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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삼, 사람 구별한다지요? 봄나물도 마찬가지
뱀이 길 가운데서 머리를 들고 쉭쉭 소리를 내는데…
봄 향과 행복이 주렁주렁 달린, 여수 섬달천 나들이

 

 

 

 

인생길, 별 거 랍디까?

 

 

구비구비 돌아가는 게 인생 길.

 

 

굴곡이 있어야 재밌는 인생 길!

 

 

 

‘인생 길’

 

그 자체가 곧 여행이라지요? 여행, 언제부터인가 주말이면 해야 될 일이 되었습니다. 그래야 한 주간 쌓인 피로가 풀린 것 같은 기분….

 

 

봄나들이 겸 운동 삼아 나선 곳은 여수시 달천도. 주로 ‘섬달천’이라 불리는 섬으로, ‘달래도(達來島)’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이 섬 주변은 갯벌이 아주 좋습니다. 참 꼬막, 바지락, 낙지, 개불, 피조개, 대합, 주꾸미, 문어 등이 풍부합니다.

 

 

특히 섬달천은 갑오징어가 유명합니다. 한 때 섬달천에 살았던 ‘송강 정철’의 둘째 형인 ‘청사 정소(鄭沼)’ 선생 때문입니다. 청사 선생은 “을사사화(조선 명종 1545년) 때 억울하게 화를 당해 벼슬에 나가지 않고 섬달천에 은거”하며 살았습니다.

 

섬달천 오징어가 등장하는, 정소 선생의 시(詩) 한 수 읊고 시작하지요.

 

 

 

 

보리수 나무 꽃입니다.

 

 

갯벌, 생명의 보고입니다.

 

소나무도 생명을 잉태하고...

 

 

 

     종산포(種蒜圃)

                                    정소(鄭沼)

 

  마늘 심은 밭
  그 밭은 소라포에 있다네
  포구에는 물고기가 있으니
  이름은 오징어라네.
  긴 다리와 단 물도 밭 주변에서 얻고
  밭에 마늘 심어 긴 줄기를 뽑았네.
  마늘 밑에 물고기가 걸리니 잡기가 쉬워.
  물고기에 마늘이니 먹는 것도 넉넉하네
  돈을 주고 사지 않아도 날마다 풍족하니
  어느 정승과 이 즐거움을 바꾸리
  세간에서는 아무도 모른다네, 이 깊은 즐거움을

                     - ‘여수 아으동동다리’, 김준옥 -

 

 

마늘 밑에 물고기가 걸릴 정도였다니, 놀랍습니다. 넉넉한 섬 마을 생활과 정승자리를 바꾸지 않는다니, 대단한 풍류입니다. 자전거 하이킹 코스로 각광받는 현실이 옛날 정소 선생의 풍류를 대변하는 듯합니다.

 

 

 

매화꽃 진 자리 매실이 앉았습니다.

 

 

“어머, 여기 해당화가 피었네!”

 

 

길 걷던 아내, 좋아하는 해당화 꽃을 발견했습니다. 5월이면 ‘영광 백수해안도로’에 가득한 해당화를 떠올리고 있을 게 뻔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백수해안도로를 들먹입니다. 달랑 한 그루인 해당화 꽃 향 맡으며 행복해 하는 아내가 감사할 뿐. 작은 것에 고마워 할 줄 아는 그 마음이.

 

매화 꽃 피던 자리에는 매실이 열렸습니다.

 

 

 

“여기 봄나물 천지네, 천지.”

 

 

매화에도 열리지 않는 아내 마음이 봄나물에 열렸습니다. 산삼, 사람 구별한다지요? 선몽을 꿨거나, 착한 일을 한 사람 등에게만 보인다는. 봄나물도 마찬가집니다. 그쪽으로 촉을 세운 사람에게만 보인답니다. 아내, 어느 새 산 속에 있습니다. 그럼 그렇지, 했네요. 아내 겸연쩍은지 한 마디 내뱉습니다.

 

 

 

해당화 핀 갯가길.

 

 

섬달천과 육지를 연결하는 다리 풍경

 

섬 마을의 여유...

 

 

 

 

“보릿고개 시절, 집에 지혜로운 며느리가 들어오면 봄나물로 배를 채워 집안사람들 허기를 면했다는 말 알지요?”

 

 

개뿔, 모를 수가 있나. 해마다 하는 말인데. 아내가 있는 자리는 역시 고사리, 취나물, 솜나물, 엉겅퀴 등 봄나물 천지입니다. 고사리는 어느 부지런한 아낙들에 의해 몇 번 손을 탔다는데도 여전히 많습니다. 취나물 향은 공중에 둥둥 떠다닙니다. 봄나물 따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특히 제 눈길을 끈 건, ‘엉겅퀴’였습니다. 십 수 년 전, 단 한 번 먹었던 국에 단번에 빠졌었습니다. 엉겅퀴 잎으로 끓인 일명 ‘환각구 국’이었지요. 그 뒤 그 식당에 먹으러 갔더니 문 닫았더군요. 요걸 먹으려 천지를 뒤졌는데 찾지 못했습니다. 이제 다시 환각구 국 먹을 기회가 코앞에 온 겁니다. 미치고 폴짝 뛸 정도로 환장했지요.

