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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고해성사, 친구 앞서 전한 ‘엽기 순정만화’
아래꽃섬에서 놓치지 않고 꼭 먹어야 할 ‘부추’
[섬에서 놀다] 여수시 화정면 아래꽃섬, ‘하화도’





꽃섬에는...

섬...

개망초 속에는...





꽃섬에 갔습니다. 아래꽃섬, 여수시 화정면 하화도입니다. 지난 5월엔 웃꽃섬. 상화도에 갔었습니다. 당시, 웃꽃섬을 걷는 내게, 아래꽃섬이 손짓하며 계속 물었었습니다. 눈치 없이 아내가 곁에 있는데도 애교 가득한 코맹맹이 목소리로.



‘건너편에서 보니 저 참 예쁘죠? 저에게 올 거죠?’



아래꽃섬의 유혹에 아내에게 오해받을까 안절부절 했지요. 그러면서도 혼자 설레었나 봅니다. 아래꽃섬이 눈에 밟히데요. 알고 보니 남자만 유혹한 게 아니었더군요. 부부, 아래꽃섬의 유혹에 못 이겨 길을 나섰습니다. 아내의 여고 동창 등과 함께. 아래꽃섬, 하화도.



그 섬에 가는 이유인 것 같은,

임호상 시인의 신작시집 <조금새끼로 운다>에 수록된 ‘그냥’ 한 수 읊지요.



아래꽃섬 하화도에 도착...

노란 괭이밥...

해학적 벽화에 웃고...




        그  냥


                             임호상


    아내가 물었다 왜?
    그냥


    딸이 물었다 아빠 왜?
    그냥


    건성으로 대답한 것 같지만
    가장 깊고 정다운 말
    그냥


    그냥 좋다 그 말이

    당신처럼


    이유 없이 그냥 좋다



산책 가는 길...

꽃섬의 유혹...

물고기 색이 상상을 발휘합니다...

꽃섬의 추억...




결혼 19년 만에 처음 아내 여고 동창생을 만나다!



아래꽃섬, 하화도는 드나듦이 여유롭습니다. 웃꽃섬 상화도와 달리 배편이 더 있어서지요. 지난 6일, 아래꽃섬에 내렸습니다. 일행을 반기는 벽화가 반갑습니다. 돌담에 그려진 뒷일과 물고기 그림이 재밌어 피식 웃음 짓습니다. 물고기 색, 참 예쁘게 칠했습니다. 아마, 화가 머릿속에 자신만이 상상하는 물고기가 있나 봅니다.



“오늘은 등산이 아니라 산책입니다.”



뭐에 쫓긴 듯 앞만 보고 죽어라 걷는 ‘등산’은 사양입니다.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자연과 소통하는 ‘산책’이 좋습니다. 아래꽃섬 탐방로로 올라드니 발전소가 있습니다. 하화도 태양광 발전시스템이라네요. “공해 없고 고갈되지 않는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도서 주민의 쾌적하고 안정된 전기 공급을 위해 1988년 국내 최초로 설치된 발전시스템”이랍니다.



“얘, 여고 다닐 때 어쩐지 알아요?”


“오늘, 결혼 19년 만에 처음으로 아내의 여고 동창생을 만났어요.

그러니 평이 어쩐지 알 턱이 없죠.”



“대학 때까지 자주 만났답니다. 졸업 후 연락이 끊겼지요.

다른 친구는 다 찾았는데, 얘만 못 찾았어요.

얘가 작년에 고등학교 담임선생님께 연락했나 봐요. 덕분에 만났지요.”


“아내의 여고시절 이야기나 함 들어봅시다.”




제가 아는 아내의 추억담 속에는 과일 서리, 미꾸라지 잡기, 나무에서 떨어지기, 소꼴 먹이기 등 생각지도 못한, 건강한 장난 꾸리기 ‘쟁 맞은 여자’가 들어 있습니다. 그래, 더 들어보나 마나지요. 아내가 말 틈을 비집고 훅 들어왔습니다.



“우리가 하도 떠들어 실장이었던 얘가 선생님께 대표로 많이 맞았어.

그래도 우리한테 화풀이 않고 혼자 울던 착한 친구였지.”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아래꽃섬에 들어선 태양광 발전시스템입니다.

아내 벗...

꽃섬은 동화입니다...




아내의 고해성사, 친구 앞서 전한 ‘엽기 순정만화’



아내의 여고 친구와 함께 섬 산책 속에서 나누는 이야기는 한편의 ‘엽기 순정만화’였습니다. 만화에 반전 하나 없으면 심심하니 인기 없지요.



“우리 담임선생님은 대학 졸업 후 막 부임한 국어 샘이었어요. 여고에 온 아주 잘생긴 남자 샘, 인기 ‘짱’이었지요. 그때부터 다들 국어 공불 열심히 했어요. 그 샘이 하루는 친구들과 가정방문을 한다지 뭐예요. 난 친구와 자취하고 있었죠. 근데 집에 오는 선생님께 뭘 드릴까? 엄청 고민되데요. 당시엔 몰랐던 샐러드를 드리기로 하고 정성껏 만들었어요. 귀한 마요네즈까지 얹어서.



근데, 요리하다가 그걸 땅에 엎었지 뭐예요. 시간은 없지. 자취생이 새로 재료 살 돈도 없지. 땅에 엎은 걸 주워 씻어서 다시 해 드시라고 내놨어요. 근데, 그것도 모르고 선생님과 친구들이 엄청 맛있게 먹데요. ㅋㅋ~. 자취했던 친구랑 이 이야길 무덤까지 갖고 가자했어요. 저번에 친구들 만났을 때 이 이야길 했더니 난리대요.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더런 년, 나쁜 년이라고. ㅎㅎ~^^”



아내의 고해성사는 귀여운 엽기 이야기였습니다. 어쨌거나, 여고 친구 만난 여인들은 웃음꽃 만발입니다. 이미 과거 청초했던 여고 시절로 돌아간 거죠. 그 모습을 보며 한 가지 다짐했습니다. 그건 부부가 함께 가꿔야 할 부부의 미래였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후, 과거를 생각하며 행복한 웃음 지을 추억거리를 성심성의껏 만들어야겠다는.



추억 만들기...

며느리밑씻개. 이름 바꿔야겠어용~^^

어쭈구리...




아래꽃섬에서 놓치지 않고 꼭 먹어야 할 ‘부추’



느릿느릿 느림보 산책하다 보니 점심시간이 넘었습니다. 아래꽃섬에 올 때 아무것도 사지 않았습니다. 특별히 노린 게 있었지요. 아래꽃섬 특산물로 전국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남자들의 보양식이자 피를 맑게 한다는 ‘부추’였습니다. 아래꽃섬에서 부추 요리와 막걸리 마실 희망에 부풀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출발 전, 백야도 손 두부를 샀을 겁니다.



“우선 막걸리 두통 주시고요. 부추 전 두개, 부추 오징어무침 하나. 그리고 밥 주세요.”



하화도 명물 부추전과 막걸리...

부추전에 또 부추를 얹어 한 입...

푸짐한 시골 밥상입니다...

 

부추 오징어무침입니다...




마을 입구, 내시는 음식점에 들었습니다. 경로당 할머니들의 수고와 맛을 아는 지라 팍팍 시켰지요. 눈 깜짝할 사이, 막걸리와 부추전이 사라졌습니다. 부추무침, 돌산 갓김치, 미역무침, 총각김치, 열무김치에 된장국이 나왔습니다. 이어 부추 오징어무침, 다시 부추전 하나가 나왔습니다. 푸짐하대요. 진수성찬 앞에서 추억이 빠질 리 없지요.



“우리 학교 다닐 때 잔디 씨 갖고 와라 많이 했잖아. 그걸 열심히 훑어 모아 학교로 가져가다, 어쩐지 알아? 하필 풀밭에 넘어져 잔디 씨가 다 흩어졌지 뭐야. 그걸 어떻게 주워. 그래, 다른 놈들도 넘어지라고 풀을 꽉꽉 묶었지, 크크.”



요, 잔디씨에 얽힌 아내의 추억이 재밌습니다...




