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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하실래요? 저도 남는 게 있어야죠.”
한 여름 휴가가 준 뜻하지 않은 딸의 횡재

“아빠, 이 부채 하실래요?”

전라남도학생문화회관에서 진행하는 문화체험 행사에 참여한 딸아이가 직접 만들어 가져온 부채를 내밀며 건넨 말이었습니다.

전체적인 디자인이 예쁘더군요. 또 말린꽃과 잎을 압화 형식으로 눌러 만든 세세한 배치도 멋스러웠습니다. 게다가 손잡이 부분이 부드럽게 잡혀 끌리더군요. 세상에서 하나 뿐인 딸아이가 만든 부채 욕심나더군요.

“그래. 아빠 가질 게. 고마워 딸~. 아빠가 인심 썼다. 수고비로 천원.”

딸이 만든 부채는 이렇게 제 소유가 되었습니다. 제께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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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만든 세상에서 한뿐인 부채 뒷면.

“부채 아빠 줬잖아. 그걸 또 엄마한테 준단 말이야?”

뒤늦게 부채를 본 아내 한 마디 하더군요.

“와~, 예쁘다. 이걸 진짜 네가 만들었어?”

호들갑이더군요. 저는 못 들은 척 했습니다. 딸아이 반응이 재밌었습니다.

“그리 좋아 엄마? 그럼 엄마 해.”

헐. 아빠 줄땐 언제고, 또 엄마랑 흥정을 하다니…. 참을 수 있나요.

“야, 이 부채 아빠 줬잖아. 그걸 네 마음대로 또 엄마한테 준단 말이야.”
“아, 그랬지~.”

딸아이는 넉살 좋게 웃음으로 넘겼습니다. 에이, 나 원 참 치사해서~. 아이는 엄마에게마저 천원을 챙겼습니다. 그런데 또 어쩐 줄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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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탐진강의 물축제 현장.

“저도 남는 게 있어야죠.” 시원한 물속으로 풍덩

주말, 장흥 물 축제 현장에서 처제 식구와 만났습니다. 그곳에서 부채를 본 처제가 욕심을 내더군요.

“부채 예쁘다. 이거 나 주라~ 잉!”

딸아이가 또 나서더군요. 무슨 말을 할지 예상하기가 쉬웠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영락없더군요.

“이모, 이거 제가 만들었어요. 예뻐요? 그럼 이모 가져요.”
“야, 너….”

그러는 사이, 딸아이는 이모에게 천원을 챙겨 “저도 남는 게 있어야죠.”하더니, 득달같이 탐진강의 시원한 물속으로 풍덩. 뭐라 할 수도 없고…. 그런데 집으로 돌아와 보니 부채가 있더군요. 헐~^^

“이 부채 누가 가져온 거야?”
“전 모르는 일이에요.”

 
딸아이의 시치미일까? 묻지 않았습니다. 부채는 한 여름 휴가가 딸에게 가져다 준 뜻하지 않은 횡재(?)였습니다. 간혹 이런 일도 있어야 재밌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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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만든 부채 앞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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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배운 부부 사랑법, TV 동화로 방영
“부모 쉽게 이혼하지만 아이는 하늘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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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가족 이야기를 다룬 TV동화 <사이좋게 지내요>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니 많은 일이 생깁니다.

마음 맞는 이를 만나기도 하고, 함께 여행을 하기도 하고, 선물을 받기도 하고, TV와 연결시키기도 합니다. 블로그는 자연스레 겸손을 배우는 장이 되었고, 소통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지난 해 <여성중앙> 12월 호에 ‘블로거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여행 - 진도편’에 실리기도 하였습니다. 이번에는 뜻하지 않게 블로그에 올린 글이 오늘 오전(21일), TV에 소개되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다름 아닌 KBS 1TV에서 매주 월~금요일 오전 10시 50분에 방송되는 교양 프로그램 ‘TV동화 행복한 세상’ 제 2153화 <사이좋게 지내요 - 아이에게 배운 부부 사랑법>으로 방영되었습니다. 기분 묘하더군요.


