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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10 “어떻게 공부시켰어요?”, “별거 없어!”

“어떻게 공부시켰어요?”, “별거 없어!”

세상을 만든 발명가 아버지, 그 대가를 치르다!
[아버지의 자화상 24]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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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이 딱딱한 부자연스런 사람도 자녀 이야기를 건네면 몰라보게 살아납니다. 부모에게 자식은 이런 존재, ‘희망’인 셈이지요. 주변에 소위 내놓을 만한 대학(이하 '내논대')이라는 곳에 진학한 자녀를 둔 아버지들이 있습니다. 간혹 그분들에게 묻죠.

“대체 어떻게 공부시켰어요?”

그러면 굳었던 표정이 밝아집니다. 덤으로 자세가 확 바뀌죠. 다리를 꼬고, 담배를 꼬나물며 한다는 말,

“별거 없어!”

이럴 땐, 정말 힘 빠지죠. 괜히 물었나? 허나,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들어두는 게 좋지 않겠어요? 살살 구슬리는 수밖에….

공부할 놈은 타고 나나 봐, 그래도 노력이 필요하지

“그러지 말고, 잘난 자식 키우는 비결이나 좀 들어봅시다!”

그때서야 움직이죠. 그도 말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잠시 우쭐해지고 싶은 인간의 욕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거죠. 아버지의 특권이랄까 그런 거죠.

“가만 둬도 그리 돼대! 내가 아무리 봐도 공부할 놈은 타고 나나 봐. 요즘 얘들이 시킨다고 하나. 다 제가 하려고 해야 되는 거지. 그러나 아무리 머리가 좋더라도 노력 없으면 안되는 것 같아. 밤에도 자는가 하고 보면 불이 켜졌어.”

터지기까지가 문제지 한 번 터지면 일사천리입니다. 뒤에는 어떻게 벗어날까, 궁리까지 하니까요. 맞는 말입니다. 자식이 하려고 해야 되는 거겠죠. 알면서도 내버려 두지 못하는 건 부모니까 그런 것 아니겠어요? 이율배반이죠.

“처음에는 공부해라, 공부해라 잔소리를 했지. 그 놈은 시험 본다 해도 대충 대충이야. 그런데 시험 점수 받아오는 것 보면 많아봐야 한두 개 틀릴까 나머진 백점이야. 이런 놈한테 공부해라 가 뭐 필요해. 뒤에서 뒷바라지만 조용히 하면 돼.

가만 보면 공부는 집중력인 것 같아. 집중력이 무서워. 공부할 때는 아무리 큰 소릴 쳐도 그 소릴 듣지 못해. 가서 콕 찔러야 그때 반응을 보여. 지 말로는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잠깐씩 예습 복습하는 게 도움이 된다대. 그게 자기 방법인가 봐. 학원에서도 저놈은 서로 데려 가려고 난리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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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들은 타고 났을까요?

아이에게 맞는 공부 방법을 찾는 게 ‘최고’

공부에 비결은 없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자신에 맞는 방법을 찾는 게 최고죠. 그 방법을 언제 찾느냐에 따라 어려서 튀는 아이, 늦게 튀는 아이로 나뉘는 거죠. 그래서 부모가 방향 등에 대해 조언하는 것이고요. 또 다른 아이를 둔 부모의 경우입니다.  

“그 놈은 아예 컴퓨터 게임을 갖고 살아요. 지금도 눈이 시뻘개질 만큼 밤을 꼴딱 새요. 지가 다 알아서 하는데 뭐라 할 수도 없고. 옆에서 ‘게임도 잠은 자면서 해라’ 그래요. 공부를 안 하는데도 잘하는 것 보면 신통방통해요. 초등학교 때 수학에 재능이 있어 선생님이 영재 반에 들자고 해 들어간 게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이런 걸 ‘자식 복이 많다’ 해야 되나요? 아님 타고났다 해야 되나요? 저도 부러워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며칠 전까지 아이에게 신경을 썼었죠. 왜냐고요? 방학 전, 아이들의 학기말 시험이 있었거든요.

큰 아이가 4학년이 되니 이제 몸풀 준비를 슬슬 해야겠더라고요. 그렇다고 학원에 보내는 것도 아니니 부모로서 역할이 있지 않겠어요? “책 가져와라” 했지요. 그런데 “책이 없다”더군요. 헐~. 학교에 두고 다니는 거죠.

원리를 알려면 책이 최곤데. 문제집을 들었죠. 함께 하다 보니 “아, 이건 정확히 모르는구나”, “이건 깨우쳤구나” 등등의 구분이 되더라고요. 칭찬으로 아이의 잠자는 의욕을 깨웠죠. 주말동안 이렇게 아이와 문제를 풀었답니다.

아이 시험이 곧 부모 시험? 포기할 수 없는 게 자식?

하다 보니, 일요일 밤에는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성질이 나더라고요. 잊고 있었던 학창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이었죠. 공부 스트레스, 역시 보통이 아니더군요. 그래도 ‘부모 된 행복’으로 참을 수밖에. 그렇다고 ‘내논대’를 다니길 바라는 것도 아닌데….

제겐 위안이 하나 있습니다. 꼭, 공부 잘하는 아이를 둔 부모는 떨어져 지내는 관계로 그렇게들 “보고 싶다!” 하더라고요. 바로 이것이지요. 옆에서 항상 볼 수 있는 것, 이상 뭘 바라겠어요. 시험 준비 끝나고 나니 딸이 그러더군요.

“다음에도 아빠랑 같이 공부할거야!”

그래? 하고 말았지만, 속으로 ‘싫거덩’ 했지요. ‘자식 가르칠 부모 없다’던 말이 만고의 진리(?)쯤 되는 것 같아서. 이쯤 되니 결혼 초년병과 총각시절 때가 생각나더군요. “아이가 시험 보는데 왜 부모가 시험 보는 것 같죠? 그러지 마세요, 제발!” 그랬었죠.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 못한 거죠. 그래서 지금 아버지들은 학원에서 밤늦게 귀가하는 자식을 안스러운 표정으로 묵묵히 기다리거나, 혹은 만사 제치고 차를 몰아 데리러 가나 봅니다. 포기할 수 없는 게 자식인 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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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바뀌어야 하는데…” 하면서 말입니다.
“자식의 자식에겐 이런 세상 전해주지 말아야 하는데…” 하면서 말입니다.

건강이 최고인 줄 알면서도 공부에 매달리게 할 수밖에 없는 세상은 누가 만들었을까요? 그 발명가 중 하나인 죄로 우리 아버지들이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며 고생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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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철의 알콩달콩 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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