음식에 이야기 양념이 추가 되니 막걸리 맛이 더욱 납디다. 암튼, 아내 친구를 만난 후 없었던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습니다. 지인 왈, 이렇게 겁을 줍니다.



“여자들이 나이 들어 친구 만나다 보면 남편에게 잔소리가 많아진다. 열심히 이것저것 봉사하는 남편이 깔끔히 옷을 입어도 왜 이 옷 입었냐? 저 옷 입어라 하고 참견에 까칠해진다. 좀 기다려 봐라.”



에이~ 설마~~~. 설마가 사람 잡을까요?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제 아내는 안 그러길 바랄 뿐! 꽃섬이 방긋 웃었습니다.




아래꽃섬 하화도 선창서 본 웃꽃섬 상화도.

아래꽃섬 마을...

태양광 발전시스템...

붉은 괭이밥...

정자에서 본 웃꽃섬...

엉겅퀴...

꽃섬이 맞네용~^^

시원한 전망대...

꽃섬에서 꽃처럼...

바닷가의 해학...

은은한 인동초꽃 향이 아직도...

바닷가에서 웃꽃섬을 보며...

그래 괜히 꽃섬이 아니랑께~~~

여인을 유혹하고...

아래꽃섬의 명물 부추입니다.

요게 뭔 꽃이더라?

그림입니다...

추억의 다알리아...

산책 후 정리정돈?

벽화가 예술입니다...

맛있는 요리를 해주신 경로당 할머니들입니다.

금낭화...

부추는 정력제이면서 피를 맑게 한답니다...

돌산갓김치가 삭큼...

누굴 잊지 못하는 걸까?

막걸리 한 사발의 추억...

별꽃 속으로의 섬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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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lmovxad2m.tistory.com BlogIcon 졍여샤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목만 보고 너무 로맨틱해서 들어왔어요ㅎㅎㅎ 즐거운 여행분위기가 사진에서도 물씬 풍기는 것 같아요. 저도 빨리 가족과 함께 여름휴가 떠나고 싶네요ㅎㅎ!

    2016.06.13 12:19 신고

섬에게 바람맞은 부부, 기어코 승부수를 던지다!
신혼 아닌 부부, 섬에 같이 가면 무슨 흥이 날까?
꽃섬 숲속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전투, 누가 이길까?
꽃섬 상화도, 관광 전략상 ‘찔레꽃’으로 특화 필요





웃꽃섬에서 보는 여수 바다 경관이 압권입니다.



돌담에 지붕을 고정하는 줄까지, 섬 답습니다.



웃꽃섬 상화도 마을입니다.





“당신 낼 뭐해?”



아내의 물음. 뜸을 들였습니다. 같이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는 깊은 바람 앞에. 아내는 연구대상입니다. 올해 결혼 19년차인 남편이랑 아직도 같이 하고픈 게 있을까?


안 그러더니 갑자기 부쩍 같이 뭘 하려고 안달입니다. 대체, 뭐가 찔리는 걸까. 하여튼, 아내가 고맙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백야도 선착장에 차와 사람이 뒤엉켰습니다.



웃꽃섬 상화도 산책로 걷기 두 말하면 잔소립니다다.






섬에게 바람맞은 부부, 기어코 승부수를 던지다!



“지난주에 우리 섬에게 바람 맞았잖아. 낼 만나러 갈까?”



섬에게 바람 맞았다니, 참 멋진 표현입니다. 이렇게 멋스런 여인의 제안을 어찌 마다하리오! 밀당 자체가 필요 없지요. 실은 섬이 아닌 배에게 바람 맞았지요. 배표가 없어 승선 자체를 못했으니.


임호상 시인의 신작 시집 『조금새끼로 운다』에 실린 ‘섬’ 한 수 읊지요.



          섬
                       임호상


    조물주가 실수로 깨트린
    파편 같은 것
    우연히 이곳에 박힌 거야


    아니, 파도처럼 뛰는 당신의 심장에
    승부수를 던진 거야
    한번 허락하면
    평생을 그렇게
    발목 잡혀 살 줄 알면서
    내 모든 걸 단단하게 다짐하고 던진 거야



임호상 시인의 시어(詩語) ‘실수’, ‘우연히’, ‘허락’에 주목합니다. 이걸 ‘운명’으로 읽습니다. 그래선지, 섬은 마음의 고향입니다. 어머니 같이 보듬어 주는 포근한 곳입니다.


또한 내게 ‘발목 잡힌’ 아내처럼 아낌없이 몸을 내어주는 성(性)스런 곳이기도 합니다. 지난 5일, 아내와 함께 간 곳이 여수 화정면 상화도, 일명 ‘꽃섬’입니다.




괭이밥입니다.



봄이 나무에 내려 앉았습니다.





신혼 아닌 부부, 섬에 같이 가면 무슨 흥이 날까?



오전 8시, 여수시 화정면 백야도. 선착장에는 사람과 차가 뒤죽박죽. 이곳은 돌산 신기항과 마찬가지로 대형 주차장 마련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주말과 연휴에는 언제나 붐비기 때문입니다.



이는 금오도 방면과 하화도, 사도 등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이지요. 이를 뻔히 알면서도 늦장을 부렸더니 표는 벌써 마감. 에구 에구, 배는 이미 저만치 가고 있습니다.



하화도 가는 배는 30분 간격으로 있어 괜찮습니다. 하지만 제도, 개도, 상화도, 사도, 낭도 등에 가려면 3시간 30분을 기다려야 합니다. 섬 여행은 배 놓치면 젬병입니다.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고, 시간 때우는 최상의 방법이 있지요.


그것은 화정면 백야도 등대 일대 산책과 함께 화양면 장등 부근 ‘장수만’에서 푸짐하고 맛있는 ‘바지락 칼국수’를 먹는 겁니다. 아점이지요.




철부선입니다.





11시 30분, 철부선에 올랐습니다. 배에 오르니 기분 째집니다. 신혼도 아닌 볼 장 다 본 부부가 섬에 같이 가면 무슨 흥이 나냐고요? 뭘 모르는 말씀. 남자든 여자든 삶은 마음먹기 나름.


여행갈 땐 호랑이 같은 아내가 아니라, 애교 넘치는 애인이거니 생각하면 최고지요. 아내인들 다 늙은 남편과 같이 움직이는 게 좋겠습니까! 같이 움직여 주는 각시라도 감지덕지지요.



배는 제도, 개도, 하화도, 상화도, 사도를 거쳐 낭도에 닿습니다. 목적지인 상화도는 관광객이 몰리는 하화도, 사도와 달리 아주 한산합니다.


실제로 이날 하화도 등은 사람이 무더기로 내리는데 반해 상화도는 8명이 내렸습니다. 그만큼 여유롭습니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산책로가 나옵니다. 어디부터 돌까? 마음 가는대로 움직입니다.




바다와 어울린 집...



바다와 조화 이룬 생활 도구들...





꽃다운 19세에 꽃섬으로 시집 온 이유, 척 알겠네!



상화도는 “지형이 소 머리 같이 생겼다” 하여, 한 때 ‘소섬’으로 불렀답니다. 지금은 ‘꽃섬’이라 부릅니다. 꽃섬은 두 개입니다.


상화도가 ‘웃꽃섬’. 하화도가 ‘아래 꽃섬’이지요. 꽃섬으로 부른 이유는 “동백꽃과 섬모초, 진달래꽃이 섬 전체에 만발했기 때문”이랍니다.


그래 설까, 온통 들꽃 천지입니다. 별꽃, 괭이밥, 염주괴불주머니, 고들빼기, 쥐오줌풀, 보리딸기 등 봄꽃이 만발합니다.



처음부터 섬을 빙 돌면 재미없을 것 같습니다. 하여, 동네를 가로질러 절반씩 팔자 형태로 돌기로 합니다. 동네로 들어서자 돌담이 눈에 확 띱니다. 찔레와 아카시나무의 은은한 꽃향기가 섬을 휘감습니다.


꽃과 바다, 돌담과 바다, 섬과 바다, 집과 섬, 보이는 모든 것이 그림입니다. 아내, “눈이 즐겁다”“원 없이 안구 정화한다!”고 반깁니다. 역시 여인은 여인입니다.



해풍쑥을 캐는 정경엽 할머니입니다.