부부싸움을 본 아이.

아이에게 배운 부부 사랑법, TV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다

‘TV동화 행복한 세상’은 진심 어린 눈빛과 손길로 포옹의 의미를 전달하고, 포옹의 가치를 널리 알려 생활 속에서 포옹을 실천할 수 있도록 이끄는 길잡이가 되려는 취지에서 제작된다고 합니다. 하여, 평범한 이웃들의 행복한 일상을 따뜻한 영상에 담아 시청자와 나누는 프로그램이라나요.

<사이좋게 지내요>의 원 제목은 “엄마. 아빠랑 헤어질 거야?” 인데 제목을 바꿨더군요. 내용은 부부싸움을 본 아이가 꿈속에서 이혼하려는 부모 때문에 방황하는 모습과 이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또한 “부모들은 자신들의 사유로 쉽게 이혼하지만 아이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아내에게 잘 하세요! 이기려고 들지 말고, 아내의 생각을 들으시라고요!”라는 아이 메시지를 전달하며 ‘부부’만큼 중요한 게 ‘가족’임을 쓴 글이었습니다.

이 글이 애니메이션으로 나오기까지는 원작 사용 계약서 작성, 대본 만들기, 애니메이션 작업 등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원작 사용 계약서.

오늘(21일) 아침 방영된 애니메이션.

딸아이 기습 제안 “원작료 5대5 아니면 6대4로 나눠요!”

그런데 계약 과정 등을 지켜보던 딸아이가 기막힌(?) 말을 하더군요.

“아빠, 그 글 제 이야기가 소재잖아요. TV 동화 원작료 받으면 5대5로 나눌 거죠?”
“뭐야? 먹여주고, 입혀주고, 가르치는 게 얼만데 원작료까지 혀를 내밀어. 너무한다.”

지식 낳은 부모로서 자식에게 베푸는 건 당연지사라는 딸아이 항변에 기가 막히더군요. 그러더니 수정 제안을 하더군요.

“그거 제 아이디어고, 또 제가 글 고쳤잖아요. 그러니 5대5가 안되면 6대4로 나눠요.”

하지만 응할 수가 없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인 아이가 벌써부터 프로(?) 세계의 맛을 보는 건 곤란하지요. 결국 원작료에서 1만원 주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습니다.

어찌됐건, ‘TV동화 행복한 세상’은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린다고 하니 사연에 도전하면 좋은 일 생길 것 같습니다.


이렇듯 주변의 소소한 일상을 다룬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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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아이 일자리 빼앗은 악덕 기업주?
집에서 때로는 엄마의 부재가 필요하다

집에 엄마가 없을 때 참 불편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집안 일거리가 넘친다는 겁니다. 아이들 밥 차려 줘야지, 설거지 해야지, 빨래 개야지, 집 청소해야지, 정말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때론 귀찮습니다.

이럴 때 써먹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일을 시키는 겁니다. 이도 간혹 해야 군소리 없이 잘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말을 잘 안 듣거든요. 말을 듣지 않을 땐 또 다른 방법을 동원해야 합니다. 시킬 때도 조심해야 합니다.

“너희들 이것 좀 할래?”

이렇게 하면 아이들 입이 대번에 튀어 나옵니다. 아빠가 집안일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때에는 일회용으로 끝납니다. 아무리 제 자식이지만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을까 마는. 약발이 오래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빠가 인심 썼다. 특별 용돈 쏜다.”

초등학교 4, 5학년인 아이들 어르고 달래기도 쉽지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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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인 설거지.

“너, 돈으로 누나 매수하면 못 쓴다.”

식사 후 설거지, 귀찮을 때가 있습니다. 때론 일이 밀려 설거지를 미룹니다. 이땐 아이들 힘을 빌립니다. 지난 금요일, 아내가 출장이라 식사 후 아이들에게 설거지를 요청했습니다.

“오늘은 너희들 설거지 좀 해라.”

