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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먹이를 앞에 두고 벌이는 전쟁일까, 나눔일까?

“인생이 뭐예요?”…“뭐 별 거 있나?”, 선문답
간혹 집 주위를 어슬렁거리다 사라지는 고양이
먹이를 앞에 둔 고양이 두 마리, 긴장이 넘치고
힘이 쌘 ‘금수저’였어도 상생과 나눔 택했을까?





배고픈 녀석을 위해 먹이를 줍니다.






 

 


'삶은 먹이를 앞에 두고 벌이는 전쟁일까? 나눔일까?'


 

 


요즘 주요 관심사입니다. 계기가 있습지요.

평소, ‘인생=허무?’라는 초월주의가 지배적이었습니다.

 

 


이는 삶, 따로 생각하지 않아도. 삶,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삶, 언제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 생각, 녀석을 만난 후 더욱 깊어졌습니다.


그런데….





어린 것들은 종 불문, 다 귀엽고 예쁘더라고요.



 

 



“인생이 뭐예요?”…“뭐 별 거 있나?”, 선문답


 

 



“이거 한 번 보세요. 당신과 딱 맞는 드라마예요.”

 

 



아내 권유로 몇 번 봤던 드라마. tv N의 ‘디어 마이 프랜즈’입니다. 김혜자, 나문희, 고두심, 윤여정, 박원숙, 신구, 주현 등 관록 있는 배우의 등장 못지않게, 삶에 대한 깊이와 진지함이 빛나던 드라마였습니다. 지난 2일 최종회 대사가 가슴에 꽂혔습니다.

 

 



고현정 : “인생이 뭐예요?”
김영옥 : “뭐 별 거 있나?”



‘그래, 맞다!’ 손뼉 쳤습니다. 대사는 고승이 나누는 ‘선문답’이었습니다. 드라마를 통해 삶을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 이렇게 삶을 들여다 본 계기가 있습니다. 한 녀석 때문입니다. 녀석은 찾아온 줄도 모르게 삶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이게 행복이건만...




 

 



태어나자마자 고단한 ‘흙수저’, 누가 버렸을까?


 

 


녀석과 첫 대면은 지난 2월 어느 날. 어디선가 희미하게 들리는 “야옹~, 야옹” 울음소리와 함께 고양이 새끼 한 마리가 회사 공장 안을 돌아다녔습니다. 어린 새끼는 무엇이든 다 예쁜 법.

 

 


그렇지만 사람들 관심은 이내 사라졌습니다. 사람 옆에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모르는 ‘붙임성’이 문제였습니다. 혹 붙일까 두려웠던 게지요. 그는 태어나자마자 고단한 ‘흙수저’였습니다. 누가 버렸을까.

 

 



“키우기 부담스러웠던 어느 화물 노동자가 공장에 왔다가 슬쩍 두고 간 것 같다.”


 

 


추측이 난무했습니다. 그리고 녀석의 존재는 까마득히 잊혀졌습니다. 그랬는데 언제부턴가 밥시간이면 사무실 뒤편에 나타났습니다.

 

 


녀석은 다리를 심하게 절었습니다. 꼬리도 잘렸습니다. 녀석의 경계 속에 두려움이 가득했습니다. 그런데도 먹이 냄새를 쫓아 온 겁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먹이를 두고 대치하는 두 녀석,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간혹 집 주위를 어슬렁거리다 사라지는 고양이


 

 



“그릉~, 그릉~, 그릉~”


 

 


중학생 때 집에서 고양이를 키웠습니다. 녀석 목덜미를 살살 긁어주면 시원하다는 듯, 낮은 중저음으로 반기며 몸을 내맡겼습니다.


 

어떤 땐 배를 뒤집어 발라당 드러눕기도 했습니다. 그럴 땐 심술이 발동해 배를 ‘탁’ 때리기도 했습지요. 그러면 녀석은 왜 그러냐는 듯 발딱 일어나 할퀴는 자세를 취했습니다.

 

 



녀석이 자라면서 야생 고양이 한 무리가 그를 지켜보곤 했습니다. 이후 며칠씩 가출도 하고. 다쳐 들어올 때도 있었으며, 허겁지겁 밥을 먹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녀석은 아예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야생 고양이 무리에 합류한 걸로 여겼습니다. 한참 뒤, 간혹 집 주위를 어슬렁거리다 사라지는 고양이 한 마리를 보곤 했습지요.