“팔라고 쑥 캐요. 멍허니 집에 있느니 몸을 놀리는 게 건강에 좋아요.”



정경엽(87) 할머니께서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시며 건강 탓을 합니다. 변명하는 모습에서 자식들이 힘든데 일 그만하시라고 많이 잡았음을 봅니다. 정 할머니는 “19살에 개도에서 웃꽃섬으로 시집”왔답니다.


대개 섬사람들은 육지로의 탈출을 꿈꾸기에 섬으로의 이동을 꺼립니다. 그럼에도 웃꽃섬으로 시집오신 걸 보면 젊은 날 남편 분이 꽤나 멋졌나 봅니다. ‘사랑’은 뭐든 눈멀게 하지요.


그랬는데 “남편이 6년 전, 딸 셋과 아들 둘을 남기고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할머니께서 밭일에 열심인 것은 아마 기댈 남편이 없는 쓸쓸함이 한 몫 거드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쑥이 많네요.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해풍 쑥‘입니다. 웃꽃섬은 ’쑥‘, 아래 꽃섬은 ‘부추’로 특화되어 있습니다.




꽃섬에서의 이런 모습은 자연스런 풍경입니다.



나무를 오르는 덩쿨식물, 이 모습의 연속입니다.





꽃섬 숲속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전투, 누가 이길까?



마을 언덕에서 야영장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흙길을 따라 걷습니다. 덩굴식물들이 소나무 등의 나무를 타고 오르고 있습니다. 그 풍경에서 우거진 여름 속 녹음을 떠올렸습니다. 새소리가 귀를 간질거립니다.


숲 속의 신선한 공기와 은은한 향이 몸에 찌든 스트레스를 앗아갑니다. 어느 새 데크 길이 나옵니다. 우거진 숲 속 낭떠러지 길을 걷기 위한 호구지책입니다.



무심코 걸었는데, 놀라운 풍경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장난 아닙니다. 목숨을 건, 소리 없는 치열한 전쟁 중입니다. 숲 속에서 벌어지는 생각지 못했던 싸움에 어안이 벙벙합니다.


왜? 숲은 상생의 현장이어야만 한다고 여겼을까, 싶었습니다. 정신 차려야 했습니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살폈습니다. 승패는 이미 기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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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쿨식물 천지입니다. 이건 소리없는 전쟁입니다.



덩쿨식물과 나무의 싸움 끝에 덩쿨식물이 이겼습니다! 그러나 같이 죽어가더군요.



눈으로 보기에는 예쁘기만 한데 속으로는 치열한 전투 중, 자연 학습장입니다.



김지어 콩란까지 나무를 기어오르더군요...





한 눈에 봐도 마삭 줄, 담쟁이, 겨우살이 등 덩굴식물들 승리였습니다. 먹이를 낚아 챈 뱀이 먹잇감을 칭칭 감아 질식사 시키듯 나무를 타고 기어오른 덩굴식물들이 소나무를 뚤뚤 말아 꼼짝 못하게 합니다.


죽음을 피하기 위해 살아 보겠다고 작은 키를 크게 키웠는데도 덩달아 덩치를 키운 덩굴나무가 더욱 의기양양합니다. 점령군이 따로 없습니다. 콩란까지 점령군에 가세한 모양새입니다.



어떤 소나무는 이미 말라 비틀어졌습니다. 더 이상 버디지 못하고 아예 죽은 겁니다. 그런데 소나무를 감쌌던 덩굴식물까지 함께 죽었습니다. 나무 수액을 빼먹고 사는 만큼, 본 나무를 살렸어야 하는데, 혼자 살려다보니 자기도 몰래 같이 죽은 겁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광경입니다. 혼자 돈 벌겠다고 환경을 파괴하는 아둔한 중생을 보는 느낌이랄까.



숲의 생성 및 소멸과 연관된, 나무 사이의 싸움은 한편으로 사람에겐 이익입니다. 나무끼리 싸움에서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서로 내뿜는 항균 독가스가 우리네 인간에겐 ‘피톤치드’이기 때문입니다.


나무들의 전쟁에서 소나무가 일방적으로 지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나 봅니다. 야영장을 돌아 나오면서 소나무에 패한 덩굴식물을 보고 쾌재를 불렀지요. 웃꽃섬, 상화도는 완전 자연학습 체험장이었습니다.




소나무가 이겼습니다. 쾌재를 불렀지요...



싱그러움이 넘쳐납니다.



소나무도 한창 꽃을 피우는 중입니다.






꽃섬 상화도, 관광 전략상 ‘찔레꽃’으로 특화 필요



슬슬 허기가 집니다. 백야도에서 사온 손 두부와 어울릴 막걸리를 얻을 속셈에 가게를 찾았습니다. 어라~, 가게가 없다네. 가게가 없는 건 “부부끼리 하는 고기잡이 벌이가 넉넉하기에 다른 걸 엄두내지 못하기 때문”이랍니다.


필요한 물건은 개인적으로 배타고 육지로 나가 사온답니다. 어쨌든, 다음에는 여수 막걸리를 꼭 사와야겠다는 생각을 위안 삼아 두부만 꾸역꾸역 씹어 삼킵니다. 그 헛헛함이란….



또 걷습니다. 이번에는 선착장~정강산 정상~마을 언덕~마을을 돌아 나오는 산책길입니다. 막걸리 마셨으면 술김에, 파고라~미로공원~약수터를 끼고 걸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사실, 조만간 또 올 생각에 미뤘지요. 정강산 오르는 길 풍광은 아주 빼어납니다.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화양면은 물론이고, 백야도, 제도, 개도, 하화도, 사도, 하계도, 추도, 낭도 등을 한 눈에 다 볼 수 있습니다.




왜 꽃섬이라 하는지 이곳에 오르니 확실히 알겠더군요.



정자와 철쭉, 그리고 섬과 바다...



가만 앉아 있으면 섬의 동화가 흘러 나옵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섬은 마음의 고향입니다.




뿐만 아니라 조망이 여수 화양면과 고흥 적금리를 잇는 다리 공사 진척 상황까지 파악할 수 있을 만큼 어마어마합니다. 십여 년 전 동네만 들렀을 때하곤 완전 다릅니다.


요즘 대세인 ‘섬 관광’에 대비해 새롭게 조망권을 강조한 덕분입니다. 정강산 정상에 흐드러지게 핀 철쭉은 왜 ‘꽃섬’이라 하는지 증명하고 남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손정금(83)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나 고향은 저기 앞에 뵈는 화양면 세포여. 내 나이 열 야덜에 나보다 한 살 더 무근 열아홉 남편과 결혼했어. 남편은 2년 전 저 세상으로 갔어.. 아들만 내리 야섯(6)을 났어. 지금 아덜은 다 부산서 살어. 부산 와서 살어라는디 깝깝허고, 동무도 업고 못 살아. 소일거리로 이 밭만 갈아묵는 재미로 살어.”



보고 싶은 자식들과도 떨어져 옴싹달싹 못하고 섬에 눌러 사시는 손정금 할머니. 이 할머니가 마치 임호상 시인의 시집 『조금새끼로 운다』 에 실린 ‘섬 2’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을 안 쉼터...



선창에는 젊은 부부들이 그물을 손질하고...



바닷가에 팬지 등을 심었더군요.

상화도에 많은 철쭉, 고들빼기, 여수 돌산갓 등을 심으면 좋겠습니다.




        섬 2
                 임호상


    바다에 갇혀 사네
    아니, 바다의 사랑 다 받고 사네
    때로는 은빛 굴레에 속아
    어머니처럼 누이처럼
    마음 다 받아주는 여자
    그냥 그렇게 묻어두고
    못 이기는 척
    알면서도 그냥 그렇게 사네



선창에 서서 바다를 봅니다. 네 쌍의 부부들이 그물 손질 중입니다. 바닷가에 인위적으로 심은 팬지며, 철쭉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왕 심을 거면 찔레나 해당화 등을 심었으면 좋으련만.


웃꽃섬 상화도는 관광 전략상 고들빼기와 찔레꽃이 많은 만큼 바닷가에 고들빼기찔레 및 여수 특산품인 돌산갓을 집중적으로 심어 특화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럼, 해당화는? 뭐든 심사숙고하는 깊은 생각이 필요합니다.





