어서 집을 사던지, 아니면 다른 데 팔 테니, 알아서 해라.”

 

 

겨우 겨우 이모를 달래 위기는 넘겼으나, 문제는 당장에 챙겨야 할 돈이었습니다. 부담이었습니다. 결국 아파트를 팔았습니다. 어머니께서 사시던 집이 남에게 넘어가는 꼴은 지켜볼 수 없었습니다. 우여곡절을 넘긴 그가 한탄했습니다.

 

 

 

 

장남ㆍ차남, 남자ㆍ여자 구분이 어디 있을까?

 

 

어머니에게 효를 다하는 지인입니다.

 

 

“서울 사람은 피붙이고 뭐고 없는 거냐? 돈 앞에서는 피붙이가 남보다 더하다.”

 

 

서울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돈 앞에서는 부모고, 자식이고 다 필요 없는 냉정한 현실을 망각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엄마가 자식을, 자식이 부모를 버리는 천륜을 거스르는 소식 앞에 ‘어쩌다 요지경이 되었을까?’라며 비탄하던 심정을 떠올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도 아직 살만한 세상이니까.

 

 

“모든 문제의 출발은 자신이요, 그 해결책 또한 자신으로부터 나온다.“

 

 

성현들의 가르침입니다. 이를 뻔히 알면서도 세상이 어디 그렇던가. 사람에 흔들리고, 돈에 흔들리는 마련. 그래서 정체성을 강조하는 거 아닐까. 결론은 남 탓이 아니라 자기 탓이라는 겁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지요. 그는 현재 아내와 함께 쓰러져 가던 집을 헐고 홀어머니의 새집을 짓고 있습니다. 힘들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집은 오는 3월에 완성될 예정입니다.

 

 

그는 졸지에 맡게 된 장손이자, 장남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외동이 많은 현실에서 장남과 차남, 남자와 여자 구분이 어디 있을까 마는.

 

 

어쨌거나 그들 부부가 기특합니다. 그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옆에서 그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입니다.

 

 

“잘했다. 장하다.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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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인생사가 다 '섬'의 삶일 것입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알콩달콩 풀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때론 진짜 섬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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