세상은 결국 혼자 버텨내야 할 삶...


 

 




먹이를 앞에 둔 고양이 두 마리, 긴장이 넘치고


 

 



“맛있게 먹어라.”


 

 


회사에서 밥 먹기 전, 녀석 몫을 덜어주었습니다. 언제 어디서 온 줄 모르는 고양이에게 그래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갈 것 같지 않았습니다.

 

 


녀석, 차츰 경계를 풀었습니다. 목소리도 알아듣는 것 같았습니다. 나타나지 않는 날에도 밥을 챙겼습니다. 언제 먹었는지 모르게 음식이 사라지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녀석이 밥을 먹고 있는데 덩치 큰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먹이를 앞에 둔 고양이 두 마리, 긴장감이 넘쳤습니다. 녀석은 종종 이빨을 드러내고 경계 하면서도 꾸역꾸역 먹었습니다. 다른 녀석은 몸을 움츠려 먹이를 뺏어 먹을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습니다.

 

 


언제 붙을지 모르는 일촉즉발 상황. 곧 벌어질 전쟁을 기대하며 숨죽여 기다렸습니다. 싸움에 개입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서.





무언의 대화 "나도 좀 먹자"



 

 



힘이 쌘 ‘금수저’였어도 상생과 나눔을 택했을까?


 

 


허걱. 일순간 놀랐습니다. 적당히 배를 채운 녀석이 조용히 뒤로 물러났습니다. 그러자, 먹이를 노리던 녀석이 조심스레 먹이 앞으로 걸어가는 것이었습니다. 냄새를 맡더니 먹이를 말끔히 먹어 치웠습니다.

 

 


기대가 완전 사라졌습니다. 그들은 ‘싸움’ 대신 ‘상생’을 선택했습니다. 흙수저의 배고픔을 서로 이해한 거죠. 아무튼, 아름다운 ‘나눔의 미학’이었습니다. 이 광경은 삶을 되돌아보게 했습니다.


 

 


‘힘이 쌘 금수저였어도 상생과 나눔을 택했을까?’

 

 



종종 던지는 질문입니다. 우리네 세상은 다양한 모습이 존재합니다. 때론 동물보다 못한 ‘굴종’ ‘복종’을 강요하는 모습들이 공분을 불러일으키곤 합니다. 우리네 삶이란….


 

 


하여튼 녀석들을 통해 세상을 봅니다. 그들에게서 삶을 배웁니다. 원초적 본능에 충실할 때 획득될 수 있는 즐거운 깨달음 중 하나….


 

 


‘인생이 뭐 별 건가!’


 

 


녀석들은 싸움 대신 나눔을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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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은 사람은 쉬는 날도 죽어라 일해야 하는데...
“바쁠 텐데 왜 가지 않는 거죠. 무슨 일 있으세요?”

 

 

 

 

 

 

“네 소원이 무엇이냐?”

 

요즘 이를 물으면 “부자”, “건강”, “행복”이란 답변이 대부분이라 합니다. 아시다시피 일제 강점기 때, 김구 선생의 소원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대한민국 독립”이었습니다. 나아가 김구 선생님은 “우리나라가 독립 된다면 독립된 나라의 문지기가 되어도 좋다”면서 해방의 절절함을 강조했습니다. 이게 어디 김구 선생님만의 소원이었을까!

 

 

우리 민족이 그토록 염원했던 8ㆍ15 광복절. 올해는 광복 70주년입니다. 이를 기념해 국가에서 14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 연휴에 해방의 기쁨을 만끽하도록 했습니다. 전국에서 무료 이벤트가 진행 중입니다. 이 여파로 고속도로는 이용객이 몰려 정체가 심하다고 합니다.

 

 

삶은 언제나 양면이 있는 법. 그러나 한편에선 연휴로 인해 속 타는 분들도 있습니다. A씨(60)는 연휴가 달갑지 않습니다. 그는 “자영업 사장도 해봤고, 직장도 다녔고 안 해본 게 없다”면서 그런데도 “삶은 언제나 팍팍했다”고 울먹였습니다. 그는 지금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화물차를 운전” 중입니다.

 

화물노동자 5년차인 그에게 연휴란 어떤 의미일까.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 세수 좀 하고 가면 안 됩니까?”

