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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04 결혼 10년, 아내 생일날 죽는 줄 았았죠!

결혼 10년, 아내 생일날 죽는 줄 았았죠!

“아무것도 하지 말랬더니 꽃을 보내요?”
[알콩달콩 부부이야기 17]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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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놈의 땀은 또 그렇게 흐르는지. 여하튼 죽는 줄 알았습니다. 허리 끊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왜냐고요? 어제(3일)는 결혼 10년 차, 아내의 생일이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수도 없고 성의는 보여야지요. 하루 전 날, 합의(?)를 본 탓입니다.

“여보, 생일 선물 뭐 받고 싶어?”
“저녁에 식구끼리 밥 먹어요. 아무 것도 필요 없어요.”

이럴 땐, 정말이지 곤혹스럽습니다. 말대로 했다가 자칫 부어 있는 아내를 접하는 날엔 무척 당혹스럽기 때문입니다. 나이 드신 분들은 이런 경험 종종 있으실 겁니다. 그럴 땐, 세월이 약이지요. 그렇다고 세월을 죽일 수도 없으니 선수를 쳤습니다.

“아무 것도 받고 싶지 않다면 대신 집안 청소하는 건 어때?”
“너무 좋아요. 대신 밀걸레로 밀지 말고 손으로 빡빡 밀어요. 밀걸레로 밀면 때가 잘 안 져요. 그럼, 선물 청소로 받을게요.”

워~매. 괜히 걸레로 바닥 닦는다, 그랬나? 어휴~! 땀이 많이 날 텐데. 허리는 어떻고. 슬슬 걱정되더라고요.

소박한 밥상 같은 소박한 꽃바구닐 원했는데…

3일 오전, 소박한 밥상처럼 ‘소박한 꽃바구니면 좋겠다’ 싶어, 지인에게 꽃바구니 배달을 부탁했죠. 꽃 위에 뿌리는 스프레이 뿌리지 말고, 많은 꽃 넣지 말고 적당히 넣어 달라는 주문과 함께. 아내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꽃, 보내지 말랬더니 꽃을 보냈어요.”

가득이나 어려운 판에 기어이 꽃을 보냈다는 질책성 말투입니다. 여자들은 받고 싶으면서도 돈이 아까워 실제적인 것을 바란다지요? 뒤에 보니 꽃을 잔뜩 넣었더군요. 소박하고는 거리가 멀게. 아쉽더군요.

각설하고, 일찍 들어와 속옷 차림으로 세탁기와 청소기를 돌렸습니다. 그리고 낡은 수건을 물에 적셔 무릎을 바닥에 대고 빡빡 문질렀지요. 이놈의 때가 한두 번의 손길에 지는 게 아니더군요. 그럴 일은 없겠지만 행여, 아내가 검사하면 말할 수 있게는 닦아야겠다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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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쿠폰 선물.

무릎을 바닥에 대고 빡빡 걸레질을 했지요!

거실 소파, 식탁 의자 등을 치워 꼼탁꼼탁 빡빡 문질렀지요. 안방, 아이들 방 등 침대 밑까지 기어들어가 닦았지요. 뒤에는 손목이 아프더군요. 수건을 몇 차례를 빨았는지…. 어, 이런 거 쓰면 안 되는데. 아내가 청소도 안하는 집이라고 온 동네 소문냈다고….

딸이 그러더군요. “우리 아빠, 자상도 하셔! 나도 크면 아빠 같은 남자 만나야지!” 흐뭇하대요. 그러나 속으로 그랬죠? ‘그러다간 너도 쪽박 차기 십상이지. 아빠 같은 남자 안 만났으면 좋겠어!’ 라고.

아내가 들어와 입이 함박만 해졌죠. 반질반질, 뽀득뽀득 윤기 나는 집이니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신랑 죽는 줄은 모르고. 근데 허리 숙여 바닥을 닦으면서 아내 생각보단 어머니 생각이 그렇게 나더라고요. 왜냐구요? 

딸래 집에 한 번씩 갔다 오시면 앓으시거든요. 집 정리하고, 닦고 하시느라 몸살이 나신 거죠. 낼 모래 팔십인 할머니가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그 속을 알겠더라고요. 꼭 다시는 그러지 마시라고 해야지 하면서도 또 그러실 어머니를 생각하니 목이 메더군요.

행복지수는 작은 것에서 오는 것

아이들은 가족 그림 선물과 쿠폰을 내밀더군요. 쿠폰 상자에는 안마, 집안 일 돕기, 놀아주기, 아무거나 원하는 대로, 뽀뽀, 안아주기, 사랑하기, 꽝 등이 다양하게 들어있지요. 그리고 저녁, 단둘이 가까운 산행 길에 올라 이야길 나눴습니다.

“제가 너무 큰 걸 바라나요?”
“위만 보고 살지마. 아래도 보고 살자고. 행복지수를 스스로 떨어트릴 필요는 없잖아?”

“그래도 나이가 있는데…. 맞아요. 행복지수는 작은 것에서 오지요.”
“다시는 손으로 닦지 말소. 밀걸레로 밀세.”

아내는 노후가 자꾸 불안하나 봅니다. 누구든 마찬가지겠지요. 또 열심히 살아야지 어쩌겠어요. 그런데 세상은 만만치가 않더군요. 이렇게 나이 먹고 있습니다. 간혹, 조급증이 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착실히 살아가야겠지요.

알콩달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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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산행길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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