연년생이라 티격태격 난립니다. 꼭 ‘누가’라고 지정해줘야 뒤끝이 없습니다. 아들에게 설거지를 시켰습니다. 그런데 아들 녀석 자신에게 할당된 일을 누나에게 천원 주고 아르바이트를 시키더군요. 그래 못을 박았습니다.

“너, 누나 돈으로 매수(?)하면 못 쓴다. 오늘 설거지는 네가 직접 해라.”
“알았어요. 용돈이 거의 떨어져 아깝기도 해요.”

이러고 끝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전혀 상상도 못했던 반응이 딸에게서 나왔습니다.

아빠, 아이 일자리 빼앗은 악덕 기업주 되다?

“아빠, 왜 그러세요?”
“그게 무슨 말이야?”
“왜,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못하게 막아요. 아르바이트는 제 일자리라고요, 일자리.”

헉. 그러면서 나쁜(?) 아빠라는 겁니다. 청년 일자리가 부족해 비정규직 88만원 세대. 아르바이트 44만원 세대는 들어봤어도, 초등생 일자리란 말은 너무 뜻밖이었습니다. 아빠가 아이들 노동력을 착취하는 악덕(?) 기업주가 된 것입니다. 가만있을 순 없었지요.

“집안 일 엄마만 하란 법 없고, 또 아빠만 하란 법도 없다. 집안일을 온 식구가 함께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냐? 그런데도 특별 용돈을 주는 건 너희들도 즐기면서 집안일을 하라는 의미야. 알겠니?”

아이들은 “아, 녜~녜~”합니다. 알았으니 그만하라는 게지요. 이쯤에서 그만둬야지 더 나갔다가는 역효과입니다. 어쨌든 아이들도 집안일을 하면서 엄마를 이해하며 소중함을 알아갑니다. 덤으로 아빠와 아이들 간 대화 기회도 주어졌습니다.

때론 엄마의 부재도 필요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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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정 후 누나에게 아르바이트를 시킨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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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 더 얹어 줄텡께 살라요?”

다양한 표정이 교차하는 ‘재래시장’
“이 물짠 얼굴, 뭘라고 찍으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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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한테는 안사지? 괜스레 볼을 긁적인다.


                                               “이 무 얼마예요?”
                                      “여기는 2000원, 저기는 2500원.”

“쩌~쪽에선 1500원 하드만….”
“쩌쪽에 가서 사!”

한 푼이라도 깎아 볼 심사였던 어머니,
'다른 곳으로 가서 사'라는
냉정하고 단호한 좌판 어머니의 말에 무안하고 머쓱하다.

찰라, 살까? 말까? 고민이다.

“주세요.”

이런 사진 잡아야 리얼한데, 순식간이라 놓치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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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을 만지작 만지작...


사진기 찍는 걸 보고 간혹 한 마디씩 건넨다.

“작품사진 찍소?”

“사진 좀 배워라!”는 소리 많이 듣는 판에
사진작가는 무슨 사진작가?
언감생심, 시장 통에서 사진 찍다, 사진작가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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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으로 파를 까며 손님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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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양반이 왠 시비여?


“재래시장 홍보나 많이 해 주이다!”

“이 생선 이름이 뭐예요?”
“그거, 상어. 그란디 왜 물으요? 어디서 왔소? 기자요?”

이렇게 상근 기자도 된다.

그 덕에 귀찮게 생선 값을 물어도 고분고분 답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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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의 할머니들 힘내는 건, 다 손자 때문이다.

제수용 생선 중간 크기 1마리 기준, 가격 동향.
돔 2~3만원, 우럭 5천~만원, 병어 만원,
민어 5천원, 양태 5천원, 서대 10마리 3만원.

또 중간 크기 1㎏ 기준, 멍게 5천원,
소라 5~8천원, 전복(양식) 3~7만원.

중간 크기 1만원 기준, 꽃게 1마리, 키조개 8마리,
대합 12~15마리, 게불 8~10마리,
새우 1소쿠리. 장어 중대 17000원.