그냥 그립입니다.



문을 재밌게 달았더군요. 자물쇠 대신 숟가락을 달았대요...



아, 꽃섬에 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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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회, 게장백반에서 돌산갓김치까지

 

 

밥도둑 게장.

안개 속의 하화도.

갯장어 죽.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 여수가 전파를 탔습니다. 어제는 여수 특집 2탄으로 런닝맨 멤버인 유재석, 지석진, 김종국, 송지효, 게리, 하하, 이광수와 게스트 지진희, 김성수, 이천희, 주상욱 등이 여수 맛집과 하화도를 누볐습니다.

특히 오는 5월12일부터 8월 12일까지 열릴 예정인 ‘2012여수세계박람회’ 홍보대사인 아이유가 깜짝 출연해 삼촌 팬들을 열광시키며 런닝맨 멤버들과 함께 흥미진진한 ‘빙고 레이스’로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방송에 소개된 여수 별미와 하화도를 소개할까 합니다. 하화도는 송일곤 감독의 영화 <꽃섬>의 무대였습니다. 하화도와 관련한 시 하나 감상하지요.

          꽃섬, 가다

                                                      서동인

        오라는 말 없어도 달려갑니다.
       바다가 피우는 꽃, 뚝뚝 떨어지는
       붉은 섬을 보러갑니다.
       꽃소식에 놀란 종착역 기차가 바다로 도망칩니다.
       파도가 기적을 울립니다.
       꽃섬의 동백은 꽃으로만 피지 않습니다.
       횟집의 해삼, 멍게, 개불도 꽃으로 피어납니다.
       피고지는 일이 어디 꽃뿐이겠습니까.
       저녁에 피어난 방파제 가로등도 아침에는 동백으로
       떨어집니다.
       먼 바다 불빛 가물거릴 때 그대 입속에 피어난 꽃한송이
       제 아랫도리에서 떨어집니다.
       꽃섬 입구 여인숙은 온통 꽃비린내로
       몸살을 앓습니다.
       밤새도록 뚝, 뚝, 떨어지는
       비명소리에 서울행 첫차가 바다를 출항합니다.

  


꽃섬 하화도로 가는 바다 길.

부추(솔) 꽃.

전국적으로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하화도 부추입니다.

 

꽃섬 하화도는 30여명 어르신들이 살며 젊은이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 작은 섬입니다. 그런 만큼 꽃 섬 하화도는 추운 지금은 아쉽게도 꽃은 보기 힘듭니다. 그렇지만 고기잡이 나간 남편을 잃은 할머니 가슴 속에는 ‘멍울 꽃’‘울음 꽃’이 늘 피어 있습니다.

하화도가 자랑하는 농산물은 바로 부추(솔)입니다. 하화도 ‘부추’는 추운 2월에 씨를 뿌려, 4월에 수확하는 초물을 약초라며 최고로 칩니다. 하지만 초물 부추는 물량이 작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런닝맨에서 여수의 먹거리로 서대회와 게장백반, 굴구이 등이 소개되었습니다. 오늘은 서대회, 게장백반, 굴구이 외에 맛의 수도 여수가 자랑하는 돌산 갓김치, 새조개, 갯장어(하모) 데침회, 전어, 생선회, 정어리조림 등을 함께 모아 소개할게요. 
 


여수 최고 먹거리 중 하나인 서대회입니다.

서대회는 막걸리와 최고 궁합입니다.

새콤 달콤 상큼한 서대회무침입니다. 

 

<서대 회 무침>는 매콤 달콤 살콤한 맛으로, 여수에서 꼭 먹어야 할 맛 중의 하나입니다. 목포권에서 잔칫날 빠지지 않는 홍어처럼 여수의 잔칫날 빠지지 않는 게 ‘서대’입니다. 이 서대는 가자미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여수에서 서대회가 유명한 이유는 너무 많이 잡혀 천대받다가 여수에서 개발된 음식이기 때문입니다. 맛 비결은 ‘막걸리 식초’에 있습니다. 서대회 개발자인 ‘삼학집’ 외에도 구백식당, 여정식당, 거문도식당, 복춘식당 등이 유명합니다. 막걸리와 잘 어울립니다.

  


양념게장입니다.

갈치조림을 시키면 양념게장과 간장게장을 함께 맛볼 수 있습니다.

밥도둑 간장게장입니다.

 

<게장백반>은 두 말이 필요 없는 밥도둑의 최고봉입니다. 여수에선 양념게장과 간장게장이 함께 나와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습니다. 게다가 무한리필까지 즐기니 금상첨화지요. 게장백반으로 유명 맛집은 주말이면 관광객이 길게 늘어선 차례를 기다립니다.

여기서 팁 하나 소개하지요. 여수 사람은 게장백반보다 갈치조림을 선호합니다. 왜냐면 갈치조림을 시켜도 게장이 나오기에 두 가지 맛을 덩달아 즐기려는 의도입니다. 혹시 나오지 않은 곳도 있을 수 있으니 꼭 물어본 후 주문하세요.

 


즉석에서 삶는 굴구이.

바다의 우유 굴에는 바다 향이 가득합니다.

 

<굴구이>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여수에선 불에 굽는 굴구이보다 물에 삶는 굴구이가 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굴구이를 시키면 생굴 혹은 굴전과 굴죽을 함께 먹을 수 있습니다.

굴구이는 장비가 필요합니다. 굴 까는 칼과 장갑이 있어야 합니다. 특이한 것은 푸짐한 밑반찬으로 유명한 여수에서도 유독 굴구이만은 밑반찬이 간단합니다. 대개 동치미, 김치 두 가지입니다. 굴을 초장에 찍어 먹으면 바다 향이 입속에서 살아나는 듯합니다.

  
돌산갓 수확.

군말이 필요없는 돌산 갓김치.

 

<돌산갓김치>의 유명세는 부연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덧붙이자면 요즘에는 갓 담은 감김치 뿐 아니라 1~3년 숙성시킨 돌산갓김치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숙성으로 나는 신맛은 김치찌개, 해장국, 된장국, 고등어조림, 라면과 어울립니다.

돌산갓김치 맛은 회사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습니다만, 톡 쏘는 맛, 중간 맛, 부드러운 맛 등 세 가지로 나뉩니다. 돌산갓김치를 맛있게 먹는 방법은 0~5℃에서 천천히 숙성시켜야 좋고, 숙성이 될수록 그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돌산갓도 부추처럼 차가운 바닷바람 맞고 자란 ‘봄 갓’이 최고입니다. 

 


새조개 데침 회.

명품 조개로 불리는 새조개. 

 

<새조개 데침 회>는 명품 조개로 불립니다. 요건 여수 사람이 먹지 않으면 겨울을 보낼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새조개는 ‘새의 부리’를 닮아 붙여진 이름입니다. 12월부터 3월까지가 제철이며, 양식이 안 돼 100% 자연산입니다.

하지만 품귀현상이라 값이 많이 올랐습니다. 새조개는 육수에 미나리, 노지 시금치, 야채 등을 넣어 살짝 데쳐 초장에 찍어 먹는 맛이 끝내줍니다. 후식으로 육수에 라면 사리를 넣어 먹었습니다. 그 시원함에 몸 둘 바를 모르겠더군요.

 


붕장어 회(일명 아나고).

 

장어의 보양 효과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 명성만큼이나 장어는 먹는 방법이 다양합니다. 붕장어(아나고)는 회와 숯불구이로, 꼼장어(먹장어)는 주로 포장마차에서 구워먹고, 갯장어(참장어, 하모) 물에 살짝 데쳐 먹습니다.

그중 <갯장어(하모) 데침 회>“언니, 여기 한 접시 더!”를 외치지 않을 수 없는 여수만의 특별한 맛을 자랑합니다. 허영만의 <식객>에 오를 정도니 유명세를 따지지 않아도 되겠죠?
 


갯장어 회입니다.

갯장어회(하모)는 물에 살짝 데쳐 먹어야 일품입니다. 

 

<전어>‘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죠? 전어는 가을 대표 먹거리 중 하나입니다. 전어는 여수도 빠지지 않습니다. 경상도 사람들이 특히 즐기던 전어는 예전 여수에서는 생선 취급조차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지금은 대접받는 중입니다. 