 

 

바쁘게 움직여서 먹고 사는 화물업의 특성 상, 대개 화물 싣고 나가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그는 씻고 나가도 되는데 “다시 들어와서 세수”를 하겠다는 거였습니다. 다소 억지스러운 요청에도 흔쾌히 “그러세요!” 허락한 건, 그의 얼굴에 흥건한 땀방울과 더불어 뭔가 하소연하고픈 표정 때문이었습니다.

 

 

그가 정문 입구 한쪽에 차를 댔습니다. “고맙다”며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1분여가 지난 후 그는 밖으로 나갔습니다. 담배 피우며 왔다 갔다 서성이길 몇 차례. 그는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뒤늦게 짐을 실은 다른 화물차가 다 빠져 나간 뒤에도 여전히 그대로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압축 공기로 차 청소까지 해댔습니다. 그제야 그가 궁금했습니다.

 

 

그의 화물차 번호는 ‘경북 86바-’로 시작됩니다. 경북에서 전남 여수까지 물건을 싣고 와 가던 길에 화물을 실은 겁니다. 화물의 최종 배달지는 충북 청주였습니다. 다시 말해, 청주로 돌아서 집에 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요즘같이 어렵다는 시절에, 이게 어딥니까. 그에게 다가갔습니다. 말을 걸었습니다.

 

 

- 바쁠 텐데 왜 가지 않는 거죠. 무슨 일 있으세요?
“갈 힘이 나지 않습니다.”

 

 

힘이 나지 않는 이유, ‘왜?’를 묻기 전, 그의 말에는 울림이 있었습니다. 염소처럼 동그란 눈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은 일촉즉발의 분위기였습니다. 그 속에는 ‘누구 하나 내 말을 들어줘야 억울한 게 풀리겠다’는 하소연이 담겨 있는 듯했습니다. 말을 들어주는 건 그에게 베푸는 최소한의 기본 예의로 느껴졌습니다.

 

 

 

- 무슨 일인데 그러세요?
“회사에서 뒤늦게 연락이 왔습니다. 청주 가는 짐이 토요일 오전까지 배달해라 해서 실었는데, 월요일 아침까지 내리라 합니다.”

 

- 그게 문제가 되나요?
“짐 싣기 전에 말했으면 이 짐 싣지 않고 그냥 갔을 겁니다.”

 

- 왜요?
“평상시 같으면 내일(금요일) 짐 푸고 집에 가면 됩니다. 그런데 14일이 쉰다고 월요일 오전까지 짐 내리라 합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그렇다고 다 실은 짐을 다시 내릴 수도 없고.”

 

 

결론은 짐을 괜히 실었다는 거였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찮았습니다. 자기 상황에 맞지 않아 짐 내려 달란다고 힘들게 실은 짐 다시 내려 줄 리 없습니다. 또 우여곡절 끝에 짐을 내렸다 칩시다. 이 업을 계속하는 한 다음에 연결될 화물 감소 위험을 감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가 미적거린 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 때문이었습니다.

 

 

 

 

 

- 손해가 어느 정도 되나요?
“월요일에 짐 퍼라는 건 월요일까지 움직일 수 없다는 거죠. 거의 100km를 돌아가는 거라 여기에 들어가는 기름 값도 그렇고, 따로 들어가는 시간도 그렇고 장난 아닙니다. 이럴 때가 제일 싫습니다.”

 

- 하차가 왜 월요일로 늦춰진 거죠?
“금요일이 임시 공휴일이라 짐 내릴 곳에서 금, 토, 일 내리 다 쉰답니다. 14일 날 쉬어서 생긴 일입니다. 우리 같은 사람은 쉬는 날도 죽어라 일해야 하는데, 그들은 우리 처지랑 상관없습니다.”

 

 

뼈 빠지게 일해야 먹고 사는 삶의 고단함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이게 어디 그만의 삶이던가요. 서민들이 다 그렇지요. 그러니까 그는 우리의 민낯인 셈입니다. 우리의 민낯이 부끄럽지 않는 그날이 오길 바랄 뿐입니다.

 

 

김구 선생님께서 그토록 열망하셨던 광복 후는 어떤 생활이었을까?

모르긴 몰라도 이런 생활이 아니었을 겁니다. 지금 다시 김구 선생님께 소원을 묻는다면, 아마 답은 ‘더불어 잘 사는 만인 평등의 세상’이지 않을까?

 

어쨌든, 그에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아니, 하나 있었습니다.

 

“그래도 힘내시고 사는 수밖에요. 가시는 길 힘내시고 운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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