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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23

 

 “도리어 큰소리치며 자본주의 운운하더구나.”

그곳에는 경제만 있고 정신은 없었느니라!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고 있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법당이야 스승님 계실 때부터 있어 온 것이니 손 댈 것도 없었고 가끔 마을 사람들이나 지나는 행객들이 찾는 곳이니 그대로 보존하면 되는 일이었다.

 

 

 다음날 비상도는 그 일을 구체화시킬 구상을 하며 산 정상에 올랐다. 밤새 내린 눈 위로 산짐승들의 발자국이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누군가는 눈을 반기지만 또 누군가에겐 혹독한 시련인 게야.”

 

 

 그가 집으로 내려왔을 때 용화가 편지 한 장을 내밀었다. 스승님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비상도 보아라. 그동안 무탈하였느냐? 남재 소식은 듣지 못하였느냐? 나는 내가 찾고자 하는 사람을 어렵사리 찾기는 하였으나 그자는 이미 죽고 그의 아들을 만나 그의 아버지가 내 가족에게 끼친 해악과 조국에 저지른 죄상에 대해 사과의 말이라도 듣고자 하였으나 그는 도리어 큰소리치며 자본주의 운운하더구나.

 

 

 나를 푼돈이나 얻으러 온 인사쯤으로 여기니 내내 불쾌하여 몇 날을 생각하다 처음으로 찾은 내 조국이 싫어져 다시 중국으로 들어오고 말았느니라. 재벌의 입에서 나옴직한 말이긴 하다만 그래도 한 때 나라의 차관을 지냈다는 자가 그 모양이니 더 말해 무엇 하겠느냐. 그곳에는 경제만 있고 정신은 없었느니라.


              ―중략―

 

 너는 수련을 게을리 하지 마라. 언젠가 쓰일 곳이 있을 것이니라. 언제든 남재를 찾았다는 소식을 접하면 한 걸음에 달려가마.』

 

 

 오랜만에 스승님의 글을 대하니 반갑기는 하였으나 한편으로는 마음 깊숙이 체증이 실린 것 같아 답답함을 감출 수 없었다. 몇 차례 시내에 나가 더러는 힘으로 또는 술로 터질 것 같은 분노를 삭이려 했지만 또 다른 분노가 가슴 밑바닥에서 서서히 끓어올랐다.

 

 

 그것은 나라를 찾기 위해 모든 것을 잃어야만 했던 독립투사의 후예가 이 나라를 향해 내뱉는 한 맺힌 절규였기에 더욱 그러했다.

 

 

 스승님은 편지의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하기야 동토의 땅에 파묻혀 떨고 있을 안중근 의사의 유해도 여태 못 거두어들인 마당에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비상도는 이 대목에서 한없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과연 이 같은 사실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을 사람이 이 땅에 몇이나 될 것인가를 생각하며 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차피 내가 할 일이라면…….”

 

 

 그는 조금 전 집 짓는 일을 구상했던 자신을 질책하며 힘차게 손을 뻗어 소나무를 내리쳤다.

 

 

  “뚜두둑!”

 

 

 나무둥치가 부러지며 쌓인 눈이 후드득 쏟아져 내렸다.

 

 습성이 그러했는지 모를 일이었다. 밥상 차려놓으니 파리 떼가 달라 들었다. 해방이 되자 일제에 빌붙어 그들의 주구노릇을 해대던 인간들이 염치없이 애국자로 둔갑하였고 권력의 편에 기생하며 이득을 챙기고 요직을 두루 장악하였으니 적반하장도 유분수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을 대우했다가는 자신들의 친일행적이 드러날 것을 염려하여 입에 거품을 물고 반민특위를 반대했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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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상도 1-21

 

“고생해 나라 찾아 놓으니 저런 자들이 날뛰는구먼.”

“남자란 모름지기 큰 가슴을 품어야 하지 않겠느냐?”

 

 

 

장편소설「비상도」줄거리

 

 <비상도>는 역사ㆍ영웅 장편소설로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고 있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백남재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동해는 산으로 들어가 스님(김대한)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스님은 상해임시정부 요원이면서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중국 왕가에서만 전해 내려오던 비상권법을 전수받은 고수다.
 두 아이는 비상권법이 고려 왕실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던 고려국의 무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언젠가 남재 형이 자신의 할머님께 들었다며 조부님에 관한 일화를 들려준 적이 있었다.