그런 만큼 여수에서 전어를 요리하는 방법이 다양합니다. 전어회와 전어구이는 기본입니다. 이색 요리는, 전어조림입니다. 7~11월이 제철인지라 겨울에 먹기 힘든 걸 감안한 게 조림입니다. 요건 많이 날 때 말려 조림으로 내면 서대 조림처럼 쫄깃쫄깃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겨울에도 즐길 수 있는 전어조림. 

 

<생선회>의 생명은 뭐니 뭐니 해도 신선도입니다. 그래서 바닷가인 여수는 다양한 자연산 생선회가 널리고 널렸습니다. 값도 아주 저렴합니다. 그러니 많이 먹게 됩니다. 관광객들이 여수에 와서 회를 싸게 먹고 사갈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지요.

여수여객선터미널에 가면 수산시장이 다리 양쪽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원하는 횟감을 골라 회를 떠 인근 식당으로 가서 먹던지, 혹은 얼음에 넣어 포장해가면 됩니다. 3~5만원이면 네 명이 푸지게 먹을 수 있습니다.

 


생선회. 

 

<정어리조림>은 여수 사람들 추억 속에 자리한 맛입니다. 이건 단골집이 따로 있습니다. 또 먹을 때 함께 가는 분이 있습니다. 돌산갓김치 연구로 세계 최고 명성을 자랑하는 최명락 교수(전남대)입니다. 왜냐면 1~2년 묵은 돌산갓김치를 넣고 조린 정어리의 조화가 끝내주기 때문입니다.

덤으로 우리나라 재래 토종인 돌갓으로 만든 색이 고운 ‘갓 물 김치’ 맛을 함께 볼 수 있어 섭니다. 정말이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의 행복은 그보다 더 무한합니다. 여수에서 맛의 행복을 충분히 느끼시길 바랍니다.

 


정어리입니다.

밑에 깔린 1~2년 묵은 돌산갓김치와 어울린 정어리 조림은 기막힌 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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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sophism-travel.tistory.com BlogIcon 무념이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대회는 못먹어봐서 꼭 한번 먹어보고 싶어요~ ㅎㅎ

    2012.01.19 18:04 신고

바다 아낙의 쓰린 삶을 보듬은 ‘꽃섬’

상처 입은 여인의 쓸쓸한 여행 무대 <꽃섬>
[꽃섬, 하화도 7] 바다 아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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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긴긴밤 바다 아낙의 독수공방

“같이 살려고 결혼했는디 같이 잘라허믄 신랑이 배 타러 간다고 가 불고. 긴긴 밤 얼마나 원망했다고. 그게 바다 사람들 삶이지. 남편은 10여 년 전에 먼저 하늘나라로 먼저 가 불고, 남편 생각허믄 눈물만 나지….”

바다 사나이와 결혼한 바다 아낙 김귀엽(72) 할머니의 아쉬움입니다. 옥수수를 까며 말하는 폼에 남편을 향한 원망(?)이 서려있습니다. 바다 아낙의 독수공방을 무슨 말로 위로하겠습니까?

“배 타러 안가는 날은 술 묵고 밤늦게 들어와 욕 묵고 바깥에서 잤지. 부석(부엌)에서 자는 남편이 왜 그리 우스웠는지….”

김귀엽 할머니의 남편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은 추억으로 묻어 있습니다. 그리운 남편에 대한 추억이 이것 밖에 없겠습니까? 김 할머니는 먼저 간 남편 생각을 떨치듯 자리를 옮겨 애궂은 콩 타작을 합니다. 탁딱탁딱~ 타다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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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공방에 몸을 떠는 김귀엽 할머니.

# 2. 죽은 아이를 품은 바다 아낙

“얘기 다섯을 낳았어. 그란디 둘째가 세 살 때 죽었지. 변변히 무덤도 못쓰고 바닷가에 묻었어. 살았스믄 고생만 실컷 했을 것인디…. 지금 생각허면 그때 잘 죽었어. 편헌 세상으로 간 거지….”

바다 아낙 정도진(71) 할머니의 가슴 쓰린 사연입니다. 자식 먼저 앞세우고 마음 편할 부모 어디 있을까요?

“둘째는 아프다가 죽었는디, 아이가 아플 때 육지서 친언니가 왔어. 친언닌가 왔는디도 하나도 안반가워. 못 살고 쪼들리는 생활에다 얘까지 아픈 께로 하나도 반갑지가 않더라고. 모질게 살아야 했어…”

둘째가 아파서야 섬으로 시집 간 동생 집을 처음 방문했다는 언니. 그런 언니마저 반갑지 않았다는 동생. 자매간에 구구절절 무슨 말이 필요했겠습니까? 손잡고 “잘 살아라!”하며 뒤돌아섰겠지요. 그리고 몰래 눈물을 훔쳤겠지요.

보건소에서 탔던 약값 외상 1000원을 갚으러 와선 천연덕스레 침대에 누워 말하는 정도진 할머니의 눈가에 눈물이 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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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먼저 보낸 슬픔에 눈시울을 적시는 정도진 할머니.

# 3. 상처 입은 세 여자의 여행지 <꽃섬>

“열여섯 어린 나이에 아기 낳아 화장실에 버리는 여자. 후두암으로 아름다운 목소리를 잃게 된 뮤지컬 가수. 남편 몰래 몸을 파는 여자. 이렇게 상처 입은 세 여자가 떠나는 여행. 슬픔과 불행을 잊을 수 있다며 찾아간 꽃섬…”

송일곤 감독에게 베니스영화제 신인감독상, 도쿄필름엑스영화제 그랑프리를 안겨준 영화 <꽃섬>의 내용입니다. 상처 입은 세 여자가 떠나는 쓸쓸한 여행의 무대가 바로 여수 하화도 ‘꽃섬’입니다.

“희망과 슬픔 사이 그곳엔 신비한 힘이 있다…. 꽃섬은 마지막 마음의 안식처다. 정말로 꽃섬은 모든 슬픔이 사라지고 향기만이 그윽한 지상 낙원…. 신비와 희망의 섬, 꽃섬. 그곳은…”

영화 <꽃섬>이 그린 세 여자의 상처와 실제 ‘꽃섬’ 바다 아낙의 상처가 닮아 있음을 봅니다. 삶은 상처를 낳고, 그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일 것입니다. “꽃섬에 가면 모든 슬픔과 불행을 잊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게 사실일까?

꽃섬은 봄과 가을에 가장 아름답다 합니다. 동백꽃, 선모초(구절초), 진달래, 제비꽃 등이 만발해 불행과 슬픔을 날려버린다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꽃섬에는 걱정거리가 있습니다.

“우리가 죽으면 사람이 살지 않는 텅빈 섬이 될까 그것이 걱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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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꽃섬>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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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투기 NO, 돈이 다? 아니다! 그럼,

텃새에게 신뢰와 믿음 얻은 탁동석 씨
[꽃섬, 하화도 6] 텃새와 철새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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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개비. 왜 달개비일까?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섬이라고 빗겨갈 순 없다. 오랫동안 섬에서 둥지를 틀었던 텃새들도 떠나는 판이다. 이런 마당에 ‘철새’가 날아들어 둥지를 틀다니….

그 현장은 전남 여수시 화정면 ‘아래 꽃섬’ 하화도(下花島). 한 때 40여 가구 100여명의 텃새가 살았다. 지금은 24가구 30여명의 텃새만 남았다. 남은 텃새들의 정착 기간은 60년 이상. 노쇠한 텃새들만 둥지를 떠나지 못하고 남은 걸까?

철새화한 텃새 2세들은 어미 텃새의 둥지를 간혹 살핀다. 텃새 3세의 울음소리가 끊긴지는 20년이 넘었다. 이로 인해 둥지는 적막과 고요 속에 묻혀 있다. 간혹 외로운 어미 텃새의 흐느낌만이 정적을 깨트릴 뿐.

이런 하화도에 철새가 날아든 것이다. 막무가내로 들어온 철새는 아니다. 텃새가 물어온 철새다. 이 철새들은 왜 섬으로 날아들었을까? 그 이유를 짚어보자. 두 번째로 <집 지으러 온 텃새화 된 ‘철새’>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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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화도에 집 지으러 온 탁동석 씨.