상냥하게 알려주더니 마지막에 한 마디 던진다.

“재래시장 홍보나 많이 해 주이다.”

뜻하지 않게 홍보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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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좋은 정육점 아버지. 안살래야 안살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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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많은 재래시장에 멋쟁이 할아버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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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많은 걸 언제 팔까?

“한 마리 더 얹어 줄텡께 살라요?”

좌판에서 허기진 배를 달래던 어머니들
얼굴 사진 몰래 찍으려 했더니,

“이 물짠 얼굴, 뭘라고 찍으까이~. 새끼들 보믄 면목 업써.”

요렇게 파파라치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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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말고 쩌기 찍으시오. 말은 이래도 싫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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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이 잘못 됐는데...

“오늘은 별로 못 팔았써. 세상에 만원 밑으로는
안팔았던 장어를 5천원에 다 팔아봐써.
나 생선 좀 사 가꼬 가?”

“나헌테는 얼마에 줄껀디요?”

“한 마리 더 얹어 줄텡께 살라요?”

‘시장에서 500원도 깎지 말아야 한다’던 평소 생각은 어디 가고,
재래시장 어머니와 능청스레 흥정하는 손님이 되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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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회, 이거 드세 보실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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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요래 가꼬 오천원에 가꼬 가이다.”

수산시장은 사람들이 들끓어야 맛이지 맛!
여수 풍물 수산시장의 아침 생선 흥정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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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천원 가꼬 글지 말고 만육천원 주이다.”
“만오천원만 하잔께요.”

“나가 장사 하루 이틀 허요. 이만원이 넘는 거를 만육천원에 팔라헌디…. 이 작은 거 한 마리 언저 줄텡께 천원만 더 쓰시오.”
“그랍시다.”

티격태격 여수의 대표적 새벽시장인 남산동 풍물 수산시장에서의 흥정장면이다. 지난 달 31일 새벽에 찾은 수산시장은 때 아닌 활기다. 추석이 가까워지자 생선 찾는 사람이 늘어서다. 좌판에 나선 사람들도 덩달아 신났다.

오전 6시 30분, 정영자(50) 씨는 “남편이 잘 먹는 장어부터 샀다” “10만원을 들고 조기, 갈치, 양태, 서대를 사러 왔는데 다 사질까 몰라?”하며 지갑을 내보이고 잰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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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시장은 한 바퀴 둘러본 후 가격 알고 사야 ‘맛!’

“요 서대, 요래 가꼬 오천원에 가꼬 가이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지나간다. 좌판 행상들이 지나는 행인에게 던지는 한 마디가 곧 수입이다. 그러나 갓 나온 행인은 쉬 붙잡을 순 없다. 수산시장에 막 도착한 행인들은 시장을 한 바퀴 둘러보며, 대충의 가격을 파악하고, 물 좋은 생선을 대강 찜해 두기 때문이다.

“이 갈치, 만원 주이다.”
“에이~. 너무 비싸~.”

한 바퀴 둘러본 후 찜한 갈치 좌판 앞에 다시 선 이춘화(45) 씨 먼저 비싸다는 말부터 건넨다. 그래야 덤으로 하나라도 건진다는 걸 몸으로 체득한 결과다.

“갈치 네 마리가 만원도 안헌다고? 다른데 가보이다. 다른 데는 요만헌 크기 갈치 두 마리가 만원이요. 요거 단골 오믄 줄라 했는디 이거 하나 언저 줄게 가꼬 갈라요?”
“그럼, 주시오.”

아주머니는 비닐봉지에 갈치를 싸주며 “추석 대목이라 생선 값이 조금 올랐다”며 너스레를 떤다. 이춘화 씨도 덩달아 “추석이라 그렇지요”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맞장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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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시장은 요래 사람들이 들끓어야 맛인 거여!