 

 

 

취나물

 

 

엉겅퀴 순.

 

매실이 익으면...

 

 

“여봇!”

 

 

공중을 가로지르는 날카로운 비명소리. 거의 울음에 가까웠습니다. 언젠가 산길에서 마주친 멧돼지를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던 아내. 그런 아내의 외줄기 비명소리에 간이 철렁했습니다. 재빨리 달려갔습니다. 놀라 자빠질 듯, 사색이 되어 뒷걸음질 치는 아내가 보였습니다. 그리고 다 죽어가는 목소리.

 

 

“엉엉엉엉~. 뱀이…, 길 가운데서 머리를 들고 쉭쉭 소리를 내는데….”

 

 

띄엄띄엄, 할 말은 다 하는 모습에 ‘픽’ 웃음 나대요. 강철 같은 아내가 여리디 여린 한 아낙일 줄은…. 하여간, 아내는 뱀이 싫어, 뱀 뿐 아니라, 뱀 비슷하게 생긴 먹을거리인 장어, 미꾸라지 등조차 아예 쳐다보지 않습니다. 그러니 할 말 다했지요. 조용히 나무 작대기를 들어 뱀을 한쪽으로 몰았습니다. 녀석도 엄청 놀랐더군요.

 

 

“어머, 음나물이 여기 있네.”

 

 

단풍나무인 줄 알았더니, 음나무였습니다. 아내, 순이 다 자랐다고 먹기 힘들겠다며 내년을 기약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아내는 무척 행복해 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싱그러운 나물 무쳐 먹을 수 있겠다며.

 

 

 

봄나물 캐다가 본 바다는...

 

 

저기서 뭐할꼬? 봄나물 캐지롱~^^

 

뱀이...

 

 

 

파릇파릇 청 보리밭과 마을, 해안 풍경과 여자만 경치가 멋들어지게 어울렸습니다. 아내, 한 집을 가리키며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면, 이 집처럼 텃밭 한쪽에 취나물, 돈나물 등도 심고, 상추도 심어, 먹고 싶을 때 따 먹어야겠다!”는 바람을 강하게 내비췄습니다. 이쯤이면 대성공입니다. 무슨 말인지, 눈치 채셨죠?

 

 

“여기에 학교가 있네. 폐교 됐나 봐.”

 

 

소라초등학교 달천분교입니다. 학교 교문으로 향하는 계단 양 옆으로 핀 철쭉이 폐교된 학교의 썰렁함을 감싸 안고 있습니다. 엊그제만 해도 동백꽃이 활짝 피었는데, 철쭉에게 그 자릴 내 줬더군요. 세월은 무심합니다. 마을 골목길을 돌아오니 방파제에 정박한 배 눈에 띱니다. 청사 선생께서 마늘 대를 낚시대 삼아 낚은 오징어를 떠올리며 침 흘리고 돌아섭니다.

 

 

 

취나물 장아찌.

 

환각구 국.

 

 

 

집에 오니, 준비된 반가움이 가득합니다. 봄나물 먹을 생각 때문이지요. 우선 고사리는 삶아 말립니다. 솜나물도 나물로 변신 중입니다. 아내, 솜나물 묻히다 말고 “너무 쓰다!”며 인상 찌푸립니다. 봄나물이 달리 약이겠어요? 취나물도 즉석에서 나물과 장조림으로 거듭납니다.

 

 

뭐니 뭐니 해도 압권은 환각구 국입니다. 이 국은 봄에 나는 엉겅퀴의 보드라운 잎을 따, 된장에 푹 재어 놓은 다음, 언제든지 꺼내 된장국을 끓이면 됩니다. 아내가 환각구 국을 직접 끓이고 있습니다. 이런 날이 올 줄 어찌 알았겠습니까! 이런 인생길이 곧 행복이지요.

 

 

 

 

청보리밭과 해안 풍경

 

 

벌과 나비...

 

마음의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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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탁번 시인을 울게 한 ‘영광 굴비’
[알콩달콩 부부이야기 11] 백제불교 도래지와 음담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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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탈의 경지에 오른 순간.

“씻을 수 없는 죄는 그 사람의 행동만으로 짓는 것은 아닙니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마음에서 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음을 다스리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모든 진리가 마음에서 시작되었으니 마음 밖에서 진리를 찾지 마십시오.”

아내와 함께 석가탄신일에 들렀던 해당화가 활짝 핀 영광의 백제 불교 도래지에서 마주했던 법문입니다. 왜 이런 가르침이 있었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육신의 주인은 나인데 정신의 주인까지 나일까? 장담할 순 없습니다.