# 2. 집 지으러 와 텃새화 된 ‘철새’

탁동석(53) 씨. 그는 지난 해 하화도와 인연을 맺었다. 자영업을 하는 그는 3급 장애인. 객지에서 일로 만난 텃새의 집에 놀러왔다가 밭ㆍ집터 등 2373㎡(718평)의 땅을 소개 받은 게 계기였다.

“산 좋고 물 맑은 곳에 땅만 사면 집을 짓는 줄 알았다. 그런데 법은 그게 아니었다. 원주민이 아니면 집을 짓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집을 짓기 위한 절차가 필요했다. 밭농사를 지어야 했다. 콩을 심었다. 그런데 웬걸, 콩보다 비료 값이 더 든다. 우스운 일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니….”

그는 생각지도 않았던 농사를 지으며 농지취득 자격조건인 농지원부에 이름도 올렸다. 이제 막 섬에 둥지를 튼 그는 바다 사람의 ‘텃세’를 이겨내기 위해 텃새들과 친해져야 했다. 또 집 짓고 살기 위해서는 텃새들과 친숙해지는 과정이 더 필요했다.

우선 마을 해안 정비 등에 필요한 포크레인을 옮겨와 마을에서 사용토록 했다. 또 더위를 식히기 위해 마당에 물이라도 뿌리고 싶지만 꾹 참았다. 하화도는 물 사정이 나은 편이라 하지만 물이 귀한 섬에서 함부로 물을 뿌릴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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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새에게 신뢰와 믿음 얻은 탁동석 씨

그는 철새의 토착화 과정에 대해 “주민들은 행동을 보고 가식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진실한 마음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철새가 텃새에게 신뢰와 믿음을 얻을 때까지 노력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철새의 노력들이 통했을까? 노력 중에 텃새들이 집 지을 때까지 거주할 곳을 알선했다. 또 농작물을 들고 찾아오기도 했다. 그러면 막걸리를 마시며 살아온 이야기를 섞기도 했다. 다른 땅도 사주기를 청하기도 했다. 이렇게 텃새들의 텃세 고비를 넘기고 있다.

탁동석 씨는 꽃섬에 둥지를 틀며 배운 게 있다. “인생은 사람마다 연결된 인연의 끈에 의해 살아간다.”는 것이다. “계산적인 차가운 사람과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은 사람은 인연의 끈이 금방 떨어진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그래, 끈끈한 만남의 지속을 위해 “털털하고, 메마르지 않고 인정 많은, 베풀 줄 아는 따뜻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 게다.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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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새들이 가져다 준 농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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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일을 찾아온 텃새화 된 ‘철새’

절망에서 희망과 행복 찾은 김태수 씨
[꽃섬, 하화도 5] 텃새와 철새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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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뱃일로 적은 돈벌이로 사람이 떠나가는 섬. 그런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섬이라고 빗겨갈 순 없다. 오랫동안 섬에서 둥지를 틀었던 텃새들도 떠나는 판이다. 이런 마당에 ‘철새’가 날아들어 둥지를 틀다니….

그 현장은 전남 여수시 화정면 ‘아래 꽃섬’ 하화도(下花島). 한 때 40여 가구 100여명의 텃새가 살았다. 지금은 24가구 30여명의 텃새만 남았다. 남은 텃새들의 정착 기간은 60년 이상. 노쇠한 텃새들만 둥지를 떠나지 못하고 남은 걸까?

철새화한 텃새 2세들은 어미 텃새의 둥지를 간혹 살핀다. 텃새 3세의 울음소리가 끊긴지는 20년이 넘었다. 이로 인해 둥지는 적막과 고요 속에 묻혀 있다. 간혹 외로운 어미 텃새의 흐느낌만이 정적을 깨트릴 뿐.

이런 하화도에 철새가 날아든 것이다. 막무가내로 들어온 철새는 아니다. 텃새가 물어온 철새다. 이 철새들은 왜 섬으로 날아들었을까? 그 이유를 짚어보자. 첫 번째로 <바다 일을 찾아 날아든 텃새화 된 ‘철새’>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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껓섬을 찾아 들어온 김태수 씨.

# 1. 바다 일을 찾아온 텃새화 된 ‘철새’

김태수(72) 씨. 그가 둥지를 튼 건 2005년. 내리막길을 걷던 사업을 정리하고 빚 1억7천만 원을 청산한 게 계기였다. 마땅한 일을 찾았지만 쉽지 않았다. 하화도의 텃새가 바다 일을 권했다.

마침 자녀 결혼 비용 마련에 애태우던 어부에게 빌려줬던 15,00만원을 현물인 배로 대신 받았다. 통발 허가가 난 배여서 바다 일을 할 수 있었다. 바다 일을 권했던 텃새의 알선으로 둥지까지 마련했다.

텃새의 권유가 없었다면 바닷가 ‘텃세’로 인해 어장 일을 못할 수도 있었다. 가족을 육지에 남겨둔 채 혼자 일거리를 찾아 들어왔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가족을 만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배는 혼자 움직일 수 없었다. 2인 1조로 일할 사람을 구해야 했다. 그러나 비용을 주고 사람을 고용할 정도는 아니었다. 때마침 일손을 찾는 텃새가 있었다. 행운이었다. 그와 동업에 나섰다. <힘든 고기잡이 보다 더 힘든 건 ‘기름 값’ 기사 참조 http://blog.daum.net/limhyunc/1112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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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런히 손을 놀리는 김태수 씨.

절망에서 희망과 행복 찾은 김태수 씨

이렇게 철새는 “나이 들어 자식에게 손 벌리지 않고, 스스로 노력해 살 수 있는” 안정적인 둥지를 틀 수 있었다.

“육지에서 노인당을 나가더라도 가욋돈이 필요한데 섬에서는 공기 좋지, 환경 좋지, 움직여 건강 좋지, 돈 쓸 곳 없지 일석사조(一夕四鳥)의 효과까지 덤으로 얻었다.”

철새 김태수 씨의 섬 예찬론이다. 육지생활에서 찌들고 지쳐 절망했던 그는 새로운 희망과 행복을 섬에서 찾게 되었다. 덤으로 “살아 있음에 감사”할 줄 아는 여유까지 누리고 있다. 그리고 삶의 철학도 생겼다.

“과거에 잘사는 것은 다 필요 없다. 현재에 잘살아야 한다. 그러려면 현재에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김태수 씨는 이것을 알기 위해 그토록 먼 길을 돌아, 결국 ‘아래 꽃섬’에 날아들어 둥지를 튼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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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잡이 보다 더 힘든 건 ‘기름 값’

어민 신종 동업, ‘통발’과 ‘자망’ 결합에도 힘들어
[꽃섬, 하화도 4] 어장(漁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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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잡이도 힘들지만 그보다 더 힘든 건 기름이 비싸 경비 뽑기가 힘들다.”

칠십 넘은 나이에도 어부 생활을 놓지 못하는 임공택(73)ㆍ김태수(72) 씨의 하소연이다. 두 사람은 힘든 바다 일을 새로운 동업 형태로 버티고 있다.

조기ㆍ양태 등을 잡는 ‘자망’ 허가를 가진 임공택 씨와 문어ㆍ장어 등을 잡는 ‘통발’ 면허의 김태수 씨가 뭉친 것. 각자 가진 배의 허가를 공유하는 신종 조합이다. 이런 신종 동업이 가능한 건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허가가 달라 고기 잡는 시기가 다르기에 가능한 것. 둘째, 연근해 어업은 부부가 팀을 이뤄 고기잡이에 나서지만 나이가 들다보니 부부가 어장 일에 함께 나서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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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공택 씨.

연근해 고기잡이 1회 수입은 약 25,000원

임공택ㆍ김태수 씨가 아직까지 생업에 종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몸을 놀릴 수 있는 날까지 고기잡이를 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그러나 그 내면에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이 자리한다.

“스스로 벌어 생활을 꾸려갈 수 있는데 굳이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싶지 않다.”
“최대한 몸을 놀리는 게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이런 그들에게 높은 기름 값은 무척 부담이다. 지난해 초 한 드럼에 8만원이던 면세유가 연말에는 11만 원으로 뛰었다. 그러더니 올해 들어 23만 원으로 두 배 이상 치솟았다. 자연히 출어 경비도 따라 올랐다. 반면, 수입은 그만큼 줄었다.