머리에 하얀 서릿발이 내린 할머니 장어 앞에서 흥정 중이다. “천원만 빼줘. 자석들이 장어를 잘 무거 장어 좀 살라 그러는디 야박허게 천원도 안빼줘?” 용돈 아껴 생선 사러 온 할머니에게 야박하게 굴 순 없다는 듯 행상도 흔쾌히 OK 사인이다.

못이 박힌 도마에 장어 머리를 끼워 배를 갈라 뼈를 추린다. 박 모씨(66) 좌판 경력 15년에 이정도도 못할까 싶게 날랜 손놀림이다. 남편은 옆에서 장어를 정리한다.

“장사는 매일 하세요?”
“허리허고 맹장 수술헌 뒤로는 매일 못나와. 이 아봄도 허리 수술을 나랑 같이 했거든. 허리 통증 땜에 일주일에 3일 쉬고, 4일만 나와.”

“사람들이 많네요. 보통 때도 이렇게 많나요?”
“아녀. 다른 때는 귀신 나와. 추석 대목이라 그래. 대목이라 일주일 전부텀 사람이 북적이네. 시장은 요래 사람들이 들끓어야 맛인 거여! 그래야 명절 기분도 나고. 그란디 사람들이 적게 싸게만 살라 해서 죽겄어.”

입으로는 말하고 손으로는 신바람 나게 장어 손질이다. 잽싸게 손질된 붕장어 6마리를 건네며 4만원을 받는다. 거스름돈으로 5천원이 나간다. 정말 딱 천원 빼준다. 사정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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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 떼기 장사에 구전이 얼만지도 모르고 먼저 팔아”

“천원 빼준다더니 정말 천원 빼주네?”
“새벽 1시에 일어나 걸어 걸어서 중앙동 구판장에 나가 받은 싱싱한 장어 값이 얼만데 더 빼줘. 우리는 굶게?”

“저 장어 얼마에 받았는데요?”
“32만원 어치야. 이거 팔야 봐야 마리당 1~2천원 남아. 그란디 거기서 천원 빼주믄 얼마나 남겄어. 천원 떼기 장사야. 안 그라믄 사람들이 안사. 그라믄 나만 적자지. 새벽부터 낮 12시까지 쪼그라 앉아 생선 팔아봐야 하루에 2만원부텀 4만원 남어. 팔고 나믄 중간상한테 가 장기(전표)보고, 또 고기값을 치러야 돼. 구전(중간 수수료)이 얼마가 될란지도 모르고 먼저 파는 거지. 그라니 어쩌겠어.”

중간 상인에게 구입한 생선 가격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물건 팔아 뒤에 갚는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옆에서 “마진은 중간 상인이 다 무거. 우리는 요러케 죽어라 고생만 허고”하며 한방 날린다. 갑자기 시끌시끌 악쓰는 소리가 들린다. 사람들 죄다 고개를 돌린다.

“사지도 안흘람서 산다는 사람도 못 사게 뭘라고 옆에서 방해는 방해여!”

지고 있는 내기 장기판에 옆에서 잘했네, 못했네 훈수 두는 사람이 제일 밉다고, 무심코 흥정판에 끼어들었나 보다. 이래저래 웃음이 나온다. 오래 만에 사람 사는 맛이 절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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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팔려고 내 놨어! 연락은 올까?

소작 어부를 ‘선주’로 만들어줬던 배(船)
[꽃섬, 하화도 3] 아쉬운 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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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시 화정면 '아래 꽃섬' 화화도 선창 풍경.

“배를 팔려고 내 놔써.”

‘아래 꽃섬’, 김중재(69) 어촌계장의 설명입니다. 정작 배 주인인 임중선(79) 할아버지는 그저 조용히 문어 통발 그물 손질에만 열중입니다.

객선이 닿는 부두에서 몇 사람이 낚시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선창에선 그물을 씻고 있습니다. 정자나무 그늘 아래에서도 몇 사람이 그물을 수선하는 중입니다. 그 누구도 입을 열어 말하려 들지 않습니다.