 

 독립투사였던 그의 조부님은 해방이 되어 부산의 어느 군중집회에 친구 분과 함께 참석하게 되었고 그때 군중들 틈에서 서민들의 지갑을 꺼내는 소매치기를 보게 되었다.

 

 

  “우리들이 죽을 고생해서 나라 찾아 놓으니 저런 자들이 날뛰는구먼.”

 

 

 조부님의 친구 분께서 득달같이 일어나 그자를 잡으려고 하는 것을 형의 조부님께서 말리셨다.

 

 

  “그 돈이야 흘러가봐야 우리나라 안에서 돌고 돌 테니 못 본 척 그냥 두시게.”

 

 

 그 이야기를 마친 형이 어린 자신의 어깨를 토닥이며 한 말은 이것이었다.

 

 

  “남자란 모름지기 그런 큰 가슴을 품어야 하지 않겠느냐?”

 

 

 자신 또한 그렇게 큰 가슴으로 살고자 아니하는 바는 아니었으나 갈수록 방향을 잃고 엉뚱한 방향으로 죽을힘을 다해 달려가는 사회를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그것은 외적의 침입보다도 무서운 것일 수도 있었다. 무릇 역사에서 보듯 국난은 언제나 안으로부터 곪아 터진 결과물이지 않았던가.

 

 비상도는 달을 바라보며 매월당의 시구를 나직이 읊었다.

 

 

  “칼을 빼 물을 베어도 물은 다시 흐르고 잔 들어 시름 지우려하나 시름은 자꾸만 쌓여가네.”

 

 

 다음날 아침 비상도가 성 여사의 방문을 두드렸을 때 그녀는 벌써 치장을 끝낸 상태였다.

 

 

  “다행히 오늘은 바깥 날씨가 많이 풀렸습니다.”
  “저 때문에 스님께서 고생을 하시네요.”


  “덕분에 아침운동을 했습니다. 스승님 계실 땐 수도 없이 오르내렸던 길인데.”
  “참, 스승님은?”


  “오래 전에 떠나셨습니다.”
  “어떤 분이셨는지 듣고 싶어요?”


  “감히 따를 수 없는 분이셨죠.”

 

 

 두 사람은 산길로 접어들었고 말을 할 때마다 입에서 하얀 김이 뿜어져 나왔다.

 

 

  “스님, 산에 살면 뭐가 좋나요?”
  “삶이 번잡하지가 않지요.”


  “그 말씀은?”
  “자연을 닮아간다는 것이죠.”


  “얻는 게 무엇인가요?”
  “지금처럼 한 움큼 햇살이 호주머니로 들어오지 않습니까.”

 

 

 아침 햇살 사이로 새소리가 마구 떨어지고 있었다. 상쾌하게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한참동안 산길을 오른 후에야 산속의 아담한 기와집이 모습을 드러냈다. 집 밖으로 용화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어젯밤 미리 귀띔을 해 놓았고 마침 일요일이라 용화가 집에 있었던 것이다.

 

 

  “저 아이가 용화입니다.”

 

 

 성 여사는 용화 손을 잡고 한참이나 말을 나누었다. 비상도는 특별한 손님을 위해 상을 차렸다.

 

 

  “사내들만 사는 곳이라 시장 끼로 드셔야 할 겁니다.”
  “스님 음식솜씨가 놀라운데요.”
  “겨울이라 묵혀 둔 음식들뿐이죠.”

 

 

 누구보다 용화가 싱글벙글하며 낯선 손님의 방문이 마냥 즐거운 표정이었다.


 아직은 산중생활이 외로운 나이였다. 아니 어쩌면 꿈에도 그렸을 어머니 냄새를 맡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계속…)

 

 

 

 

 

 

 다음은 올 1월 갑작스레 고인이 되신 고 변재환 씨의 미발표 유고작품을 그의 가족에게 지적재산권을 위임받아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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