요즘 통발 면허로 문어와 장어 등을 잡는 임공택ㆍ김태수 씨의 연근해 통발 1회당 출어 수입은 약 6만 원선. 최소한의 지출만 계산해도 기름 값 25,000원, 미끼 구입 외 잡비 1만 원 등 총 35,000원.

고기가 꾸준히 잡힐 경우를 가상하고 고기잡이 1회당 올리는 수입은 약 25,000원. 고유가 이전 수입 4만원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이도 개당 2,500원 하는 통발이 파도 등에 휩쓸려 못쓰게 될 때 새로 사야하는 경우와 배 수리 등을 제외한 수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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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발 그물을 수선 중인 김태수 씨

어민들은 오늘도 한숨만 푹푹 쉰다!

그렇다 하더라도 수입의 절반씩 나눠야 하는 동업임을 감안하면 한 사람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더욱 준다. 이들의 월 평균 출어일은 12일 내외. 나이를 감안, 어장 일을 접는 12월부터 4월까지를 제외하면 년 평균 출어 횟수는 80여일.

1회당 2만원의 수입을 잡더라도 년 순수입은 고작해야 180만원선. 이로 보면 “기름이 비싸 경비 뽑기가 힘들다”는 하소연이 공염불은 아닌 셈이다. 예전 20여 호에 달하던 꽃섬 하화도의 어가(漁家)도 이제 4가구로 줄었다.

이런 상황에도 임공택ㆍ김태수 씨가 버틸 수 있는 건 “노느니 움직인다.”지만 “섬 생활로 인해 가외 돈을 들지 않”는 이유다.

그들도 이래저래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다. 그러나 세울 수 있는 대책이라야 별 수 없이 어업을 접는 것 뿐. “죽기를 각오하면 산다”는 가장 단순한 논리. 그렇다고 살아날 방도는 아닐 터.

어민들은 오늘도 한숨만 푹푹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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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에너지 사업의 현주소 글쎄?

‘꽃섬’, 대체 에너지 현장을 가다
[꽃섬, 하화도 2] 태양광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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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시 화정면 '아래 꽃섬' 풍경과 하화도 태양광발전소의 태양전지.

온실가스 등으로 인한 청정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국은 앞 다퉈 태양광발전을 도입하고 있다. 2004년 기준, 일본 1132MW, 독일 794MW, 미국 365MW, 인도 86MW, 중국 65MW 설비용량을 자랑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8.5MW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고유가 시대를 대비해 태양광발전소 건립과 태양광주택 10만 가구 보급사업 등을 통해 2012년까지 총 300MW의 전력을 생산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에너지시민연대에 따르면 인구 비중 25위인 우리나라가 쓰는 에너지소비량은 세계 11위. 세계 4위 석유수입국인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 비용은 연평균 221억불로 약 26조원 규모다. 고유가 시대를 이겨 낼 해법으로 태양 에너지가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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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화도 태양광발전소 1987년 가동, 1995년 60KW로 증설

우리나라의 대체 에너지 인식과 태양광발전의 관리상태 등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4일, 배를 타고 ‘아래 꽃섬’으로 불리는 여수시 화정면 하화도 태양광발전소를 찾았다. 도착하니 산기슭에서 빛나는 태양 전지판이 태양광발전소 위치를 알리고 있다.

이곳에 우리나라 섬 중 최초로 20KW(태양전지판 500개) 규모의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선 것은 1987년. 발전시스템은 태양전지→전력조절 장치→직류ㆍ교류 분전반→직류ㆍ교류 변환장치→부하→축전기 등의 과정을 거친다.

태양광발전소 덕분에 고압송전선로인 철탑이 없어 섬의 경관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 이후 하화도 주민들은 비로소 한 집에 전등 3개 정도를 켤 수 있었다. 하지만 냉장고 등 가전제품 사용은 언감생심이었다.

생활불편 해소를 위해 한전은 1995년 7억 8200만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발전용량 인버터 60KWㆍ발전기 150KWㆍ태양전지판 1440개 규모로 증설, 가동하기에 이른다. 특히 태양 에너지를 모으는 신기술 태양전지판을 설치, 흐릴 때 전기 생산을 못하는 것을 넘어 흐린 상태에서도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효용성을 높였다.

이곳에서 13년째 근무하고 있는 김명준 소장은 “32세대 60여명의 주민들은 주간에는 태양광으로, 야간에는 축전지를 이용해 전기를 공급받고 있다.”“바다에서 잡아온 생선을 보관할 냉장고 등 가전제품 사용도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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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발전에 대해 설명 중인 김명준 소장

태양광발전 실제 가동은 30KW, 전력생산의 주가 된 ‘석유’

이 같은 증설에도 불구, 현재 60KW 발전소의 실제 발전량은 30KW로 총 발전량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원인은 1987년 설치한 태양 전지판과 전기 충전기 등의 노후화 때문. 태양광발전소가 시설 교체작업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제 구실을 못하는 반증이다.

이에 따라 올 초 4억 원을 투자, 노후 충전기 200개를 고효율 충전기로 교체했다. 하지만 22년 된 노후 태양전지판을 교체하지 않아 4일에 1회 꼴로 석유 비상발전을 가동하는 처지. 이런 사정임에도 관련기관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태양전지판 교체 계획이 없다. 그나마 충전지 교체에 만족해야 할 판이다.

그런데 이 무슨 아이러니? 태양광발전소에서 전력 생산의 주체가 석유 발전이 맡고 있다. 실제로 8월 발전량 12,341KW 중, 태양광 4,875KW, 석유 발전 7,466KW로 조사됐다. 석유 발전량이 무려 2,591KW나 많게 나타나고 있는 것. 문제는 재생가능 에너지가 현재와 같은 에너지 구조를 유지하는 보조적인 에너지원으로 변질됐다는 점이다.

이뿐 아니다. 비상발전에 따른 석유 사용량도 만만찮다. 월 평균 석유 사용량은 약 3000ℓ, 15드럼. 송유관을 통해 정기적인 경유와 윤활유를 공급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11만원하던 면세유가 올해에는 23만원으로 급등해 매월 약 350만원의 비용이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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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화로 교체한 고효율 충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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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설치된 태양전지판의 교체가 시급하다.

태양광발전소, 이원화된 관리체계 일원화 ‘시급’

그럼, 하화도 주민들이 사용하는 전기량과 전기요금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 7월 사용한 전기량은 7,699KW. 전기요금은 66만5,980원. 그러나 실제 주민들에게 부과된 금액은 총 773,400원.

이는 각 집에 설치되는 태양광 자가발전 시설 자부담금 100만원에 대한 25년 상환 융자금의 원금 2,440원씩 총 82,960원이 더해졌기 때문. 여기에 전력기금 24,460원이 포함된 것. 가구당 전기요금도 최저 2,620원에서부터 최고 53,840원까지 다양하다.

그렇다면 관리체계는 어떠할까? 시설관리는 여수시, 운영 예산지원은 한전으로 이원화 되어 있다. 시설교체 등 실질적 관리는 한전이 하고, 명목상 관리는 여수시가 맡고 있는 셈. 직원 월급도 한전이 지원하면 여수시가 지급하는 실정이다.

관리의 이원화로 직원들의 근무 여건도 열악하다. 2명이 24시간 막 교대로 근무하고 있으나 처우개선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막 교대 종일 근무인 관계로 경조사 등 일이 생길 때에도 뒷짐 지고 구경할 수밖에 없는 처지. 관리의 일원화가 시급하다.

왜일까? 하화도 태양광발전소를 둘러보고 씁쓸함이 인다. 대체 에너지에 대한 우리나라 인식의 현주소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어서다.

이에 아랑곳 않고 하화도 산비탈에 세워진 태양 전지판은 햇볕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마치 “값어치 있는 태양에너지를 그대로 방치할 것이냐?”고 묻기라도 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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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화도의 전력사용량, 전기요금, 석유 사용량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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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왼편 산기슭에 태양광발전소가 자리한다. 덕분에 고압송전탑은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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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12.03 09:57

‘꽃 섬’을 아시나요? 꽃 섬 가다!