이게 오히려 한가로운 꽃섬 풍경을 더욱 여유롭게 합니다. 예상치 못했던 여유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쉴새없이, 끊임없이 입을 놀려야 했던 육지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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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

“이십 년 넘게 움직이던 밴데. 허리도 꼬부라지고, 움직이기도 힘드러 배를 움직일 수가 이써야지. 고기 잡아 아그들 갤치고 먹고 살고 그랬는디….”

어쩔 수 없이 시장에 내놓아야 했던 사정을 주인 대신 말하는 김중재 어촌계장의 설명이 허공에 날리다 제풀에 꺾여 혼자 사르르르 흩어집니다. 활짝 피어난 꽃이 한 잎 한 잎 떨어지는 것처럼.
 
“할아버지, 배는 왜 내놓으셨어요?”
“…”

여든을 코앞에 둔 임중선 할아버지 입술을 앙다물고 있습니다. 손을 더욱 바삐 움직여 그물을 수선할 뿐입니다. 말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임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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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중선 할아버지 답변을 피합니다.

소작 어부를 자작 어부인 선주로 만들어 준 ‘배’

남의 배를 타면서 놉을 받고 살아야 했던 설움(?)을 한방에 날려 버린 배였습니다. 비록 작은 배일지언정 자신을 선주(船主)로 만들어준 배였습니다. 어장 수입을 혼자 마음대로 아이들 키우는데 쓸 수 있게끔 만들어 준 배였습니다.
 
‘소작 어부’의 간절한 소망인 ‘자작 어부’의 꿈을 이뤄준 너무나도 고마운 배였을 것입니다. 주위에서 돈을 구해 잔금을 치루고 배를 차지하던 날의 기분을 이해할 것 같습니다.

아마, 서울에서 사글세ㆍ전세로 이곳저곳을 떠돌다가 잔금을 치른 본인 명의의 아파트를 장만한 기분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못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자신 소유의 아파트에서 첫날 처음으로 잠을 자는데도 잠은 오지 않고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이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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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리믄 뭐해, 필요헌 사람이 써야제!”

마침 배를 사겠다는 사람이 배 상태를 보러 왔습니다. 임중선 할아버지 막상 배를 보러오자 더욱 서운함이 밀려듭니다. 배를 보여줘야 하는데도 아직까지 뭉그적거립니다. 그물수선 때 부지런히 손을 놀리던 바지런한 모습은 오간데 없고, 굼뜬 중늙은이 모습만 남았습니다.

“얼마에 내놓았대요?”
“이십만 원.”

“엥. 얼마요?”
“이십만 원이면 완전 꽁짜백이여! 고물 갑또 이것 이상인디. 기계도 아직 멀쩡허고. 놀리믄 뭐해, 필요헌 사람이 써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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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사러 온 사람이 먼저 배를 살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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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배에 오른 임중선 할아버지 기계를 돌립니다.

할아버지 나 아직 팔팔하지?

할아버지 한시라도 더 곁에 두고 싶은 마음에 여전히 느그적 거립니다. 배의 벗겨진 페인트에서 그동안 일손을 놓았던 흔적을 엿봅니다. 할아버지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배보러 온 사람이 먼저 배에 오릅니다.

그는 당당하게 저승사자처럼 눈을 치뜨고 닻과 기계실 등을 둘러봅니다. 뒤늦게 배에 오른 임중선 할아버지 기관실을 열어 시동을 겁니다. “텍텍텍텍~, 테르르르~” 기계소리가 그만 맥없이 꺼지고 말았습니다.

‘아니 이놈이 왜 근다냐? 야, 힘내!’

할아버지의 속마음을 알았는지 배는 힘찬 엔진 음을 내고 있습니다. 꼭 ‘할아버지 나 아직 팔팔하지’ 하는 것 같습니다. 그는 배를 둘러보고 총총히 배를 몰아 사라집니다.

“어찌 됐대요?”
“연락헌다고 기다리라 했다능구먼. 연락이나 올란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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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사러 온 사람은 연락을 기다리라는 소릴 남기고 건너 윗 꽃섬으로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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