굴비의 고장, 영광 법성포에는 굴비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다른 하나가 더 있더군요. 백제시대 최초의 불교 도래지. 이곳에서 법성포의 유래를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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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특산물 '굴비'

불법(佛法)을 들여온 성스런 포구 ‘법성포’

“법성포는 마라난타 존자(서기 384년, 백제 침류왕 원년)가 중국에서 바다 길을 통해 영광 법성포에 당도하여 불교를 전파했던 곳이다. 백제시대, 법성포 지명은 ‘아무포(雅無浦)’로 ‘아미타불’의 의미를 함축한 지명이다. 고려시대, 불법(佛法)을 꽃피웠다 하여 ‘부용포(芙蓉, 연꽃의 다른 이름)’로 불리다 고려 후기부터 ‘성인이 불법(佛法)을 들여온 성스러운 포구’라는 뜻으로 ‘법성포(法聖浦)’라고 불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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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


불가에서는 불(佛)ㆍ법(法)ㆍ승(僧)을 삼보(三寶)라고 합니다. 불은 부처요, 법은 불경(佛經)이며, 승(僧)은 성인(聖人)을 이릅니다. 이로 보면 ‘법을 가지고 성자가 도래한 곳’인 법성포는 이보(二寶)에 마음까지(佛心) 더해지니 가히 삼보(三寶)를 지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영광이란 지명도 ‘무량한 깨달음의 빛’이란 뜻으로 해석되는바, 이곳에 원불교성지와 불갑사가 들어선 게 우연은 아닌 듯합니다. 이런 의미에 맞춰 영광 특산품 굴비에는 재미있는 음담패설(패관문학, 전래야담)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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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불교 최초 도래지로 가다가...

오탁번 시인을 울게 한 ‘굴비’

소설가이자 시인인 오탁번은 <굴비>란 시를 발표하면서 제목 옆에 “항간의 음담인데 얼마 전 이 이야기를 처음 듣고 나는 차마 웃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란 설명을 붙였을 정도입니다. 오탁번 시인이 눈물을 흘리며 쓴 시 <굴비> 속으로 들어가 보시죠.

      수수밭 김매던 계집이 솔개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마침 굴비장수가 지나갔다
      -굴비 사려, 굴비! 아주머니, 굴비 사요/ -사고 싶어도 돈이 없어요
      메기수염을 한 굴비장수는/ 뙤약볕 들녘을 휘 둘러보았다
      -그거 한번 하면 한 마리 주겠소/ 가난한 계집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품 팔러 간 사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저녁 밥상에 굴비 한 마리가 올랐다/ -웬 굴비여?
      계집은 수수밭 고랑에서 굴비 잡은 이야기를 했다
      사내는 굴비를 맛있게 먹고 나서 말했다/ -앞으로는 절대 하지 마!
      수수밭 이랑에는 수수 이삭 아직 패지도 않았지만/ 소쩍새가 목이 쉬는 새벽녘까지
      사내와 계집은/ 풍년을 기원하며 수수방아를 찧었다

      며칠 후 굴비장수가 다시 마을에 나타났다
      그날 저녁 밥상에 굴비 한 마리가 또 올랐다/ ―또 웬 굴비여?
      계집이 굴비를 발라주며 말했다/ -앞으로는 안 했어요
      사내는 계집을 끌어안고 목이 메었다/ 개똥벌레들이 밤새도록
      사랑의 등 깜빡이며 날아다니고/ 베짱이들도 밤이슬 마시며 노래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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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마음 다잡아 해탈한 ‘사내’

아내의 불륜(?) 이야기를 듣고서도 기꺼이 사랑을 나누는 사내. 그는 해탈의 경지에 올랐다 할 수 있겠지요. 또한 아내까지 해탈의 경지로 이끄는 크고 넓은 아량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오탁번 시인을 울게 만든 힘은 바로 이것이었겠지요.

결국 해탈의 경지에 오르는 과정을 굴비를 매개로 했다는 데에서 ‘해탈=굴비’로 동일시하려는 의도를 유추해볼 따름입니다. 하여, 해탈한 사내를 통해 바로 백제에 불교를 처음 전했던 승려 ‘마라난타’와 영광을 암묵적으로 나타내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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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불교 최초도래지 바닷가.

하지만 현실에선 배우자의 불륜을 참을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믿음과 신뢰가 깨졌기 때문입니다. 허나, 여기에선 쾌락을 쫓은 불륜이 아닌, 살기 위한 것인 만큼 제고의 여지는 남겨야겠지요. 몸과 마음을 어찌 다스려야 할지 사색이 필요할 것입니다.

아내는 해안도로에 줄지어 활짝 핀 해당화가 너무 예쁘다 탄성입니다. 해당화는 바닷가에 피어야 맛이라고요. 해당화 마음 뺏긴 아내를 어떡해야 하나요? 하하.

세상살이, 마음먹기 나름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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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마음을 빼앗은 해당화와 바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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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철의 알콩달콩 섬 이야기
각자의 인생사가 다 '섬'의 삶일 것입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알콩달콩 풀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때론 진짜 섬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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