‘사람 꽃’보다 아름다운 게 있을까?
[꽃섬, 하화도 1] 사람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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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지나는 바람에 산들 거립니다. 진달래꽃ㆍ선모초(구절초)ㆍ제비꽃ㆍ패랭이꽃ㆍ분꽃도 만발해 있습니다. 한 여인이 꽃신을 신은 채 꽃 위를 폴짝폴짝 뛰고 있습니다. 나비도 옆에서 너풀너풀 춤을 춥니다.…

땀이 흥건히 젖어 있었습니다. 꽃구경 나서는 꿈이었습니다. 이렇게 꽃과 나비, 그리고 여인을 만나러 길을 나서야 했습니다. 꿈에 나왔던 꽃 섬은 지금 해무에 잠겨 있습니다.

여수시 화정면 ‘아래 꽃섬’, 하화도(下花島). 아래 꽃섬은 동백꽃과 선모초, 진달래꽃이 섬 전체에 만발하여 꽃섬이라 불렀습니다. 마을 앞에 똑같은 꽃섬이 있습니다. 이 꽃섬은 ‘위 꽃섬’ 상화도(上花島)라 부릅니다. 임진왜란 때 난을 피해 뗏목에 식량과 가족을 싣고 지나다가 동백꽃과 선모초가 우거져 은신이 좋을 것 같아 정착했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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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시 화정면 '꽃섬', 하화도. 해무에 싸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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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섬, 가다

                                              서동인

              오라는 말 없어도 달려갑니다.
              바다가 피우는 꽃, 뚝뚝 떨어지는
              붉은 섬을 보러갑니다.
              꽃소식에 놀란 종착역 기차가 바다로 도망칩니다.
              파도가 기적을 울립니다.
              꽃섬의 동백은 꽃으로만 피지 않습니다.
              횟집의 해삼, 멍게, 개불도 꽃으로 피어납니다.
              피고지는 일이 어디 꽃뿐이겠습니까.
              저녁에 피어난 방파제 가로등도 아침에는 동백으로
              떨어집니다.
              먼 바다 불빛 가물거릴 때 그대 입속에 피어난 꽃한송이
              제 아랫도리에서 떨어집니다.
              꽃섬 입구 여인숙은 온통 꽃비린내로
              몸살을 앓습니다.
              밤새도록 뚝, 뚝, 떨어지는
              비명소리에 서울행 첫차가 바다를 출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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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꽃.

‘꽃섬’, 밤새도록 뚝, 뚝, 다 떨어졌는지 꽃은 없고…

밤새도록 뚝, 뚝, 다 떨어졌는지 꽃은 보이지 않습니다. 꿈속에서 기대했던 꽃은 포기해야 할 판입니다. 아주머니들 옹기종기 그늘진 골목에 모여 옥수수 알맹이를 까고 있습니다.

“시방 그거 머 허는 거시다요?”
“요거? 차로 무글라고 이라고 까고 안 있소.”
“차요? 아~, 옥수수차? 근디 꽃섬에 꼿구경 왔는디 꼿은 업꼬 아줌니들만 있네?”

꽃섬, 할머니의 머리에도 하얀 서리꽃이 피었습니다. 골목에는 지천으로 옥수수가 피어났습니다. 할머니들 옥수수 알맹이를 까면서 볶은 옥수수를 간식으로 먹고 있습니다. 입 안 가득 옥수수 꽃을 씹으며 향을 맡는 것이겠지요.

“나가 헐 말이 만쏘. 이걸 글로 쓰믄 맻 달이고, 맻 년이고 써야 헐꺼요. 이 가심에 있는 한을 써서 자석들에게 배겨 줘야겄는디…. 연필 들고 쓸라고 혀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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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눈에 핀 ‘울음 꽃’, 가슴에 핀 ‘멍울 꽃’

스물한 살에 내가 베 짜는 걸 본 서방 시숙이 중신을 섰지. 육지에서 꽃섬으로 시집을 왔지. 나무 하러 다니고, 바다에서도 죽어라 일하는데도 밥은 조금 밖에 안줘. 이렇게 꽃섬에서 3년인가 살다가 배 타러 가는 서방 따라 부산으로 이사를 갔지. 부산에서 잘 살았지. 그러다 우리 아범이 상어 잡으러 간다고 배타고 나갔지.

“올치. 니가 인자 지대로 된 이야길 헌다!” 옆에서 추임새를 넣습니다.

대만에서 그만 배에 불이 난거야. 에어 탱크가 터져 불이 났다대. 다들 불을 피해 나오는데 우리 아범만 밖에 있다가 불 끈다고 기관실로 들어 간 거야. 얘들 아부지가 기관장이라 책임자다운 행동을 한다고 그랬다대. 죽으려고 불 속으로 뛰어 들어 간 거지. 어찌 해보려고 해도 안 되겠더래. 그래, 나오려는데 문이 안 열리더래.

“아이고, 인자 나 죽을랑 갑따” 했대. 그러다 어찌어찌 밖으로 나왔대. 그때 화상치료를 바로 했으면 얼굴에 저리 흉터가 남지 않았을 건대. 1주일간이나 바다를 떠 다녔대. 한국 경비선에다 무선 연락을 해도 안 받아, 일본 경비선에 연락을 했대. 1주일 후에 일본 경비선에 구출돼, 제주도립병원에서 화상치료를 받았지.

죽을 거라는 소리도 들렸어. 그때 피부 이식을 어찌 알았겠어? 지금이니까 그걸 알지. 옛날에는 그런 거 있는지도 몰랐거든. 신랑이 정신을 논거여. 저 아범을 믿고 어찌 살까? 아무리 생각해도 못 살겠어. 세 살짜리와 갓난 얘기를 꽃섬 집에 두고 나오는데 담 너머로 얘기들 울음소리가 들려. 내 가슴이 어쨌겠어? 찢어져. 그 마음 아무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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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울 꽃을 풀어내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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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비는 어머니의 '멍울 꽃'에 앉았을까?

꽃신을 닳아질 때까지 신고 다녔지… ‘사람 꽃’

하루는 친정집에 있는데 꽃섬 사람들이 배를 타고 횃불 들고 집으로 몰려 온 거여. “젖먹이 애기랑, 저런 신랑은 어쩌코롬 살라고 그란다냐?” 그러는 겨. 없던 복에, 미남인 서방 만나 살았는데 앞으로 얼굴 보고 살면 뭐하겠냐? 저 아범 불쌍한 건 둘째 치고, 새끼들 보고 독한 맘 먹고 살자 그랬지. 할 수 없이 꽃섬으로 다시 왔지.

마을회관에서 사년이나 살았어. 서방은 얼굴 화상 땜에 일할 생각을 못했어. 꽃섬 사람들이 쌀도 주고, 밥도 주고, 반찬도 주고 그랬지. 그리고 술도 팔고, 과자도 팔고, 바다 일도 하고, 돼지 밥도 구하러 다니고 그랬지. 사람 행세 못 하고 살았어. 그러다 어느 날 주위에서 일가자고 하는 겨. 아범이 일하고 칠천 원을 타왔는데 얼마나 오졌겠어? 

내가 그걸 한쪽 눈 찔끔 감고, 여수 육지에 나가 꽃신을 샀지. 그 꽃신을 동네에서 닳아질 때까지 신고 다녔어. 동네 사람들이 속으로 “아이구~, 저년이 지금 제정신이 아닌갑따?” 했을 거여. 그때 그 기분은 아무도 몰라. 지금은 형편도 나아지고 서방 얼굴도 좋아졌지만…. 그래도 우리 서방이 최고여!

맞습니다. 산에 들에 피어나는 꽃만이 꽃의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섬에서 모진 풍상 겪으며 꽃다운 청춘을 바친, 할머니들 이야기 중 눈에 핀 ‘눈물 꽃’도 꽃이겠지요. 자식 키우며 온갖 고초 겪은 가슴에 피어난 ‘멍울 꽃’도 꽃이겠죠. 아니, 이 보다 더 아름다운 꽃이 어디 있겠습니까?

꽃섬은 이렇게 ‘사람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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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개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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